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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105)화 (105/235)

105화

【 15. 안녕(安寧) 】

〈T-Network_Ch.50_자유 게시판〉

- [영웅님 50층에 오셨단다]

오광 새ㄲ1들 긴장해야 할 듯ㅋㅋ

[익명_1] : 오광에 무슨 억하심정 있음? 걔들이 왜 긴장을 해야 함?

└[익명_2] : 오광이니까.

└[익명_1] : ?

└[익명_2] : 오광한테 당한 게 없나 보오?

└[익명_1] : 없는데ㅋㅋㅋ?

└[익명_3] : 익명_1 오광 새ㄲ1다에 한 표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익명_2] : 두 표요ㅋㅋㅋㅋㅋ

[익명_4] : 영웅님, 오광에 정의구현 부탁드립니다^^7

└ [익명_2] : 저두 부탁드립니다^^7

└ [익명_3] : 저두요^^7

└ [익명_1] : ㅉㅉ

└ [익명_4] : 어그로 끌지 말고 꺼지셈

[익명_5] : 그런데 우리 영웅님, 바로 바깥세상에 나갈 생각인 것 같던데?

└ [익명_4] : 안 돼! 나간다고 해도 오광한테 엿은 멋이고 가주세요! 플리즈!!

└ [익명_5] : 영웅님한테 직접 말해보셈ㅋㅋㅋ

└ [익명_4] : 말할 수 있을 것 같냐ㅠ;

T-Network를 살펴보던 유리한이 짧게 혀를 찼다.

“세상에는 참 할 짓 없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동감이다, 유리.”

디에스 라고가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화가 치밀어오른 두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왜 저렇게 관심이 많은 건지 모르겠군.”

“그러게나 말이야.”

유리한이 유시우의 선물을 챙겨 들며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들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아주 전쟁이겠지.’

더욱이 이곳은 50층.

힘만 믿고 까부는 플레이어들은 진작 걸러진 곳이었다.

‘무엇보다 여기부터는 지배자가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세계가 펼쳐지지.’

분명, 10층 단위로 세계의 체제가 바뀐다고 들었다.

이 세계를 통치하고 있는 자들은 물과 불, 대지와 바람의 정령왕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전쟁을 그 무엇보다도 싫어한다고 했어.’

그러니 원활하게 다음 세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싸움을 피하는 게 좋았다.

“아, 짜증 나.”

유리한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클어뜨릴 때였다.

“유리한 씨!”

니르로르에게 솜사탕을 사주러 갔던 고요한이 그와 함께 돌아왔다. 맑은 목소리에 유리한이 언제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요한, 다녀왔어요?”

“네, 유리한 씨. 그리고 오는 길에 조카분께 선물해 드리면 좋을 장난감도 사 왔어요.”

“고마워요, 요한!”

유리한이 환하게 웃었다.

“시우가 엄청 좋아하겠네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요.”

고요한이 방긋 웃었다. 니르로르가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보고는 뚱하게 말했다.

- 유리한아, 그 선물은 짐이 고른 것이니라.

그 말에 유리한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한, 그게 정말이에요?”

“아니요.”

내 그럴 줄 알았지.

“이게 어디서 거짓말이야?”

유리한이 니르로르의 뺨을 쭉 잡아당겼다.

- 아프다, 유리한아!

“아프라고 하는 거야.”

유리한은 한참 후에야 드래곤을 놓아주었다.

니르로르가 훌쩍이며 고요한의 머리 위로 날아갔다. 고요한은 제 머리 위에 앉은 니르로르를 웃는 낯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유리한에게 물었다.

“바깥은 어떤 세상인가요?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시기를 높은 건물이 즐비한 세상이라고 했어요. 아버지한테 그렇게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맞는 말이기는 해요. 높은 건물이 잔뜩 있죠.”

“하늘을 가릴 정도로요?”

고요한이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유리한에게 물었다. 유리한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늘이 직사각형으로 보일 정도로요.”

“하늘이 직사각형으로 보인다고요? 우와!”

순수하기 그지없는 감탄.

유리한은 괜히 고요한에게 장난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섣불리 그럴 순 없었다.

‘요한은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진담으로 받아들일 테니까.’

고요한에게 장난을 칠 수가 없는 이유였다.

“어쨌든 이제 나가 볼까요? 듣기로는 바깥으로 나가는 문이 따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문을 열었다가 아래로 추락하면 어쩌죠?”

“하하, 그런 걱정은 하지 마요! 그 문을 열었다가 추락해 죽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요.”

그리고.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니르로르가 어련히 알아서 우리를 구해줄 거예요. 그렇지?”

- 생각해 보겠느니라.

생각은 무슨.

유리한은 비웃음을 흘리고는 바깥으로 향하는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문에 다다랐을 때, 그녀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안녕하십니까, 유리한 님?”

아수라 가면을 뒤집어쓴 남자였다. 그는 유리한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한 후, 어느새 창을 꺼내 든 디에스 라고와 그의 옆에 선 고요한에게도 인사했다.

“디에스 라고 님과 고요한 님께도 인사드립니다.”

- 짐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구나.

“어이쿠, 당연히 위대한 죽음의 드래곤이신 니르로르 님께도 인사 올리지요.”

니르로르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유리한의 낯빛은 한없이 어두웠다.

“인사를 올리기 전에 자신이 누구인지 먼저 밝혀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디에스 라고가 당장에라도 남자의 목을 베어버릴 듯 눈빛을 날카롭게 빛냈다.

번뜩이는 금안에 남자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자신을 소개했다.

“이런,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제이’라고 합니다. 제로 바니스타 님의 충실한 종이지요.”

제로 바니스타?

유리한이 미간을 좁혔다.

분명 오광 중 한 곳, 뮤즈를 이끌고 있는 ‘백작’의 이름이었다.

“…뮤즈의 백작님께서 저희를 찾으시는 모양이네요?”

“그렇습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군요.”

“흐음.”

유리한이 아래턱을 만지작거리고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죄송하지만 다음에 인사를 드려도 될까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

“오, 물론 그래도 됩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말이죠.”

남자가 히죽였다.

“백작님께서 전해달라고 하시더군요.”

남자가 유리한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나지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조카분이신 유시우 군의 안위가 걱정되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깥세상으로 나가기 전, 동생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으십니까?”

라고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끝을 맺기 무섭게 쐐액, 허공을 가른 날 선 것이 남자의 목 앞에 멈췄다.

“너 뭐야.”

“…뮤즈의 제이라고 소개드렸습니다만.”

“그걸 묻는 게 아닌 걸 아주 잘 알 텐데?”

유리한이 비딱하게 웃었다.

“뮤즈의 제이라고? 네 백작님께 전하지 그래.”

유리한의 검은 두 눈이 남자가 얼굴 위에 덮어쓰고 있는 아수라 가면을 담았다.

“나를 만나고 싶다면 같잖은 가면 뒤에 숨어서 나불대지 말고 직접 얼굴을 보이라고 말이야.”

으르렁거리듯 내뱉은 목소리에 남자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한참 후 그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유리한 님. 백작님께 똑똑히 전하도록 하지요.”

유리한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그를 한 번 노려보고는 몸을 홱 돌려버렸다.

이내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남자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밉보였네.”

* * *

제로 바니스타의 종, 제이.

그에게서 몸을 돌렸던 유리한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하얀 복도를 걷고 있었다.

바깥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복도 끝의 문을 한 번 더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광 녀석들 중에선 청예신 씨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녀석들이 없나 봐.”

멀린의 이름을 칭하고 있는 만물의 수장 녀석도 그렇고, 저보다 약한 자들 위에 군림하며 시시덕거리던 혈맹의 맹주도 그렇고.

“어째 탑의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 중 제대로 된 녀석이 없어?!”

유리한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잔뜩 성난 목소리에 디에스 라고가 미간을 좁혔다.

“조금 전에 그 남자가 네게 무슨 말을 했기에 그렇게 화난 거지?”

“별말은 안 했어. 다만, 주제도 모르고 지한이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야.”

“뭐?”

디에스 라고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곧 그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유리, 잠깐만 기다려주지 않겠나? 당장 돌아가서 그 새끼의 목을 따 오겠다.”

디에스 라고는 정말 제이의 목을 따 올 것처럼 굴었다. 그런 그를 유리한이 진정시켰다.

“디에스, 진정해. 그 빌어먹을 자식한테는 제대로 경고했으니까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하지만…….”

“괜찮다니까?”

유리한이 애써 웃었다.

“우리 조카님을 보러 가는 이 기쁜 날에 피를 볼 건 없잖아?”

“맞아요, 디에스 씨. 지금 피를 봤다가는 조카분이 디에스 씨랑 절대로 대화하려 하지 않을걸요?”

그야, 온몸에 피를 묻힐 테니.

디에스 라고는 그 말에 쯧, 혀를 차고는 험악하던 기세를 풀었다.

유리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아수라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던 남자를 떠올렸다.

‘제로 바니스타.’

유리한이 이를 으득 갈았다.

유지한과 그의 아들인 유시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속아 넘어갈 뻔했다.

‘뮤즈의 백작께서는 중요한 정보를 함부로 풀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하지.’

T-Network에서 얻은 정보였다.

‘뮤즈에 소속된 그의 종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

그런데 제 동생뿐만이 아니라 조카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돌아와서 보자.’

감히 저를 기만하려고 하다니.

하지만 유리한의 분노는 얼마 가지 못했다.

하얀 복도의 끝, 바깥으로 향하는 문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고요한이 웅장한 자태를 멍하니 바라보며 유리한에게 물었다.

“…이 문을 열면 바깥세상이 펼쳐지는 건가요?”

“네, 그럴 거예요.”

유리한이 미소를 그리고는 손잡이를 잡았다.

‘시우야, 서아야.’

제가 없는 세상에서 잘 지내고 있었을까? 행복 머니의 녀석들이 배신하고 도망치지는 않았을까?

막상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니 온갖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유리.”

손잡이를 잡은 손을 커다란 손이 덮었다. 유리한이 흠칫 놀라 디에스 라고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남자가 부드럽게 미소를 그렸다.

“아무 일도 없을 거다.”

“…응.”

유리한이 미소를 그리고는 디에스 라고와 함께 손잡이를 돌렸다.

끼이익―!

드디어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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