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107)화 (107/235)

107화 

* * *

유시우는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선팅된 검은 세단에 갇혀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으아아앙!”

유시우가 세상이 떠나가라 목청 높여 울어댔다.

“빌어먹을! 누가 저 애새끼 입 좀 막아봐!”

“팀장님, 협회장님께서 다친 곳 하나 없이 몸 성하게 데리고 오라 하셨잖아요.”

“입 좀 틀어막는다고 다치지 않아!”

“하지만 저희는 각성자고, 얘는 일반인이잖아요.”

섣불리 손을 댔다가는 다치고 말 거라면서 남자는 덧붙였다.

“팀장님께서 좀 참으세요. 원래 애는 울면서 큰다고 하잖아요.”

“울어도 너무 울잖아!”

저러다 목이라도 나가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는 중에도 유시우는 계속 울먹였다. 결국 남자가 나서기로 했다.

“삼촌! 흐아앙! 도웅 삼초온!”

“시우 군, 도웅 삼촌이 그 아저씨죠? 시우 군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

유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최대한 선해 보이게 웃었다.

“안 죽였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시우 군이 계속 그렇게 울면 제가 실수로 죽이러 갈 수도 있겠네요.”

유시우의 두 눈이 동그래졌다. 아이는 황급히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끅끅, 애써 울음을 참는 모양새가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팀장’이라고 불렸던 여자가 한쪽 눈을 찡그렸다.

“성격 더럽기는.”

“뭐 어때요, 이제 안 울잖아요?”

남자가 싱긋 웃었다.

“그런데 협회장님께서는 왜 저런 꼬마를 원하는 걸까요? 특별한 힘도 없는 것 같은데.”

“난들 알겠어? 우리는 그냥 그분의 뜻을 따르면 돼. 그보다 여자애의 행방은?”

“유서아 양이라면 아직 묘연해요. 아, 이렇게 된 거 유시우 군한테 한번 물어볼까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의 두 눈에 두려움이 뒤섞였다. 그에 여자가 짧게 혀를 찼다.

“됐어, 곧 소식이 들어오겠지.”

여자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남자는 흐음, 콧소리를 내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팀장님, 저희 지금 어디 가는 건가요?”

“연구 센터.”

“연구 센터는 불탔었잖아요?”

“지하는 멀쩡하거든.”

지하.

귀에 들린 단어에 유시우가 돌연 버럭 소리 질렀다.

“싫어! 지하는 싫어!!”

지금보다 머리 한 뼘은 더 작았을 적, 유서아는 유시우에게 말하고는 했다.

‘시우야, 우리를 지하로 데려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알겠지?’

‘웅!’

누나랑 약속했었다. 아빠를 빼앗아 간 그곳에 두 번 다시는 발을 들이지 않기로.

그런데 도웅을 상처 입힌 무서운 어른들이 자신을 지하로 데리고 간단다.

“나갈래! 나갈 거야!!”

아이의 다급한 외침에 여자가 미간을 좁혔다.

“갑자기 왜 저래?”

“글쎄요, 혹시 모르니 붙잡을게요. 도망치면 골치 아프니까요.”

남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유시우를 제 품에 가뒀다. 아이는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것 놔! 놓으라고!!”

“윽! 이 꼬마가……!”

남자가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유시우 군.”

그는 손쉽게 아이를 제압하고는 이를 드러내며 경고했다.

“제가 한 말을 잊은 모양이네요. 도웅이라고 했나요?”

히끅, 아이가 딸꾹질을 했다. 남자는 그런 아이를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얌전히 안 있으면 차 돌려서 죽이러 갈 겁니다.”

알겠어요?

나지막하게 덧붙이는 목소리에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이라도 울 듯,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서 말이다.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제게 맛난 것을 사주고 재미난 것을 구경시켜 줬던 사람.

“고모오…….”

유시우는 울먹이며 유리한을 찾았다.

* * *

탁, 타앗―!

유리한은 도로를 내달리는 대신 높은 건물을 뛰어넘어 가며 센터로 향했다.

“유리.”

그 곁을 디에스 라고가 따랐다.

“디에스.”

유리한이 눈가를 살짝 찡그렸다.

“따라올 필요 없었는데.”

“걱정돼서 말이지.”

“내가?”

유리한이 재미있는 소리를 다 들었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도 걱정되고, 지한이의 아들을 납치해 간 녀석들도 걱정돼서 말이지.”

“오, 그 녀석들이 걱정된다고?”

유리한이 비딱하게 물었다. 디에스 라고는 오해하지 말라는 듯 입을 열었다.

“이곳은 탑이 아닌 바깥의 세계이지 않나? 괜히 피를 봤다가는 네가 곤란해질 테니 말이다.”

“곤란해져도 상관없어.”

“유리.”

디에스 라고가 나지막하게 그녀를 불렀다.

“지한이를 생각해라. 지한이의 아들도, 그리고 딸도.”

유리한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동생을 납치한 센터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죽였다가는 아주 난리가 날 것임을, 유리한은 모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를 으득 갈며 말했다.

“주아라만큼은 용서 못 해. 기필코 죽이고 말 거야.”

디에스 라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주아라, 그녀는 사선을 넘나들며 함께 싸웠던 동료였다.

‘그런데 이렇게 되다니.’

씁쓸하기 그지없는 일이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끊어진 관계.

이어 붙이는 것보다는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편할 터.

‘유리도 그걸 원하고 있는 것 같고.’

그야, 주아라는 유리한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던 유지한의 죽음과 깊게 얽혀있는 자였다.

주아라에 대한 유리한의 분노를 막아봤자.

‘오히려 미움과 원망만 사겠지.’

그런 건 원하지 않았다. 때문에 디에스 라고는 조용히 유리한의 곁을 지키기로 했다.

“유리, 주아라는 센터에 없는 것 같다만.”

“응, 그런 것 같네.”

주아라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다. 유리한은 미간을 좁히고는 센터와 그 주위를 둘러보았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불 켜진 사무실이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많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건, 주아라의 집무실과 연결되어 있는 비서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타앗!

유리한이 창을 부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뭐, 뭐야?!”

비서실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던 자들이 놀라 소리 질렀다. 깨진 창을 밟고 선 유리한이 그들에게 물었다.

“주아라 협회장님을 찾아왔는데, 자리를 비우고 계신 것 같아서요.”

담담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으나, 비서실에 있던 자들은 하나같이 당황하여 빽빽 소리 질렀다.

“당신 누구야?! 이곳이 어디라고 함부로 찾아와!”

“누가 경호실장님 좀 불러와!”

“경호실장님, 협회장님과 함께 자리 비우셨잖아요!”

“그럼, 경호 인력 아무나 불러와! 이 자식들, 소란을 들었을 텐데 뭐 하고 있는 거야?!”

소란 끝에 비서실 문이 열렸다.

“무슨 일입니까?!”

“침입자예요!”

그 소리에 문을 열며 들어온 센터 소속의 플레이어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유리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 진짜 조용히 넘어갔으면 했는데.”

유리한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내뱉고는 플레이어들을 향해 곧장 달려들었다.

그들 모두 탑 공략을 포기하고 바깥으로 나왔으나 40층까지 공략을 진행했던 플레이어들이었다.

하지만.

“누, 눈이……!”

“으아악!”

유리한의 오감 지배자(A)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유리한은 그들의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감각을 빼앗고는 무자비하게 제압하기 시작했다.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제 앞에 떨어진 플레이어의 모습에 디에스 라고가 미간을 좁혔다.

그때, 불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유리한이 많이 화난 모양이군.

날개 달린 파충류, 니르로르였다.

디에스 라고가 눈가를 살짝 찡그리고는 물었다.

“언제 따라온 거지?”

니르로르는 알 것 없다는 듯이 그의 질문을 무시한 채 말했다.

- 말리지 않아도 괜찮겠느냐?

디에스 라고는 제 말을 무시한 니르로르를 향해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으나 대답해 줬다.

“저들이 먼저 유리를 자극한 거지 않나?”

그러니 말릴 필요가 없다는 말씀.

그에 니르로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 말리지 못하는 건 아니고?

그것 역시 맞는 말이었다. 디에스 라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곧 유리한이 센터 소속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제압했다.

“나 참, 좋게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니만 달려들면 어떻게 해요?”

플레이어들은 유리한에게 달려들지 않았었다. 그러기도 전에 유리한이 먼저 자신들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유리한은 플레이어들한테서 관심을 접은 후 벌벌 떨고 있는 비서실 직원들에게 물었다.

“협회장님 지금 어디 가셨어요? 행방을 좀 알고 싶은데.”

직원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서로 눈치를 살폈다.

센터의 협회장, 주아라의 행방을 알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눈앞의 여자에게 말해줘도 되는지 고민이 됐다.

그들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유리한이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사람들한테 힘을 쓰기는 싫은데.”

자신이 힘을 쓰기 전에 좋게좋게 알려달라는 경고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그 말에 한 남자가 번쩍 손을 들며 협회장의 행방을 알려줬다.

“혀, 협회장님께서는 지금 연구 센터를 살펴보러 가셨습니다!”

“연구 센터는 불탄 것으로 아는데 말이죠.”

“지하는 멀쩡합니다!”

남자가 유리한에게 협회장의 위치를 알려준 이유는 간단했다.

유리한의 경고가 먹혀들었기도 하거니와, 눈앞의 여자가 세계를 구한 영웅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유리한은 싱긋 웃었다.

“그래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인사를 끝으로 깨진 창을 넘어 바깥으로 나갔다. 디에스 라고와 니르로르가 쓰러져 정신을 잃은 플레이어들을 한 번 두 눈에 담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 * *

“협회장님, 왜 그러십니까?”

센터의 협회장, 구시대의 영웅인 ‘유리한’과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알려진 주아라.

어둡기 그지없는 복도를 뒤돌아보고 있던 주아라가 말했다.

“별일 아닐세. 불청객이 찾아오는 것 같아서 말이지. 그보다 아이는?”

“확보했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주아라가 안도했다.

유리한의 동생, 유지한. 그의 아이가 곧 다시 제 손에 떨어진다.

‘찾는 데 꽤 애를 먹었지.’

도대체 무슨 수를 쓴 건지, 유시우의 행방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의 누나인 유서아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결국 아이를 찾아 끌고 오게 됐다.

‘드디어……!’

주아라가 이를 으득 갈았다. 두 눈에는 탐욕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무한의 마력.

유지한의 아들인 유시우는 그것이 잠재되어 있는 ‘플레이어’나 다름없는 몸이었다. 유서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유지한이 죽었을 때, 주아라는 아쉬워하는 한편 안도했었다.

실험체가 아직 두 명이나 남아있었으니.

그런데 겁도 없이 두 아이는 제 손을 벗어나 도망쳤었다. 그대로 놓치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을 찾아냈다. 정확히는 두 아이 중 한 명, 유시우를. 어쨌든 다행인 일이었다.

‘유리한은 아직 모르겠지.’

유리한에게 조카가 있는 줄도, 그리고 그 조카가 주아라의 손에 떨어진 줄도 모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내가 말했잖아. 내 동생 잘 부탁한다고.’

문득 떠오르는 옛 기억에 머리가 욱신거렸다. 유리한, 그녀에게 얻어맞은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주아라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고는 경호실장에게 물었다.

“실험 준비는?”

“완벽하게 끝냈다고 합니다.”

“좋아, 아이를 데려오면 곧장 실험을 진행하도록.”

“네.”

경호실장이 고개를 꾸벅이자 주아라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곧, 무한의 마력이 제 손에 쥐어지게 될 테다.

유리한에게 뒤처지지 않는 그 힘을.

‘얻게 된다……!’

주아라의 두 눈이 번뜩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