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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151)화 (151/235)

151화 

* * *

무당과 소림이 싸운 이유는 간단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하던가?

반대쪽 협곡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를 먼저 건너겠다고 서로 무기를 든 것이었다.

“바보 아니야?”

이야기를 모두 들은 유리한이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 것 같군.”

디에스 라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요한은 그저 웃을 뿐이다.

진창은 치욕스럽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소협 역시 마찬가지일 줄 알았으나.

“협객께서 뭘 아신다고 저희를 비난하시는 겁니까!”

그는 유리한을 향해 버럭 소리 질렀다. 그 외침에 디에스 라고가 못마땅한지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유리한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비난한 기억은 없는데요?”

“조금 전, 저희를 향해 바보라고 했잖습니까!”

“그야 바보니까요.”

그러니까 유리한은 사실을 말한 것뿐이었다. 어이없어하는 소협을 향해 그녀가 말했다.

“무당과 소림, 한쪽만 먼저 넘을 수 있는 다리라면서요? 그럼 양보하면 되잖아요.”

“우리는 무당과……!”

“사이가 안 좋다는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요.”

유리한이 소협의 말을 끊고는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그게 뭐 어때서요? 암만 사이가 안 좋아도 그렇지. 그게 싸울 이유가 되나요?”

되지 않는다. 분하게도 그랬다.

소협은 입을 다물었다. 진창 역시 분하다는 얼굴이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리한은 그런 둘을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자자, 어쨌든 서로 사이좋게 화해하시죠. 같이 무공을 닦을 동지잖아요?”

동지는 누가 동지야!

진창과 소협은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떨떠름한 얼굴로 서로에게 사과했다.

“미안하오, 소협. 무당을 대표하여 사과드리겠소이다.”

“저야말로 미안합니다, 진창. 소림을 대표하여 사과드립니다.”

서로에게 사과하는 장면에 유리한이 뿌듯하게 웃었다. 까드득, 이를 갈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순간 화산의 백명, 아니 리신은 생각했다.

‘무서운 여자.’

무당의 미친개라고 불리는 진창과 그와 상극으로 조용한 스님이라 불리는 소협을 저렇게 화해시키다니!

‘정말 무서운 여자다.’

분명, 그녀가 보여준 무력에 압도당해 화해한 거겠지.

‘그러지 않았다면 또 한 대씩 맞았을 테니까.’

리신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정체가 들킨다면 유리한에게 한 대 맞고 혼나기는 개뿔, 그 한 대로 세상을 하직하고 말 거다.

‘절대로 들키면 안 된다.’

이미 들킨 줄도 모르고, 리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오, 여기가 그 다리예요?”

유리한이 반대쪽 협곡으로 이어져 있는 긴 다리를 보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리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산으로 갈 때도 이 다리를 넘어가야 하나요?”

“네, 맞습니다. 이 다리를 지나 저 산을 넘으면 화산이 있습니다. 분명 화산의 모든 사람이 유리한 님을 반겨줄 거랍니다.”

“그거 기분 좋은 말이네요.”

유리한이 싱긋 웃었다. 그러고는 다리를 살폈다. 두 사람이 지나가기에도 턱없이 좁은 길.

“확실히, 한 팀만 넘어갈 수 있는 다리네요.”

“팀이라니 무슨 소리입니까?”

진창이 뚱하게 물었다.

‘앗차, 팀이라니 그런 말 모르겠구나!’

유리한이 말을 고쳤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그래서 누구 먼저 건널래요?”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무림은 모든 문파가 갈가리 찢긴 상태였다. 마교와 사파, 그 둘의 앞에서 서로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서 유리한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희가 먼저 건널게요.”

그녀가 나서자 잘됐다 싶었는지 화산을 비롯한 무당, 소림의 모든 사람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런 그들을 향해 유리한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뒤통수치면 다들 죽을 줄 알아요. 다리가 끊어져도 저희는 살 수 있거든요.”

유리한의 품에 있던 니르로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리신을 제외한 모두가 니르로르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괴물 같은 여자와 함께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도마뱀이다.

‘무슨 힘을 감추고 있을지 몰라.’

‘뒤통수는 개뿔, 치다가 죽을 일 있나?’

‘저 여자가 다리를 다 건널 때까지 죽은 듯이 있자.’

화산과 무당, 그리고 무림의 제자들이 각기 다른 생각을 할 때, 유리한은 다리를 건넜다.

고요한이 그 뒤를 곧장 따랐고, 디에스 라고가 무림의 무인들을 향해 날 선 시선을 보낸 후 마지막으로 뒤따랐다.

끼익, 끽―!

움직이는 다리가 무서울 만도 하건만 유리한은 거침없었다.

“우와, 흔들 다리 같아!”

“흔들 다리가 뭔가요?”

“이렇게 산과 산을 잇는 다리를 말해요! 바람이 불면 엄청 흔들려서 흔들 다리라고 하죠.”

그때였다.

휘이잉, 강한 바람이 몰아닥치기 시작했다.

끽, 끼익! 끼이익―!

다리가 금방에라도 끊어질 듯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리한이 다리의 난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을 붙잡고 웃었다.

“요한, 흔들 다리가 뭔지 이제 알겠죠?”

“네, 잘 알겠네요.”

고요한이 어색하게 웃었다.

유리한은 짜증스레 입매를 비틀었다. 불어오고 있는 바람이 인위적인 것을 알아차린 탓이었다. 묘하게 마력이 섞여 있는 것이…….

‘빌어먹을 만물 자식들.’

만물의 마법사가 때를 기다려 마법을 사용한 것이 분명했다. 디에스 라고 역시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유리, 마법을 부리는 녀석이 근처에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어떻게 할까?”

찾아가 죽일지 아님, 무시하고 갈 길을 갈지.

“마법을 부리고 있는 녀석을 죽이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 화산이니 뭐니 하는 것들 중에 웬 오물이 섞여 있는 것 같거든.”

백명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리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디에스도 알아차렸구나!’

정확히 누구인지는 모르는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쨌든 간에 유리한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다리가 끊어지고 말 거다.

‘어쩌면 좋지?’

유리한이 그런 생각을 할 때, 품에 있던 니르로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 훗, 짐이 나설 차례구나.

“네가 뭘 나선다고?”

“맞아요, 니르로르 씨. 위험하니까 가만히 계세요.”

하지만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러는 대신 고개를 완전히 내밀고는 크게 입을 벌렸다.

콰과광―!

불어오던 바람이 어두운 힘에 밀려 사라졌다. 드래곤의 브레스에 완전히 밀린 것이다.

불어닥치던 바람을 향해 브레스를 쏜 니르로르가 뿌듯하게 웃으며 물었다.

- 어떠냐, 짐의 힘이.

유리한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

‘맞아, 이 녀석, 드래곤이었지.’

그것도 세상을 멸망으로 몰고 갔던 위대한 죽음의 드래곤.

드래곤은 당연히 브레스를 쏠 수 있다.

멀린 아서 역시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한 마법을 펼치다가 브레스에 맞고 죽지 않았던가?

‘그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지. 이 빌어먹을 녀석의 브레스 때문에.’

유리한의 두 눈이 낮게 가라앉았다. 니르로르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난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유리한은 결국 픽 웃고 말았다.

어쨌거나 지난 일이다. 니르로르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했어도 가슴에 묻고 나아가야만 한다.

‘모두를 위해서라도 그래야지.’

니르로르, 이 빌어먹을 드래곤에게 죽어간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유리한이 과거에 발목 잡히기를 원치 않을 거다.

그녀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영웅’이었으니까. 과거는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위대한 플레이어 말이다.

‘그리고 죽이고 싶어도 종속 계약 때문에 죽이지 못하니, 뭐.’

유리한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자, 빨리 다리를 건너자.”

- 유리한아, 짐을 향한 칭찬은 없는 것이냐?

“응, 없어.”

- 유리한아!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유리한은 성가시다는 듯, 동그란 이마에 손을 얹어줬다.

* * *

“헉, 허억……!”

죽을 뻔했다. 아니, 마법을 사용한 수많은 마법사가 그 자리에서 그대로 죽어버렸다.

사파라 불리는 만물의 마법사가 거세게 뛰고 있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황급히 수정구를 들었다.

“수장님, 수장님!”

곧 수정구가 환하게 빛나며 노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무슨 일이지?

“유리한을 죽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당했습니다!”

- 그렇군.

심드렁한 목소리였다. 마치,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예상한 듯한 목소리.

살아남은 마법사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목소리를 내뱉었다.

“수장님은 알고 계셨습니까?”

- 무엇을 말이지?

“저희가 유리한을 죽이지 못할 거라는 것을요! 아니, 그녀가 괴물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요!”

- 괴물?

수장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마법사는 벌벌 떨며 말했다.

“유리한에게 괴물이 있었습니다. 그 괴물의 공격에 저희 모두가 당했습니다! 어두운 기운이 순식간에 들이닥치더니……!”

- 하하, 하하하!

돌연, 만물의 수장인 그레이시 아서가 웃음을 터트렸다.

“수, 수장님?”

마법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그레이시 아서는 한참 동안 웃다가 너그럽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 자네가 말하는 그 녀석은 괴물이 아닐세. 오히려 모든 마법사가 선망하는 생명체지.

그 생명체를 탐내다가 죽어버린 마법사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그레이시 아서였다.

하지만 마법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네?”

하지만 그레이시 아서는 한낱 말단인 그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줄 생각 따위 없었다.

그가 생각에 빠진 사람처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브레스를 쏜 모양이지. 힘을 다 잃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야. 아님, 힘을 회복 중인 건가? 그럼, 곤란한데.

“수, 수장님. 저는 지금 수장님께서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몰라도 된다네. 자네는 어차피 지금 죽을 테니.

“네? 그게, 무슨…….”

마법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순간 펼쳐진 마법진과 함께 그의 온몸이 꿰뚫렸기 때문이다.

“쿨럭!”

마법사는 피를 토해내며 생각했다.

마탑에 있던 마법사 중 누군가 배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어리석은 자라면서 치를 떨며 분노했었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나였구나.’

그레이시 아서에게 있어 자신들은 그저 장기짝이었다.

필요할 때 쓰다가, 그 쓰임을 다하면 버리는 장기짝. 마법사는 죽음의 고통에 몸서리치며 결국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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