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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61)화 (61/235)

61화 

【 9. 최악의 선생님 】

T-Network_Ch.4■_자유 게시판

-[영웅님 정보 아시는 분?]

ㅈㄱㄴ

[익명_1] : ㅈㄱㄴ가 뭐임?

└[익명_2] : 제목이 곧 내용.

└[익명_1] : 찾는 영웅은 누구?

└[익명_2] : Youㄹi韓 씨.

└[익명_1] : 아ㅋ; 그런데 이름 왜 삼국 통일이냐;

└[익명_2] : 삼국통일ㅋㅋㅋㅋ

└[익명_3] : 넷웤에 영웅님 이름 입력 불가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_1] : ㄹㅇ?

└[익명_2] : ㄹㅇ임 함부로 쓰면 제재 먹음ㅋㅋ

[익명_3] : 그보다 영웅님께서는 얼마 전에 42층에서 목격됐다고 하던데.

└ [익명_4] : 그럼 지금쯤 43층이겠네.

└ [익명_1] : 탑 올라가는 속도 실화냐;

└ [익명_4] : 영웅이잖음ㅋ

└ [익명_4] : 그리고 소문으로는 또 다른 영웅님과도 다닌다고 카던데?

└[익명_2] : 나도 들었음. 그 영웅뿐만이 아니라 웬 드래곤도 함께라던데?

└ [익명_4] : 그리고 한 사람 더 있다고 들었는데 이름 까먹음ㅎ

[익명_5] : 어쨌든 43층이라면 애 좀 먹겠네. 거기 청의 기사단 새X들이 지배 중이잖아.

└ [익명_4] : 그것과는 별개로 43층 상황이 안 좋아서 시험 통과 조금 힘들 듯ㅋㅋ

└ [익명_5] : ?? 43층에 무슨 일 있음?

└ [익명_4] : 소식 못 들었냐ㅋ

└ [익명_2] : 뭐임?? 혼자만 알지 말고 좀 가르쳐 주셈;

[익명_4]의 댓글 아래로 무수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흐음.”

T-Network를 살펴보던 유리한이 코웃음을 쳤다.

“43층 상황이 안 좋다니. 웃기는 소리네.”

43층은 평화로웠다. 물론, 9층의 리스체가스 때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평화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리한은 그것만으로도 좋았다.

평화 속에 숨겨진 추악한 이면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면야 일상을 누릴 수 있었으니.

유리한이 입꼬리를 올렸다.

36층에서 43층까지 오르는 데 정확히 한 달 하고도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탑의 바깥에서는 계절이 하나 바뀌었을 시간, 그 시간 동안 유리한은 정신없이 탑을 올랐다.

덕분에 레벨도, 스탯 능력치도 크게 올랐다. 죽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했지만.

[스탯]

근력: 141 체력: 169 정신력: 84

속도: 118 명성: 1,000 마력 : 1,100

유리한의 현재 레벨은 39.

스탯 능력치가 크게 오르는 것에 반해 레벨은 지지부진하게 오르고 있었다.

유리한은 그 이유가 제게 걸려있는 저주, ‘고난의 행군’ 때문이라고 여겼다.

‘그래도 스탯 능력치는 잘 오르고 있어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상태 창을 얻지 못했으리라.

어쨌든 지금.

- 인간, 언제까지 그 재미없는 것을 보고 있을 거냐?

유리한은 니르로르와 함께 성장의 세 번째 문을 열고자 하고 있었다.

바쁘게 탑을 오르느라, 성장의 문을 활용할 기회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니르로르의 독촉에 유리한이 미간을 좁혔다.

“안 그래도 이제 그만 볼 생각이었어.”

유리한이 T-Network의 접속을 종료하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성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들려있었다.

니르로르가 앙증맞은 날개를 열심히 움직이며 다소 오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 네가 살려놓은 보람이 있도록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주지.

“당연히 그래야지.”

오늘 목표는 니르로르의 도움을 받아 칭호, 어둠을 지배하는 자(S)의 이해도를 높이는 거다.

다르게 말하면 칭호의 힘에 능숙해지는 게 목표였다.

검게 피어오르는 연기에 단순히 몸을 숨기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격에 활용하는 것.

니르로르가 오늘 성장의 문에서 유리한에게 가르쳐 줄 내용이었다.

‘제대로 가르쳐 줄지 모르겠지만.’

하지만 믿어야 했다.

그걸 위해 니르로르와의 종속 관계를 유지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에게 잡아먹힌 동료들을 외면하면서 말이다.

‘생각은 이제 그만.’

유리한이 성장의 문을 여는 열쇠를 사용했다. 그러기 무섭게 백색의 공간이 유리한과 니르로르의 눈앞에 펼쳐졌다.

- 호오…….

니르로르가 흥미가 가득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유리한은 눈앞에 펼쳐진 여러 갈래의 길에서 고민도 않고 세 번째 길을 선택했다.

[21Lv~30Lv]

유일한 약점이었던 독.

그건 35층, 물의 정령석을 통해 해결했다. 더욱이 이번에는 드래곤과 함께였다.

‘손쉽게 클리어하겠지.’

유리한이 씨익 웃으며 한 번 포기했었던 성장의 세 번째 문을 열어젖혔다.

하지만 유리한은 몰랐다.

조금 전, 자신이 했던 생각이 손쉽게 클리어하지 못할 것을 암시하는 클리셰가 됐을 줄은.

* * *

“망할 용 새끼!”

- 말이 심하군, 인간.

말이 심하다니!

상황이 급박하지만 않았더라면, 이보다 더한 욕을 해줬을 거다.

유리한이 날아드는 공격을 피하며 이를 으득 깔았다. 니르로르는 정말이지,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선생님이었다.

어둠을 지배하는 자(S)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해 물으니.

- 감.

이라고 대답하지를 않나.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소리 질러 다시금 물어보니.

- 직감.

이라고 대답하는 망할 파충류 새끼였다.

유리한은 하늘을 뒤덮고 있는 붉은 눈의 장수말벌(27Lv) 떼에 짧게 혀를 찼다.

물의 정령석을 섭취하면서 얻은 독성 정화(A)와 독성 해독(A) 능력 덕분에 움직이기는 수월했다.

붉은 눈의 장수말벌(27Lv)의 공격에 의해 독이 몸에 침투해도 곧바로 해독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 부우우우!

장수말벌 떼의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나방이었다.

“아오, 진짜.”

유리한이 얼굴을 구겼다.

[광폭한 힘에 사로잡힌 모스(30Lv)]

특성: 마비

- 날갯짓을 한 번 할 때마다 상대의 움직임을 마비시키는 독 가루를 내뿜습니다.

특성: 분열

- 치명상을 입는 즉시 개체를 두 배로 늘립니다.

세 번째 문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경악스러운 특성이 유리한의 눈앞에 펼쳐졌다.

유리한은 나지막하게 욕설을 지껄였다.

‘인간적으로 난이도 조절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녀가 바란다고 조절되는 난이도가 아니었다.

- 부우우우!

“윽……!”

나방의 날갯짓 한 번에 광풍이 일으켜졌다. 바람에 뒤섞인 독 가루가 유리한의 모든 감각을 마비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독성 정화(A)와 독성 해독(A) 능력이 곧장 효과를 발휘했다. 유리한은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정령석 먹기를 잘했지.’

그러지 않았다면 쪽팔리게 또 중도 포기를 외쳤을 거다.

- 인간, 저 날파리를 그대로 둘 생각이냐?

자기도 날파리면서 잘도 말한다 싶었다.

“나도 마음 같아서는 쥐고 있는 창을 냅다 집어 던지고 싶거든?”

하지만 계속되는 날갯짓에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특성, ‘분열’을 피하려면 단번에 나방의 목숨을 끊어야만 했다.

‘오감 지배자(A)를 이용해서 공격을 가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아.’

나방의 모든 감각을 한 번 빼앗았다가 광분한 날파리에 의해 저 멀리 날아갈 뻔했던 유리한이다.

어둠을 지배하는 자(S)를 이용해 모습을 감추기도 했었지만, 역시 흥분한 나방에 의해 금방 모습이 드러났었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을까?

유리한이 광폭한 힘에 사로잡힌 모스를 처치하기 위해 바쁘게 머리를 굴릴 때였다.

- 짐의 힘을 사용하면 손쉽게 처치할 수 있을 것을.

“그러니까 감이니 뭐니 헛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그 방법을 좀 가르쳐 달라고, 빌어먹을 파충류야!”

니르로르가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그는 위대한 용. 격이 떨어졌다고는 해도 세상을 두려움에 빠뜨린 전적이 있는 드래곤이었다.

때문에 그는 유리한에게 퉁명스럽게 화를 내는 대신 친절하게 알려주기로 했다.

- 어둠은 모든 걸 삼킬 수 있지. 인간, 너도 알 텐데?

유리한의 두 눈에 이채가 서렸다. 드디어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은 것 같다.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릴 때였다.

- 부우우우!

광폭한 힘에 사로잡힌 모스가 격하게 날갯짓하기 시작했다.

유리한은 광풍에 날아가지 않게 창을 지지대 삼아 어둠을 지배하는 자(S)의 효과를 내보였다.

그녀의 아래에서 스물스물 올라오던 검은 연기가 점점 짙어지는가 싶더니 파도와도 같은 형태를 취했다.

검게 물든 파도가 이내 하늘을 뒤덮고 있던 장수말벌 떼와 모스를 덮쳤다.

유리한은 걸음을 박차 파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여럿의 충종을 집어삼킨 파도가 유리한에게 길을 내주었다.

탁 트인 시야에 파도에 의해 집어삼켜지고 있는 거대한 나방이 보였다.

유리한은 한껏 웃는 낯으로 창을 집어 던졌다.

- ……!

내던져진 창이 여러 개로 나뉘는가 싶더니, 나방의 각기 다른 부분을 찔렀다.

머리에서 목, 심장 등.

급소로 추정되는 모든 부분을 공략한 유리한이 바닥에 착지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충종들을 집어삼켰던 성난 파도가 모습을 감춘다. 동시에 반가운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성장의 문을 여는 첫 번째 문의 주인, 광폭한 힘에 사로잡힌 모스(30Lv)가 처치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유리한의 세 번째 성장을 축하드립니다!]

유리한은 자리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렸다.

- 인간, 일어나라. 다음 문을 열어야지.

“미쳤어?”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독이야 정화 능력과 해독 능력으로 어떻게 됐지만, 독침에 찔리고 긁히며 얻은 상처는 그대로였다.

“이대로 네 번째 문을 열면 분명 도중에 죽고 말걸? 절대로 안 돼. 싫어.”

니르로르가 아쉽다는 얼굴을 보였다.

“뭐야, 그 얼굴? 설마 내가 네 번째 문을 열었다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 당연하지. 그렇게 되면 종속 관계가 풀려 짐은 자유를 되찾게 될 테니.

“내가 죽으면 허탈감이나 박탈감, 뭐 그런 것들을 경험하게 될 텐데?”

- 짐은 드래곤이다. 그런 사소한 감정 따위 무시할 수 있지.

아아, 그러세요?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는 태도에 유리한이 입술을 씰룩였다. 어찌 됐든 오늘은 그만이다.

유리한은 백색의 공간을 뒤로하고 바깥으로 나왔다.

- 인간, 상처가 다 나았군.

“밖으로 나오면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고.”

- 그럼, 다시…….

“들어가자고 하면 용가리구이로 만들어 버릴 줄 알아.”

유리한이 니르로르를 향해 사납게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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