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59화 (259/285)

259화

“불과 두 달 사이에 천하MSC가 이 정도로 커질줄은 예상도 못했다. 게다가 김수희에 우연진이라니. 네 인맥에 자다가 놀라 자빠질뻔했어. 무슨 수로 그런 대단한 사람들을 꼬신거냐.”

우주와 현주는 양팀의 브리핑을 끝마친 후 팀원들이 출발준비를 하는 동안 잠깐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었다.

“누님도 그 두 사람과 비교해서 결코 뒤지지 않소.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여곡절 하나 없이 잘나가는 것도 나름 대단하다면 대단한거요. 내 보기에 누님은 아마 처세술에 도가 튼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오.”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렇군. 남들 다 겪는 스캔들 하나 없었고, 심지어 슬럼프도 없었던것 같아.”

“그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열심히 한다는 증거라오. 그런면에서 난 누님이 부럽소. 만인이 좋아해주지 않소이까.”

현주는 국민 누나나 다름없었다. 밝고 성실한데다 내숭 없는 털털한 이미지 덕분에 안티가 없었고, 여기에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녀를 좋아하게끔 만든 결정적인 일이 있었으니, 3년 전 서울 시가 전쟁으로 인해 폐허처럼 변했을때 재건비로 6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었다.

“난 그런거 필요없다. 그냥 너만 날 쭉 좋아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현주가 웃으면서 말하니 왠지 장난처럼 느껴졌다.

“누님을 좋아하는거야 당연한게 아니겠소.”

“정말로? 그러면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증명해봐라.”

“이것 참 심장을 꺼내 보여줄 수도 없고 어떻게 증명을 해야할지.”

“간단해.”

현주는 손등으로 우주의 하반신을 툭툭 건드렸다.

“이걸로 증명하면 된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한지 오래됐지? 지난번 레이드 뒷풀이 이후로 마지막이었으니까 한 두 달됐네. 그간 연락도 없고 요런 얄미운 녀석 같으니라구. 시집도 못간 노처녀 애태우는데 고수야 아주.”

그후 레이드가 시작되고 메인 탱커는 현주가 맡기로 했다.

데바간의 기본 아트만 에너지의 차이때문에 순도발력이야 현주((25만의 800% X 2 =400만)+400 = 800)가 미라((18만의 1200% X 2 = 432만) +300 = 732)보다 높았지만, 탱커 개인의 단단함은 하이테크 슈트를 입은 현주보다 나노슈트를 입은 미라가 단연 더 높았다.

미라의 순도발력도 사실 정상급이고, 탱커가 단단할수록 힐러들이 힐을 덜해도 되는 마당에 현주가 왜 메인탱커가 되었냐하면 오성그룹은 애당초 천하MSC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인해 분배금이 적어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천하물산의 협동레이드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주가 새로 들어온 팀원들에게 한시라도 빨리 매머드급 사탄을 잡는 경험을 쌓게 해줄 생각에 상당부분을 양보하면서 협동레이드가 성사되었다.

그 첫번째로 언론 인터뷰와 메인 탱커는 무조건 오성그룹이, 두번째로 매머드급 사탄의 사체는 감정가보다 20%싸게 오성그룹이 매입, 세번째로 분배금은 매입가를 기준으로 결정, 네번째로 오성MSC 1군, 2군, 유소년팀 각 한 번씩 총 세 번에 걸친 신우주의 강연회.

우주는 오성그룹이 내건 이 네 가지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로인해 매머드급 사탄 레이드를 앞두고 천하MSC는 그 어떤 언론과도 접촉할 수 없었고 홍보라든지 언론과의 인터뷰는 오직 오성그룹이 알아서 다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화제의 초점을 천하MSC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돌려보려고 애를 써봤으나 결국 쓸모없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주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쫓지 않았다. 욕심없이 내줄건 내주며 차분히 준비를 해나갔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천하MSC가 경험을 축적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협동레이드는 커다란 재산이 될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하나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천하MSC는 매머드급 사탄을 잡아본 경험이 겨우 단 한 번뿐이고 매머드급 사탄은 중소기업이 쉽게 넘볼 수 있는 그런 상대가 아니었다. 그동안 최첨단 장비와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상위 10대 기업끼리만 나눠먹는 달콤한 과실이었고, 이런 상황에 근본도 없는 천하물산이 갑자기 끼어든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점은 우주도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10대 기업들이 전부 급속도로 성장하는 천하물산을 경계한다는 것을.

오성그룹이야 오성MSC의 기둥이나 다름없는 현주가 중간다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지만 다른 대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했다. 일부러 천하물산을 음해하는 기사를 퍼뜨린다거나 한 방송사와 결탁해 악질적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천하물산의 태생을 예전의 제네틱스와 엮으려고까지 했고, 심지어 광고사 직원들을 매수해 천하물산의 광고에 욱일기를 은근슬쩍 집어넣거나 천하물산을 퇴직한 직원들을 꼬드겨 ‘회사를 다니던 시절 우리 사장님이 여직원들한테 성희롱이나 승진을 빌미로 성폭행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라는 거짓을 퍼뜨리는 등 천하물산을 더럽히려는 각종 음해공작까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런 노력은 더는 잃을것 없이 당당한 우주 앞에서 물거품이 되었다.

“소생이 했다고 칩시다. 그럼 소생은 이제 우리 회사에서 예쁘다 싶은 여직원들을 죄다 건든 그런 추잡한 사장이고, 천하에 개잡놈이니 이 나라에서는 더 이상 기업을 경영해 나갈 수가 없을거요. 그럼 어디 중국이나 러시아로 이민 가면 되겠소?”

우주의 능력이야 중국과 러시아가 탐내는 중이었고, 인터넷이 발달한 이 시대에 국민 전체가 그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더욱 잘알고 있었다.

여론은 신우주를 둘러싼 무성한 소문을 믿지 않았고, 그가 이민을 가겠다고 선언하자 극구 만류했다.

게다가 그의 존재만으로도 해외투자자들이 몰려들며 국익에 큰 도움이 되는 이 시점에 정부가 나서서 편을 들어주며 보호해주려고도 했다.

“모두 준비 됐습니까?”

“예!”

“그럼 갑니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태안의 한 해안가.

현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매머드급 사탄 '파라오'를 향해 달려나갔다.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왕의 황금마스크를 쓰고 있다하여 파라오라 이름붙여진 매머드급 사탄은 복장 또한 고대 이집트 시대의 것과 똑같았다.

퍽!

현주가 한대치자마자 파라오는 본능적으로 소환수들을 소환했고, 지옥에서 소환된 것만 같은 수십마리의 검은개들이 서슬퍼런 송곳니를 드러내며 현주에게 달려들었다.

마리마다 그 덩치가 황소만한 크기였다.

그때 현주의 뒤를 쫓아 달려갔던 미라가 즉시 도발력 기술을 발휘하며 지옥개들이 전부 자신을 쳐다보게끔 만들었다.

현주가 파라오를 상대하며 도발력을 쌓는 동안 미라는 구석으로 빠져서 딜러들과 같이 지옥개들을 처리했고, 천하MSC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인해 지옥개들이 순식간에 다 죽어버리자 파라오는 다시 고대의 하수인들을 땅속에서 소환해냈다.

-좋습니다! 이대로만 갑시다!

애널라이저 김토성이 모두에게 말했다.

레이드는 물흐르듯이 흘러가며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었으며 누구 하나 실수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격력 자체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보니 1페이즈에서 2페이즈로 넘어가는 시간도 대단히 짧았고, 곧 3페이즈에 돌입할 차례였다.

그런 상황에 우주는 착실히 공격을 해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심에 잠겨있었다.

이른바 여유였다.

‘여섯명의 아이가 생겼다. 그럼 두 번째 능력은? 두 번째 능력은 뭐지?’

이것저것 느껴보고 시도해봐도 평소와 별반 다를게 없었다.

과연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역시 지난번 겪었던 통증이 오질 않아서 그런가? 내가 너무 조급하게 마음을 먹은게다. 더 기다려 볼 수 밖에.’

이윽고 레이드가 끝이났다. 파라오는 최후에 거대한 스핑크스까지 불러내가며 발악을 했지만, 거의 녹아버렸다고 해도 무방할만큼 강대한 공격력 앞에서 스핑크스는 아무쓸모도 없었다.

“와! 너무 빨리 끝나니까 이상하다.”

“레이드 시간 30분 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최초나 다름없어요!”

자신들이 잡고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도그럴것이 매머드급 사탄 레이드는 그동안 평균 두 시간을 잡고 레이드를 해왔건만 겨우 30분이라니,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쉽게 잡았든 고생해서 잡았든, 어쨌든 잡았다는 뿌듯함에서 나오는 여유. 그 기쁨의 순간에는 타기업에 대한 적대감과 경쟁심 따위는 없었다.

천하MSC와 오성MSC 팀원들은 서로 수고했다며 악수를 하는가 하면 어떤이들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누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

“헉, 헉!”

질속에 들어가 있는 고추가 꿈틀거리며 정액을 발사하는 순간 현주는 견딜 수 없는 쾌감에 부르르 떨며, 저도 모르게 입을 뻐끔뻐끔 거렸다.

이어서 엄청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으으응! 하앙! 하으아앙!”

경기도 일산에 있는 현주의 아파트.

오전에 레이드를 마치고 우주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현주는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라면이라도 달라는 우주에게 다짜고짜 달려들며 한바탕 뜨거운 정사를 치뤘다.

그리고 한참동안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알몸인 채 팔베개를 하며 누워있는 우주의 몸위로 엎어져있던 현주가 그의 겨드랑이털 한가닥을 살살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너 말야. 나랑 아이 가질 생각은 없냐?”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요. 나랑 결혼하자고 하는 소리요?”

“아니. 난 평생 결혼 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아이는 갖고 싶어.”

“독신으로 살려고?”

“그래.”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거요?”

“내 눈에 차는 마땅한 사내가 없어서 말이지.”

“장난치지말고 솔직히 말해보시오. 왜 혼자 살려는게요?”

“그동안 너한테 말을 안했던게 있는데.”

현주는 그렇게 운을 떼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 차근차근 밝혔다.

20세의 나이로 일찍 결혼했던 그녀는 수라로서 레지스트 쉴드 안에서 활동하던 남편과 사별하게 되면서 여태껏 마음주는 사람도 없이 혼자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 사람을 잊기란 내겐 힘들고, 내 나이가 올해로 35살이다. 더 늦기 전에 아이를 갖고 싶어. 그런데 새로 남자를 만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게 귀찮게만 느껴지고, 연애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지겹기도 해. 또 결혼까지 하려면 앞으로 2~3년은 후딱 지나갈테고. 그때면 내 나이 37이나 38. 너무 늦다.

현주가 풍만한 젖가슴을 흔들거리며 우주의 얼굴쪽으로 기어올라왔다.

그녀가 두 눈을 마주보며 웃어보였다.

“어쨌든 아이 때문에 새로 남자를 만나긴 늦고, 그럴바에야 너라면 좋겠다 싶다. 너랑은 지겨운 연애 따위 안해도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잖아? 특히나 정자의 질도 좋고 우수할 거야. 지금 네 모습처럼.”

“하하.”

우주가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현주가 이어말했다.

“네 아이를 임신한다면 정말로 든든하고 기분이 좋을것 같다. 혹시 내가 너무 이기적이냐...?”

우주는 한박자 쉬고 말했다.

“솔직히 당황스럽기야 하지만, 이런 경우가 이제 익숙해져서 말이오.”

“그게 무슨말이야?”

“어쩌다보니 종마가 됐단 소리요. 누님이 상대를 참 잘고른 것 같소.”

“종마?”

“그런게 있소. 아무튼 누님의 생각이 그렇다면 원하는대로 해주겠소이다. 난 이제 윤리의 범주를 벗어나 해탈한 인간이나 다름없으니.”

우주는 살며시 현주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고추가 금세 단단해지면서 다시금 동굴을 찾아 나섰다.

***

집으로 돌아오니 저녁 6시였다. 거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미소와 유라가 쪼르르 달려들며 품에 안겨들었다.

두 아이를 안고 그를 보러 나온 네 명의 부인들의 뺨에도 한 명씩 뽀뽀를 해주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현아는 어디갔소?”

“3층 방에 있어요. 그런데 술이 잔뜩 취해서...”

소민이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대답했다.

“이 시간에 술을? 어디서 그렇게 마시고 왔길래?”

“혼자 사다 먹던데요? 대낮부터.”

소라가 팔짱을 낀 채로 대답했다. 옆에 서 있던 료코가 말했다.

“레이드가 끝나고 나서 다 같이 바로 집으로 왔는데, 어쩐지 현아의 안색이 좋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러더니 금세 나가서 술을 사오더군요.”

“자기는 신경쓸 것 없어요. 딜량에서 꼴찌를 해서 그런거니 어쩌겠어요? 수라인 이상 어떻게 해줄 수도 없고.”

“아, 그 이유 때문인가.”

미라가 안겨들며 그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고 했다.

우주는 살짝 입을 맞춘 후 안고 있던 아이들을 내려놓고 3층으로 올라가보았다.

현아의 방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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