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65화 (265/285)

265화

레이드에 참가한 연합MSC의 총인원은 50명.

천하MSC 25명, 신라MSC 25명으로 반반씩 동원되었으며 천하MSC의 세부 편성 인원은 탱커 2명에 딜러 20명과 힐러 2명, 버퍼 1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신라MSC는 일부러 탱커T.O를 없애고 남는 자리에 딜러를 더 추가해 딜러 20명에 힐러 3명, 버퍼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레이드 시간을 줄일겸 처음부터 극딜로 가서 빨리 나락에 빠져듭시다!

레이드 단장의 신호로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데미지미터기의 수치가 정신없이 올라갔다.

1위 신우주(천하MSC) 624,164 St. - 400만w(와트) - 증폭석 0 + 나노슈트(200% 증폭)2위 차영웅(신라MSC) 450,778 St. - 255만e(이볼브) - 증폭석 5 + 나노슈트(200% 증폭)3위 료코(천하MSC) 90,283 St. - 40만w - 증폭석 04위 우연진(천하MSC) 73,289 St. - 34만e - 증폭석 05위 이태평(신라MSC) 72,323 St. - 34만e - 증폭석 1 + 나노슈트(200% 증폭)6위 오수연(신라MSC) 65,155 St. - 30만w - 증폭석 1 + 나노슈트(200% 증폭)7위 유하나(신라MSC) 50,678 St. - 25만e - 증폭석 0,+ 나노슈트(200% 증폭)(이하 생략)

개인 딜량 1위는 단연코 우주의 것이었으나 천하와 신라로 나누어 전체 딜량을 합산하면 신라MSC가 총 딜량의 51%를 선점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천하MSC를 누르는 중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천하MSC에는 2세대 파워드 슈트를 착용하고 아트만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데바가 우주, 미라, 료코, 진혁, 수희, 영애, 소민, 연화 이렇게 8명에 신체 강화를 받은 연진까지 총 9명이었고, 수라가 16명이나 포함되어있었다. 이들은 아트만 에너지보다 위력이 한참 떨어진 개인화기를 사용해서 공격했다.

반면에 신라MSC에는 25명 중 절반이상이 데바인데다가 신체 강화를 받은 인원들까지 포함해서 전원 아트만 에너지나 이볼브 에너지를 사용할 수가 있었다.

또 천하MSC가 보유한 나노슈트는 단 두 벌인데 비해 신라MSC는 25명 전원이 나노슈트를 착용했으며 200%의 증폭 효과는 덤이었다.

이렇다보니 우주가 제 아무리 공격력이 높다고 하더라도 양팀의 전체 딜량을 가져다 놓고 서로 비교해보면 신라MSC가 결코 만만치 않은 팀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고, 신라그룹이 가진 엄청난 자금력이 세계 굴지의 팀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었다.

특히 차영웅의 경우에는 기존 가졌던 이볼브 에너지 20만에서 일본에 오기 전 목숨을 담보로 또한번 신체 강화를 시켜 5만을 추가해 25만에다가 아트만 에너지에 비해 이볼브 에너지가 위력이 낮은 것을 감안(-15%)하고도 증폭석 5개의 효과(1000%증폭)를 더해 총 255만의 이볼브 에너지를 갖게 된 상태였다.

“제법이군.”

우주는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딜량 순위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뜩이나 총딜량을 추월당한 마당에 더 안좋았던 것은 신라MSC의 우위로 양팀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딜량이 중요한게 아니다. 잡는게 중요하지.’

우주는 레이드에 임하기 전에 마음 먹었듯이 오로지 공략에만 신경쓰기로 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창에 띄웠던 데미지 미터기를 아예 꺼버렸다.

콰콰쾅!

수많은 섬광이 바쿠를 향해 빗발쳤다.

바쿠는 융단폭격을 맞으면서도 미라에게서 시선을 떼지않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앞발을 휘두르거나 꼬리를 내려치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달린 입으로 깨물려는 등 갖은 성질을 부렸다.

하지만 미라가 제때 반응하고 즉각즉각 회피하면서 매번 허사로 끝이났다.

미라의 탱킹 실력은 제법 능숙한데다 여유가 있었고, 뒤에서 바라보는 팀원들로 하여금 레이드 초반 가졌던 두려움과 긴장감을 점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레이드가 시작하고 나서 다소 달 뜬 분위기였던 팀이 안정화 되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타이탄급 사탄이란게 겨우 이 정도였어?”

하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자만하지 마십시오! 탱커님 아주 잘해주고 있습니다! 조금 있으면 녀석이 디버프를 걸겁니다! 속에서 갑자기 화가 치밀거나 하면 악을 써서라도 참으십시오!

무전기에서는 토성의 목소리에 이어 단장인 박대춘 소령의 목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들으셨지요? 디버프가 곧 시작됩니다. 전 팀원들은 절대로 흥분하지 마시고 최대한 침착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지금처럼 순조롭게 레이드를 이어나가주세요. 한 사람이라도 흥분해서 날뛰었다간 그대로 전멸이예요. 우리는 당신들을 믿습니다. 당신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인원들로만 구성된 연합MSC라는 걸 잊지마세요.

돌연 바쿠가 미라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허공을 향해 울부짖었다.

[아우오오오~]

그리고 입을 쩌억 크게 벌리더니 입안에서 보라색의 가스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바쿠는 네발로 날뛰면서 그것을 사방을 향해 흩뿌려댔다. 갑자기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가스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며 본진을 뒤덮었다.

“연기를 마시지마! 헬멧을 꼭 잠궈!”

“콜록!”

“콜록, 콜록!”

나노슈트를 입은 신라MSC야 파워드 슈트 자체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기 때문에 바깥 공기를 마시지 않아도 장시간 버틸 수 있다지만, 천하MSC의 경우에는 하이테크 슈트가 대부분인지라 바이저를 꼭 닫고 있어도 아주 작은 틈새를 통해 연기가 스물스물 새어들어왔다.

“이런! 나 마셨어!”

“나도!”

“콜록, 콜록!”

토성이 소리쳤다.

-마셔도 괜찮습니다! 진정하세요! 어차피 헬멧을 잠궈도 소용없습니다! 연기는 파워드 슈트에 닿는순간 피부로 스며들어서 몸속으로 침투하게 돼있어요!

디버프의 효과는 바로 왔다.

신라MSC 팀원 중 하나가 갑자기 옆사람을 툭 밀치며 짜증을 냈다.

“저쪽으로 거리 좀 더 벌려라. 왜 이렇게 가깝게 다가와서 딜하냐? 숨막히겠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 니가 여기서 딜 해놓고서 이 싸가지 없는 새끼가.”

둘이 한바탕 싸우려는 찰나에 차영웅이 급히 두 사람을 말리며 자신도 화가나려는 것을 꾹 참고 애써 진정시켰다.

“디버프야 디버프. 흥분들 하지 말게. 이러지 말라고 브리핑 시간에 철저히 주의를 주지 않았나. 우리는 세계 최고의 신라MSC야. 겨우 자리 싸움 때문에 레이드를 파탄낼 작정인가?”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순간 여기가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들더니 레이드 도중이란걸 잊어버렸어요! 죄송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우주 역시 싸우려는 천하MSC 팀원 두 사람을 붙잡고 적극 말리는 중이었다.

“바쿠가 의도하는대로 넘어가지 마시오. 두 사람이 싸움이 나게된건 서로에게 정말로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오. 단지 바쿠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오. 둘 다 진심이 아니란걸 알아주고 서로를 너그럽게 이해해주시오.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 동료야말로 최고의 무기란 소리도 잊지않소이까. 더구나 우리 천하MSC는 세계 최강이 아니겠소? 이런 하찮은 디버프 따위 이를 악물고 이겨냅시다. 헉, 헉...!”

우주도 치밀어오르는 화를 간신히 짓누르는 중이었다. 숨을 씩씩 거리며 왠지 힘겨워보였다.

“회장님. 저희가 잠시 미쳤던것 같아요. 이러면 안되는줄 알면서도 갑자기 울컥하는 바람에. 평소에 밉던 이 시키가 오늘따라 더 얄미워보이길래...”

“너나 잘해 인마. 어쨌거나 디버프가 정말 무섭네요. 의지와 상관없이 화가 나는데 회장님 아니었으면 큰일날뻔 했어요. 정말로 감사합니다. 회사 짤릴뻔했어요. 휴...”

그때였다.

귓가에서 갑자기 아름다운 선율의 클래식이 들려왔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2악장이었다.

느리고 애잔한 선율이 한여름 시원한 바람을 타고 머리와 가슴에 흘러들었다. 그러자 너나할것 없이 흥분해있던 팀원들이 점차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갔다.

“뭐, 뭐지? 갑자기 현자타임이 오는것 같아!”

“음악 들으면서 하니까 왠지 업되는데? 레이드 도중에 이런건 처음이야!”

“색달라서 좋아!”

음악이 좋은 것은 둘째치고 레이드 중에 음악을 듣는게 신기한지 팀원들의 입가에 저도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며 달 뜬 아이처럼 신이난 듯 해보였다.

우주는 무전기에 대고 박대춘 소령에게 물었다.

“이건 그쪽에서 준비한거요?”

그가 곧 대답했다.

-여기 신라쪽 애널라이저 한은정 씨와 천하쪽 애널라이저 김토성 씨가 오늘 아침에 클래식을 틀어보는게 어떻겠냐며 제안을 하길래 한번 틀어보았습니다. 어떤지요. 마음에 드십니까?

우주는 정신을 차리고 딜을 재개하는 팀원들을 둘러보며 미소지었다.

“효과가 있어보이는 구려. 탁월한 선택이었소.”

그러나 간신히 화를 가라앉힌 팀원들 속에서 유독 한 사람만은 여전히 화가난 듯 해보였다.

‘신우주...!’

수연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며 우주를 향해 눈에 불을 켜고 이를 갈고 있었으니, 그녀의 가슴은 흥분으로 미친듯이 날뛰었다.

하지만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저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노려보기만 했다.

‘이 배신자! 오늘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줄 알아! 나랑 같이 죽어!’

좌우간 팀이 안정을 되찾으며 바쿠를 향한 공격이 다시금 불타올랐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바쿠는 나락을 시전했다.

연합MSC 팀원들은 어지러운 증상을 느끼며 한순간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

눈을 깜빡이고 나니 어느새 일본풍으로 지어진 집들이 늘어서 있는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밝은 햇살이 비치는 거리에는 표정없는 사람들이 고대 일본의 복장을 입고 오가는 중이었다.

“여, 여기가 어디지?”

“옛날 일본 같은데? 사람들 복장과 집모양을 보니.”

“어, 어떻게 여기로 온거야? 말도 안돼.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온것 같아.”

“사람들 생김새를 보아하니 웃음기도 하나 없고, 마치 일본 요괴라도 나올것 같은 분위기네. 일본 만화책에 왜 목길다란 여자 요괴 있잖아. 그런거.”

일찍이 나락에 대한 경험이 있던 신라MSC 팀원들과는 달리 천하MSC 팀원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솟구쳤다.

그에 우주는 가급적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침착한 표정으로 입술을 열었다.

“브리핑때 말했듯이 여기가 나락이라는 곳이오. 임무를 하나씩 수행해나가다보면 끝이 보일테니 너무 걱정들 마시오. 소생을 잘따라오기만 한다면 무난하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외다. 그리고 나락을 탈출하게되면 바쿠도 순식간에 쓰러질테니 거의 다왔다고 생각하시고 힘들 냅시다.”

천하MSC 팀원 중 하나가 손을 들며 말했다.

“그런데 나락에 빠져도 바쿠의 디버프는 유지되는건가요?”

“내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러리라 생각하오. 흥분했을때의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걸 보니.”

이어서 우주는 팀원들의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서 천하MSC만의 구호를 외쳤다.

“자, 함께 외쳐봅시다. 천하! 천하! 천하! 디스 이즈 천하!”

팀원들이 주먹을 쥐고 함께 목청을 힘껏 드높이며 따라외쳤다.

“워어어어워~ 일당백 천하! 아자! 아자! 화이팅!”

이에 옆에 몰려 서 있던 신라MSC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더 크게 하며 자신들만의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무적~ 최고의 플레이~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신라!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신라!”

우주와 차영웅은 서로 만나 다음 할 일을 의논했다.

그러는 동안 양쪽의 팀원들은 저마다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마을 밖에서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거리를 오가는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보이질 않는 것인지 이렇다할 반응이 없었다.

“혹시 우리가 안보이나?”

“글쎄?”

팀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우주와 차영웅은 이야기를 끝마쳤다.

그들은 일단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기로 했다.

“지금부터 마을 안을 수색해볼 생각이외다! 절대로 무리에서 떨어지지 말고 다 같이 다니도록 하시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적대감을 보이지 않는다면 가급적 건들지 말길 바라오! 나락에서는 자신이 가진 아트만 에너지를 최대한 아껴가는 것이 중요하외다!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모두들 이점 숙지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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