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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160)화 (160/235)

160화 

* * *

화산에 모인 문파 사람들은 아웅다웅 다투기도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시끌벅적하네.”

“무림에서 이름난 녀석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니까 당연하겠지. 그보다, 유리.”

디에스 라고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숨어 있어도 되겠나?”

“응.”

유리한과 그녀의 일행들은 숙소에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까 종남으로 떠나지 않았다는 거다.

“밖에 있는 사람 중에 우리를 알아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그보다 니르로르.”

유리한이 제 옆에 앉아 있는 아이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래?”

“짐은 평소와 같다만?”

“아닌데? 얼굴에 ‘나 아주 불만 있소’라고 적혀 있는데?”

유리한이 불퉁하게 부풀어 있는 니르로르의 뺨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렀다.

그가 불만이 가득한 이유는 간단했다.

리신인지 뭔지 하는 마법사가 끝내 유리한을 살피러 오지 않은 탓이다.

니르로르는 가만히 유리한의 손길을 느끼다가 모습을 바꿨다. 어린 드래곤의 모습을 취한 거다.

-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짐은 평소와 같다.

“네네, 그러시겠죠.”

유리한이 픽 웃고는 말했다.

“가만 보면 장문인도 사람이 참 무서워. 적 앞에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니.”

“보아하니 살기도 숨기고 있는 것 같군.”

디에스 라고가 바깥에서 흐르고 있는 기운을 느끼고는 말했다. 그때 고요한이 입을 열었다.

“만물과 천하태평이 정말 쳐들어올까요?”

“네, 그럴 거예요.”

유리한이 확신에 차 말했다.

“걔들은 제가 이곳에 있는 줄 알고 있을걸요? 아니라고 해도 여기 모인 사람들을 모두 죽이면 제가 분노해서 자신들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겠죠.”

천하태평은 몰라도 만물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녀석들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고 있어야죠.”

“그 사람들이 유리한 씨의 기척을 알아차리면 어떻게 하죠?”

“알아차리면 더 좋죠.”

유리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제가 여기 있는 걸 알고 아주 좋아할 테니까요.”

어서 나오라며 날뛸 테지. 유리한은 그때를 노리고 있었다.

“문제는 병력인데.”

“병력이요?”

“네, 만물과 천하태평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이곳을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쪽수 앞에서 장사 없다.

원래 유리한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이었지만 지금의 그녀는 많이 약해진 상태였다.

‘아니, 약해졌다기보단 상태가 안 좋아진 것뿐이지만.’

많은 수가 달려들면 암만 그녀라 해도 당해낼 수가 없을 터.

“그건 걱정하지 마라, 유리. 우리가 있지 않나?”

‘우리’라는 말에 고요한과 니르로르가 유리한을 향해 뿌듯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자 디에스 라고가 물었다.

“니르로르, 너는 왜 웃는 거지?”

- 짐을 포함해서 말한 것 아니냐, 음흉한 인간아.

“아니다.”

- 그런! 무엄하다!

니르로르와 디에스 라고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유리한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키득거렸다.

언제 봐도 참 사이가 좋다. 물론, 반어법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갈 때였다.

“침입이다! 마교가 침입했다!”

“사파다! 사파와 마교가 함께 화산에 쳐들어왔다!”

기다리던 상황이 드디어 펼쳐졌다. 곳곳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자, 그럼 나가볼까?”

유리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를 따라 디에스 라고와 고요한 역시 각자의 무기를 챙겨 들며 몸을 일으켰다.

니르로르는 날갯짓하여 유리한의 머리 위에 찰싹 붙어 앉았다.

그들은 곧장 닫혀 있던 문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피비린내가 코를 찔러왔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는 광경에서 유리한이 창을 꺼내 들었다.

“가자.”

그 말 한 마디와 함께 모두가 서로 다른 곳을 향해 땅을 박찼다.

“리스트레인(restrain)!”

공중을 날며 마법을 펼치고 있는 마법사가 보였다. 유리한은 그를 향해 창을 내던졌다.

“크헉!”

복부를 관통한 창에 마법사가 쿨럭 피를 토해냈다. 무림의 무인들을 향해 마법을 펼치던 그는 곧 정신을 잃고 추락했다.

유리한은 그를 향해 내던졌던 창을 회수했다.

밑은 아수라장이었다. 무인들은 마법사에 대항하는 동시에 검은 도복을 입은 자들과도 부딪치고 있었다.

‘저 검은 도복들이 천하태평의 플레이어겠지? 거참, 늙은이 취향 한번 여전하다니까?’

유리한이 픽 웃을 때였다.

“오랜만이네, 유리한.”

뒤쪽에서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일그러진 미소로 화답했다.

“오랜만이야, 아저씨. 아니지, 이제 할배인가? 못 본 사이에 많이 늙었네?”

“그러는 네 녀석은 그대로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유리한이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디에스도 그대로다? 만물에 의해 30년 가까이 봉인을 당했다지 뭐야.”

“그래, 그 소식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그렇구나.”

유리한이 여상하게 웃고는 곧장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알면서도 내버려 뒀단 말이지? 만물, 그 빌어먹을 새끼들을. 그래, 그러고 보니.”

유리한이 구천하를 향해 창을 겨누며 말했다.

“지한이가 그 꼴을 당하는데도 내버려 뒀지.”

“관망했을 뿐이다.”

“같은 말이잖아!”

또한, 구천하 역시 그저 관망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유리한이 버럭 소리 질렀다.

“그렇게 내 힘이 탐났어? 무한의 마력이, 이 빌어먹을 힘이 내 동생을 죽일 정도로 탐났었냐고!”

악에 받친 외침에 구천하는 태연히 대답했다.

“그래, 탐이 났다.”

구천하가 양손에 주먹을 쥔 채 싸울 태세를 갖췄다.

“네가 가진 힘이 허무하게 사라졌을 때, 나는 내 반쪽을 잃은 기분이었다.”

“우웩, 미쳤어? 노망났어?”

내 반쪽을 잃은 기분이었다니!

누가 들으면 자신과 구천하가 아주 진득한 사이였다고 오해할 법한 소리였다.

구천하는 픽 웃었다.

“그렇기에 기뻤다. 네 동생이, 유지한이 너와 똑같은 힘을 지녔다는 것에 말이다. 하지만 막상 마주친 힘에 나는 실망했다.”

구천하가 이를 으득 갈았다.

“그런 위대한 힘을 가졌어도 너와 다르게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다니! 유지한은 그런 힘을 가질 자격이 없는 녀석이었다!”

유리한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한의 마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장,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쨌거나 구천하는 동생의 죽음에 일조한 녀석이다. 유리한에게 있어서는 복수의 대상.

유지한이 그 복수를 원치 않는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척, 유리한은 구천하를 향해 창을 겨누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며 그녀는 말했다.

“알지, 아저씨? 당신, 나한테 단 한 번도 이긴 적 없다는 거.”

“오늘만큼은 다를 거다.”

“그래, 그래야지.”

유리한이 비딱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야 할 거야.”

유리한이 허공을 박찼고, 구천하 역시 몸을 띄웠다. 곧, 아수라장 위에서 두 사람이 부딪쳤다.

* * *

콰과광―!

폭음과 함께 섬광이 번쩍 일었다. 디에스 라고는 눈가를 살짝 찡그리며 만물의 마법사를 깔끔하게 처치했다.

마법을 부리던 손을 자르거나 입을 갈랐다. 혹은 마력이 담긴 마나 심장을 찔러 파괴했다.

디에스 라고, 그에게 있어 마법사를 죽이는 건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살살 해주게나.”

그에게도 까다로운 상대는 있기 마련이었다.

만물의 수장, 그레이시 아서.

그가 인자하게 웃으며 디에스 라고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배는 늙어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디에스 라고는 아주 손쉽게 그를 알아보았다.

“그레이시 아서.”

디에스 라고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죽고 싶어 나타난 모양이군.”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그레이시 아서가 여전히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70층이지. 유리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보물만 얻으면 그 세상은 우리의 손에 떨어지게 된다.”

“유리는 네 녀석에게 보물을 줄 생각 따위 없는 것 같던데.”

“그러니 빼앗아야지.”

그레이시 아서가 히죽거렸다. 그가 보이는 웃음에 디에스 라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누가 누구의 것을 빼앗겠단 말인가?

디에스 라고가 이를 으득 갈고는 그를 향해 땅을 박찼다. 그레이시 아서는 방어 마법진을 펼치며 입을 열었다.

“잊었나, 디에스 라고? 자네는 내게 이미 붙잡힌 전적이 있다는 것을.”

그 말과 함께 디에스 라고의 앞에 환상이 펼쳐졌다.

유리한, 그녀가 니르로르를 죽이고자 몸소 나섰던 날. 그런 유리한을 막고자, 디에스 라고가 저를 막는 플레이어들을 쓰러뜨리면서까지 구태여 찾아갔던 날.

‘유리! 멈춰!! 방법이 있을 거다, 유리! 네가 희생하지 않아도 될 방법이……!’

‘없는 거 알잖아.’

선명하게 떠오르는 악몽과도 같은 기억에 디에스 라고가 비틀거리며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뺨에 손이 닿았다. 온기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환상이 만들어낸 유리한의 손이.

‘디에스, 나는 괜찮아.’

그때, 자신은 어떻게 말했더라? 거짓말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괜찮지 않은 것 다 안다고, 그러니 떠나지 말아 달라고 했었다.

그래, 분명 그랬었다.

하지만 유리한은 떠났다. 그리고 영영 사라졌다. 세상에 어둠을 몰고 왔던 죽음의 드래곤, 니르로르와 함께.

“아… 아아…….”

디에스 라고의 두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앞에 피를 흘리고 있는 유리한이 손을 뻗었다.

‘디에스, 왜 나를 말리지 않았어? 왜 나를 구해주지 않았어? 왜 나를 대신해서 네가 죽어주겠다고 하지 않았어?’

유리한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애초에 저런 꼴로 나타난 적도 없었다.

하지만 디에스 라고는 환상인 줄 알면서도 벌벌 떨었다.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그레이시 아서는 그를 내려다보며 피식 비웃음을 흘렸다.

“자네는 그때나 지금에나 참으로 변함이 없군.”

도대체 어떤 환상이 그를 괴롭히는지 모르겠으나 알 바 아니었다. 그레이시 아서가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예전엔 봉인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직접 목숨을 거두기 위해서였다.

‘살려두면 골치 아픈 녀석이다.’

이미 봉인이 풀인 후, 몇 번이고 유리한과 함께 자신을 방해했다.

‘썩을 싹은 미리 뿌리 뽑는 것이 좋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법을 부리려고 할 때였다.

“리스트레인!”

끝이 날카로운 사슬이 그레이시 아서를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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