22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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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레이드를 마친 뒤 회사에 들렸다가 퇴근을 했다.
료코와 미라는 레지스트 쉴드 안에서 천하 MSC팀원들과 함께 늦은 시간까지 고생중이었다.
“34억!”
집으로 돌아온 우주는 소민과 서로 얼싸 안고 기뻐했다.
오전에 잡은 코끼리급 사탄의 가치가 50억으로 감정 되었고, 전체 딜량의 68%를 기여했던 우주는 분배금으로 34억이 통장에 입금되었다는 문자메세지를 조금 전에 받았다.
참고로 기업이나 정부에게 연봉을 받는 입장에서 개인몫이라는 건 없다. 특히 협동레이드는 탱커와 힐러들의 활약을 제외하고 순전히 딜러들끼리의 경합으로만 기여도를 따졌다.
총 딜량의 68%. 우주 혼자서 국군MSC 딜러들을 다 이긴셈이었다.
“매번 1, 2억을 받았던게 34억! 한번에 34억이라니!”
우주는 무척 신이 나고 기뻤다. 어찌나 흥이 나던지 옆에 가정부가 지나가든 말든 소민의 입술에 수차례 뽀뽀를 퍼붓기도 하였다. 덧붙여 미소와 유라는 초저녁부터 방에서 자고 있었다.
“우리 더욱 힘을 내서 회사를 멋지게 키워봐요. 그동안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자구요.”
“물론이오. 내일 당장 대통령님을 찾아뵐 생각이외다.”
우주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넥타이를 풀어 헤치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막걸리를 꺼냈다. 뚜껑을 따고 양은그릇에 벌컥벌컥 딸고 원샷으로 꿀꺽꿀꺽 마셨다.
“카아~ 시원하군!”
한잔 더 따라서 마셨다.
소민이 그를 자랑스러워 하는 듯한 미소를 짓고 곁에 다가와 있었다.
“아, 취한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 들떠서 소민이 임신부가 아니라 갑자기 여자로 보였다.
“안주라도 만들어드릴까요?”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가슴골이 보였다. 입고 있던 옷의 목부분이 그리 깊게 파인 것도 아닌데, 임신으로 인해서 유방이 전보다 더 커져있었다.
우주는 대답대신 소민의 상체를 확 끌어당겨 입술을 포갰다.
그 다음에 그녀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향했다.
침대 위에 소민을 쓰러뜨리고 짐승처럼 웃옷을 벗겨냈다. 그녀의 부른 배를 제외하면 팔과 다리는 예쁘게 가늘어서 그의 성욕을 더욱 돋구웠다.
우주의 눈앞에 젖가슴을 드러낸 소민은 어쩔 줄 모르는 소녀처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이 투명하고 사랑스러워 우주가 귓가에 속삭였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가슴이니 부끄러워하지 마시오.”
이어서 우주의 얼굴이 밑으로 내려가며 젖가슴에 파묻혔다. 소민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터뜨리며 그의 머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소민의 젖꼭지를 실컷 냠냠한 우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바지를 벗으며 팬티도 끌어내렸다.
단단해진 고추를 그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임신 때문에 삽입은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오랄로 만족하며, 그녀의 입속에서 두 번을 열광했다.
다음날 오전.
우주는 청와대로 향했다.
그는 전부터 청와대를 남 몰래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3년 전 서울에서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이세종 대통령을 구해준 인연 때문에 가능했다.
“어서오시게. 내 기다리고 있었네.”
이세종 대통령은 따뜻한 차를 내주며 그를 반겼다.
“먼저 국군MSC를 관두게 되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니야, 괜찮아. 자네의 뜻이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리고 거길 소개해줄때부터 자네가 하고 싶은데로 하게 놔둘 생각이었어.”
“감사합니다. 그런데 기다리셨다는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모를줄 아나. 자네가 드디어 일을 저질렀더구만. 어찌해야 그리 딜이 잘나올 수가 있는가? 대체 언제부터 그랬던게야?”
어제 국군 MSC에서 있었던 일이 청와대에 보고가 된 것 같았다.
우주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확실히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요근래 몸이 좀 아팠었고, 엄청난 힘이 갑자기 생겼다고 밖에 말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어느 순간에 팟, 하고 생겼다는게야?”
“예. 팟, 하고.”
이세종 대통령은 껄껄 웃어보였다.
“뭐 좋아. 어찌되었든 자네의 활약을 다시금 볼 수 있으니까 내 기쁘네. 그간 도움을 줄 수 없어 많이 안타까웠거든.”
우주는 그동안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이세종 대통령의 도움을 바랄 수 있었으면서도 단 한 번도 요청한 적이 없었다.
커다란 배경을 등지어도 그것을 감당할만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분수에 맞게 살라고 했다. 우주는 몇번인가 흔들리면서도 그 말을 지키려 꾸준히 노력해왔었다.
하나, 이젠 그렇게까지 수고할 필요가 없다. 자제할 필요가 없고, 욕심을 부려도 괜찮을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가 제일 잘나갈테니까.
“대통령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아하하, 이 사람. 부탁이라니 그게 웬말인가. 자네 입에서 부탁이란 단어가 나올줄은 내 꿈에도 몰랐네. 어디 한 번 말해보게나. 내 들어줄 수 있으면 다 들어줌세.”
“그게.”
우주는 한박자 쉬고 패기 있게 내질렀다.
“실은 두 개입니다만, 하나는 레지스트 쉴드를 출입하는데 있어서 시간과 인원 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도록 특별 권한을 제게 주십시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레지스트 쉴드 내 도로망 건설 사업권을 제게 맡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출입 권한과 도로망 건설 사업을?”
“예.”
이세종 대통령은 잠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그는 소파 팔걸이를 어루만지며 우주를 빤히 바라보았다.
“대통령한테 대놓고 청탁을 하는건 내 또 처음 봤네.”
“무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하지만 자신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흐지부지된 레지스트 쉴드 도로망 건설 사업을 제가 맡아서 열심히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음... 당당해서 좋긴하군.”
이세종 대통령이 이어서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천하물산 소유의 건설회사가 있었나?”
“없습니다.”
“그러면서 도로망 건설 사업권을 왜 달라고 하는겐가? 혹시 누군가의 부탁으로?”
“아닙니다. 제가 조만간 건설 회사를 설립할 계획입니다.”
“자본금은?”
“지금부터 벌 생각입니다.”
이세종 대통령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자네는 전부터 농담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건이라든지, 일부다처제 법안 같은 것 말이야. 물론 하나는 사실이 되었지만.”
“확실히 자신이 있어서 드리는 말씁입니다.”
우주는 꼭 도로망 건설 사업권을 따내서 세이비어가 있는 곳까지 단숨에 연결할 생각이었다.
“당연히 못믿는건 아닐세. 자네의 엄청난 딜량이면 앞으로 수천억쯤이야 우습게 벌겠지. 다만, 신생건설회사에다가 국가기간산업인 레지스트 쉴드 내 도로망 건설 사업을 맡긴다고? 언론과 국내기업들이 가만있지 않을걸세. 누가봐도 노골적인 혜택이거든.”
“하지만 지금 도로망 건설을 맡고 있는 왕자 건설은 일에 진척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소인이 보기에 엄한곳에만 도로를 건설하며 레지스트 쉴드 중심부로 가는 것을 마치 회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을 질질끌며 혈세만 더 받아먹으려는 수작처럼 말입니다. 이제 코끼리급 사탄도 잡을 수 있고 매머드급까지 잡는 마당에 정부는 그들을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업체를 바꿀때가 된것입니다.”
“그건 꼭 그들의 의지만은 아닐게야.”
이세종 대통령은 뜻모를 말을 뱉고는 차를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소파에 등을 편히 기대며 다리를 꼬고 깍지를 꼈다.
“흐음. 그러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는게 어떤가. 자네는 지금 과욕이 앞서고 있는것 같네. 그러다 갑자기 생긴 힘이 갑자기 사라지면 어쩌려고 그러는가.”
우주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그럴 일은 한사코 없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리 확신하지?”
“이 자리에서 뭘 어떻게 보여드리기가 어렵지만, 제 느낌상으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힘이라고 확신합니다.”
지구가 일부러 자신을 만나러 오라고 준 힘이니까.
이게 우주의 생각이었다.
“그럼 말이지. 다른건 없나? 이왕이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것으로 말일세. 레지스트 쉴드의 자유로운 출입이야 내 지금이라도 당장 해줄수야 있지만, 도로망 건설 사업권의 경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커. 금세 들통나고 말게야.”
“......”
“이런건 어떠한가. 국군 MSC와 909 특임대의 전역자들을 천하물산과 연결시켜줄 수도 있어. 앞으로 자네 회사는 데바가 많이 필요할게야. 그래야 더 좋은 것을 잡을게 아닌가.”
우주는 영 신통치 않은 표정.
“......”
“아니면 이런것도 좋겠지. 세무조사를 설렁설렁해주는건 어떤가.”
“......”
“그것도 싫다면 이건? 건설 회사 말고 차라리 사무용품 회사를 설립하게. 정부기관에서 써줄테니까.”
“......”
이세종 대통령은 우주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실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중에서 마음에 드는게 없나?”
“없습니다.”
“흐음...”
이세종 대통령은 잠시 턱을 어루만지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목이 뻐근한지 뒷목에 손을 갖다대며 주물렀다.
그러다 돌연 우주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무언가 결심을 굳힌 듯 진지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 일전에 소인에게 말씀해주신것 기억하십니까?”
이세종 대통령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뭐를 말인가?”
“일전에 미라 낭자의 재판이 끝나고 나서 찾아뵈었을때였습니다.”
우주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원하는건 동업이 아니라 상호간의 실질적인 도움이라네. 각자 갖고 있는 재능을 서로 주고 받는것이란 말이지. 기독교 말로 '달란트'라고 할까. 굳이 예를 들자면 자네가 일부다처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내 도움이 절실하다고 해보게. 그리고 난 자네에게 909 울트라 프로젝트에 참가할 것을 요구했고 자네는 그걸 받아들였다고 치지. 바로 이런게 서로의 재능을 주고 받은게 아닐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고 또 그만큼 당당히 원하는 걸 받는 것. 쉽게 말해 거래라고 하지. 거래엔 선도 악도 없다네. 필요에 의해서 친구가 될 수 있고 때론 적이 될 수도 있는게야.’
우주는 심호흡을 하고 나서 힘주어 말했다.
“달란트라고 하는 것.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해도 되겠습니까?”
“달란트 말이지. 그거라면 혹시 모르겠군.”
이세종 대통령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세울 건설회사에 레지스트 쉴드 도로망 건설 사업권을 맡기면 내가 원하는걸 들어주겠단 말인가?”
“비단 도로망 사업권 뿐만 아니라 건설업과 관련된건 다 주십시오. 상가 건물을 세우거나 공장을 짓거나 철로를 개설하는 등의 건설과 관련된것은 전부 다 말입니다.”
“아하하하.”
이세종 대통령은 짧게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더니 곧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지주머니에 양손을 꽂으며 우주를 마주보았다.
“자네의 제안 받아들이겠네.”
“그럼 전 뭘 해드리면 좋으시겠습니까?”
“내 제안은 전부터 하나 뿐이었네. 무려 3년이나 걸렸지.”
“3년이나 걸릴 일이...?”
“자네가 909 울트라 프로젝트에 참가해주길 원해.”
우주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러나 무엇을 들어도 하겠다고 결심을 굳힌 이상 각오를 단단히 했다.
“좋습니다. 참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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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정 연재 쉽니다. ㅠㅠ
이야기가 산으로 안가는 본격적인 레이드물!이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