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화
-네. 김수광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오후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측으로부터 우리 정부에 연합MSC를 파견해줄 것을 바란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세종 대통령께서 직접 거부하셨다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세종 대통령은 요청에 응하는대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는데요. 그 하나는 3년 전 서울에서 발생했던 테러에 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이고, 또 하나는 나베 총리의 퇴진입니다.
-일본 정부가 이세종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했을리 만무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발에 나섰고, 한국에 했던 요청을 철회한 뒤 중국과 러시아와 접촉해 두 국가의 연합MSC를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입니다.
-예, 이나름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속보가 들어오면 알려주십시오.
화면이 바뀌며 여성 아나운서가 나왔다. 옆자리에는 모대학의 초능력과 교수가 앉아 있었다.
-전문가를 초빙해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일본의 긴박한 상황을 두고 어째서 MPO 국제본부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것입니까? 일본의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대답으로 일관하면서 2년 전 미국 사태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인데요? 그때는 MPO 국제본부의 주도하에 세계 각국의 연합MSC가 미국으로 갔었는데 말이죠.
-에, 그거는요. 간단히 답변해드릴 수 있습니다. MPO 국제본부의 중요한 자리에 앉아계시는 분들이 대부분 한국, 중국, 러시아인이기 때문이죠.
-그게 큰 원인입니까?
-저는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세 나라는 각자 일본과 영유권 분쟁에 휘말려있습니다.
한국은 독도, 중국은 센카쿠열도, 러시아는 쿠릴열도지요. 그리고 현재 MPO 사무총장에 앉아계시는 분이 중국인 아니겠습니까? 최근 중국과 일본은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 열도로 인해 양국의 사이가 대단히 안좋았다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모두가 다 아시는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원인은 여기에 있는거죠.
-국가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30만명에 달하는 무고한 일본 국민들이 사망한 시점에서 꼭 그래야만할까요?
-물론, MPO 국제본부도 결코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겁니다. 다만 때를 기다리겠죠. 그간 일본측이 고집해오던 자존심을 버리고 한발 물러설 때를요. 급한건 일본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말을 잘듣도록 조련하겠다는 소리로도 들리는군요. 아무튼 일본 국민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우주는 대충 거기까지만 보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발걸음을 옮겼다.
***
이틀 후.
영애와 섹스를 한지 2주가 넘은 시점이었다.
그동안 혼자서 909 울트라 프로젝트 연구소를 찾던 우주는 이번에는 영애를 데리고 함께 방문했다.
검사결과 영애는 임신으로 확진을 받았다.
우주와 연화, 영애까지 세 사람 모두 들뜬 분위기였다.
“역시 제 예상이 맞았군요?”
“낭자의 능력은 뭐요? 뭔지 알겠소?”
“아, 아직 모르겠습네다.”
우주는 각성하는 방법에 관해서 다소 얼떨떨해 하는 영애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이윽고 그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을 하기 시작하더니 곧 자신의 능력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와우...!”
연화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알몸인 영애의 피부가 머리카락부터 발끝까지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은빛깔로 눈이 부셨고, 무쇠처럼 단단한 금속재질로 변해 있었다.
“이건 완전 아이언걸이네요. 마치 백금을 뒤집어쓴것 같아.”
“한번 만져봐도 되오?”
우주가 눈동자도 사라져 은백색의 차가운 조각상처럼 변한 영애에게 그렇게 물었다.
영애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동무가 내려주신 은혜입네다. 얼마든지 마음대로 하십디오.”
“그럼 잠깐 실례하겠소.”
우주는 일단 그녀의 옆구리를 노크하듯이 손등의 가운데 뼈로 툭툭 두드려보았다. 그녀의 몸은 쇠처럼 차가웠다. 그리고 매우 단단한 강철을 두드리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났다. 이어 살집을 꼬집어 보려했지만, 표면이 단단하고 매끄럽기에 군살조차 잡히지 않았다.
우주가 영애를 보며 활짝 웃었다.
“신기하오 낭자. 정말로 잘됐군.”
“대장동무가 아니었으면 내래 데바가 되지 못했을 겁네다. 태양보다 빛나는 대장동무의 은혜로운 손길이 저를 밝게 빛나게 해주셨시요. 정말로 감사합네다.”
이후 이루어진 아트만 에너지 측정에서는 우주가 매우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하이테크 슈트를 착용한 영애의 기본 아트만에너지는 12만. 그보다 우주를 크게 기쁘게 만들었던 것은 그녀가 힐러이자 버퍼인 리그베다의 성향을 가졌다는 점이었다.
천하MSC에는 힐러인 베다와 리그베다가 전혀 없었다. 그들을 영입하려면 왠간한 딜러들보다 큰 돈을 더 얹혀줘야 했다. 아무리 실력이 없는 사람도 직업이 베다나 리그베다면 기본 80억을 호가할 정도로 연봉이 높았다.
그들이 비싸다고 해도 MSC에는 꼭 없어서는 안될 직업이었기에 우주와 소민은 최근 영입할 대상을 신중히 고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영애가 리그베다가 되었다.
우주는 꽁돈이 생긴것 같고 대단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생에게 버프를 걸어줘보시오.”
“네.”
우주와 마찬가지로 군용 하이테크 슈트를 빌려입은 영애가 앞으로 한 손을 뻗자 손바닥에서 낙뢰 같은 광선이 뻗어나오며 우주의 몸을 휘감고 한순간 사라졌다.
“음?”
우주는 자신의 몸에 활력이 돋으며 한결 가벼워진 기분을 느꼈다. 양팔을 이리저리 휙휙 움직여보고 제자리에서 뛰기도 해보았다.
엄청난 빠르기였다.
몸에 속도가 붙으며 100미터를 3초에 주파할 정도로 대단히 빨라졌다.
연화가 탄성을 자아내며 말했다.
“리영애 대위의 버프 능력은 속도와 관계가 있는가보군요. 놀랍습니다. 치고 빠지기에 용이하겠어요.”
“공격속도가 빨라지는구려. 남들 한 번 때릴때 소생은 세 번을 때릴수 있을 것 같소.”
“그럼 사탄의 공략시간이 줄어들게 되서 좋겠군요.”
“그렇소. 영애 낭자가 가진 버프는 대단히 유용한 버프외다. 너무나 잘됐소.”
우주가 영애를 보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영애가 함박웃음을 짓더니 냅다 우주에게로 달려와 그를 껴안았다.
“감사합네다 대장동무!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갔습네다!”
그렇게 영애에 관한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이났고, 이번에는 우주 차례였다.
“오늘도 정액만 빼고 가면 되는거요?”
흰 가운을 입고 책상에 앉아있던 연화가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오늘은 성교를 해주셔야 될것 같습니다.”
“하겠다는 사람이 있소?”
“네, 물론이죠. 줄을 설 정도예요.”
“우리 천하물산에서 일해야 하는데도?”
“데바만 될 수 있다면야 그런건 장애가 안되죠.”
잠시 뒤 우주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닫기 전 거기까지 뒤따라온 영애가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대장동무... 너무 끌어안고 계시면 안됩네다. 할것만 하고 딱 끝내주시라요. 부족한 부분은 나중에 내 하고 가서 해결하십디오. 내래 이 입과 몸을 다하여 확실히 채워주갔습네다.”
우주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내보냈다.
두 번째가 되니 처음할때처럼 별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어두운 방안과 노르스름한 불빛에도 적응이 됐다.
우주는 입고 있던 옷을 홀딱 벗어재끼고 나서 축 늘어진 고추를 덜렁 내놓고 알몸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가만히 기다렸다.
머릿속에는 다음 일정을 구상하느라 바빴다. 영애가 리그베다가 되었겠다 코끼리급 사탄을 잡는 일정을 조금 앞당겨도 될성 싶었다.
그리고 막 신이 났다. 연봉을 비싸게 줘야하는 데바들이 거의 공짜다시피 줄지어 영입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더불어 ‘이번에 관계를 맺게되는 처자는 과연 어떤 성질의 아트만에너지를 갖게 될까? 힐러가 부족한 회사의 사정을 고려하면 가능한 베다가 좋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고 또 들었다.
“하하하.”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올 무렵 닫혀있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우주는 목욕타올만 걸친 채 방안으로 들어온 여성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모르는 사람도 아닌 다름 아닌 연화였다.
“어, 어째서...? 어째서 낭자가 들어왔소?”
“제가 들어오면 안되나요?”
긴 머리를 위로 묶은 연화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끼고 있던 안경을 책상에 벗어놓고는 우주의 곁으로 다가와 앉았다.
“이번에는 제 차례예요. 리영애 대위에게 했던것처럼 절 데바로 만들어주세요.”
그녀는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말하면서 몸에 두르고 있던 목욕타올을 스르르 벗어내렸다.
키 174cm에 육덕진 체형을 가진 연화는 키만큼 가슴과 엉덩이도 크고 풍만했다. 마치 한마리의 젖소를 보는 것 같았다.
우주는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다.
“정말로 소생과 관계를 맺을 작정이오?”
“네. 그리고 우리 사이에서 태어날 아기는 걱정 하지 마세요. 전 원래 결혼이 싫은 독신주의자이자 레즈비언이었고, 평생 혼자 살면서 대신 애는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니까요. 모자른 것 없이 애정을 듬뿍 담아 잘 키우겠습니다.”
연화는 전부터 데바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수라라면 누구나 그럴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실험자로 참가하여 어떻게 데바화가 진행되는지 연구해보고 싶은 욕심도 많았다. 영애가 데바가 된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그녀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실험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낭자는 연구때문에 바빠 우리 회사로 출근할 수 없지않소.”
“못하다니요? 할 수 있습니다. 뭣하면 각서라도 쓰고 시작할까요?”
“그것도 좋긴한데 우리 회사는 영애 낭자처럼 체력과 무술 실력이 좋아야하고 사격실력도 필요하오. 괜찮겠소?”
“제가 매일 책상에만 앉아있다고 해서 그런것들을 못한다고 생각하시면 큰 오산이죠. 저도 어엿한 군인이고 909 특임대 소속이예요. 사격과 태권도는 보통 사람을 훨씬 넘는 실력을 갖추고 있고, 요즘에는 전역 후를 대비해 레이드 기업을 천천히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어요. 스스로 MSC에 들어갈 생각을 하고 있었을 정도니 실력에 자신감이 있다는게 아닐까요?”
“호오, 몰랐소.”
우주는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소. 그리고 어찌되었든 소생에겐 잘된 것 같소이다.”
“잘되었다니요?”
“그런게, 있소.”
우주는 애당초 연화의 가슴을 쥐고 자위를 하던때부터 그녀와 몸을 섞는 상상을 한두번한게 아니었다. 그녀를 볼때마다 갈증이 났고, 애를 잘낳을것 같은 큼지막한 엉덩이로 자주 시선이 갔었다.
그런 그녀와 실험을 핑계로 합법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절호의 기회였다.
“자, 그럼 시작하겠소!”
우주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황소처럼 달려들어서 한마리의 암소 같은 연화를 상대로 왕성한 성욕을 채워나갔다.
굶주렸던 것은 연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자신의 육덕진 몸매처럼 색을 많이 밝혔다.
심지어 중간중간 우주에게 변태스러운 행위를 요구 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행위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연화가 성행위 중 너무 소리를 크게 질러 같은 건물에 있던 군인들의 항의가 쏟아질 정도였고, 나중에 우주가 떠나고 나서 청소를 맡은 여군이 방에 들어와 보니 침대의 다리가 모두 부러져 있기까지했다.
***
천하물산 본사.
영애와 함께 회사로 돌아오니 때마침 주문했던 하이테크 슈트 25벌이 도착해 있었다.
배달 차량에 수십명의 남자 직원들이 달라붙어 본사 뒷편에 마련된 군수품 창고로 옮겨나르느라 바빠보였다.
“킁킁.”
먼저 구경나와있던 료코가 이제 막 도착한 우주에게서 무언가 느껴졌는지 가슴팍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서방님 몸에서 이상하게 밤꽃 냄새가 나는것 같사옵니다만?”
“그럴리가 있어? 잘못 맡은거겠지.”
우주는 옆으로 살짝 움직이며 료코와 거리를 조금 두었다.
그런데 마침 곁으로 다가온 영애의 표정이 좋지 않다.
그녀를 본 료코가 물었다.
“넌 표정이 왜 그러느냐?”
“모르갔시요. 그냥 서운해서 울고싶습네다.”
“서운하다니? 누구한테?”
“누구긴 누구갔습네까? 저기 계신 분이디요.”
영애는 우주를 한번 흘겨보더니 이내 건물안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료코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저 계집과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우주는 하늘을 보고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전에 말했던 909 울트라 프로젝트 일로 조금 심술이 난 것 같은데, 금세 괜찮아질테니 신경 쓸것 없다. 별거 아니야. 크흠!”
이어 영애를 찾으러 간다고 말한 뒤 건물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영애가 아마 연화와 있었던 일로 삐친것 같은데 더 사고치기 전에 가서 달래줄 생각이었다.
이후 심통이 난 영애를 잘 위로해주고 나서 천하 MSC 1군팀을 한곳에 소집했다.
리그베다가 생긴 마당에 다음 레이드 일정을 서두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