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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74)화 (74/235)

74화 

【 11. 술래잡기 】

유리한은 43층의 시험, ‘술래잡기’에서 도망치는 쪽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팀 설정이 완료됐습니다.]

[유리한 님의 팀은 ‘술래’입니다.]

유리한이 앓는 목소리를 냈다.

“술래라니!”

유리한 세계(S)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했다면, 술래가 된 쪽이 제게 유리하게끔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유리한 님의 팀은 총 27명의 플레이어들을 잡아야 합니다.]

[유리한 님의 팀이 잡아야 하는 27명의 플레이어들은 ‘쥐’ 머리띠를 착용 중입니다.]

[유리한 님의 팀은 27명의 플레이어들이 쓰고 있는 ‘쥐’ 머리띠를 벗기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60분.]

[‘술래’에게 반경 500m 범위까지 울리는 방울이 부착됩니다.]

[‘술래’에게 부착된 방울은 해당 술래에게 잡혀야 하는 플레이어들에게만 들립니다.]

[그럼, Start!]

그런데 암만 봐도 아니었다.

“반경 500m 범위까지 울리는 방울이라고?”

“그냥 잡지 말라고 하는 것 같군. 그렇지 않나, 유리?”

“그러게.”

유리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는 사이 발목에 방울이 채워졌다.

딸랑, 딸랑―!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시끄럽게 방울이 울렸다.

‘다 듣고 도망가겠네.’

그런다고 놓칠 자신이 아니었지만, 성가신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유리한이 불만이 가득한 얼굴을 보이자 고요한이 말했다.

“그래도 유리한 씨라면 충분히 27명의 플레이어분들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고요한, 너는 유리와 함께 플레이어들을 잡지 않을 건가 보군.”

“그럴 리가 없잖아요?”

파지직, 고요한과 디에스 라고가 서로를 말없이 노려봤다.

언제 봐도 사이좋은 둘이었다.

유리한이 제 발목에 채워진 방울로 놀고 있는 니르로르의 목덜미를 잡아 들고는 말했다.

“미안하지만, 요한. 요한은 이 망할 용과 쉬고 있도록 하세요.”

“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잖아요?”

유리한은 일주일간, 고요한이 밤중에 끙끙 앓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무한의 마력이 여전히 고요한의 몸속에서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리한의 말에 고요한이 풀이 죽은 얼굴을 보였다.

“요한.”

유리한이 그런 고요한을 달래고자 그의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

“저는 요한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알겠어요, 유리한 씨.”

고요한이 애처롭게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유리한을 붙잡고 말하고 싶었다.

자신은 쓰러지지 않는다고, 그럴 것 같으면 제가 가지고 있는 힐(Heal)이 눈치껏 저를 치료해 줄 거라고.

하지만 고요한은 유리한의 걱정을 애달프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때문에 그는 애써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여기서 니르로르 씨와 함께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유리한이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제 손아귀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니르로르에게 나지막하게 경고했다.

“요한에게 무슨 일 있으면 죽을 줄 알아.”

- 흥, 인간의 경고 따윈…….

“솜사탕 다시는 안 사줄 거야.”

- 잘 알아듣는 위대한 드래곤이 바로 짐이다. 알겠다, 유리한아. 저 하늘 머리 인간은 짐이 지키고 있겠다.

정말, 알기 쉬운 드래곤이었다.

유리한이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고요한의 품에 니르로르를 안겨줬다.

“그럼, 요한. 다녀올게요.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예요.”

디에스 씨와 함께라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순간, 되지도 않는 질투심이 추악하게 치밀어 올랐다. 고요한은 그것을 아래로 꾹 눌러 담고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그렸다.

“네, 유리한 씨. 조심히 다녀오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당연히, 디에스 라고에게 건네는 걱정 따윈 없었다. 디에스 역시 고요한이 건네는 걱정은 필요 없었다. 때문에 그는 유리한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걸음을 옮겼다.

“디에스! 같이 가야지?”

유리한의 목소리에 곧장 멈췄지마는 말이다. 유리한이 빠르게 디에스의 곁에 따라붙고는 그에게 물었다.

“디에스, 너 묘하게 기분 좋아 보인다?”

“그렇게 보이나, 유리.”

“응.”

디에스 라고가 입가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유리한을 흘긋 보고는 미소를 그렸다.

“고요한, 저 녀석이 너와 관련된 일이면 무리를 하지 않나. 스승 된 입장으로 걱정이 됐거든.”

물론, 마음에도 없는 소리였다.

유리한 역시 그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오, 디에스! 철 좀 들었는데?”

디에스 라고가 두 눈을 가늘게 뜨고는 유리한을 쳐다봤다. 유리한이 그 시선에 개구진 미소를 지어주고는 말했다.

“그보다 잡아야 하는 플레이어들을 어떻게 찾지? 작정하고 몸을 숨기고 있으면 찾기 어려울 것 같은데.”

더욱이 가로등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밤이었다.

시험에 편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며 가로등의 모든 불빛을 꺼버린 탓이다.

보름달이 떠올라 있기는 했지만, 하필 먹구름이 가득한 날이었다.

유리한도 디에스 라고도 밤눈이 밝아 길을 헤맬 걱정은 없었지만, 플레이어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따로 시험장을 마련해 줄 줄 알았건만, 43층 전제가 시험의 무대라니. 곤란하게 됐군.”

“그러니까 말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엘던스 테레시에게 말 좀 해놓을 걸 그랬어. 무대는 최대한 좁게 마련해 달라고.”

어쨌거나 지나간 일이었다.

유리한이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내었다.

“디에스, 시험에 관해서 따로 뜬 거 없지?”

“그래. 방울과 관련된 이야기를 끝으로 더 이상 뜬 게 없다.”

“나 참.”

시험의 무대는 43층 전체.

술래가 잡아야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걸린 제약은 없음.

어떻게 봐도 술래에게 너무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술래로 모든 플레이어를 잡아 탑을 올라가야만 했다.

“따로, 아니면 같이?”

어떻게 움직이겠냐는 질문이었다. 디에스 라고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따로 움직이는 편이 좋겠지.”

“좋아.”

유리한이 활짝 웃었다.

“그럼, 디에스. 불 좀 밝혀줘. 청의 기사단이 준비한 빌어먹을 무대를 엎어버리자고.”

“좋다, 유리.”

따악, 손가락이 맞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어둠이 내려앉은 밤거리가 순식간에 환하게 밝혀졌다.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걸음을 내디뎠다.

“디에스. 우리 누가 더 플레이어들을 많이 잡나, 내기할래?”

“내기로 걸 건?”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디에스 라고가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유리한이 환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좋았어. 그럼 시작!”

셋을 외칠 필요는 없었다. ‘시작’ 소리와 함께 유리한도 디에스 라고도 거리에서 사라졌으니까.

* * *

유리한이 술래로서 잡아야 하는 플레이어 중 한 명, 클라라. 레벨 44의 그녀는 오늘만을 기다렸다.

지난 보름에 치러졌던 시험에서는 ‘술래’로 허무하게 떨어지고 말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

그토록 바라던 잡히지 말아야 하는 쪽이 됐다.

43층의 시험은 술래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였다.

무대는 43층 전체.

술래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플레이어에게 걸려있는 제약이라고는 씌워진 머리띠를 벗으면 안 된다는 것뿐.

때문에 클라라는 지하에 마음 편하게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더욱이 술래한테서 도망가야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유리한 것이 또 하나 더 있었다.

[27/27]

[쉬에화] : 우리 잡아야 하는 술래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

[데르나르 로덴] : 술래 본 사람 있어? 일단 나는 몰라. 쓰레기통 안에 숨어있거든.

[쉬에화] : 으;

바로, 채팅 기능이었다.

술래한테서 도망가야 하는 쪽에 묶인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위치, 상황 등을 공유할 수 있었다.

클라라가 머리 위에 씌워진 머리띠를 만지작거리고는 메시지를 보냈다.

[27/27]

[클라라 리온] : 유리한만 아니면 되지 않을까?

유리한.

소망의 탑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플레이어는 아무도 없었다.

석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43층에 오른 괴물 같은 플레이어.

클라라가 언급한 이름에 모두가 맞다면서 맞장구를 쳤다. 자신의 말에 동조해 주는 모습들에 클라라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때였다.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클라라가 흠칫 놀라 몸을 움츠렸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그야, 이곳은 지하. 그것도 악취가 풍기는 하수구로 이어지는 꺼림칙한 곳이었다.

하지만 방울 소리는 점점 가까이 클라라에게 다가왔다.

클라라는 황급히 숨을 죽이고는 몸을 움직였다.

혹시 몰라 개구멍을 봐두기를 잘했지, 그러지 않았다면 꼼짝 없이 벌벌 떨다가 술래에게 잡히고 말았을 거다.

‘지하까지 내려오다니. 도대체 어떤 녀석이 술래인 거야?’

비좁은 개구멍에 몸을 숨긴 클라라가 눈가를 찡그렸다.

술래의 정체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호기심으로 시험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지하를 울리고 있는 방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술래한테서 몸을 숨기고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27/27]

[클라라 리온] : 내 쪽에 술래가 나타났어!

[데르나르 로덴] : 오, 술래 얼굴 봤어?

[쉬에화] : 누구야? 43층에서 유명한 플레이어야?

[도라이] : 43층에서 유명한 플레어라면 유리한밖에 없지 않아?

[랑 블랑] : 디에스 라고도 있어.

[도라이] : 어차피 유리한이랑 같이 다니잖아. 유리한이 술래라면 디에스도 술래겠지.

유리한이든, 디에스 라고든. 그 두 사람이 이 방울의 주인이라면 끔찍했다.

클라라는 어느 순간 끊긴 방울 소리에 안도하며 다시 한번 더 메시지를 보냈다.

[27/27]

[클라라 리온] : 방울 소리가 끊겼어. 술래가 간 것 같아.

[데르나르 로덴] : 다행이네.

[쉬에화] : 다른 사람들은 어때? 다들 몸 잘 숨기고 있어?

모두가 생존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냈다. 채팅에 참여 중인 사람은 모두 스물일곱.

아직, 단 한 명도 술래에게 잡히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클라라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이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지하를 채우는 소리에 클라라가 두 손을 들어 입가를 가렸다.

그녀는 두 눈을 데굴 굴리고는 개구멍 안쪽으로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개구멍은 또 다른 지하로 연결되어 있었다.

‘조심히 움직이자.’

도대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끈질긴 술래였다.

그렇게 클라라가 반대쪽 지하로 걸음을 내디디려고 할 때였다.

딸랑, 딸랑, 딸랑―!

방울 소리가 개구멍 안쪽에서 빠르게 울리기 시작했다.

클라라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개구멍 안쪽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잠깐만 거기서 기다려 주고 있을래요?”

긴 머리칼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흐아아악!!”

공포 영화가 따로 없는 광경.

클라라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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