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42화 (242/285)

242화

천유시의 말이 맞았다. 서문에서 뛰쳐나온 여성은 몇시간 전 함정에 빠져 사라졌던 링 메이였다.

서진동이 그녀에게 다가갔을때, 링 메이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그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큰 충격을 받은듯한 창백한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정액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희뿌연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진동은 링 메이를 다시 만났다는 재회의 기쁨보다 그녀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끈적한 액체 때문에 순간 멍한 표정을지었다.

{아저씨 조심해! 뒤에! 뒤에!}

{!?}

링 메이의 외침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방향을 쳐다보니 서문에서 발가벗은 귀신병사 네 명이 이쪽을 향해 칼을 쳐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 잠시 앉아있어!}

서진동은 링 메이를 급히 떼어내고 서둘러 서문쪽으로 달려갔다.

달려드는 귀신병사 네 마리를 간단히 제압한 후 그는 다시 돌아왔다.

링메이는 전신에 땀을 흘린 채 바닥에 누워 호흡을 가쁘게 쉬고 있었고, 천유시가 이마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다른 팀원들은 둥글게 둘러싸서 구경중이었다.

서진동이 갑자기 팀원들에게 화를 내며 한쪽으로 비켜 서 있으라고 호통을쳤다.

{알몸봐서 뭐하게! 구경났어?}

팀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돌리며 멀찌감치 떨어졌다. 우주도 그들을 뒤따라 나섰다.

쪼그려 앉아 있던 천유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진동을 바라봤다.

{전 우주 씨랑 같이 남쪽으로 가서 뭐 입을 만한거라도 있는지 찾아올게요. 정 안되면 죽은 동료의 슈트라도 가져와서 입혀요.}{그래줄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고생 좀 해줘.}천유시는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뒤쪽에서 팀원들과 흩어져 있는 우주에게 다급히 달려갔다.

이내 그를 데리고 남문으로 향했다.

서진동은 바이저를 열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뒤 링 메이의 상체를 두 손으로 떠받쳐들었다.

그녀는 고열이 난것처럼 온몸이 뜨거웠다. 뺨이 붉게 상기 된 채로 간신히 실눈만 뜨고 있었다.

{아저씨...}

{힘들면 말 안해도돼. 어쨌든 살아돌아와서 다행이다.}서진동의 안쓰러운 눈길이 봉긋 솟아오른 가슴과 검은 수풀이 우거진 둔덕을 지나 그녀의 허벅지 안쪽으로 향하며 그곳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얀 피부에 끈적끈적 달라붙어있는 다량의 액체. 그녀가 귀신병사들에게 윤간을 당했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그는 허공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으으! 개자식들...!}

다시 링메이를 쳐다보았다.

{다른 녀석들은? 다른 녀석들은 다 죽은게야?}{나랑 같이 떨어진 녀석들은 날 구해주려다가... 윽! 으윽!}

{왜, 왜 그래?}

{배가, 배가 아퍼...!}

서진동은 즉시 그녀의 배를 쳐다보았다. 링 메이의 복부가 동그랗게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피를 튀기며 팡 하고 터졌다.

그와 동시에 괴상한 벌레들이 바이저를 열고 있던 서진동의 얼굴에 튀기면서 그의 피부에 달라붙어 살점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으악! 으아아악! 살려줘!}

벌레의 크기는 1cm도 안되었으며 단단한 껍질에 둘러쌓여있었고, 한 번 물면 놓지 않으려는 듯 입이 빨판처럼 생겼다.

사망해버린 링 메이의 몸안에서도 흉측한 벌레 수천마리가 우글우글 거리는 등 그것들이 밖으로 기어나와 팀원들이 서 있는 곳으로 우르르 잽싸게 기어갔다.

팀이 위기때마다 나서준 것은 서진동이었고, 그는 탱커였다. 그러나 그는 이미 벌레에게 갉아먹혀 육체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징그러운 벌레떼를 보자 당황한 팀원들은 반격할 생각을 않고 계속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 누구 하나 앞으로 나설 생각을 못했다. 딜러나 힐러의 몸으로 나섰다간 죽는 건 한순간이라는 생각에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뒤, 뒤로! 뒤로 계속 뛰어!}

{으아아악!}

{도망가아아!}

남문 밖으로 나가려던 우주와 천유시는 팀원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전원이 이쪽을 향해 허둥지둥 달려오고 있었다.

벌레들은 속도도 빨랐다. 달리기가 느려 뒤쳐진 팀원들을 수백마리의 벌레떼가 습격하며, 하이테크 슈트를 침으로 부식시키고 살색 피부가 나오면 곧바로 여러마리가 살속으로 파고들어 신체를 갉아먹었다.

“내 뒤로 서시오!”

우주는 천유시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의 등뒤로 잡아끌었다.

이어 남문의 좌우 벽에 꽂힌 횃불 두 개를 집어 하나는 자신이 갖고 하나는 천유시에게 건넸다. 수많은 벌레를 불에 태워서 죽일 생각이었다.

그리고 남쪽을 향해 내달리는 팀원들을 마주보며 그녀와 함께 뛰어갔다.

“소생이 탱커를 할테니 도망들가지 말고 멈추시오! 이대로 가다간 당하고만 말거요!”

우주가 당당히 그들을 지나쳐 벌레들이 오는 방향으로 뛰쳐나가자 팀원들은 서서히 걸음을 멈추고 전원 뒤돌아섰다.

엄청난 벌레떼를 보자마자 소름끼치고 징그럽다는 생각에 공격할 의지도 없이 도망만 치던 팀원들이 점차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벌레들의 공격을 대신 맞아줄 사람만 있다면 하나 두렵지도 않았다.

벌레들이 전부 우주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하자 우주는 횃불로 녀석들을 수십마리씩 태워죽였다. 또 불이 옮겨붙어 저절로 죽는 녀석들까지 생겨났다.

이에 힘을 얻은 팀원들이 저마다 벽쪽으로 달려가 횃불을 집어왔다. 덩달아 광역 공격을 가지고 있는 위자들이 아트만에너지를 사용해서 공격하자 벌레들의 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링 메이의 몸속에서 기어나온 무수한 벌레떼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을 당했다. 바닥은 마치 곡식이라도 널어놓은 것처럼 헤아릴 수 없이 벌레들의 시체가 즐비했다.

우주가 바닥을 밟으며 걷자 부스럭부스럭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어찌되었든 이번 관문도 통과.

우주는 살아남은 팀원들의 숫자를 헤아려보았다.

자신을 포함해 모두 12명. 이번 관문에서 서진동까지 사망해버렸다. 스스로 생각하길 이제 팀을 이끌 사람은 자신 아니면 천유시 뿐. 그외에는 두곽을 드러내는 팀원이 없었다.

일단 그는 벌레의 시체조차 밟기가 두려워 자신에게 다가오기를 망설이고 있던 천유시에게 다가갔다.

우선 자신은 외부인이고 팀원들을 많이 챙겨주던 천유시가 리더 역할을 맡는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되었다.

“팀을 이끌어 주시오. 남은 사람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은 오직 낭자 밖에 안보이외다.”

“워 메이 팅둥. 칭 닌 짜이 숴 이뻰.”

“음...?”

우주는 귀를 의심했다. 여태껏 잘들리던 그녀의 한국어가 갑자기 중국어로 변해서 들려왔다. 이는 실시간통역기의 이상이란걸 바로 직감했다.

허리춤에 달고 있던 주머니를 열어보자 죽은 벌레들의 시체가 우수수 떨어졌다.

달라붙은 벌레를 떼려다 자신의 몸에 횃불을 가져다 댄 적도 있어서인지 불에 그을린 자국도 있었다.

아뿔싸. 기계가 고장이 나버렸다.

우주는 고물이된 실시간통역기를 도로 주머니에 넣고 바닥에 던져버렸다.

“큰일났군.”

이제 그는 그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게됐다. 오직 손짓, 발짓, 몸짓, 눈짓으로 팀원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할 판이다.

아무튼 팀원들과 함께 다음 관문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북문으로 다가갔고, 현판에는 육포단(肉蒲團)이라고 써져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뜻이지?”

주변을 둘러보니 팀원들이 무언가 부끄럽고 뻘쭘한 기색을 내비췄고, 천유시는 자신을 향해 계속 무언가를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모르겠소...”

보다 못한 어떤 남성 팀원이 나서서 우주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천유시를 뒤돌려 세운 뒤, 상체를 조금 숙이게 하고 그녀의 엉덩이에 자신의 하체를 갖다 박는 시늉을 했다.

그것을 보고 우주의 머릿속에서 번뜩 떠오르는 것이 섹스였다.

손뼉을 탁치며 말했다.

“Sex?”

“Ok. Sex.”

남성 팀원은 손가락으로 현판을 가리키며 어설픈 영어로 말했다.

“That is... Sex novel name of Oriental China.”

우주는 그 말을 듣자 머리에 노란불이 켜지며 바로 이해했다.

“옳거니! 고대 중국의 성애 소설 제목이로군!”

섹스에 이어 떠오르는 것은 쾌락. 쾌락이라는 것은 사람의 감정과 이성을 흔들어 놓기에 적합한 최고의 무기였다.

우주는 북문 너머에 무엇이있는지 어림잡아 짐작 할 수 있었다.

“쾌락을 이용해 우리를 현혹시키겠다는 말이로군. 어림없다!”

우주는 소리를 쳐서 팀원들의 시선을 잡아끈 뒤 허공에 대고 고추를 박는 시늉을 했다.

“Sex never no! No!”

팀원들은 그의 행동을 보고 실없이 웃으면서도 대충 알아들었는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쯔단 MSC는 곧장 북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마자 그들의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은 전라의 남성과 여성들이 만들어내는 에로틱한 몸짓과 넓은 광장을 꽉 메우는 수많은 신음소리. 실로 음란하기 그지없는 충격적인 난교의 현장이었다.

머리에 비녀를 꽂은, 고대 중국인들의 머리를 한 남성들이 각자 여성을 품에 안고 다양한 체위로 쉴새없이 허리를 흔들어대느라 여념이없었다.

“이런걸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할줄이야. 실로 엄청난 광경이로다...”

우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벌써부터 가슴이 날뛰는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저히 안되겠다싶었는지 팀원들 앞에서 자신의 한쪽뺨을 딱 하고 때렸다. 헬멧을 쓰고 있기에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정신차리고 이만 갑시다 라는 의미로 한 제스쳐였다.

팀원들도 그를 따라하며 뺨을 한쪽씩 두쪽씩 딱딱 때렸다.

그리고 전원 발길을 옮겼다. 한창 달아올라있는 남녀들은 안으로 들어온 자신들을 신경쓰지 않고 오직 섹스에만 열중해있었다.

그들에게 어떠한 적대감도 있어보이지 않았기에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아울러 그들의 섹스를 방해했다간 자신들에게 공격적으로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다.

따라서 중앙으로 가로질러 가기보다는 동쪽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가장자리로 크게 우회해서 지나갔다.

하지만 그런 도중에 사방에 꽉찬 남녀의 신음소리로 인하여 우주를 포함해 남성 팀원들의 고추가 발기하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특히나 몸을 꽉 조이는 하이테크 슈트에 가로막혀 갈길을 잃은 고추가 옆으로 꺾이는 것은 운명이었다. 심하게 발기된 이들은 답답한 통증을 느낄 정도였다.

겨우겨우 위태롭게 걸어가며 북문까지 반쯤 남았을 무렵, 마침내 팀 내에 문제가 생겼다.

앞서 우주가 나서서 절대로 현혹되지 말자고 그렇게 주의를 주며 굳게 다짐을 받았건만, 쾌락의 열기로 가득찬 광장의 공기 탓인지 팀원들은 점차 걸음을 주저하며 고대 중국 남녀의 현란한 섹스를 침을 질질 흘리며 넋놓고 쳐다보거나 심지어 어떤이는 하이테크 슈트와 가죽 슈트까지 다 벗고 속옷 차림으로 직접 뛰어들기까지 했다. 그자는 섹스를 하던 남녀와 한데 어울리며 쓰리섬을 즐기기 시작했다.

“안돼! 현혹당하지 마시오! 멈추시오!”

우주 자신을 뺀 11명의 팀원들은 말려도 이제 소용없었다. 점입가경이라고. 누구 하나 같이 말려줄 생각조차 안하고 전원 하이테크 슈트를 허둥지둥 벗기에 바빴다.

그것은 천유시도 마찬가지였다. 스포츠 브라와 팬티차림으로 변한 그녀가 같은 남성 팀원의 고추를 손으로 쥐고 입에 가져다 댈려는 순간이었다.

우주가 급히 남성 팀원을 밀쳐내고 다른 남성들이 노리지 못하도록 서둘러 그녀를 어깨 위로 들쳐멨다.

“당신 마저 이러면 어쩌란 말이오! 정신차리시오 낭자!”

맞으면 정신이라도 차릴까 싶어서 스포츠 팬티를 입어 탐스러워 보이는 엉덩이를 팡팡 때려주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녀는 두 주먹으로 우주의 등을 실컷 때리며 내려달라고 바둥거렸다. 게다가 전에 없던 목소리로 앙탈까지 부렸다.

우주는 그에 아랑곳않고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일단 그녀를 북문에 있는 기둥에 묶어놓고 다른 이들도 하나씩 빼올 참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어째서 현혹에 안당했는지 짧게나마 곰곰이 생각해보었다.

“모르겠다. 그러나 한가지 말할 수 있는건, 내가 일부다처제로 살아서 그런가 더 강한 자극이라면 모를까 이런 난교 현장 따위로는 흥분이 덜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