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55화 (255/285)

255화

서울의 한 구치소.

출감하는 사람들이 기다리던 사람들과 만나고 우주는 출구 가까이는 가지못하고 멀짜감치 떨어져서 승용차 안에서 홀로 대기중이었다.

교도소 밖에는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자신의 얼굴을 알아본 기자들에게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고급 스럽고 세련된 단발머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각종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이 교도소 밖으로 또각또각 걸어나왔다.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우주는 그 여성이 누구인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다.

몇년 간 기르고 다녔던 머리를 단발로 싹둑 자른 그녀. 며칠 전에 본 소라였다.

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자주 면회를 가기도 했지만, 회사 일이 한껏 바빠진 최근에는 일주일에 1회로 그치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겨우 짬을 내서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이때문에 소라가 가벼운 투정을 부리기도 했지만, 회사를 위해서라고 하니 상황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한소라 씨! 출소한 기분이 어떤지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기 좀 봐주세요! 이후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천하물산 신우주 사장의 집입니까?”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소라가 밖으로 걸어나오자 취재진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때마침 가까이에서 대기하고 있던 창성이 불쑥 나타나 기자들을 물리치며 소라를 호위해서 우주가 있는 차까지 데려왔다.

차 뒷문이 열리고 소라가 좋은 향기를 퍼뜨리며 올라탔다. 지난 3년간 감옥에 있던 사람이 아닐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고급스럽고 화사했다.

뒷좌석에서 그녀를 보고만 있던 우주.

씨익 웃어보인다.

“그동안 고생 많았소.”

“고생?”

소라가 코웃음치며 미니스커트를 입은 다리를 꼬았다.

“뭐, 고생이라고 할것까지가 있나요. 아마 나보다 편하게 감옥생활을 한 사람은 단연코 없었을거야. 벽걸이TV, 침대, 양변기를 갖춘 1인실에 개인 샤워실도 있고, 한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전담 미용사와 낮시간대 헬스장 이용. 그리고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스레인지, 오븐도 갖춰진 주방까지 마음대로 오가며 옆방에 수감된 칠곤그룹 김 여사랑 밤늦게까지 수다를 떨 수 있는, 이런 수감자 본적 있나요?”

“없소이다.”

“그렇죠? 제가 특별하니까 그런거예요. 세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니까 고생을 해도 남들보다 편하게 할 수 있죠.”

우주는 여전히 콧대 높은 그녀에게 조금 혀를 내두르며 이제 막 운전석에 올라탄 유창성을 바라봤다.

“유 대표. 기자들을 뚫고 나오느라 힘들지 않았소?”

선글라스를 낀 창성이 룸미러로 우주를 쳐다보며 이를 드러내고 웃어보였다.

“간만에 힘을 좀 썼더니 배가 고프네요. 사장님, 우리 오래간만에 셋이서 점심이나 먹으러 가죠. 본부장님도 밖으로 나왔는데 이왕이면 비싸고 맛있는 것으로요.”

“좋은데 아는데 있소?”

“물론 있죠. 그럼 거기로 안내할까요?”

“그리로 갑시다.”

창성은 제네틱스가 해체된 이후에 사설경호업체 '썬가드'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었다. 아울러 1년 전에는 5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었다.

셋이 맛있게 점심을 먹고 나서 우주의 차가 주차된 곳에서 창성의 차가 멈춰섰다.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그럼 두 분. 안녕히 들어가십시오. 저도 이만 회사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오늘 고생많았소.”

“들어가보세요.”

창성이 우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신 사장님. 다음에 경호가 필요한 일이 있을때 저희 경호업체 좀 잘 부탁드립니다. 지키는 건 철통처럼 지키고 가격은 허술하게 해드릴게요.”

창성은 넉살좋게 명함을 하나 건네주고 나서 차에 올라탔다.

그는 창밖으로 한손을 흔들었다.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부아앙ㅡ

창성이 떠나고 나서 우주와 소라는 주차되어 있던 승용차에 탑승했다.

“어디로 갈거예요?”

소라가 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묻자 우주가 안전벨트를 착용하며 대답했다.

“우리집으로 갈 생각이오. 낭자를 내려 주고 소생은 회사로 가고.”

“벌써?”

차를 빼려고 뒷쪽을 바라보던 우주가 조수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벌써지. 혹시 집 말고 다른데 가고 싶은데 있소?”

“당연하죠.”

돌연 소라가 우주의 목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덮치더니 입술에 진한 키스를 퍼부었다.

식사 후라 그런지 둘 다 마늘 냄새가 심하게 났지만 상관없었다.

이윽고 소라가 입술을 떼자 우주는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초롱한 눈동자에 애절하고도 심한 갈증이 어려있었다.

“나 3년이나 감옥에 있었다구요. 그것도 여자들만 있는 감옥에서. 밖에 나오면 제일 먼저하고 싶었던 일이 뭔줄 알아요?”

그녀는 말하고 나서 입술에 묻은 침을 혀로 핥았다.

우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갸웃하며 대답했다.

“복수...?”

소라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복수라니요? 제가 복수할때가 어딨어요?”

“그럼 즈타벅스에서의 커피 한잔?”

“커피는 감옥에서도 실컷 마셨는데 왠 커피?”

“그럼 뭔데 그러오?”

“정말 몰라서 그래요? 진짜로?”

소라의 인상이 더 구겨지기 전에 우주가 픽 웃었다.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는 곧바로 시동을 걸고 ‘그곳’으로 향했다.

***

정오가 지난 시각 서울 모 유명호텔.

부드럽고 품위있어보이는 호텔방, 열대식물처럼 키가 크게 자란 화분의 식물들이 목을 꺾어 내려다보는 가운데 벌거벗은 우주와 소라가 한창 정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응! 응! 응! 아으응! 아응!”

소라는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뜨거운 기운을 연신 토해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지난 3년 간 쌓인 갈증을 원없이 해소하려는 듯 잔뜩 성이 난 우주의 고추를 아랫입으로 표독스럽게 물고서 놔줄 생각을 하질 않았다.

그건 우주도 그랬다. 얼마만에 품어보는 소라의 몸인가. 뽀얗고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에 그는 헐떡였고, 탐스럽게 출렁거리는 유방에 그의 가슴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최고야!”

“누, 누가!”

“바로 낭자지!”

우주는 그녀의 하얀 엉덩이를 더욱 세게 움켜잡은 채 전보다 깊숙이 파고들며 절정을 향해 치달아올랐다.

“크흐흐읏!”

마침내 질안에 정액을 힘껏 쏴주고 나서야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라의 몸안에 응축된 성에너지가 아직도 덜 풀렸는지 우주가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에게 달라붙어서 입으로 물고 빨고 뜯기까지하더니 고추를 다시금 빳빳하게 만들고는 자신의 몸안에 두 번 연속으로 사정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두 차례나 했음에도 그녀의 성욕은 죽기는 커녕 계속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우주는 이러다간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 최근 시도때도 없이 고추를 사용하고 다녀서 몸안에 남은 정액은 없고 다음번 사정 시에는 정액 대신 피가 나오겠다싶어 걱정된 마음에, 소라가 세 번째 시동이 걸렸을 무렵 바쁜척 책상으로 달려가서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어, 어. 김부장.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아, 내일 열기로 했소? 잘했소이다. 그럼 안, 안건도 조율할겸 내 지금 당장 회사로 들어가보리다. 기다리고 계시오.”

다시금 불타오르려던 와중에 우주가 난데없이 손길을 뿌리치고 침대밖으로 달려나가자 어리둥절했던 소라가 물었다.

“무슨 일이예요? 그런데 언제 전화벨이 울렸죠?”

그에 우주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휴대폰을 쥔 채 화장실쪽으로 걸어가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설명했다.

“무음으로 해놨었는데 액정에 불빛이 보여서 말이오. 전화가 왔으리라 짐작하고 뛰어갔소이다. 요즘 일이 바빠서 말이오. 어쨌든 소생은 잠시 장실 좀.”

철컥.

우주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잽싸게 문을 닫은 뒤 휴대폰을 재빨리 무음으로 바꿔놓고 최근통화기록을 다 지워버렸다.

시원하게 소변을 본 뒤 변기의 물을 내리고 방으로 나왔다.

침대에 옆으로 누워 있던 소라는 이불을 반쯤 덮고 유방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팔로 머리를 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왠지 따갑다.

우주는 애써 그 시선을 무시해가며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들을 주워 입기 시작했다.

“회사에 일이 생겨서 말이오. 어서 챙겨 입고 나갑시다.”

소라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하던거는요?”

“그건 나중에 집에서 이어서 하고.”

“집에선 싫거든요? 료코 그 계집애랑 강미라랑 심지어 한소민까지 있잖아. 하찮은 후궁들 앞에서 왕비인 내가 헐떡대는걸 보여주라고?”

“네 사람 더 있소.”

“누구?”

“현아하고 미소랑 유라, 현우.”

“현우? 소민이 낳은 애 말야? 그리고 현아라면 혹시 옛날에 그 신라그룹 박현아?”

“그렇소.”

“그년은 또 왜 우리집에서 살아요?”

“자세한건 차 타고 가면서 다 이야기 해주리다. 어여 옷 입으시오.”

소라가 약간 인상을 구겼다.

“난 데바로 안만들어줄거예요? 다른년들은 다 만들어 줘놓고 나만 차별대우야 뭐야. 본처는 난데.”

“오늘은 충분히 했으니까 됐소. 부족하면 앞으로 날도 많은데 뭔 걱정이오.”

“하루 빨리 임신하고 싶으니까 그러죠. 나도 초능력을 갖고 싶으니까.”

“알았으니까 얼른.”

우주가 단호하게 말하자 소라는 이내 못마땅한 얼굴로 억지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전 같으면 계속 배짱을 부렸을텐데 감옥에 있는 동안 성질이 좀 죽은 것 같았다.

좌우지간 우주가 거울을 보며 머리에 왁스를 바르는 동안 그녀가 팬티를 주워입고 브래지어를 채우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데 이렇게 서두르는 거예요?”

“코끼리급 사탄 말이오.”

“응.”

“그걸 잡아야하는데 탱커인 미라 낭자가 소생의 공격력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말이오. 레이드 도중에 사고가 날까봐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있소.”

“레이드를 못가요?”

“그렇소. 그래서 증폭석과 장비를 사줘야겠는데, 회사엔 돈이 없고 은행에 가서 대출을 한 2천억 정도 받을 생각이오. 그런데 그럴려면 주주총회를 열어서...”

“주주들의 승낙을 받아야 겠죠.”

“맞소. 역시 잘아네. 지금 그 일을 실무자랑 상의하러 가는거외다.”

“뭐야. 난 또 대단한 일인줄 알았더니 겨우 그런거였어?”

소라가 싱겁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더니 갑자기 입었던 속옷을 다시 벗기 시작했다.

우주는 의아한 표정을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뭐하는 거요?”

“한 번 더 해요.”

“뭘?”

“알면서 물어요? 섹스지.”

“그러니까 지금 주주총회 때문에...”

소라가 즉시 그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말을 막았다.

“그 돈 내가 주면 되는거 아닌가요? 2천억쯤이야 우습지.”

“......?”

이윽고 우주의 기운찬 뱀이 전에 없이 우렁찬 모습으로 그녀의 엉덩이 사이를 힘껏 파고들었다.

소라의 볼품없이 벌려진 다리가 바둥거렸다.

“하아, 하아! 조, 좋아! 이 느낌이야...!”

소라는 다시금 도래한 쾌락을 흠뻑 만끽하면서 더없는 행복감에 빠져들었다.

3년 전 소라는 우주에게 아주 진한 감동을 받은적이 있다. 검사로부터 20년 형을 구형받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려가면서까지 희생해준 그.

덕분에 그녀는 많이 감형을 받아 3년형을 선고 받을 수 있었으나 우주는 그 대가로 이미지가 끝없이 추락하면서 당시 일부 국민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이제는 그녀가 우주를 위해서 아낌없이 내줄 차례다.

다음날 새벽 2시.

경기도 양평군의 어느 한 농가.

소라의 경호원으로 일했던 창성의 친부가 농사를 짓는 마늘밭에 고즈넉한 농촌마을의 정적을 깨며 봉고차 세 대가 줄지어 멈춰섰다.

세 대의 차량에서는 검은색 복장에 검은색 모자를 쓴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 내렸다.

여성 일곱에 남성 한 명.

그 중에서 제일 앞에 서 있던 남성이 광활하게 펼쳐진 마늘밭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면서도 애써 폼을 잡으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 밭에 현금뭉치로 무려 3조원이 숨겨져 있단 말이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