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화
“어. 이게 누구야. 딸꾹. 요즘 제일 잘나간다던 그 신우주 씨네. 딸꾹. 어서 와. 으헤헤헤.”
현아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술병과 과자봉지, 과자부스러기로 어지러운 방바닥에 거의 드러누워있다시피한 자세로 입에다 소주병을 가져다대고 나발부는 중이었다.
우주는 성큼성큼 걸어들어와서 냅다 소주병을 낚아챘다.
“그만 마셔.”
현아가 간신히 상채를 일으키며 우주의 한쪽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왜 이래엥. 줘. 주란 말이야.”
“많이 마셨다.”
“나 슐 안취했눈데? 딸꾹. 더 먹구 시프니까 빠리 줘어. 지금 슐이 없으면 마음이 우울해셔 죽을 것 같댠 말이야.”
현아가 두 팔을 위로 뻗어 빼앗아보려하지만 두 발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마당에 아무소용없다.
우주는 소주병을 천장가까이 들어올린 채로 말했다.
“딜이 안나와서 그러는거냐?”
“뭐어 구런것두 있꾸. 딸꾹”
“그게 그렇게까지 너한테 힘든 고민이야? 팀은 개인이 딜만 잘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야. 여럿이 힘을 합쳐서 해나가는 거라구."”
현아가 풀린 눈으로 바보처럼 웃었다.
“으헤헤헤. 그런 뻔한 말은 나도 하겠다. 넌 맨냘 1등만 하뉘까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박횬아 너능 천하MSC의 짐이니까 빨리 나가라 나가라... 딸꾹! 박횬아. 너 때문에 천하MSC 평균 딜이 낮아진다.
박횬아. 능력이 안되면 자기의 다른 장점을 살려 그쪽으로 나가라. 항간에 홍콩에서 술따르다 왔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쪽으로 다시 돌아가보는것도 좋을...”
“그만.”
우주가 말을 끊고나서 현아는 눈물이 흘러나오는지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그러더니 울먹이며 말했다.
“내 이미지가 어쩌다 이렇게 씹창이 났는지. 예전엔 안구랬는데... 신라그룹에 있을때는 나도 잘나갔는데... 흑, 흑.”
“......”
우주는 그녀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면서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끝내 결심한 우주는 뒤로 돌아가서 방금을 잠그고 오더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럼 내가 도와줄게.”
“어떻게.”
“나랑 하면 돼.”
“하다니? 뭘?”
“대충 분위기 보면 너도 알거아냐. 다 큰 남녀가 한 방에 있으면서 문 잠그고 놀면 뻔하지.”
현아는 우주의 표정을 보고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는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얘가 갑자기 왜이래. 왜 괜스레 폼을 잡는거야? 사람 긴장되게.”
“잔말말고 침대 위로 올라와. 오늘 좀 피곤해서 잘 설지는 모르겠다만.”
“서? 서다니 뭐가 서? 서,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지?”
“그게 맞을걸? 강해지고 싶다며. 강하게 만들어줄테니까 얼른 너도 옷 벗어.”
우주가 일어서서 혁대를 풀더니, 셔츠의 버튼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현아는 정신이 번쩍 들며 침을 꿀꺽 삼켰다.
“노, 농담하지 마. 장난인거 뻔히 알지만 이건 좀 심한것 같다야. 에헤헤.”
현아는 장난이었다는 식으로 무마하려는듯 끝까지 어색한 웃음을 잃지않았다.
“장난 아니니까 빨리 침대로 올라와.”
“침대로 가면 어떻게 강해지는데. 무협영화처럼 등에다가 손바닥을 대고 내공이라도 불어넣어주는거야?”
“거 참 말이 많아.”
팬티만 입은 우주가 방바닥에 앉더니 현아의 양어깨를 끌어당기며 갑자기 키스를 했다.
현아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당황하면서도 거부하지 않았다.
취해서 일까.
그녀의 가슴속에서 욕정이 꿈틀거렸다.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 그녀가 말했다.
“너, 너. 잘 생각해. 나야 괜찮지만 넌 여기에 부인들 네 명에 애까지 셋이나 있어. 하다가 걸리면...”
“니가 신음만 작게내면 돼.”
그 말에 현아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제 포기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홍콩에서 날 구해준 은혜도 있는데 은인한테 한 번 못해주겠냐. 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하지 짜식. 괜히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핑계는 대고 말이야. 알았어 인마. 이 누님이 화끈하게 대줄테니까 안심해.”
그렇게 말하더니 방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저혼자 옷을 벗기 시작했다.
현아의 티가 벗겨지고, 핫팬츠가 벗겨지고, 브래지어와 팬티까지 다 벗고나자 우주는 냅다 그녀를 끌어안고 침대 위로 뛰어들었다.
“헤헤. 이거 정말 긴장되네. 너랑 하게 될줄은 미처 몰랐어. 그것도 마누라들 있는 너희 집에서.”
현아의 유두는 하늘로 솟아 있었다. 그 밑의 아랫배는 홀쭉했다. 가랑이 사이에 있는 음모는 무성했고, 허벅지는 조금 얇은편이었다.
“너 상당히 말랐구나.”
“164에 45야.”
“그게 뭐냐 몸무게가. 앞으로는 살 좀 쪄.”
“살찌는 거 싫어. 예쁜 옷도 안맞는단 말이야.”
우주는 누워있는 현아의 얼굴쪽으로 고추를 가져갔다.
그녀는 고추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 입안에 넣으며 빨고 핥아주었다. 따뜻한 혀가 귀두를 훑고 지나갈때마다 우주의 가슴속에는 쾌감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왔다.
“우웁, 웁. 우, 우리 이래도 되는가 모르겠어.”
현아는 고추를 맛있게 빨아주면서도 네 명의 부인들이 아직도 신경쓰여 불안한 것 같다.
우주는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보면서 가볍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다들 이미 알고 있으니깐.”
머지않아 방안에는 달콤한 신음이 울려퍼졌다.
무적 신 씨 가문의 명물을 직접 몸으로 맛본 현아는 그가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짜릿한 전율에 부르르 떨면서 헐떡거렸다.
그러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함께 절정에 다다랐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채로 지친 몸을 달래는 동안, 이마에 땀이 맺힌 현아가 침묵을 깨고 조용히 입술을 열었다.
“자?”
“아니.”
“나 말야.”
“응.”
“지금 좀 뜬금없겠지만, 2년 전에 한규만 회장 비밀별장에서 내 옷이랑 화장품하고, 신발 같은거 나온거 말야.”
“그래.”
“넌 당시에 바빠서 몰랐겠지만, 사실 그 일이 있기 전 우리 집에 어떤 사람이 침입했었어. 그것도 새벽 시간에.”
우주가 살짝 고개를 들며 그녀를 쳐다봤다.
“누군지 봤어? 검찰한테도 말했어?”
“깜깜해서 얼굴은 확실히 못봤어. 대충이라도 본걸 말했지. 가죽 슈트를 입은 여성이었어. 그런건 검찰한테 다 말했고, 그런데 하나 마음에 걸리는게 있는데 그건 괜히 생사람 잡는 것 같아서 말안했었어.”
“그 사람이 누군데?”
“오수연. 그 침입자랑 몸싸움을 했는데 얼핏 익숙한 샴푸냄새가 났었어.”
“오수연이 쓰는...?”
“응. 그 사람이 잠깐 우리 천하MSC에 들어왔을때 샴푸 뭐쓰는지 물어본적도 있고 친하게 지내봐서 대충 알아. 그때 갑자기 그 냄새가 기억나더라구.”
“너도 그녀가 벌인 짓이라고 확신하는거냐?”
“나말고 또 누가 있었어?”
“한 서방도 그랬어. 2년 전 우리공장에 불을 지른 사람이 수연 낭자 같다고...”
“그럼 그 여자인거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왜 공장에 불을 지르고, 나랑 수희 언니를 괴롭힌 걸까. 신라그룹에서 우리 회사로 잠시 임대되어 왔을때 셋이 자주 어울려다녔으면서. 무척 좋은 언니고 나름 베프라고 생각했는데. 그 언니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비루해지진 않았을거야.”
현아는 지나간 과거를 그리워 하며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우주가 딱 잘라서 말했다.
“됐다. 이젠 그만 다 잊자. 그리고 범인이 오수연인지 아닌지도 명확하게 밝혀진건 없으니 섣불리 예단도 하지 말자. 우리만 피곤해질 뿐이야. 그냥 범인이 해외로 도피했고, 한국엔 다시 안올것이라고 생각하자.”
“알았어. 니가 그렇게 하자면 뭐.”
현아는 생각을 단념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지만, 정작 우주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2년 전 그 일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수연 누님은 그때 왜 그랬을까... 참으로 복잡하도다...’
이쯤되면 그도 그녀가 모든일의 원흉이라고 단정지은 셈이었다.
***
좀 과장되게 말해서 일본은 현재 거의 망하기 일보직전이었다.
자국에서 가장 강력했던 기업들의 MSC도 다 잃은 상태에서 타이탄급 사탄을 상대로 맞설만한 힘도 남아있질 않았고 전 세계가 그들에게 등을 돌리면서 어떠한 지원도 바랄 수가 없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속에서 먼저 돌파구를 찾아나선건 일본 국민들이었다.
“(무능한 나베 내각은 전원 사퇴하라!)”
“(한국의 신우주 상을 불러오지 않는 이유가 뭐냐! 나라가 망해가는데 아직도 고집만 부릴 생각이냐! 그들이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고 한국의 신우주 상을 당장 데려와라!)”
“(독도 따위 한국에 줘버리고 신우주 상을 불러오자!)”
요즘 한창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다니는 천하MSC를 일본인들도 모를리가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딜이 높은 신우주와 세계에서 가장 탱커를 잘본다는 미국의 빌 바티스타를 데려오면 타이탄급 사탄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있었다.
심지어 일본의 민간신앙을 믿는 몇몇 종교집단은 신우주가 마치 자신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신이라고 추켜세울 정도였다.
그런 반면에 나베 내각은 신우주 만큼은 절대로 데려올 수가 없었다. 3년 전 다코오 가문과 결탁해 한국에서 테러를 일으킨 주범이나 마찬가지인 나베 내각의 주요 인사들에게 신우주는 원수나 다름없었다. 더구나 하시도루가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코오 가문은 여전히 그들의 배후에서 권력의 실세노릇을 하고 있었다.
사실 개중에서도 깨어있는 몇몇이 지금 그런게 문제냐하며 나라를 위하는 마음을 우선시하여 신우주를 데려오자고 성토하는 목소리도 나오긴 했지만, 그들을 더욱 주저하게 만들었던 것은 이세종 대통령의 완고한 의지였다. 3년 전 서울에서 행한 테러에 대한 공식 사죄와 함께 나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한 그의 제안을 일본 정부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속사정을 모르는 일본 국민들은 결국 나베 내각의 행보를 이해할 수가 없었고, 마침내 도쿄에서는 시위가 일어났다.
“(나베는 당장 할복하라!)”
“(무능력한 놈들때문에 우리가 죽는다!)”
“(일본을 이대로 망하게 할 수는 없다!)”
도쿄에서 일어난 시위는 오사카, 교토, 오키나와까지 번져나갔으며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것이 심해지면 무정부상태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생겨났다.
특히나 시위를 하는 일본 국민들 중에서 도가 지나친 소수의 사람들은 제일 먼저 일본 내 혐한을 주도하는 단체이자 극우세력 단체의 회장인 노리스케 이마코토를 찾아가 일본도로 살해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목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트위터와 유투브에 올려서 만인이 보게 만들었다.
“(여기 노리스케 이마코토의 목이있다! 한국의 신우주상은 보아라! 일본 내 혐한은 없어졌다! 우리를 구해주러 와달라!)”
해외에 사는 일본인들은 미국의 뉴욕타임스라든지 영국의 헤럴드지, 프랑스의 르몽드 등등 각각의 나라에서 유명한 신문사를 찾아가 전면광고를 실어가며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나베 정권을 향해서는 거침없는 비판을 가했다.
-우리 일본인들은 나베를 아주 싫어합니다. 나베 정권의 외교력은 세살 어린 아이보다도 못합니다. 그들의 무능력함에 자국민들은 치를 떨고 있고, 매일매일이 고통스럽습니다!
한편, 나베 정권을 지지하는 자유연합당이 곤혹을 치르며 주춤하는 틈을 타 그간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일본 내 중도그룹인 민주당이 순식간에 치고올라왔다.
그들은 친한파 인사를 미래의 총리로 내세우고 나베 내각의 총사퇴를 주장하며 국민들을 설득하는데 열을올렸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인물도 있었으니, 요시자와 그룹의 회장 요시자와 리에였다.
다코오 가문이 자유연합당의 배후였다면, 요시자와 그룹은 민주당의 배후 세력이었다.
지금이 기회다 싶은 요시자와 리에는 잔인하고도 치밀하게 다코오 가문의 실체와 자유연합당과의 관계를 언론에 낱낱이 까발렸고, 강제적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다코오 가문은 국민들의 대대적인 원성을 사며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자택과 회사 건물은 야쿠자들의 습격을 받기 시작했다.
-다코오 가문이 나베 정권의 배후세력!
-다코오 가문은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집단으로써 일본을 망하게 만든 원흉!
-다코오 가문의 주도 하에 일본은 3년 전 서울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3년 전 100여명에 달하는 자국민들의 실종 사건은 한국을 침략하고자 했던 하시도루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실종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병사로 이용당하는 것도 모른 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