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78화 (278/285)

278화

복제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차영웅의 난동 사건 이후로 복제인간에 대한 감시가 보다 철저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었고, 대표적으로 태평은 다른 범죄 사실이 알려져 그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게 되었으며 천하그룹의 연진은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계속 일을 할 수는 있었으나 그 밖에 다른 시간에는 여론이 잠잠해질때까지 그저 자택에서만 조용히 머물러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신라그룹 본사 앞에는 취재진들이 매일 같이 들끓었다.

출근하는 이선주 회장을 붙잡고 한마디라도 들을 생각에 길을 막아서기도 했다.

“이선주 회장님! 회장님과 관련된 일련의 소문들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신라그룹이 복제인간 관리에 허술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디가 문제였다고 보십니까!”

취재진들이 곁에 붙어 수많은 질문을 던졌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녀가 눈짓을 하자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취재진들을 강제로 밀쳐냈다.

이어 발걸음을 뗀 그녀는 본사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검찰은 이날 오후 신라그룹 본사와 로봇연구소, 임직원 자택을 포함해 5~6곳에 검사와 수사관 수십명을 보내 복제인간 관리 실태에 관한 보고서, 샥스핀 제조 당시 불법적으로 타기업의 기술을 훔쳤는지에 대한 관련 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각종 내부 문건 등을 확보했다.

또 신라그룹 압수수색 대상에는 지난날 천하물산 가공 공장을 불태운 혐의를 받고 있는 수연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 와중에 그녀가 2년 전, 금지 약물을 차영웅과 이태평에 의해 강제로 복용당했다는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는 분명 앞으로 있을 재판 과정에서 그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한편, 하나는 신라그룹과의 재계약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그녀는 고심끝에 은퇴를 결심했으며 이렇다할 은퇴식도 없이 조용히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쓸쓸이 회사를 나오고 난 뒤, 며칠을 집에만 갇혀 있던 그녀.

어느날 문득 초인종이 울렸다.

신라그룹으로 이직한 이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연락을 다 끊고 살던 그녀로서는 누군가의 방문이 의아한 일이었다.

혹시나 기자일까 싶어 무시할 생각에 인터폰을 꺼버리려는 찰나 화면을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무심코 문을 열고 말았다.

“다시 만나고 싶었소.”

문밖에는 꽃다발을 한가득 품에 안은 우주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활짝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하나는 놀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표정도 아닌 그저 무표정인 채로 물었다.

“저를요?”

“그렇소. 나락에서 낭자가 사망했을 당시 스스로 맹세한게 있소이다. 그것을 지키러 왔소.”

“무슨 맹세이길래.”

“낭자를 꼭 행복하게 해주겠노라고.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주겠노라고. 내 꼭 다짐했소이다.”

“제게 왜...?”

“그야 낭자를 사랑하니까.”

하나의 말투로 보아 다소 얼떨떨 한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표정으로 극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우주는 화창한 봄 날씨보다 맑은 미소로 말했다.

“부디 내 마음을 받아주시오 낭자. 항상 그대 곁에 있고 싶소.”

우주가 두 손으로 정중하게 꽃다발을 내밀자 하나는 잠시 꽃다발을 쳐다보며 머뭇거리더니 이윽고 받아주었다.

그녀는 어떠한 감정 변화도 없이 평범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요?”

“그렇소. 받아줘서 고맙소.”

우주는 활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우주는 그녀의 집안으로 들어섰고, 두 사람은 하루를 함께 보내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날 부터 시작된 우주의 방문은 하나도 모르게 쌓여있던 마음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갔으며 어느새 둘은 성관계를 갖는 깊은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이제 누워보시오.”

고추에는 러브젤이 듬뿍 발라져 있어 매끄럽고 윤기가 흘러넘쳤다. 하나에게서 애액이 잘나오질 않아 생각한 강구책이었다.

“넣겠소.”

“네.”

우주는 알몸이 된 하나가 침대에 눕자 그녀의 배위로 올라가서 본격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추를 깊숙이 박을때마다 위 아래로 흔들리는 그녀의 젖가슴이 흥분을 부채질했다.

그렇게 맹목적으로 쾌락을 쫓던 도중에 하나의 다리가 우주의 허리를 감고는 꽉 조여왔다.

“이렇게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지나요?”

“헉, 헉! 최고요! 더 조여주시오! 날 놓치기 싫다는 듯이! 소생이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것처럼!”

“알겠어요.”

하나는 보통 여성들과는 달리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표정의 변화도 없었으며 뻣뻣한 목석 같았다.

그저 단순히 우주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 즐겁지도 않은 성행위를 일부러 하는 것 같았다.

그런 무표정한 얼굴과 부자연스러운 몸놀림을 보고 있으면 튼튼하게 발기됐던 고추가 금세 죽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성행위 중 그녀가 툭 던지듯 내뱉는 말로 인해 달아오른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하는 동안 전 잠시 눈 좀 붙일게요. 다 끝나면 깨워주세요.”

“뭐, 뭐요?”

“전 아무 느낌도 없으니 자도 되잖아요. 어차피 몸만 대주고 있으면 되니까.”

“그래도 자면 안되, 아... 그 말때문에 또 고추가 작아졌소...”

그럴때면 우주는 어김없이 축 늘어진 고추를 다시금 빳빳하게 세우려 최선을 다했다.

하나의 입속에 넣고 오랄을 부탁했다. 그녀가 고추를 물고 몇 번 빨아주고 나면 언제그랬냐는듯이 발딱 잘섰다.

하나가 섹스를 재미없게 하는 이유야 빤히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성적 매력을 못느껴서가 아니라 몇년 전 받은 신체 개조 수술로 인해 모든 감각기관이 마비된 상태라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우주는 그걸 알기에 그녀의 마비된 감각을 되살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죽어있는 감각기관을 자극시킬 수 있는 성행위도 그 일환중 하나였다. 심장이 멈춘 사람에게 전기충격요법을 가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루이틀 해서 될일은 아니었다. 만날때마다 성관계를 가졌다.

우주는 매번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 반응 등을 세심히 살폈다.

“이번에는 엎드린 상태로 엉덩이를 내밀어 보시오. 뒤에서 공략하겠소이다.”

“이렇게요?”

침대 위에서 네 발로 엎드린 하나가 탐스럽고 뽀얀 엉덩이를 고추에 살짝 갖다댔다.

우주는 기분좋은 감촉을 느끼며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좋소, 아주 잘했소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단단하게 우뚝 솟은 고추가 순식간에 질안으로 파고들었다.

우주는 두 눈을 감고 쾌감을 느끼며 물었다.

“아...! 낭자는 어떠오? 기분 좋소?”

보통 이런 순간이면 여성이 '하앙, 하앙~' 하고 신음을 내지르는 것이 정상인데 하나는 졸린지 하품을 했다.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

“기분 좋네요.”

우주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늘 감정없는 로봇처럼 딱딱한 반응을 보였고,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절로 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더욱이 사정이 끝난 뒤에 늘 혼자만 땀을 흘리고 지쳐있는 모습이 제일 싫었다.

그래서 절단된 신경을 원상회복 시켜줄 수 있는지 병원을 알아보고 다니던 동안에 뜻밖에 하나에게서 임신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때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하나는 신체강화로 인해서 데바의 아트만 에너지 못지 않은 위력을 가진 이볼브 에너지를 본래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임신을 하고 나서 데바가 되자마자 체내에 존재하는 아트만 에너지가 이볼브 에너지를 해롭다고 생각했는지 완전히 몰아내버렸다.

그 결과 신체개조로 인해 훼손되었던 체내외 조직 및 기관들이 모두 원상회복되었으며, 3년 전 성형수술을 받았던 하나의 외모 역시 본래의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그녀는 하루 아침에 키170cm, D컵인 유하나에서 키 158cm, A컵인 유하나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감정 또한 전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사랑해요 우주 씨!”

“이제 우주 씨가 아니라 여보나 자기로 불러주시오.”

혜찐은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운 표정을 짓고 말했다.

“여보.”

길고 길었던 그녀의 바람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원래대로 돌아온 하나는 다음날 즉시 우주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로 인해 우주는 료코, 소라, 소민, 미라, 현아에 이어 하나와도 함께 살게되었으며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는 수희와 영애까지 이사를 왔다.

부인 8명에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과 현재 있는 아이들까지 합치면 총 17명의 대가족. 참고로 수희가 쌍둥이를 임신중이었다.

“기쁘도다.”

우주는 거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서 시끌벅적 떠드는 부인들과 애들을 바라보며 마냥 흐뭇해했다.

100여년 전 사라졌던 가문을 재건하고자 했던 그의 꿈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이제 남은건 료코와 막내뿐. 둘 다 기다려주오!’

============================ 작품 후기 ============================

레지스트 쉴드 전자책 8권이 출간되었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