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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 쉴드-236화 (236/285)

236화

“레이드를 뛰어주면 160억원을 갚지 않아도 된단 말이오?”

{물론입니다. 우쭈 씨가 레이드만 뛰어 준다면 우리 쯔단기업은 현아 양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손을 떼지요. 정못믿으시겠다면 양쪽 변호사의 입회 하에 따로 각서를 받으셔도 좋습니다.}

“만약 레이드가 실패한다면?”

{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레이드에 실패한다면 그것은 곧 쉰우쭈 씨의 사망을 의미할테고, 영웅의 죽음을 애도하는 마음에서 현아 양을 자유롭게 풀어주도록 하겠습니다.}우주는 반신반의했지만, 류쯔단의 표정을 보아하니 진심인 것 같았다.

뒤에 있던 현아가 옷깃을 붙잡으며 말렸다.

“하지마! 절대 하지마! 그 매머드급은 보통 녀석이 아니야! 홍콩에서 잘나가던 MSC를 2팀이나 전멸시켰어! 너무 위험해!”

“그래도 160억을 갚을 수 있잖아.”

“내가 빚진 것도 아닌데 그걸 왜 갚아야 하는데! 저놈들 농간에 넘어가지마!”

현아의 말을 들어도 문제다. 무력을 쓰지 않으면 현아를 저들에게 넘겨줘야 하고, 무력을 써서 현 위기상황을 모면한다고 해도 이후부터 홍콩의 홍천회와 천하물산이 서로 안좋게 얽히는 수가 있다. 폭력조직의 원한을 산다는 것은 아무래도 찜찜하고 기분도 더럽다. 회사 직원들에게 피해가 갈까 우려도 되고.

그럴바에는 말끔하게 처리하고 확실히 끝내자고 다짐했다.

“현아야.”

“응?”

“이제부터 네 꼬인 인생의 종지부를 찍어주마. 죽을때까지 고마워 하도록 해.”

“뭐? 어쩔생각인데...?”

우주는 류쯔단을 바라봤다. 악수를 하자는 듯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짧게 심호흡을 한 뒤 그가 내민 손을 주저없이 잡았다.

“합시다. 날 그곳으로 데려가주시오.”

***

대한민국 초능력자 협회(이하 대초협)의 규정에 따르면, 한국 국적의 수라와 데바는 대초협의 허락없이 국외에서 마음대로 레이드를 뛰지 못한다. 대초협의 승인을 받고 해외 기업으로 이직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지만, 국내 기업 소속이면서 한 번이나 두 번 국외에서 짧게 레이드를 뛰려면 대초협과 MPO 코리아에 미리 신고를 하고 일주일에 걸친 심사를 받아야만했다.

“빠른 통과 감사하오.”

우주의 경우도 승인이 나길 기다려야했다. 하지만 그는 이세종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진득하게 사정을 설명했고, 다음으로 MPO 코리아 대표 고준표에게 부탁해 대초협의 승인이 단 두 시간 만에 이루어지도록 만들었다. 대통령과 MPO 코리아 대표가 나서서 대초협 회장에게 한통화씩 걸어주니 별다른 신고서 작성도 없이 통과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진 우주는 외국에서 합법적으로 레이드를 뛸 수 있게 되었다.

다음날 류쯔단의 전용 헬기를 타고 란타우섬으로 이동했다.

란타우섬은 홍콩의 서남쪽에 위치해 있으며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은 높이 934m이다. 대부분 산간지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로 인해 '홍콩의 폐' 라는 별칭이 붙어있었다.

웅장한 대자연을 담고 있던 섬은 곳곳에 불에 탄 흔적이 보였다. 무참히 파괴되어 폐허가 된 어촌마을도 있었다.

{바오쮠이 이동할때마다 주변은 무조건 쑥대밭이 되고 있지요.}헬기 착륙장은 행사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많은 취재진과 구경꾼들이 몰려와 있었다. 개중에는 현아와 왕짜이짜이, 왕짜이짜이의 부모님, 천하물산의 남직원까지 와서 헬기에서 내리는 우주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참고로 현아는 그간 도망으로 인해 레이드를 오래 쉰 까닭에 우주가 그녀의 이번 레이드 참가를 만류했다. 그녀의 몸 상태는 레이드를 뛸 만큼 완벽하지 못했다. 떨어진 실전 감각과 무거운 몸 상태로는 자신과 팀에게 위험만 가져다 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린 축구나 야구 시합을 하러 온게 아니오.”

우주의 핀잔에 순백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류쯔단이 적당히 웃으며 받아넘겼다.

{쉰우쭈 씨가 해외에서 레이드를 뛰는 것은 이번이 최초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인지 홍콩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서 보러 오겠다는데 말릴 수가 없더군요. 듣기로는 바리게이트가 무너질 정도였다고 하던데, 뭐 어쩌겠습니까. 현장이 위험해도 보고 싶다는데 보게 해줘야지. 안그랬다간 예상치 못한 사고도 날 수 있고 말이지요.}

“......”

쯔단기업의 속내가 훤히 보였다. 현아에게서 160억을 안받는 대신 우주의 레이드 참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서 방송사에게 중계권을 팔고 광고와 관람료로 돈을 벌어들일 속셈이었던 것이다.

{절 따라오시지요.}

류쯔단은 쯔단MSC 팀원들이 모여있는 야외 막사로 우주를 데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애널라이저에게 우주를 맡기고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VIP석으로 경호원들과 함께 떠났다.

우주는 애널라이져의 소개로 한 사람씩 다가가 악수를 나누며 인사했다. 류쯔단이 값비싼 실시간통역기를 맡기고 갔기에 언어는 장벽이 되지 못했다.

“반갑소, 신우주요. 직업은 스나외다.”

끙끙대며 하이테크 슈트를 입고 있던 여성에게 다가가 말하자, 그녀가 이마에 땀을 닦고 밝게 웃어보였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았으며, 마른 몸매에 활기차 보이는 인상이다.

{오, 안녕? 난 베다야. 이름은 링메이라고 해. 오늘 같이 하게되서 영광이야. 갑작스레 들어와서 우리랑 호흡이 잘 맞을진 모르겠지만 내가 힐만 착실히 주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한국에서처럼 잘할 수 있지?}

“짐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소.”

우주는 이번 매머드급 사탄의 공략도 모른다. 무작정 결정했고, 단단히 준비할 겨를도 없이 이틀만에 무작정 온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주 말고도 쯔단MSC 또한 이번 매머드급 사탄의 공략 방법을 몰랐다. 홍콩에서 세계 최초로 출몰했고, 누군가에 의해 잡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왕자위예요. 직업은 위자인데, 사실 전 스나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 아트만에너지의 성향을 처음으로 체크했을때 위자 성향을 갖고 있지 뭔가요. 만약 제가 스나였다면 아트만에너지의 수치가 지금보다는 더 높게 나왔을거라고 추측해요. 어쩌면 2백만이 나온 우쭈 씨 보다 더 높게 나왔을지도 모르져. 하지만 남들은 비교할 걸 비교하라면서 허튼 소리 하지 말고 한번만 더 그런 소릴 했다간 입을 꿰매버리겠다고 저한테 화를 내요. 전 분명히 스나였다면 잘 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거참 그 아저씨 말많네. 나도 유명인한테 소개 좀 하자구. 저리 비켜.}비실비실 해보이는 남자를 손으로 밀치고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떡하니 우주 앞에 섰다. 우람하고 두꺼운 팔과 등에서부터 목까지 올라온 용문신이 눈에 띄었다.

{서진동이요. 예전엔 조폭생활을 하다가 보수가 좋길래 이 길로 들어섰지. 직업은 탱커요. 아니 로얄가드. 듣기로는 한국이 일하는 환경도 좋고 연봉도 더 높다고 하던데, 계속 연락하고 지내면서 좋은 회사가 있으면 소개 시켜주시오. 국외로도 한 번 나가 보고 싶소이다. 한국 계집 맛도 보고 싶고.}우주는 대충 상대를 해주다 이어 다음 사람에게 걸어갔다.

문득 어떤 남성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훤칠하고 잘생겼으며 동양인이라고 보기에는 이국적으로 생긴 멋진 사내였다.

{저 분은 루이라고 합니다.}

누군가 갑자기 옆으로 다가왔다. 돌아보니 하얀 피부와 풍만한 가슴이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가죽 슈트를 입기 전인지 스포츠 브라와 스포츠 팬티를 입고 있어 S자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보는 이로 하여금 낯뜨거워지게 만드는 모습이지만, 여기 쯔단MSC는 남녀탈의실을 따로 두지 않고, 남녀가 한 장소에서 갈아입게 하는 중이었다.

{저는 천유시라고 하구요. 뵙게되서 반갑습니다 신우주 씨.}

“나도 반갑소.”

{전 팀에서 딜러를 맡고 있습니다. 위자예요.}

“아하.”

천유시는 떨어진 곳에 있던 루이를 가리켰다.

{혼혈에다가 얼굴이 미소년이라서 그런지 누구한테나 눈에 잘 띄는 사람이죠. 우리 쯔단MSC의 최고 에이스이기도 하구요.}

“저분은 딜러요?”

{네. 스나예요. 그리고 에이스 답게 장비도 범상치 않죠. 류쯔단 사장님께서 직접 챙겨주실 정도로.}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먼 곳에 있던 루이가 자신의 뒷목을 누르자, 파워드 슈트를 입는 동작도 필요없이 가죽 슈트처럼 얇은 두께의 금속이 몸 곳곳에서 물결처럼 번져나가며 다리, 몸, 팔, 머리 순으로 자동으로 착용되었다.

“허걱!”

보고 있던 우주로서는 마치 눈 뜨고 코베인 기분 마냥 신선한 충격과 맞닥뜨렸다. 기계덩어리를 입은 것이 아닌 늘씬한 갑주를 입은 것 같은 루이의 모습에서 결코 시선을 떼지 못했다.

{A급 파워드 슈트인 나노 슈트예요. 어딜가나 보기 힘든 물건이죠. 기업들 대부분이 비교적 저렴한 하이테크 슈트만 갖고 있으니까요.}

“오, 저게 나노 슈트로군. 과연...!”

나노 슈트. 하이테크 슈트의 윗 단계 모델이었으며, 그 가격은 하이테크보다 몇배나 비쌌다. MSC팀원들에게 일일이 다 입혀줬다간 기업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났다.

매머드급 사탄을 공략하기 위한 준비는 다 끝이났다.

우주는 하이테크 슈트를 착용한 채 쯔단 MSC 팀원들과 섞여 있었다.

{자, 이제 출발하겄수다!}

서진동의 신호로 47명의 쯔단 MSC 팀원들을 나눠 태운 5대의 차량이 매머드급 사탄이 있는곳으로 향했다.

수라와 데바가 반반씩 섞여있었으며 홍콩은 한국과 달리 협동레이드란 개념이 없기에 기업 단독으로 정원 50명 안팎으로 구성된 MSC를 보유했다.

마침내 매머드급 사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조금 전에도 한바탕 했는지 산사태가 난 흔적이 보이고 근처의 숲이 불타고 있어 열기가 후끈했다.

멈춰 선 차량 주변에는 수십대의 헬리캠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방송사나 쯔단기업에서 조종하는 것들이었다.

팀원들이 하나 둘씩 차에서 뛰어내리고 우주도 뒤따라 뛰어내렸다.

“저건 마치...”

먼곳을 보며 저건 삼국지의 관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왜냐하면 매머드급 사탄은 한 손에 언월도를 든 위엄있는 장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때나 볼 법한 장군복을 입은 조각상이었다. 돌로 만든 것 같은 조각상은 시간이 멈춘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위풍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굳어있었다.

사나운 인상에 호랑이 눈썹하며 수염도 덥수룩하게 난 것이 괜히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짜증이 폭발하며 손에 쥔 언월도로 산조차 두동강 낼 것처럼 보였다.

{저게 바로 바오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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