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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164)화 (164/235)

164화 

* * *

쾅! 콰광―!

여러 번 땅이 울림과 동시에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랴오륭은 휘휘,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이고, 노친네. 언제 봐도 힘 한번 장사군.”

“칭찬 감사하네. 하지만 벌써부터 힘들어하면 곤란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구천하가 싱긋 웃었다. 랴오륭은 늙은이의 인자한 미소에 꿀꺽 침을 삼킨 후 자신과 등을 맞대고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이봐, 우리 얼굴만 예쁜 단장님. 어때?”

“뭐가 말이죠?”

“우리 둘이 저 노친네들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는 말이야.”

그 말에 청예신이 대답했다.

“이겨야죠.”

그리고 검을 고쳐 잡았다.

곧, 그녀의 검을 중심으로 푸른 검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청예신은 그레이시 아서를 향해 검을 치켜들며 단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죽어도 이겨야 해요.”

청예신은 자신의 팔을 내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그레이시 아서의 목숨을 빼앗아 갈 작정이었다.

‘그게 어미의 도리니까.’

자신의 약점이 될까 싶어 스스로 제 품을 떠나간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또한 제게 폐를 끼치게 될까 염려하다가 스스로를 부서뜨리고 말았다.

‘그러니까.’

타앗―!

청예신이 땅을 박찼다.

“하여튼 성질 급하기는.”

랴오륭이 쯧 혀를 차고는 구천하에게 물었다.

“성질 급한 여자는 매력이 없는데, 안 그렇소?”

구천하는 말없이 랴오륭을 응시했다. 곧, 그가 자세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이봐, 맹주. 아직 늦지 않았다네.”

“뭐가 말이오?”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것. 선택의 기회가 아직 남았다는 말이라네.”

랴오륭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은 구천하가 웃는 낯으로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는 강해. 오광 중에서도 강하다고 일컬어지는 것이 바로 우리 천하태평과 만물이지.”

“하하, 그것참 웃기는 소리군!”

랴오륭이 쿵, 두 주먹을 서로 맞대고는 호탕하게 웃었다.

“내가 듣기로는, 영감.”

그가 몸을 숙이고선, 타앗―! 빠르게 다리를 놀렸다.

“오광 중에서 가장 강한 곳은 바로 우리 혈맹이다.”

순식간에 당도한 상대의 주먹에 구천하의 주먹도 커졌다. 하지만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터, 구천하가 두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과광―!

오광의 천하태평과 혈맹.

종주와 맹주의 격돌에 온 대지가 울렸다.

* * *

강한 진동에 모두가 몸을 휘청거렸다. 단 한 사람, 유리한만 제외하고 말이다.

이런 땅울림이야 튜토리얼이 이뤄지던 때에 지겹게 느껴봤던 것.

유리한은 나무를 타며 자유롭게 몸을 움직였다. 그 모습이 어느 나라의 원숭이 못지않았다.

니르로르가 유리한을 따라붙으며 말했다.

- 아주 살맛이 났구나.

“니르로르.”

유리한은 드래곤의 모습을 취한 그를 보며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또 그 모습이야?”

- 어린아이 모습으로는 네게 짐만 될 테니 말이다.

“너는 항상 짐이었는데?”

- 뭐라?!

니르로르가 두 눈을 부릅떴다. 그에 유리한이 키득거렸다.

“장난이야.”

유리한이 눈웃음을 지었다.

“짐이었으면 뮤즈의 백작님께 맡겨놓고 왔겠지.”

그 말에 니르로르가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 짐은 음흉한 인간 못지않게 의중 모를 인간 녀석과 함께 있는 것이 싫도다.

“그래, 그럴 줄 알고 뮤즈의 백작님께 맡기지 않았잖아?”

그러니 칭찬해 달라는 듯, 유리한이 씨익 웃었다. 그 미소를 물끄러미 보던 니르로르가 그녀를 불렀다.

- 유리한아.

“왜.”

- 너는 뮤즈의 백작이란 놈이 밉지 않느냐?

그 말에 유리한이 입을 닫았다가 목소리를 뱉어냈다.

“밉지.”

밉기만 할까?

때때로 살의가 차오르고는 했다.

“내 동생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던 방관자잖아. 그런 인간을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 그런데 그 녀석을 왜 살려두고 있는 거냐?

“글쎄?”

유리한이 픽 웃었다.

제로 바니스타의 과거가 불쌍해 살려두고 있는 건 절대 아니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그를 살려뒀다면 랴오륭의 오른팔은 왜 잘라냈겠는가?

그리고 왜 다시 붙인 후 명령과도 같은 자신의 말을 어길 수 없도록 그런 계약을 맺게 했겠는가?

“지한이는 말이야, 불필요한 살생을 싫어하는 아이였어. 그리고 내가 다치는 걸 무척이나 싫어했었지.”

멀린 아서, 위대한 대마법사에게 치료를 받고 돌아왔는데도 자신이 다쳤던 걸 어떻게 알았는지 엉엉 울어대던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오광이란 녀석들이 상처 입히고, 결국 죽게 만들었다.

그런 그들이 밉지 않을 리가 없었다.

‘뭐, 청예신 씨는 모르는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부모가 지은 죄는 자식에게까지 미친다.

그렇기에 유리한은 청예신이 좋은 사람이란 걸 알지만, 그녀를 마음 편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북해빙궁에서의 일도 있고.’

유리한은 청예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딸, 설영의 목숨을 직접 거두었다.

유리한의 두 눈에 그리움이 드리워지려던 찰나, 니르로르가 그녀에게 물었다.

- 하지만 만물의 수장이란 녀석은 죽일 생각이지 않느냐?

“응? 응, 그렇지.”

유리한이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그 빌어먹을 수장님께서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으니까. 그리고 지한이의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새끼니까.

유리한은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 그 인간은 어떻게 할 거냐?

“어느 인간?”

- 수장이란 녀석 말고 다른 한 놈이 더 있지 않았느냐.

“아아, 그 아저씨?”

유리한이 픽 웃고는 아래를 보며 물었다.

“디에스! 구천하, 그 아저씨를 맡겨도 될까?”

“물론이지, 유리.”

유리한의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던 디에스 라고가 담담하게 목소리를 뱉어냈다.

“구천하, 그자는 내가 상대할 테니 너는 그레이시 아서와 맘껏 싸우도록 해라.”

“그래, 고마워.”

디에스 라고라면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구천하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싸울 수 있었다.

그렇기에 유리한은 디에스 라고에게 기꺼이 구천하를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어차피 랴오륭, 그 인간도 구천하를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쪽수 앞에서는 장사 없다.

유리한은 그것을 오늘 만물의 수장과 천하태평의 종주에게 똑똑히 보여줄 생각이었다.

‘과연, 그 인간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적어도 만물은 이곳에서 뿌리째 뽑고 싶은데.’

아니, 뿌리째 뽑기만 하는 건 안 될 소리다.

‘다시 살아날 수 없도록 잘근잘근 밟아줘야지.’

유리한이 입매를 비틀었다.

“요한과 서문기율 씨는 후방에서 지원해 주세요.”

“저희도……!”

함께 싸우고 싶다는 그 말을, 서문기율은 내뱉지 못했다. 그러기도 전에 유리한이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서문기율 씨, 당신의 실력으로 지금 저 전투에 함께하는 건 불가능해요. 당신은 힘을 키워 49층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수인족과 서문기율의 동료가 그를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서문기율은 결국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녀의 말에 조용히 따르겠다는 의미였다.

유리한은 풀이 죽어버린 그 모습에 웃는 낯으로 말했다.

“그래도 서문기율 씨, 처음 만났을 때보다 엄청 성장했으니까요.”

“저, 정말입니까?”

“네, 정말이에요.”

유리한이 싱긋 웃었다.

“다음에는 같이 등을 맞대고 싸워요, 알겠죠?”

“네! 알겠습니다!”

서문기율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유리한 님께서 성장했다고 칭찬해 주셨어!’

서문기율의 의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유리한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고는 고요한에게 말했다.

“요한은 우리가 다치면 힐 좀 부탁할게요.”

“네, 틈이 보이면 마법도 사용할게요.”

“그래 주면 고맙죠.”

유리한이 싱긋 웃는 그때, 다시 한번 땅이 크게 울렸다. 이번에는 유리한도 나무에서 삐끗할 정도로 커다란 진동이었다.

“우와, 머리부터 떨어질 뻔했네. 잘못했으면 상태가 좋아지자마자 세상 하직할 뻔했어.”

“유리,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말라고? 알겠어, 디에스.”

유리한이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키득거리던 순간이었다.

“으아악!”

누군가 우렁차게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리한이 그를 알아보고는 단번에 낚아챘다.

유리한의 스탯 능력치가 조금만 더 낮았더라면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오, 이게 누구야? 혈맹의 맹주께서 꼴사납게 무슨 일이래요?”

그 말에 랴오륭이 어색하게 웃었다. 이대로 꼼짝없이 날아가 어디 나무에 처박히기라도 하면 어쩌나 했더니, 이게 웬걸?

“하하, 영웅님께서는 몸 좀 회복하셨나 봅니다?”

“네, 보시다시피요.”

유리한이 더러운 거라도 만진 것처럼 그를 놓아줬다. 바닥에 쿵, 엉덩방아를 찧은 랴오륭이 아래를 문지르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문기율! 야, 인마! 너는 현장에서 멀리 벗어나 있으라니까 왜 여기 있는 거야?!”

서문기율 때문이었다.

랴오륭의 걱정 아닌 걱정에 서문기율이 뚱하게 말했다.

“저는 유리한 님과 움직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랴오륭 씨.”

유리한은 ‘님’이고 랴오륭은 ‘씨’였다. 그에 랴오륭이 울컥할 뻔했지만 애써 참았다. 49층에서 벌인 짓들이 있지 않은가? 원래 죄인은 말이 없는 법이었다.

그때, 유리한이 물었다.

“구천하, 그 아저씨한테 졌나 보네요?”

“졌다니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하신답니까?”

랴오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타앗! 순식간에 땅을 박차며 사라졌다. 하지만 유리한의 두 눈에는 그가 향하는 곳이 뚜렷하게 보였다.

구천하가 자세를 취했고, 저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랴오륭의 팔을 막았다.

유리한은 씨익 웃었다.

“저 아저씨는 변한 게 없네.”

“그러게 말이다.”

디에스 라고가 창을 꺼내 쥐고선 말했다.

“유리, 네가 최대한 나서지 않게끔 몰아붙이도록 하마.”

구천하는 유리한 대신 디에스 라고한테도 심심찮게 싸움을 걸곤 했었다.

그 전적은, 100전 100무.

구천하와 디에스 라고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실력이 비등한 자들이었다.

“좋아, 그럼.”

유리한의 주위로 색이 짙은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보자고.”

유리한이 한껏 웃었다. 뮤즈의 백작이 봤다면 ‘마귀’라고 표현했을 만큼 악독한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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