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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트 쉴드-268화 (268/285)

268화

미라가 곧 안정을 되찾으면서 공격은 순조롭게 이어졌고, 여유가 생기다보니 우주의 머릿속에는 다시금 근심이 가득 찼다.

나락에 빠졌을때 생긴 분란이 어정쩡하게 수습된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조금 전 나락에서의 상황을 떠올렸다.

“신라놈들이 개구라치는게 분명합니다! 동식이는 절대 그럴놈이 아니예요!”

“오수연이 혼자서 온것부터가 이상하지 않아요? 일부러 꼬투리를 잡을 생각에 벌인 짓이라구요!”

천하MSC 팀원들은 각자 분노를 표출하며 신라MSC를 향해 욕설을 내뱉는 등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다들 시끄럽소!”

우주 역시 화가 나고 흥분한 건 마찬가지였으나 그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팀원들한테 호통을 쳤다.

“주먹부터 나가지 말고 머리로 생각들을 하시오!”

회장이 큰소리치면 직원들로서는 일단 기죽고 봐야한다.

이곳저곳에서 시끄러웠던 소리가 한순간 싹 사라지자 우주는 모두를 둘러보면서 점잖게 타일렀다.

“내가 찾아가서 다 따져줄테니 일단 이성부터 찾고 봅시다.”

자신은 리더다. 이 자리에서 누구보다 이성적이여야했고, 침착함을 유지해야만 했다.

혈기를 앞세워 성질머리 닿는대로 움직였다간, 연합MSC가 분열되는 것을 방치했다간, 모두 망한다. 레이드는 실패로 돌아가고 양팀이 전멸하거나 생존한다치더라도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국민들을 볼 낯이 없어진다.

“나도 그대들의 심정을 알고 있소!”

쉬쉬하며 대충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잘잘못은 확실히 가릴 생각이었고, 그 가운데 우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이쪽에서 일방적으로 행한 범죄라고 하기에는 정황상 애매한 구석이 다소 엿보였고, 무엇보다 오수연과 관련된 일이다보니 지난날 자신 또한 그녀에게 당했던 악몽을 생각하면 더더욱 한동식만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분명 구린게 있다!’

하지만 다짜고짜 따지기보다는 일단 정황을 정확히 캐물어 본 뒤 수연에게 가서 논리적으로 따질 수 있도록 충분한 조사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가능한 모든 증거를 수집해 신라MSC 팀원들이 자신이 하는 말을 듣고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정도의 반박 불가능한 팩트를 제시할 수 있어야만 했다. 그것만이 연합MSC의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항의는 그 다음에 해도 된다.

“내 두 눈을 보고 똑바로 이야기 해보시오. 정말로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지려 한 것이 맞소?”

“예, 정말입니다...”

한동식은 자신이 벌인 짓을 후회하고 반성하는지 풀이 죽어있었다.

“솔직히 저도, 그짓을 안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던건 아니었지만 먼저 입밖으로 꺼낸건 수연이였어요. 같이 걸어 가는데 그 기집애가 갑자기 창고에 들렸다 가자고 해서.”

“그때의 상황이 하이테크 슈트에 모두 녹화되었소? 음성이라든지.”

모든 파워드 슈트에는 동영상 자동 촬영 기능이 있다. 이는 기업의 중요자료로 쓰인다.

한동식은 고개를 떨구더니 힘없이 저었다.

“그년이 이렇게 나올줄 모르고 제가 미리 꺼버렸습니다...”

“후...”

우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희가 끼어들었다.

“창고로 들어간 뒤 행위는 어디까지 이루어졌죠?”

수희는 지금 수연을 몰아세울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에 누구보다도 더욱 눈빛이 빛났다.

“우리가 제대로 반박하기 위해서라도 자세한 정황을 알아야 하니 부끄럽더라도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보세요.”

한동식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뭐... 그... 입 맞추고, 가슴 애무하고, 삽입까지는 못했습니다. 삽입하려는 순간에 그년이 돌연 소리를 질렀거든요. 꺄아아 하고.”

“보니까 꽃뱀이네. 그런데 뭘 노리고 꽃뱀짓을했을까. 동식 씨 돈이 많나봐?”

연진이 남일 대하듯 피식 웃으며 물었다.

동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시다시피 전 수라입니다. 돈은 많지 않습니다.”

“그럼 대체 무엇을 노리고...”

수희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현아가 복잡하다는 듯이 머리를 북북 긁으며 우주에게 다가와 말했다.

“아, 이런거 다 복잡해. 우주 니가 그냥 차영웅한테 가서 오수연이랑 이 사람이랑 대질신문시켜봐. 둘 중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건지 표정 보면 알거 아냐.”

“그럴려고. 그런데 지금 차 대장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중이라서 말이지. 분위기로 미루어보아 차 대장도 어느 한쪽을 편들기 보단 이 상황을 균형있게 바라보려는 것 같다. 왠지 말이 통할 것 같고, 저쪽 일이 끝나고 나면 가서 의논해볼 참이야.”

“아무리 그래도 차영웅도 우릴 의심하는거 아니야? 팔은 안으로 굽는다잖아.”

“나락에 빠지면서 여러가지를 상의할 기회가 많았는데, 아무리 복제가 됐다지만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판단력과 남의 의견을 수용할줄 아는 포용력이 돋보이는게 성격은 여전하더군. 안심해도 좋을 것 같다.”

우주는 말을 마치고 나서 조금 먼 곳에 집합해있는 신라MSC를 막연히 쳐다보며 골똘히 생각을 했다.

‘수연 누님은 어째서 분란을 조장하려 한것일까? 그녀가 얻는 것이 무엇이 있다고? 아니다. 그 전에 한동식의 말도 섣불리 신뢰를 해서는 아니된다.

지금 상황에 누구의 말도 믿을 수 없어. 일단 대면을 시켜서 표정 하나하나를 세세히 읽어볼 수 밖에. 가만. 그러고보니 사람 심리를 읽는건 미라 낭자가 잘하겠군. 사기꾼의 거짓말은 사기꾼이 잘 안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이야.’

미라가 꼭 사기꾼이라는 뜻이 아니었고, 예전에 찬우가 하나를 좋아하고 하나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알려줬던 기억을 되살려 그녀가 어쩌면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할지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우주 본인의 생각말고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하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또 어디갔나 우리 미라 부인은.”

우주는 즉시 미라를 찾을 생각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미라는 팀에서 떨어진 채 먼곳에서 홀로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불을 지르고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을 보며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대단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 저깄군.”

우주는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하며 크게 불렀다.

“미라 낭자!”

“왜요 자기?”

그런데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천하MSC와 신라MSC 간에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려던 찰나에 아쉽게도 나락에서 강제로 벗어나버렸다.

다시 현재.

눈앞의 바쿠는 여전히 미라를 쳐다보고 있었고, 우주는 매듭을 짓지 못한 기억에 쓴 맛을 다셨다.

‘나락에서 조금만 더 늦게 나왔더라면...!’

계속 공격을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천하MSC와 신라MSC 팀원들 간의 적대감은 극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딜러들은 일부러 상대팀의 딜러가 공격을 못하도록 중간에 밀치는가 하면 뒤쪽의 힐러들은 바쿠가 광역 공격을 시전할때마다 상대팀에게 힐을 주지 않고 오직 자기 팀원만 챙기는 현실이 빤히 보였다.

‘이러다간 다 같이 죽겠어! 어떻게 해서든 분열을 막고 다시 결집을 시켜야 해!’

우주는 답답한 나머지 소리를 쳤다.

“천하MSC든 신라MSC든 지금은 다 한가족이요! 바쿠의 디버프 때문에 상대가 미워보이는 것 뿐이니 모두 슬기롭게 이겨냅시다!”

쓸모없었다.

양쪽 팀원들은 일제히 우주가 교과서적인 말만 지루하게 읊어대고 있다고 여겼다. 수연과 한동식의 일로 도화선이 타오른 이 시점에서 팀원 전원에게 우주의 목소리는 잔소리로만 들릴뿐이었다.

‘가뜩이나 열이 오른 가운데 바쿠의 디버프가 더욱 분노를 부추기고 있으니 이것 참 방법이 없군!’

우주는 꺼놓았던 데미지 미터기를 디스플레이 창에 띄웠다.

개인 딜량은 자신이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전체 딜량에서 신라MSC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고 48% 대 52%.

게다가 지고 있는 마당에 천하MSC 팀원 두 사람이 나락에서 사망했다. 레이드가 성공적으로 끝난다면야 그들을 모두 살려낼 수 있기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지만 전체 딜량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은 이제 이쯤에서 접어둬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이었다.

난데없이 시야가 흔들리더니 팀 전체가 다시 나락에 빠졌다.

“어어어?!”

A공간.

우주가 정신을 차렸을땐 어느 깊은 산속에 자신과 차영웅 단 둘뿐이었다.

차영웅이 햇살이 비치는 울창한 숲을 둘러보며 말했다.

“두 번째 나락이라니 말도 안되는군. 타이탄급 사탄이라서 그런가?”

“그보다 다른 팀원들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감잡히는게 있소?”

“모르지. 이제부터 찾아봐야하는건가 보네.”

두 사람은 지체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등산을 하기보다는 하산을 택했고, 길은 조금 가파른 지형이지만 나노슈트를 입은 이상 문제될것이 없었다.

걷기가 귀찮아지면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로가 첫번째 나락에서의 아쉬움을 토로할 시간도 생겨났다.

“이 문제는 말이야. 매우 냉정하게 봐야 하네.”

“냉정하게 보고 있소.”

“그게 아니라 난 이럴 계획이었어. 수연이와 그 한동식이란 사내를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릎꿇혀 놓고 둘 다 죽일 생각이었어. 양측 다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있거든. 모두를 납득시킬 시간도 없는 마당에 깔끔한 결정이라고 보네. 부족한 딜이야 자네와 내가 채워넣으면 되고.”

차영웅이 말한 공개 처형에 대해서 우주는 그리 놀랍지도 않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디버프로 인해 통제가 안되는 상황에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은근히 들정도였다.

무덤덤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차 대장도 수연 낭자를 의심하고 있다는거요?”

“노코멘트로 해두지.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우리 팀원이고 행여라도 나중에 문제될 말은 자제하고 싶군.”

“이해하외다.”

우주는 물어보는 것을 관두기로 했다.

그러다 마음속에서 불현듯 떠오른 걱정거리를 풀어놓았다.

“우리야 어느정도 의견을 일치시켰다지만, 양팀의 팀원들 개개인의 생각은 그렇지 않소. 그들은 현재 흥분한 상태인데다가 서로가 우리처럼 이런식으로 마주했다간 커다란 불상사가 발생할지도 모르오.”

“나도 그 생각을 해봤네. 그런데 이 자리에 없는 이상 손을 쓸 방법이 없다고 밖에 할 말이 없군. 운에 맡길 뿐이야.”

양팀간에 분란이 일어났다간 그대로 전력손실이 생겨버린다. 공략 인원이 줄어들수록 레이드는 어려워진다.

사망인원이 늘어남에 따라 난이도 또한 그에 비례해서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빌어먹을.”

우주는 산길을 내려가다 분한듯 나무를 쳤다. 허벅지만한 두께의 나무기둥이 우직끈 부러지며 넘어갔다.

차영웅이 먼 곳을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말이야. 지금 이 상황은 바쿠가 의도하는 것일 수도 있어. 녀석이 만드는 나락은 희노애락 중에서 분노를 상징하는게지. 우리 팀원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걸 바라는거야.”

이어서 산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덧붙였다.

“저쪽에 외딴집이 하나 보이는군.”

숲속에 집이 한 채 지어져 있었고,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보나마나 요물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무언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가봅시다.”

두 사람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

B공간.

연화와 진혁이 정신을 차렸을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었다.

주변에는 자갈이 많았다. 시간은 한밤중이었으며 그곳엔 두 사람 말고도 신라MSC 팀원 네 사람이 더 있었다.

모두가 헬멧을 쓴 채 오로지 야간투시경과 식별센서에만 의존해서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난 오수연이라고 해요. 이 계통에서 14년 가까이 종사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보네요. 천하그룹에 입사한지 얼마 안됐나보죠?”

수연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 표정이 너무도 해맑기에 연화와 진혁은 그녀가 앞서 큰 일을 당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한 배를 탔다는 생각에 금세 의심을 접고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악수를 나누었다.

연화가 말했다.

“들어온지는 아직 한달도 채 안됐습니다.”

진혁이 말했다.

“전 이제 두 달째 되어 갑니다 선배님.”

“역시 신입들이시구나. 아, 그리고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아까일로 우리 팀원들이 천하MSC에 반감이 생긴 것 같아서 제가 가서 설득 좀 하고 오겠습니다.”

“예, 그러세요.”

“넵.”

수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과 조금 멀리 떨어져 있던 신라MSC 팀원 세 사람에게 다가가 작게 말했다.

“나 정말 천하MSC놈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어. 레이드 중에 겁탈을 당할 줄이야 너무 부끄럽고 창피해서 죽고싶을 정도야. 이 기회에 너희들도 같이 복수해줄거지? 응? 흑흑...”

가녀리게 흐느껴 우는척 하자 같은 팀원 세 사람이 주먹을 쥐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맡겨둬 씨발.”

“수연 씨 걱정하지 마. 우리가 다 할게. 자긴 여기 남아서 마음이나 잘 추스려.”

“나중에 누가 뭐라하면 괴물이 죽였다고 하면 되는거야. 그러니까 안심하고 다 죽여버리자구.”

그들은 지나친 흥분으로 인해서 나락에서 죽더라도 바쿠 공략에만 성공하면 전원 살아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룰도 잊은 채 오직 복수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신라MSC 세 사람은 태연한 척 연화와 진혁에게 다가가더니, 개중에서 한 사내가 친근하게 말을 걸며 진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까 양팀이 서로 헐뜯고 분위기 안좋고 좀 그랬는데, 우린 그러지 말고 잘해봅시다. 보아하니 여기 우리 밖에 없고, 우리 여섯 사람이 힘을 합해서 탈출방법을 찾는게 급선무인것 같소.”

“넵. 그렇게 말해주셔서 감사...!”

“에헤, 병신! 감사는 무슨!”

진혁이 악수를 할 생각에 손을 맞잡는 순간, 사내가 손을 확 끌어당기더니 팔뚝으로 진혁의 목을 강하게 조르고 나노슈트의 출력을 단숨에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헬멧을 강제로 뜯어냈다.

“커헉! 컥!”

“꺄아아악!”

연화는 진혁이 그대로 질식사하는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다른 두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넘어진 그녀를 향해 낙뢰 같은 아트만 에너지를 난사했다.

“통구이다 이년아!”

파바밧! 지직!

지지직!

“꺄악!”

연화를 향해 무자비한 공격을 가하는 가운데 진혁을 죽인 사내가 뒤에서 소리쳤다.

“야이 미친놈들아! 죽일거면 그 전에 따먹고 죽여야지! 우리도 복수해야 될거 아냐!”

“어휴 이미 쐈는데! 에이, 됐어! 어엇?”

“컥!”

연화는 이대로 죽는가 싶었지만 그녀는 힐러다. 순간 기지를 발휘해 자신을 공격하는 두 사람을 밀쳐낸 뒤 스스로에게 힐을 시전하면서 허겁지겁 산속으로 도망가버렸다.

하지만 멀리 못갔을 즈음 그 앞길을 수연이 가로막고 있었으니, 어둠속에서 등장한 그녀는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내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이대로 나한테 죽을래 아니면 쟤들한테 붙잡혀서 강간 당해서 죽을래?”

“하아, 하아, 하아...!”

막다른 길에 몰린 연화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봤다.

사내 세 명이 '야 이 씨발년아 거기 서!' 하면서 그녀를 뒤쫓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화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했다. 그러나 그녀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도 전에 연가시가 귀뚜라미의 뇌를 조종해 익사시키는 것처럼 애당초 걸려있던 디버프가 먼저 작용하면서 그녀의 뇌에 명령했다.

“크읏...!”

주르륵.

입술에서 선명하게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연화는 분통이 터진나머지 홧김에 혀를 깨물고 자살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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