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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26화 (26/324)

26화

마을회관으로 돌아온 일행은 당분간 이곳에서 머무르며 첫날 방침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단시일 내에 디제스터가 돌아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예상은 들어맞아서, 그 뒤로 사흘째가 된 새벽까지도 놈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 동안 천후는 봉식과 같이 말번초 근무를 서며 어느 정도 친근해졌다. 농사일이란 게 원래 이르게 시작하기 때문에, 봉식은 그 시간에 일어나 있는 것이 익숙하다며 함께 불침번을 서준 것이다.

첫날에는 극구 존댓말을 고수하던 그도 사흘 쯤 지나자 한참 어린 천후에게 자연스럽게 반말을 쓰게 되었다. 천후도 그게 더 편했다.

“아따 그놈 진짜 드럽게 안 오네.”

“그러게요. 벌써 3일짼데…. 역시 그때 잡아야 했는데.”

“그걸로 너무 아쉬워하지 말어. 매일 같이 멧돼지 사냥 다니는 아재들도 첫날에는 자주 놓치고 그래. 난 되려 너 보고 도망갔달 때 더 놀랐다.”

“하하.”

봉식은 가볍게 웃는 천후를 보면서 모깃불을 뒤집었다. 농사일에 익숙한 봉식이 보기에도 천후는 보통 사람들과 차원이 다른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어제는 여자들을 두고서 다시금 산을 올라가 육안으로 확인하러 같이 돌아다녔는데, 평생을 이 동네서 살아왔던 그조차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다.

“어휴. 동생 같은 사람이 우리 마을에도 좀 와야 하는데.”

“하하. 저는 좀…. 젊은 사람들 잘 안 오죠?”

천후의 물음에 봉식은 껄껄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안 오지. 누가 오려고 하겠어. 솔직히 나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진짜 내려오려고 한다면 도시락 싸고 말릴 거야.”

“농사일이 그렇게 힘들어요?”

“힘들지. 솔직히 나는 귀농한다고 내려오는 사람들도 그닥 탐탁치 않어. 취미로 텃밭이나 가는 거면 몰라도, 진짜로 맘먹고 재배한 걸 상품으로 팔려고 하면 완전 딴 세상이야. 도시에서 자영업 하는 게 힘들다고 해도 이것보다 힘들까.”

그렇게 말한 봉식은 옥상에서 엉망이 되어버린 자신의 비닐하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많이들 착각하는데…농사일이란 게 사실 돈이 많이 들어.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나오는 돈은 적어.”

“그렇게 많이 들어요?”

“많이 들지…. 내 비닐하우스만 해도 봐. 도시사람들 누가 저게 3억짜린 줄 알겠어?”

하긴. 천후도 비닐하우스가 돈이 억대로 든다는 것을 듣고는 많이 놀랐다. 일반 비닐하우스는 당연히 더 저렴하지만, 특수작물을 작정하고 기르려고 시작하면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깨진다.

“그래도 나는 할아버지 대부터 내려온 토지도 있고, 농기구들도 있고 하니까 어떻게 어떻게 하는 거지. 그냥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사람들은 어휴…말도 마라. 진짜 몇 억은 들고 와서 시작해야해.”

“…….”

“대출도 함부로 하면 안 되고. 농사일은 천재(天災) 영향도 많이 받으니까. 좋은 상품만 만든다고 다가 아니야. 불확실한 게 너무 많은데, 그걸 다 대비할 순 없는 거거든. 어려운 일이야….”

아련한 눈으로 중얼거린 봉식이는 천후가 자신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뒷머리를 긁적여댔다.

“에이. 동생 앞에서 이런 말해서 뭐해. 알아듣긴 들어?”

“모르죠, 뭐.”

“흐흐흐흐. 됐어. 몰라도 돼. 그냥 먹을 거 사먹을 때 한 번씩 생각만 해둬. 그른데……. 동생.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나?”

“응? 뭐요?”

그는 무엇이 생각났는지, 능글능글하게 웃으며 천후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오른손의 새끼손가락만 펴 보이며 물었다.

“그래서. 같이 온 두 명 중에 누가 이거야?”

“네?”

천후는 기대 가득한 봉식의 표정에 난감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둘 다 그런 거.”

“진짠가? 아닌 거 같은데. 둘 다 맘 있어 보이드만.”

“…….”

그가 곤란해 하자 더더욱 음흉하게 웃은 봉식은 이번엔 주먹을 쥐더니,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밀어 넣어보였다.

“둘 중 누구랑 했어? 말해 봐봐. 심심하자네.”

“누, 누구랑 하긴요…. 저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요.”

“응? 진짜로.”

“네….”

이런 종류의 토크에 내성이 없는 천후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는 목소리를 죽였다. 그 모습에 봉식은 어이없단 듯이 웃다가 조금 진지해졌다.

“왜? 기회가 없었는가? 그 검은머리 처자는 완전히 자네한테 빠져있드만. 내가 40년을 독신으로 살아서 눈치라곤 쥐뿔도 없는데도 알겠던데.”

“없던 건 아닌데. 어쩌다보니까….”

“그럼 왜 안했어. 아직 젊을 때 팍팍 해놔야지. 물건 뒀다 워따 쓸꺼여.”

“팍팍하다뇨….”

천후가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자, 봉식은 더 이상 놀리지 않고는 말을 아꼈다. 아끼고 아끼다가, 저 먼 하늘 은하수가 아름다워 보인다 싶자 떨림 섞인 목소리를 냈다.

“동생…. 여자란 건 있을 때 잘 잡아둬야 하는 거야. 한 번 놓치면…다시는 못 잡을 수도 있는 게 사람이고 여자야.”

“형….”

“여자란 게…몇 번이고 안아서 내 것으로 삼았다 싶어도 훌쩍 떠나기도 하는 거야. 아쉬울 것 없을 때는 생각 없을지 몰라도…내 나이 즈음 되면 한 명 눈에 든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아져……. 근데 그걸 놈이 떠나게 했어.”

“…….”

“씨발…. 개 같은 년이야, 아주. 돈밖에 모르고. 떡치면서도 재산 얼마나 줄 거냐고 묻는 년이라고. 그런데…그래도 난 잡고 싶었네…….”

하늘 강의 물길이 갈라져 사람 얼굴 위에 흘렀다. 농사일로 검게 그을린 다부진 몸은 어지간한 20대 청년도 저리가라 할 만큼 탄탄했지만…지금은 왜소하다.

그런 그를 보며 천후는 부끄러워하던 감정이 삭 날아갔다. 그의 말이,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거칠고 천박했을지언정 그것에 틀림은 없었다. 40년 살아오며 주는 교훈이 아닌가?

천후는 그의 말을 가슴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하. 하하하하. 내가 나이 먹고 좀 주책 부렸네. 말하다보니까 그년 생각이 나서. 미안혀! 잠깐 세수 좀 하고 올게. 좀 졸렸네, 내가.”

“네. 다녀오세요.”

옷으로 얼굴을 북북 닦고 짐짓 강한 척 허세를 떤 봉식이는 그렇게 옥상에서 내려갔다.

이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

“주인님.”

나흘 째 저녁. 12시가 되어 잘 준비를 하고 있던 때에, 희주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응? 무슨 일이세요?”

“…….”

그녀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다가와서 그의 옆에 앉았다. 그러고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져대기 시작했다.

“주인님.”

“희, 희주씨?”

“주인님….”

스르륵. 양 볼과 귓가를 몇 번이고 긴 손가락으로 쓰다듬은 그녀는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녀가 천후와 함께 지낸지도 이제 보름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동안 그녀가 보였었던 태도들을 감안해보면 이건 절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었다.

“괜찮으세요?”

걱정이 된 천후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이마에 손을 짚었다. 열은 전혀 없었다. 그럼 대체 무슨 일일까 생각하며 그녀를 마주보니, 눈동자가 격하게 글썽이며 떨리고 있었다.

붉은 입술이 살짝 벌어져,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희주 씨?!”

“…아.”

당황한 듯,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매만져본 희주는 고개를 푹 숙였다가, 벌떡하고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금 큰 발소리를 내며, 셀레나가 있는 방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네?”

“주인님과 제가 경계서는 시간을 바꾸겠습니다.”

“아니…그건….”

천후가 말번초를 자처한 대에는 두 사람의 피로를 줄여주겠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더 중요한 건 그 동안 디제스터가 나타난 시간이 항상 그 시간이었다는 점에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시간에 자신이 대기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위험하다. 판단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셀레나는 그녀를 알고 나서 처음으로 그녀의 눈가에서 감정의 기색을 읽고서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알겠어요. 그럼….”

그녀는 화가 나 있었다.

*

새벽 4시. 천후를 초번으로 돌리고 셀레나와 교대를 한 희주는 옥상의 난간에 올라서서는 어둠을 뚫어보고 있었다.

이 시간에 같이 불침번을 서던 봉식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싸늘함에 질려 말 한마디 붙일 수 없었다.

부는 바람에 긴 흑발이 나부낀다. 시야를 흩트려 놓는 그것들을 굳이 정리하지 않고 눈을 꾹 감았다. 쿵. 쿵. 자신의 느린 심장 고동소리만이 들리는 야심한 밤.

만약 어제와 같았다면, 오늘도 닭이 울기 전까지 조용한 새벽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삐삐삐. 비프음이 울렸다. 그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희주는 이미 눈을 뜨고서 어둠 속 한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속에, 칠흑이 꿈틀대는 것이 보였다. 기괴하게 비틀리는 소리. 인간이 아닌 것이 숨 쉬는 소리가 먼저 들려 그녀가 놈이 나타났음을 알게 하였다.

예상대로.

희주는 뒤에서 봉식이 혼비백산해서 천후를 깨우러 가는 것에도 개의치 않고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 칼이 들려있었다.

수많은 매화들이 그려져 있는 검은 칼집에 고이 들어있는 그 칼을, 희주는 천천히 뽑아내었다.

“당신 때문에…!”

청옥이 굴러가는 목소리. 그러나 그것은 들고 있는 칼처럼 날이 서 있었다.

희주는 옥상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리며, 몸을 뒤틀어 환도를 휘둘렀다.

“혈인변검血印變劍―흑표黑豹.”

차르르르르륵! 나지막한 목소리가 끝나는 그 순간은 검이 휘둘러질 때 최대한으로 휘는 그 시점이었다. 바로 그 때, 환도의 부분부분에 금이 가더니 수많은 검편이 되어서 긴 채찍처럼 변화해 검은 괴수에게 길게 뻗어 나갔다.

“쿠허! 쿠허!”

촤촥! 놈과 여인의 사이에는 30m가 넘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검편 되어 늘어난 검은 놈의 몸을 훑고 지나가며 살점을 뜯어냈다.

그것에 놀랐는지 놈은 잠시 움찔거렸지만, 곧 눈에 핏빛 흉성을 피워 올렸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능히 짐작한 희주는 검편을 큰 호를 그리게끔 휘두르며 속삭였다.

“와라.”

순간. 어둠이 질주했다.

피피피핏! 돌진하면 할수록, 허공에 빼곡히 들어찬 검편들이 온 몸을 갈라냈다. 한 번에 몇 조각이나 파고 든 칼날은 그대로 놈의 온몸에 자상을 남겼다.

놈의 몸에서 자라나고 있는 검은 뱀인지, 지렁이인지 모를 꿈틀거리는 것들이 무차별적으로 뜯겨져 나오고, 안면부가 서너 갈래로 갈라지며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그러나….

“꾸워어어어어어!”

놈은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그녀에게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놈의 어깨높이는 2미터. 보통 멧돼지의 2배. 게다가 일반적인 생물체보다 훨씬 강력한 근육을 가지고 있는 그것은 박혀있는 칼날을 재생력으로 순식간에 밀어내며 돌진해왔다.

떨어져 나오는 칼날들이 뗑그렁 거리며 떨어져 나오는 것을 듣고서, 그녀는 코앞까지 다가와있는 놈을 느낄 수 있었다.

천후가 전력을 다해서 뒤쫓아도 따라잡기 힘겨웠던 괴물이다. 30미터의 거리는…3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에 희주는 검편을 모아 다시금 하나의 칼로 만들고, 도를 높이 치켜들었다. 마치 이 괴물을 반으로 갈라버리겠다는 듯이.

놈은 해보라는 듯이 속도를 올렸다. 왜소한 이 암컷은 스치기만 해도 죽으리라. 놈은 콧김을 흘리며 그녀에게 부딪혀갔다.

그 순간.

“하아아아아아!”

쿠직! 하늘에서 섬광이 터져 나온다 싶은 순간, 놈의 몸체가 땅으로 가라앉았다. 척추에 찍힌 그 일격에 놈은 입에서 오물을 터트리며, 양 눈알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양쪽으로 뛰쳐나왔다.

“꾸웨에에에에!”

얼마 전, 자신을 쫒아오던 사냥꾼의 존재를 눈치 챈 놈은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돌려 뛰어갔다.

“이번엔 안 놓쳐!”

천후는 거의 선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형을 내달려 놈의 앞을 가로 막으며 주먹을 내 찔렀다. 바로 그 순간, 놈의 몸이 어둠에 감싸이며 사라졌다.

“또!”

이를 갈면서 주변을 급하게 둘러보자, 100m는 떨어진 저편에서 놈이 절뚝이며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금 같은 짓이 여러 번 가능하다면 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때, 천후가 놈을 내리찍는 순간부터 멍하니 멈춰서있던 희주가 다시금 환도를 철편으로 바꾸며 읊조렸다.

“혈인변검―공도空跳.”

부웅 하고 길게 날아가던 철편의 맨 앞쪽 끝이 갑자기 밤의 어둠에 먹혔다 싶었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천후의 귀에 괴물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꾸웨에에에에!”

깜짝 놀라 놈을 보니 놈의 몸통을 검편이 공간을 격해서 관통하고 있었다.

“지금입니다.”

“네!”

쾅! 지면을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세게 밟아 튀어나간 천후는 검편을 맞고 경직된 놈의 머리통을 내리 찍었다.

강렬한 폭음과 함께 두개골은 완전히 파괴되고, 네 다리가 전부 부러지며 땅바닥에 매다 꽂혀 버렸다.

“후우. 후우.”

놈이 더 이상 재생하지 않는 사체가 된 것을 확인한 천후는 숨을 고르다가, 희주를 떠올리고는 급히 몸을 돌려 달려갔다.

그녀는 어느새 들고 있던 칼을 없애고, 가만히 그 자리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희주 씨! 괜찮으세요?”

“네…. 주인님….”

그녀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를 보고 중얼거리며,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만져왔다.

“주인님…. 주인님….”

소근소근. 낮고 낮은 감미로운 목소리가 퍼졌다. 그 모습에 천후는 가슴이 뜨거워져 그녀를 와락하고 끌어안았다.

“희주 씨!”

“아….”

세게 안겼기 때문일까? 나지막히 숨을 뱉어낸 희주는 먼 허공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부벼댔다.

“따듯합니다….”

“희주 씨….”

천후는 그녀가 자신에게 안긴 후에야 조금씩 숨이 골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기다려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심장박동은 평소처럼 느리게 돌아갔다. 그때가 되어서야 천후는 다시금 말문을 열었다.

“대체 왜 이랬어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이건…이건 명령이에요!”

천후는 희주가 첫날부터 자신을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할지언정, 그녀를 정말로 자신의 하인처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부탁을 하지, 명령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격해져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희주는 말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눈물을 손으로 훑으며…그러면서도 고개를 조용히 저었다.

“…싫습니다.”

“희주 씨!”

천후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희주는 조용히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젓고는 그를 마주 올려보았다.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여자가 울기 직전의 얼굴.

“싫습니다…. 주인님의 뜻이 아닌 일로…섬기지 못하는 시간이 생기는 건…싫습니다. 그러니…들을 수 없습니다.”

“!”

천후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문득, 어젯밤에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떠올린 그 순간, 그의 입은 그녀와 겹쳐있었다.

============================ 작품 후기 ============================

q. 희주 칼 도라며. 왜 스킬 이름은 혈인변검이죠?

a . 어감이...좋길레.

q. 노답 쩌시네.

선작, 추천, 코멘트 감사드려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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