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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 쉴드-256화 (256/285)

256화

3조원은 그동안 소라가 일하면서 벌어들인 재산이었으며, 그런 돈을 땅속에 묻어둔 이유는 3년 전 정부가 서울시 재건에 대한 막대한 비용을 제네틱스 일가에게 청구해서 자신의 재산마저 압류당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오래전부터 조금씩 현금화해왔던 것을 검찰에 출두하기 전 땅속에 묻어둔 것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한규만 회장과 친언니인 한소영의 재산 추적은 검찰이 쥐 잡듯이 끝까지 추적했지만, 소라의 경우에는 우주를 도와주려했고, 박찬우를 잡은 공로라도 있어서일까? 그녀가 가진 재산 중에서 국민들이 납득할정도로만 일부 압류하고 나머지는 그대로 남겨주었다. 그리고 운좋게도 땅에 묻힌 3조원도 남겨진 재산에 포함돼 있었다.

“료코는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파고, 소라 낭자는 저기서부터 여기까지, 그리고 현아는 저짝부터 저어짝까지 파고, 또...”

우주는 한 손에 삽을 들고 바쁘게 작업 지시를 내렸다.

그와 함께 이곳에 있는 여성 일곱명은 모두 그의 가족과 다름없는 여인들, 료코, 소라, 소민, 미라, 수희, 영애, 현아.

그녀들은 각자 하나씩 삽을 들고 배정된 자리로 가서 포크레인처럼 파내려갔다. 이들은 여성이기 이전에 수라나 데바였다. 보통 성인 남성보다 뛰어난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기운차게 파내려갔다.

“우, 우주야! 여기! 여기야!”

현아가 급하게 손짓을 하며 소리쳤다. 다른 곳에서 삽질을 하던 우주를 비롯해 여섯명의 여인들이 삽을 제자리에 내팽게치고 얼른 달려갔다.

사람들이 모이자 현아가 깜깜한 구덩이속을 후레쉬로 비췄다.

2m 깊이의 땅속. 투명한 비닐에 포장된 현금다발 일부분이 보였다.

구덩이를 둘러싸고 있던 우주와 여인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크게 기뻐했다.

우주는 별빛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

“됐어!”

돈이 있으면 뭔들 못할까.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우주는 그 길로 독일의 파워드 슈트 개발업체 '아마데우스'에 연락해 한 벌당 1000억원이나 하는 나노슈트 두 벌을 구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한 벌은 미라에게 주기로 했고, 다른 한 벌은 자신이 사용할 생각이었다. 참고로 국내에서 나노슈트를 개발할 수 있는 업체는 신라그룹 뿐이었고, 오성그룹은 이제 막 나노슈트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공장을 세워 생산에 돌입하려던 참이었다.

아무튼 그런 다음에는 국내 증폭석 제작업체 '퍼펙트 젬'에 의뢰해 개당 1000억원이나 하는 증폭석을 총 5개를 구매했다. 5개는 미라의 나노슈트에 풀(Full)로 장착할 예정이었다.

여담이지만 우주가 자신이 장착할 증폭석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결코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우주도 풀로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은 여유로웠다. 하지만 미라와 동등한 스펙을 만들어서는 미라에게 증폭석과 나노슈트를 사준게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니까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우주가 나노슈트에 증폭석 5개를 장착할 경우, 나노슈트(아트만 에너지 증폭 200%) + 증폭석 5개(아트만 에너지 증폭 1000%) = 1200%우주의 기본 아트만 에너지(하이테크 슈트를 장착했을시 수치) 200만 와트의 1200%는 무려 2400만 와트가 되어버린다.

2400만 와트면 지구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특히나 현재 개발된 로얄가드의 도발력과 관련된 모든 장비들은 1000만 와트 이하의 딜러들(스나, 위자)만을 감당할 수가 있었다. 1000만 와트 이상의 딜러의 존재는 여태 없었기에 과학자들은 그 이상의 장비를 만들 필요가 없었고,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 같은 높은 등급의 자원도 구할길이 없었기에 거의 포기 상태였다.

따라서 우주의 아트만 에너지 수치를 무작정 끌어올리기보다는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이번에 미라를 보면.

미라의 기본 아트만 에너지 수치 18만. 여기에 그녀가 증폭석 5개가 장착된 나노슈트를 입었을 경우 그녀의 아트만 에너지는 1200% 증가하게 되고 수치로는 216만 와트가 된다.

216만이라는 아트만 에너지 수치 외에 로얄가드의 경우에는 순(純)도발력이라는 수치가 따로 있다.

순도발력은 돌연변이 생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마법이나 물리적인 공격력이 아니었으며 돌연변이 생물을 얼마나 많이 흥분시킬 수 있냐하는 말그대로 순수한 도발 수치다.

이는 다른 직업(스나, 위자, 리그베다, 베다)이 공격이나 힐을 해서 얻는 도발력과 의미가 같으며 로얄가드의 공격력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아트만 에너지 수치에 비해 크게 낮은 대신 도발력은 꽤 높게 나온다. 이것을 정확하게 계산한 것이 순도발력 수치다.

미라의 순도발력을 계산하려면 간단하다. 그녀의 아트만 에너지 216만 와트에 2를 곱하면 된다. 순도발력의 단위는 어그로(aggro)라고 표현하며, 미라의 순도발력 수치는 432만 어그로가 된다.

여기에 추가로 로얄가드들은 전용무기와 방패를 들수 있다. 전용무기와 방패는 등급마다 두 장비의 어그로 수치가 같으며 로얄가드가 가진 어그로에 이를 더하면 로얄가드의 총 어그로 수치가 나온다.

SS등급 250만 어그로

S등급 200만 어그로

A등급 150만 어그로

B등급 100만 어그로

C등급 50만 어그로

D등급 10만 어그로

우주는 이번에 나노슈트와 증폭석을 구매하면서 미라의 전용무기와 방패도 덩달아 구매했다.

미라는 칼보다 도끼가 더 좋다고 하여 도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찾아가 도끼와 방패를 도합 1000억원에 구매했다. 로얄가드가 가진 무기와 방패가 각각 500억원 정도면 최상위 SS 등급과 최하위 D등급 사이에서 A등급인 중상위 수준이었다.

이제 여기서 미라의 순도발력 수치와 무기와 방패가 가진 각 순도발력 수치를 합산하면 그녀의 총 순도발력 수치가 나온다.

432만(파워드 슈트) + 150만(무기) + 150만(방패) = 총 732만 어그로.

미라의 총 순도발력수치는 732만 어그로다.

순도발력이 돌연변이 생물에게 주는 영향력은 딜러들이 가진 아트만 에너지 수치와 동등하게 적용할 수 있으며, 예를 들어 731만 와트를 가진 딜러는 순도발력 732만을 가진 미라가 감당해낼 수 있으나 두 수치가 같거나 그 이상을 초과한, 732만 이상의 아트만에너지를 가진 딜러는 미라가 감당해낼 수가 없다.

이처럼 우주가 나노슈트에 증폭석 5개를 전부 장착했다간 아트만 에너지 수치가 2400만이 나오게되고 순도발력 732만인 미라가 그 어마어마한 수치를 감당할 수가 없게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주가 나노슈트에 증폭석 하나만 장착한다해도 그의 아트만에너지는 총 400%가 증가하여 800만 와트가 되어버린다. 이 역시도 미라의 순도발력을 웃도는 수치가 된다.

그러므로 그는 증폭석 구매없이 나노슈트만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아트만에너지 수치를 전의 200만 와트에서 200% 증가한 400만 와트로만 타협을 보았다.

좌우지간 마늘밭에서 수거한 3조원으로 나노슈트 두 벌을 합해 2천억원에 이어 증폭석 5개에 5천억원, 더불어 미라의 도끼와 방패 1000억원 까지 합해 총 8천억원을 썼다.

소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단 하루만에 쓰고도 대인배처럼 웃어보였다. 전혀 아깝지 않다는 눈치다.

그리고 우주와 함께 미라의 도끼와 방패를 계약하고 나오는 길에 나란히 걷던 미라를 향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에게는 지난날 빚진 일이 있으니 이번에 갚은셈 치죠.”

빚졌다는 말은 즉 3년 전 미라가 소라의 지시에 따라 료코와 전지연 박사를 구출하고, 맹수를 폭파시키고, 박찬우를 포획하는 등 여러모로 협력해줬던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전용무기와 방패가 생겨서 마냥 신이 난 미라는 혼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거라면 나도 불만 없지.”

사실,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진 우주의 아트만 에너지 수치와 비교를 해서 그렇지 미라가 갖게된 순도발력 732만 어그로란 수치는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이 정도면 대기업을 넘어 초일류기업에 가서 메인 탱커를 봐도 손색이 없는 스펙이었다. 지구상에서 독보적인 공격력을 가진 우주를 제외하고 왠만한 데바는 그녀의 순도발력 수치를 넘어설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계약을 하러다니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집으로 돌아오니 뜻밖의 손님이 와있었다.

고급 외제차가 줄지어 집앞에 주차되어 있었고, 정체를 모르는 경호원들이 대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우주가 경계하는 얼굴로 물었다.

“당신들 누구요?”

팀장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앞으로 나서더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우주는 현관으로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벗다말고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눈앞에는 신라그룹 이선주 회장이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이제야 오는군.”

“장모님......”

“오늘 처음 봐놓고서 내가 어찌 자네의 장모가 될 수 있나? 회장님이라고 부르게.”

이선주가 쌀쌀맞게 대답하자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던 소민이 앞으로 나와서 끼어들었다.

“어머니. 그래도 사위예요. 따뜻하게 대해주세요.”

“넌 시끄러워. 다른데 가 있어.”

이선주 홀로 집안에 들어와있었다.

소민으로부터 대충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딸의 출산소식을 듣고 예고도 없이 무작정 손자를 만나러 왔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기저귀라든지 유모차를 비롯해 젖병, 분유, 인형, 아기이불까지 손자 선물도 거실 가득히 한보따리 사가지고 왔다.

소라, 미라, 료코, 현아가 어쩔줄 몰라하는 소민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가서 자리를 피해주는 동안, 우주는 거실에 남아 이선주와 단 둘이 차를 마셨다.

이선주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재롱을 부리는 손자가 어찌나 귀여웠던지 품에 안고 놓을 생각을 안했다. 몸소 낳은 바와 다름없이 손자랑 잠시 까꿍하고 놀아주던 그녀는 이내 마주보고 앉아서 잠자코만 있던 우주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이 참 달갑지 않다. 딸을 빼앗아 간 것에 대한 원망과 증오의 빛이 서려있었다.

그녀는 가지고 온 흰 봉투를 핸드백에서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각서 일세.”

“각서 라니요?”

“내 듣기로는 자네가 요즘 건설회사를 하나 세울 예정이라고 하더군. 앞으로 그 회사를 키우는데 시간과 돈이 들어갈게 아닌가. 내가 가진 신라건설의 지분을 모두 주겠네. 자네는 이 아이만 내게 주면 돼. 그럼 더는 바라는게 없네.”

“뭐라구요?”

우주가 눈을 크게 떴다.

이선주는 어림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

“자네는 우리 신라그룹의 피를 물려받은 이 아이를 이딴 환경에서 키울 작정인가? 내 이 집에 들어오자 마자 뒷목을 부여잡고 쓰러질뻔 했어. 어찌 사람이 이리도 발정난 짐승처럼 살 수가 있나? 뭐? 부인이 네 명?”

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진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일세. 소민이 그년은 더 미쳤고. 둘 다 제정신이 아니지. 암 제정신이 아니야.”

“사람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그건 존중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몸소 낳은 따님을 욕하지 마십시오. 제겐 너무나 소중한 사람입니다.”

“지금 나한테 가르치는 겐가?”

우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더 할 이야기 없습니다. 빨리 여기서 나가주십시오. 현우는 절대 데리고 가실 수 없습니다. ”

“......”

이선주는 잠시 그를 노려보더니 입술을 열었다.

“처음부터 쉽게 풀린다고는 생각 안했지. 그럼 이건 어떤가.”

“뭘 말입니까.”

“그간 자네가 여기서 발정난 개처럼 살았던건 내 모른척 하고 다 잊어주지. 대신 이거 하나면 되네. 소민이랑 현우랑 같이 우리집에서 살도록 하고, 천하물산도 마찬가지야. 우리 신라그룹 밑으로 들어오도록 하게.”

“제 회사를 인수하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내 밑으로 들어오면 더 큰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거야. 가능한 터치는 안할테니 자네 마음대로 이끌어가봐.”

============================ 작품 후기 ============================

갑자기 사랑과 전쟁입니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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