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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33)화 (33/235)

33화 

사제들을 시켜 곳곳에 요한 리스체가스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끔 만들었다. 곧, 34층의 모든 플레이어가 요한을 잡고자 혈안이 될 터.

“하지만 대주교님…….”

요바네스 한나가 리프탄의 눈치를 살피며 입술을 우물거렸다. 내려앉은 밤에서도 밝게 빛나고 있는 34층의 전경을 보고 있던 리프탄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편하게 물어보도록, 요바네스 주교.”

요바네스 한나가 영광이라는 듯, 더욱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저는 대주교님께서 왜 이렇게까지 요한 리스체가스를 원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요바네스 한나는 어중간한 사람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

아니, 혐오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와 탑의 주민 사이에서 태어난 요한 리스체가스는 요바네스가 혐오하는 어중간한 사람에 속했다. 때문에 요바네스 한나는 요한이 태양교를 퇴단하고자 자신을 찾아왔을 때, 속으로 참 많이도 기뻐했었다.

‘그러고 나서 대주교님께 야단이란 야단은 모두 맞았지만.’

그때의 일만 떠올리면 속이 쓰리다. 요바네스가 괜히 입술을 씰룩였다. 불만이 가득한 요바네스의 얼굴에 리프탄 대주교가 눈웃음을 지었다.

“요바네스 주교, 요즘 들어 부쩍 해가 짧아진 것 같지 않소?”

“예?”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요바네스가 뒤늦게 고개를 끄덕이며 리프탄의 말에 맞장구쳐 주었다.

“예, 대주교님. 최근 들어 부쩍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사제들 사이에서 소문이 돌더군. 폐쇄된 신전에서 남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는.”

“그, 그런 소문이 돌고 있었단 말입니까?”

요바네스가 당황한 얼굴로 리프탄을 쳐다봤다. 태양교의 대주교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전혀 몰랐나 보오.”

“죄송합니다…….”

“뭘 그렇게 고개를 숙이시오?”

리프탄이 허허, 웃음을 터트리고는 그를 다독였다.

“최근 요바네스 주교의 일이 많지 않았소? 아래 녀석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그럼에도 요바네스 한나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저를 다독이는 목소리에 섞여있는 비웃음을 들었기 때문이리라.

요바네스가 입술을 꾹 깨물 때, 리프탄은 다시 창밖을 보며 입을 열었다.

“폐쇄된 신전에서 들려올 남자의 울음소리라면 한 명뿐이지.”

요바네스가 쭈뼛거렸다.

“하지만 대주교님, 그자는 봉인된 상태이지 않습니까?”

“그렇게 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오, 요바네스 주교.”

리프탄 라올이 한심하다는 듯이 요바네스를 보며 말을 이었다.

“더욱이 그건 제대로 된 봉인이 아니었지. 그자를 한계까지 몰아넣은 후에 억지로 행한 봉인이었지 않소이까? 뭐,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마는.”

그러나 언제 풀려도 이상하지 않은 봉인이었다.

‘봉인을 행한 만물의 녀석들은 풀릴 일이 없다며 몇 번이고 호언장담했지만, 그치들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만물(萬物).

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 중인 다섯 개의 길드 중 하나로, 태양교와는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옛말이지만.’

리프탄 라올이 얼굴을 찌푸렸다. 요바네스는 그 표정을 보지 못하고서 그에게 물었다.

“그럼, 대주교님께서는 지금 그자에 대한 봉인이 풀리고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리프탄이 찌푸렸던 얼굴을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해가 짧아지고 있는 건, 그 남자가 힘을 회복하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그에 요바네스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우물쭈물했다.

“저… 그럼, 대주교님. 만물에게 이를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정말 봉인이 완전히 풀리기라도 하면…….”

“그것대로 좋지 않겠소?”

“예?”

요바네스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리프탄을 보았다. 그 시선에 리프탄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요바네스 주교, 그자가 왜 봉인당했는지 모르오? 우리와 힘의 원천이 같았기 때문이지 않소?”

태양교에 속해있는 자들은 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동안, 치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즉, 그들의 힘은 하늘에 떠오른 태양에서 비롯되는 것.

그리고 폐쇄된 신전에 봉인된 남자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자는 우리보다 월등히 뛰어난 자였지. 우리는 해가 지면 무능해지나, 그자는 해가 져도 만능이었으니.”

문득, 수십 년 전 마주쳤던 금색의 눈이 떠올랐다. 태양이 타오르는 듯, 형형하게 빛나고 있던 그 눈이.

요바네스 역시 지난날에 마주쳤던 남자를 떠올리고는 두려움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대주교님.”

“알고 있소. 그러나 요바네스 사제. 우리는 스스로를 지킬 힘이 필요하다네.”

리프탄 라올이 요바네스를 타이르듯이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수년 전과 달리, 플레이어들의 힘이 온 탑을 울리고 있소. 오광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소이까?”

탑의 주민이 차지하고 있던 지배자의 자리를, 어느 순간부터 플레이어가 노리기 시작했다.

그뿐이랴?

50층 이후, 펼쳐진 세상에서는 그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탑의 주민들을 학살 중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태양교 역시 언제 그들에게 먹힐지 모른다.

안 그래도 제1위의 주교 아래로 있는 여섯의 사제들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

리프탄의 목소리가 낮게 내려앉았다.

“하늘에 뜬 태양님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플레이어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말 것이오.”

요바네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서 요한 리스체가스를 이용해 그자의 봉인을 풀 생각이시군요.”

“그 아이는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치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오.”

폐쇄된 신전에 봉인되어 있는 남자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크게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태양교의 모든 인원이 그에게 힐을 시전하면 금방 회복이 될 것이나 요바네스는 그러기 싫었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최소한의 사람만 알아야 한다. 때문에 요한 리스체가스가 필요했다. 리프탄의 뜻을 알아들은 요바네스가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대주교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요한, 그 녀석에게만 그런 일을 맡긴다면 그는 금방 한계를 느끼고 쓰러지고 말 겁니다.”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치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나 그 힘이 무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리프탄은 뭘 그런 걸 걱정하냐는 듯이 심드렁한 얼굴로 요바네스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그리된다면 우리가 요한 리스체가스를 치료해 주면 될 일 아니오? 그리고 나는 그자의 봉인을 완전히 풀어줄 생각이 없소이다.”

리프탄 라올의 입가에 진 주름이 짙어졌다.

“내 말하지 않았소? 그자는 우리를 지킬 힘이오. 목줄은 우리가 쥐고 있어야지.”

“그런……!”

요바네스가 크게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다.

“뭐든 따르겠습니다, 리프탄 대주교님.”

“지랄하네.”

“예, 지랄… 옛?!”

태양교, 제1위의 주교가 난데없는 욕설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게 당황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건 똑같이 욕설을 얻어먹은 태양교의 대주교 역시 마찬가지.

리프탄 라올이 가까이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가 허업, 숨을 들이마시고는 앓는 듯이 이름을 외쳤다.

“유… 유리한……!”

“안녕하세요. 또 뵙게 됐네요, 리프탄 대주교님.”

유리한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멍하니 두 눈을 끔뻑이고 있던 요바네스가 흠칫, 몸을 떨고는 바깥문을 향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바, 밖에 누구 없느냐! 지금 당장……!”

“저희를 잡으란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요바네스 주교님.”

목덜미에 닿는 서늘한 것에 요바네스 한나가 입을 다물었다.

그는 긴장감 어린 얼굴로 두 눈을 데굴 굴렸다. 이내, 물빛의 머리칼을 지닌 사내가 두 눈에 들어왔다.

“요한……!”

탄식하듯 부르짖는 제 이름에 고요한이 눈웃음을 지었다. 그런 그와 달리 요바네스는 험상궂게 얼굴을 찌푸리며 외쳤다.

“네놈이 지금 누구한테 칼을 들이밀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겠지, 요한 리스체가스!!”

“네, 당연히 알고 있죠.”

태연한 목소리.

“그리고 제 이름에 ‘리스체가스’는 더 이상 없다고 했을 텐데요, 요바네스 주교님.”

한심하다는 듯이 읊조리는 목소리에 요바네스는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바깥에서 “무슨 일이십니까, 요바네스 주교님?”이라는 물음이 들려오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아무 일도 없다고 하세요, 그게 좋을 거랍니다.”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말이다.

목덜미에 닿은 단검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요바네스는 입술을 파르르 떨다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목소리를 내었다.

“아무 일도 아니다. 대주교님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니 신경 쓰지 말고 물러가거라.”

괜히 이 상황을 타개하고자 성기사들을 불렀다가는, 제 목이 달아날지 모른다.

태양교, 제1위의 주교.

다음 대주교라고 일컬어지는 요바네스 한나가 겁에 질려 내뱉은 말에 리프탄이 기가 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때였다.

“똑똑, 리프탄 대주교님? 죄송하지만, 대주교님께서는 저한테 집중해 주시겠어요?”

유리한이 리프탄의 이목을 제게 집중시키고는 방긋 웃었다.

“요바네스 주교님과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시던데, 저한테도 들려주시면 안 될까요?”

리프탄 라올이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만.”

“그렇게 나오기예요?”

유리한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어쩔 수 없네. 제가 직접 폐쇄된 신전에 있다는 남성분을 찾으러 갈 수밖에.”

“그건!”

“안 된다고 하지 말아주실래요? 제가 그분께 관심이 많이 생겼거든요. 아 참, 그리고.”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대주교의 집무실을 울렸다.

“시험은 종료네요.”

유리한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여러 개의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플레이어 여러분들에게 35층을 오르는 자격을 물었던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합격자는 한 명.]

[플레이어, ‘고요한’입니다.]

다른 이름은 요한 리스체가스.

“아…! 안 돼……!!”

리프탄 라올이 경악에 차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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