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지스트 쉴드-279화 (279/285)

279화

***

어느날 미국 MPO 관계자가 지인을 통해 소민에게 은밀히 연락을 해왔다.

그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있는 타이탄급 사탄의 처리에 관한 의뢰로 우주를 만나보고 싶다고 전했다.

일본에 출현했던 타이탄급 사탄을 천하MSC와 신라MSC가 잡아내는 것을 보고 놀란 미국 정부가 미국 MPO를 시켜 즉각 요청을 해온것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는 3년 전 일로 사이가 좋지 않다.

그 당시 미국은 동맹국이던 일본과 함께 한반도를 집어삼키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연유로 미국은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천하그룹과 접촉을 해왔다.

소민은 통화를 끝내자마자 우주를 찾아갔다.

“미국에서 타이탄급 사탄을 처리해달란 의뢰가 들어왔어요. 일본에서 우리가 보여준 활약을 보고 크게 감명 받은 것 같아요.”

“누구랑 말이오? 우리만? 현재 신라MSC는 예전의 그 신라MSC가 아니오. 주요 멤버의 이탈로 인해 팀 전력은 약화됐고, 검찰 조사를 받는 신라그룹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레이드도 한동안 중단됐으므로 팀원들의 기량도 한없이 떨어졌을 거요. 이런 상황에 우리만 가서 잡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 원정은 아마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오.”

“그 문제에 관해서는 미국측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앱플MSC를 붙여주겠다고 했습니다. 앱플MSC에는 빌 바티스타라는 세계 최고의 로얄가드가 소속되어있고 장비면에서나 실력면에서나 신라MSC와는 큰 차이가 없을것이라고 확신하듯이 제게 말해주더군요.”

“흠...”

우주는 신중하게 생각했다.

그는 레이드를 뛰기 보다는 레지스트 쉴드 중심부로 가는게 먼저였다.

하지만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의 가격은 초고가이다. 일본 레이드에서 얻은 바쿠의 사체 70%에다가 미국에 나타난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까지 얻을 수 있다면 천하그룹은 올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사체의 분배는 어찌하겠다는지 들은 말이라도 있소?”

“아직 결정된 바는 아니지만 미국 정부는 사체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일본하고 같은 조건을 제시해왔어요. 참가하는 기업의 공격 기여도에 따라 차등분배하기로요.”

“그래도 막상 잡고나면 저들이 어찌나올지도 모르고... 만약 소유권을 주장한다면 거긴 미국땅이니 우리가 힘을 쓰기도 어려울거요. 일본이야 사정이 워낙 급박했고, 그쪽 정치 상황이 대한민국에 호의적인 인사들로 바뀌었기에 사체를 순순히 내줬다지만 미국은 어째 좀 그렇구료. 한때 세계를 주름잡던 국가인 만큼 귀하디 귀한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를 순순히 내줄리는 없다고 보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더구나 세계최고의 우주 기술력을 가진 미 항공우주국(NASA)을 가진 나라이니 만큼 인공위성과 우주선 개발을 위해서라도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를 꼭 갖고 싶을 수도 있겠죠. 레지스트 쉴드 내에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인류가 우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현재 인류가 구할 수 있는 자원 중 그 정점에 서 있는 것이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이기도 하구요. 나중에 그 윗단계인 아틀라스급 사탄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요.”

“음... 일단 거절 해두시오. 타이탄급 사탄은 바닷속에 있고, 당장 미국이 인명 피해를 받는것도 아니니 좀 더 생각을 해보리다.”

“그럴게요. 저도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린 지금 료코를 구하는게 급선무잖아요.”

소민이 회장실을 나가고 난뒤 우주는 바로 이세종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미국측이 타이탄급 사탄을 처리해달라고 의뢰를 요청해온 사실을 밝혔다.

이세종 대통령은 단호히 말했다.

-어림없는 일이지. 지난날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가 먼저야.

“일단은 거절해두었습니다.”

-잘했네. 제일 먼저 양국 정부 간에 협의와 합의가 우선이지. 자네를 찾는건 그 다음이고. 그런데 몰래몰래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다니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나보구만.

“그리고 저...”

-응. 말해보게나.

“이번에 815 특사 말입니다. 사면 대상에 한 사람을 포함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누구를?

우주는 어젯밤 소라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렸다.

최근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를 두고 돈 벌 궁리를 하고 있던 그녀가 문득 이런 말을 해왔다.

“우리한텐 지금 전지연 박사가 필요해요.”

“전지연 박사라면 맹수와 줄리엣 시스템을 만들었던 그 사람 말이오?”

“예. 그녀가 있어야 우리도 파워드 슈트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어요. 아시잖아요. 1세대 파워드 슈트를 세계최초로 개발해낸 능력자인 만큼 데려다놓기만 하면 무엇이든 우리에게 이득이 될 사람인것을.”

소라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가려는 레지스트 쉴드 중심부에는 또 뭐가 있을지 몰라요. 어쩌면 타이탄급 사탄보다 더욱 강력한 아틀라스급 사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죠. 그러니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가진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를 활용해서 나노슈트 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파워드 슈트를 개발해내야만 해요.”

“네오... 라바 슈트?”

“맞아요. 네오 라바 슈트 기술은 이론상으로만 가능하지만 그건 재료가 없을때나 그랬고, 우리와 신라가 재료를 갖게 된 이상 이제 더이상 이론뿐인 기술력이 아니예요.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됐죠. 신라그룹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을때 이 틈에 우리가 먼저 개발해내서 제일 비싼 가격에 팔아먹는거예요. 한 벌당 1조원으로. 지난번에 데려왔던 과학자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가 가진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로 총 7벌의 네오 라바 슈트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전망했어요. 그에 비해 신라는 겨우 2.5벌 밖에 안되죠. 이 점은 아주 좋지만서도 그런데 문제가.”

우주가 끼어들었다.

“우린 개발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요. 재료는 갖고 있으나 능력있는 과학자를 비롯해 2세대 파워드 슈트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조차 없다는게 치명적인 단점이죠.”

“연구소와 공장을 만들고 과학자들까지 한 번에 고용하려면 그 돈이 꽤 들거요.”

“염려마세요. 우리에게는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가 있잖아요. 네오 라바 슈트 제작에 필요한 부분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갖다 팔면 어마어마한 돈이 금방 생길걸요? 연구소와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그걸로 대부분 충당되리라 예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앞으로 걱정해야될 것은 천하 과학 연구소와 천하 파워드 슈트 공장을 책임질 연구소장을 누구로 하느냐와 전지연 박사를 어떻게 석방시키느냐죠.”

다시 현재.

우주는 수화기에 대고 말했다.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중인 전지연 박사를 815 특사 명단에 포함시켜주십시오.”

-전지연이라... 내 그 사람을 기억하지. 제네틱스 직원에 헤라클레스라는 말도 안되는 로봇 병기를 만들었던 여성 과학자.

“예, 그렇습니다.”

이세종 대통령은 껄껄 웃었다. 조금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다.

그러더니 이내 치고 들어왔다.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를 국방과학연구소에 넘겨주게.

“전부는 안됩니다. 1% 드리겠습니다.”

-10%하지.

“너무 많습니다. 그럼 좀 봐드려서 2% 하겠습니다.”

-최대한 양보해서 8% 어떤가?

“저희가 가진 사체의 무게 총 150톤 중에서 살점 100kg만 떼어다 기업이나 연구소에 팔아도 그 가치가 최소 100억은 갑니다. 2%가 안된다면 차라리 신라그룹 로봇연구소에 있는 남궁철민 박사나 미국이나 독일의 저명한 과학자들을 사오는게 더 싸게 먹힐겁니다.”

-하하하, 좋네. 갑이라 이건가. 어차피 내가 갖다 팔 수 있는것도 아니고 생색만 내기로 해서 딱 3%로 하지. 조금만 더 인심 쓰게나.

우주는 휴대폰을 귀에 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좋았어. 그럼 하나 부탁하고 싶네. 오늘 오후에 우리 청와대에서 기사 흘릴테니 그런줄 알고 내일 당장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도록 하게. 이세종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지지하는 의미로 우리 천하그룹측은 타이탄급 사탄의 사체 일부를 국가에 헌납하고 싶다고 말이야.

우주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꼭 해야됩니까?”

-서비스라고 해두지. 자네와 난 한 배를 타고 있지않나. 내가 잘 돼야 자네도 잘되는거야. 만약 내가 물러나면 레지스트 쉴드 건설 사업권은 어쩔텐가? 다음 대통령이 누가될줄 알고? 혹시 자네 나 말고 정치권에 누구 아는 사람있나?

“없습니다.”

-경영인치고 정치권과 연줄이 없는 사람은 아마 자네가 유일할걸세. 그만큼 내가 알게 모르게 자네와 천하그룹을 도와주는게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고. 내가 물러나면 자넨 그때부터 발바닥에 불이날 것이란것만 명심하게. 분명 접대와 로비로만 수백억씩 깨질걸. 껄껄껄.

우주는 그 말이 맞다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잘 생각 했어. 그리고 요즘 내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진다면 그 다음엔 일부일처제 법을 폐지하고 일부다처제를 추진토록 할생각이야. 그 시기가 머지 않을테니 조금만 기다려주게나.

우주의 귀가 솔깃해졌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조만간이라면 얼마나 기다리면 됩니까?”

-어쩌면 최소 5년? 물론 그때도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후...”

우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법이란게 바꾸는데 참 오래걸리는 군요... 정 안되면 제가 그전에 바꿀렵니다.”

-자네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 나보다도 영향력이 크니까.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다음에 찾아뵙겠습니다.”

며칠후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들이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우주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지연에게 다가가 검은 봉지에 들어있는 두부 한 모를 건넸다.

“그동안 수고많았소이다.”

흰색 블라우스와 청바지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시원하게 이마를 드러낸 지연은 잠시 우주를 멍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두부를 받았다.

그녀는 두부의 모서리 부분을 조금 깨물고는 천천히 씹어 삼켰다.

화장품을 안발라서 그런지 얼굴에 각질도 보이고 좀 수척해보였다. 전에 소라가 출소할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야기는 소라 낭자한테 다 들었을거요. 앞으로 우리 잘해봅시다.”

지연은 두부를 봉지속으로 도로 집어넣고는 말했다.

“전보다 인상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요즘 행복하신가 봐요.”

“반반이오.”

“반반?”

“행복하기도 하고, 행복 못하기도 하고. 낭자는 어떻소? 다시 세상에 나오니 행복하지 않소?”

“지금 행복을 찾기보단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나 하고 막막하네요. 가진걸 다 잃어버려서.”

우주가 미소지었다.

“그건 걱정마시오. 우리 천하그룹과 함께 하나씩 만들어 가면 되니까.”

그 후 1년 반이라는 시간동안 천하 과학 연구소와 작은 규모의 천하 파워드 슈트 공장이 세워지고,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임제가 실시되었다.

그리고 천하그룹의 레지스트 쉴드 건설 사업은 함경남도 장진군으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아울러 천하 건설은 레지스트 쉴드에 도로만 깐것이 아니었다. 예전 개성공단 자리에 다시금 공장부지를 조성하기 위해서 토목공사를 맡기도 했고, 전세계 수라와 데바 관광객을 대상으로한 금강산 관광 사업의 독점권을 최근 연임하게된 이세종 대통령의 도움으로 따내 금강산에 상가, 호텔, 공연장, 돌연변이 생물 동물원과 수목원 등을 짓는 등 각종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중이었다.

이를 두고 어떤 경영자는 불평을 하기도 했다.

“레지스트 쉴드가 무슨 천하그룹의 왕국이야 뭐야. 지들 땅처럼 아주 다 해쳐먹고 있구만!”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 신우주처럼 잘나가 보시든가! 현시대는 사탄을 잡을 수 있는놈이 최고야! 가장 권력이 쎄! 니네 집 앞마당에 타이탄급 사탄이 나타나면 너 잡을 수 있어? 별수없이 천하그룹을 찾아가 신우주한테 부탁해야될거 아냐?”

“듣고 보니 그렇네!”

***

봄 기운의 편안함을 담은 감미로운 5월.

우주는 천하 과학 연구소에서 새로 개발된 네오 라바 슈트의 성능을 체크 한 뒤 지연과 함께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이 바로 D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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