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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커가 되기 위한 손쉬운 방법 (211)화 (211/235)

211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 보네요?”

“그래, 그것도 아주 곤란한 일이 있어.”

“괜찮으니까 말해줘요.”

엘렌티아가 눈짓하여 세작을 돌려보냈다. 그러고는 크게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먼저 디에스라는 인간은 글러트니 님께 있다고 하는군.”

“글러트니?”

“욕심이 많은 분이셔. 고위 마족님들 간의 전쟁도 그분이 엔비 님의 영역을 공격하면서 일어나게 됐지.”

“그러니까 이 전쟁의 원흉이라는 거군요?”

“그렇지.”

엘렌티아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글러트니 님은 자신의 영역 내 모든 살아 있는 것을 전투 병기로 만드는 걸 즐기는 분이셔. 그게 인간이든 마족이든 상관 않지.”

“그래서요?”

“내 말 제대로 들은 거야?”

엘렌티아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디에스라는 놈은 포기해. 이미 글러트니 님에 의해 전투 병기가 됐을 거다.”

“그럴까요?”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제 동료들은 하나같이 모두 강하거든요. 아, 제로 바니스타 놈은 제외하고요.”

제로 바니스타가 앞에 없다고 함부로 그를 대하는 유리한이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말했다.

“그러니까 걱정할 것 없어요. 디에스는 무사할 테니까요.”

“동료에 대한 믿음이 아주 대단하군.”

“그러는 엘렌티아 님께서는 러스트 님에 대한 믿음이 별로인가 보네요?”

“그럴 리가!”

엘렌티아가 버럭 소리 질렀다.

“나만큼 주인을 위하는 마족이 있다면 어디 한번 나와보라고 해!”

정말이지,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유리한은 그를 향해 짝짝 가볍게 손뼉을 쳐주고는 말했다.

“어쨌든 그래서요?”

“뭐?”

“디에스 말고 다른 사람들은요? 지금 어디 있는데요?”

크흠, 엘렌티아가 헛기침을 터트리고는 대답했다.

“고요한이란 남자는 슬로스 님 쪽에 있다고 하더군. 그 인간은 그래도 상황이 나은 편이야. 슬로스 님은 귀찮음이 심해서 성 밖으로 나오는 일이 없으시거든.”

그리고 마지막 일행의 소식도 전했다.

“제로 바니스타인지 뭔지는 그리드 님의 영지에 있다고 하더군. 이 인간은 조금 특이해.”

“어떻게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모르겠지만, 그리드 님의 심복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찼다는데.”

“오…….”

유리한이 입술을 오므렸다.

‘그 인간답구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빠르게 자리 하나를 꿰차다니.

‘뭐, 그것도 그 인간 능력이겠지.’

유리한은 좋게 생각하자면서 엘렌티아에게 물었다.

“듣고 보니 딱히 곤란한 상황도 아닌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

엘렌티아가 날카롭게 말했다.

“그리드 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와 적대 세력이다. 그런데도 곤란한 상황이 아니라고?”

그러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특히나 글러트니 님과 우리 러스트 님의 사이는 최악이지. 벌써 수십, 수백 번은 공방이 오갔다고.”

“그래요? 그런 것치고는 꽤 평화로워 보이는데요.”

“그거야 잠시 휴전을 맺은 상태니까.”

엘렌티아가 벅벅 머리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동료들을 구할 생각이라면 버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제로 바니스타란 놈은 홀라당 그리드 님의 옆에 붙어버렸으니.”

엘렌티아가 쯧쯧 혀를 찼다.

하지만 유리한은 심드렁한 얼굴로 물었다.

“세 사람이 있는 곳 중, 탈출하기 가장 어려운 곳이 어디예요?”

“뭐?”

“엘렌티아 님, 정말 귀가 안 좋으신 건가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런 건 왜 물어보냐고!”

“왜 그러겠어요?”

유리한이 눈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데리러 가려고 물어보는 거죠.”

엘렌티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냐?”

“네,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유리한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아래에서 피어오른 그림자가 그녀를 집어삼키는 것과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 이게 무슨!”

엘렌티아가 당황하여 허둥댔다.

분명 자신의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떠들어 대던 여자였다.

“어디로 사라진 거야?!”

러스트가 따로 시간을 가지겠다면서 약속까지 잡아 놓은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이 사라졌다니!

“나는 죽었다!”

그가 머리를 부여잡을 때였다.

“엘렌티아 님, 진정하세요.”

“인간!”

이 아니라.

“유리한!”

엘렌티아가 황급히 말을 고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저는 줄곧 이 자리에 있었어요.”

유리한이 어깨를 으쓱였다.

“엘렌티아 님이 보지 못했을 뿐이죠.”

“뭐?”

엘렌티아가 놀란 눈을 보였다.

“믿지 못하겠다면, 자요.”

유리한이 손을 내밀었다.

“마치 저기서 누군가 오고 있는 것 같은데 시험해 보도록 하세요.”

“지금 내게 인간의 손을 잡으라는 거냐?”

“네.”

유리한이 그렇게 말하고는 엘렌티아의 손을 덥석 잡았다.

“너!”

엘렌티아가 화들짝 놀라 잡힌 손을 놓으려고 했지만.

‘무슨 힘이……!’

유리한의 손을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손이 붙잡힌 채 얌전히 있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이게 도대체!”

엘렌티아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다.

성의 고용인이 인사도 하지 않고 자신을 지나쳐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저놈이 죽고 싶은가 보군!”

“진정하세요, 엘렌티아 님.”

유리한이 그를 달래며 말했다.

“저 마족에게 저희는 지금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뭐? 그게 말이 되느냐?!”

“되니까 하는 소리죠. 아님, 계속 시험해 볼래요?”

유리한이 웃는 낯으로 물었다.

엘렌티아는 끄응 앓는 소리를 내고는 입을 열었다.

“아니, 괜찮다.”

“그렇다면야.”

유리한이 어둠을 지배하는 자(S)의 힘을 풀었다.

“보다시피 저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안 돼.”

엘렌티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너는 러스트 님의 손님. 더욱이 러스트 님께서는 너와 따로 만남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신다.”

“그러니까 그 전에 후다닥 다녀올게요.”

“러스트 님께서 언제 만나자고 할 줄 알고!”

“그거야 물어봐야 알죠?”

유리한이 어깨를 으쓱였다. 엘렌티아는 골치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러스트 님께서는 기분파이시다.”

“네?”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는 말이다.”

“그것참 제멋대로이신 분이네요.”

유리한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니까 안 돼. 지금 당장 러스트 님께서 부를 수도 있다고.”

“그럼 제 동료들은 어쩌고요?”

“포기하라고 했잖아.”

유리한이 실소를 흘렸다.

“포기할 생각 따위 없어요.”

그러니까.

“협조 좀 해줘요.”

“혀, 협조?”

그에게 가까이 다가간 유리한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제가 성 밖으로 나가는 건 안 된다고 하니 엘렌티아 님의 힘을 빌릴 수밖에요.”

“누가 힘을 빌려준다고 하더냐?!”

“싫어도 빌려줘야 할걸요?”

그 말과 동시에 엘렌티아가 두 손을 들어 눈가를 매만졌다. 순식간에 시야가 어둠으로 점철됐기 때문이었다.

유리한이 잔뜩 당황한 얼굴인 그에게 나긋하게 알려주었다.

“다음은 청각이에요.”

“뭐?”

“시각 다음은 청각. 청각 다음은 미각. 그리고 마지막은 촉각.”

유리한이 덥석 엘렌티아의 손을 잡고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할래요?”

“이 악랄한 녀석이!”

“칭찬 고마워요.”

유리한이 쾌활하게 웃고는 엘렌티아의 손을 놓았다. 그것과 동시에 그의 시력이 돌아왔다.

엘렌티아가 황급히 두 눈을 비볐다. 유리한은 그를 향해 말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에요. 엘렌티아 님께서는 소문만 내주시면 돼요.”

“소문이라면?”

“제가 이곳, 러스트 님의 성에 있다는 소문이요.”

“뭐?”

“구체적으로 제 이름을 말할 필요는 없어요.”

유리한이 싱긋 웃고는 말했다.

“엘렌티아 님은…….”

잠시 말끝을 흐린 유리한이 웃는 낯으로 소곤거렸다.

“웬 도마뱀과 함께 나타난 수상쩍은 인간이 러스트 님의 성에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내주시면 돼요. 참 쉽죠?”

소문만 내면 되는 일이라니.

쉬워 보이기는 했다.

그보다.

“도마뱀?”

엘렌티아가 유리한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니르로르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알겠다.”

그 말에 니르로르가 불쾌하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 뭐가 알겠다는 게냐? 짐은 도마뱀 따위가 아니다. 짐으로 말하자면 위대한……!

유리한이 니르로르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럼, 부탁 좀 할게요.”

직접 찾으러 가는 게 어렵다면 그쪽에서 찾아오게 만들 수밖에 없다.

유리한이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 * *

가장 먼저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난 건 그리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옆자리를 꿰찬 제로 바니스타로부터 반응이 나타났다.

“잠깐, 기다려! 명령이다! 도대체 어디로 간다는 말이냐!”

“러스트 님의 성에 간다고 했습니다, 그리드 님.”

“그러니까 왜!”

“제가 찾는 분이 거기 계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무사한지 얼굴만 확인하고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거짓말하지 말거라!”

그리드가 빼액 소리 질렀다.

“내가 모를 줄 알고? 너라면 그 인간이 무사한지 확인한 후 곧장 러스트의 성에 눌러앉겠지!”

“하하.”

제로 바니스타는 대답 대신 웃기만 했다.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치 한번 빠르군.’

그렇기에 러스트 다음으로 약한 고위 마족이지만 지금까지 영토를 무사히 보존할 수 있었을 터.

제로 바니스타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리드 님.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무엇을?”

제로 바니스타가 품속에서 보물 하나를 건넸다.

“제가 가장 아끼는 겁니다. 이걸 그리드 님께 맡겨놓고 가겠습니다.”

그럼, 이 보물을 돌려받기 위해 다시 돌아오지 않겠느냐면서 제로 바니스타가 싱긋 웃었다.

“어떻습니까?”

그리드가 미간을 살포시 좁혔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고는 제로 바니스타의 손에 쥐어져 있던 보물을 휙 낚아챘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것을 부숴버리고 말 거다!”

그리드에게 있어 제로 바니스타는 유능한 인재였다.

처음에는 밑에서 올라온 인간이라고 하기에 경계했더니만, 자신의 심복이 저지르고 있던 온갖 비리를 눈앞에서 모두 밝혀내는 것이 아닌가!

그뿐이랴?

남몰래 짝사랑하던 여인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발전하게 했다.

‘러스트도 좋아하지만!’

그녀는 그리드에게 오르지 못할 나무였다.

그는 자신이 암만 선물을 보낸다고 할지라도 러스트가 마음을 줄 리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선물을 보냈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꼭 돌아와야 한다, 백작!”

“물론이지요.”

그리드는 미심쩍어하면서도 제로 바니스타를 배웅했다.

그는 눈웃음을 짓고는 그리드의 성을 나왔다.

그 직후.

“제이.”

“네, 백작님.”

70층에 올라오자마자 줄곧 모습을 숨기고 있던 제이를 불렀다.

“러스트의 성으로 간다. 그곳에 유리한 님이 계신다는군.”

“보물은 괜찮습니까?”

“괜찮아.”

제로 바니스타가 씨익 웃었다.

“그거, 가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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