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막 주문의 캐스팅을 끝내고 의기양양하게 웃던 그의 등 뒤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무언가가 날아와 그의 온몸을 꿰뚫어버렸다.
“쿨럭…!”
남자는 어떤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피거품을 물며 지면으로 낙하했다. 그것을 다른 공격대원이 어떻게든 받아냈지만, 그는 숨만이 간신히 붙어있을 뿐 더 이상 전투를 지속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애송이 새끼가 결국엔!!”
레이나드가 B랭크 일리미네이터들에게 공격지시를 하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었다. 그 두 명은 이 공격대 최강의 창이다. 전력으로 마법을 날려 적중 시킨다면 경급 디제스터라도 일격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때문에 레이나드는 그들을 놈이 본체크기로 다시 돌아올 때까지 숨겨 두려했다. 그들의 위치가 드러나면 아무리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놈이라도 가장 큰 위협요소를 먼저 제거하려 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애송이는 그의 지시를 어기고 전력으로 공격했고, 그것에 위협을 느낀 놈은 순간적으로 강력한 공격을 감행, 남자의 전투력을 상실시켜버렸다. 얼마나 크게 위협으로 느꼈는지, 피조차 빨아내지 않고 관통상만 입혔을 정도다.
“젠장…!”
일리미네이터가 된 이후 파급 디제스터만 상대해왔던 애송이는 일격에 모든 것이 끝나는 그 프로세스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자신이 공격한 후에 위험해질 수도 있다라는 위기감 자체가 없으니까 나온 행동인 것이다.
보조진들도 설마 그가 공격대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딜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는지, 그에게는 방어마법을 걸어두지 않은 듯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당장 하나 남은 자리에 B랭크 보내주세요! 긴급사태입니다!”
던전은 공격이나 사람의 출입은 불가능 했지만, 일정 이하의 전파는 오고갈 수 있기에 유그드라실과 급하게 연락을 취한 레이나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과연 그들이 올까? 온다고 해결이 될까? 많은 상념들이 일어났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헬 공의 시작이라는 것을….
*
“…….”
트란제비야 마법 사무소의 세 명 모두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유그드라실의 위성 송수신 화면 및 비무장 RC헬기 등을 통해 촬영된 화면에 보이고 있는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사람 수가 적었던 것도 문젠데, 공격대의 핵심이 되는 B랭크 일리미네이터 하나가 조기에 리타이어 했다.
상, 하체를 가리지 않고 구멍이 숭숭 뚫린 몸이 되었다. 주특기가 아닌 회복마법 지원으론 목숨을 붙여놓고 있는 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운 상태였다. 레이드가 끝날 때까지 절대 완치되지 못하리라.
이에 공격대장인 레이나드는 한차례 총공격을 시도해봤지만 결국 퇴치 실패.
이후 치명적인 화력부족을 절감하고 공략 방침을 바꾸었다. 이미 화력으로 놈을 제압하는 방법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새로운 B랭크 일리미네이터가 올 때까지 전력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의 빠른 판단 덕분에 공격대에서는 지금 이때까지도 아직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저대론 안 돼.”
그러나 천후는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의 선택은…옳다.
지금 이 레이드가 온라인 게임이어서 모두가 전멸해도 말짱히 다시 살아나 재도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모를까, 모두의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23인의 딜만 믿고서 동귀어진을 각오한 싸움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주 딜러도 한명 빠진 상태에선 더더욱.
문제는 그의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증원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었다.
레이나드가 유그드라실에 지원요청을 보낸 지도 이미 한참이 지났지만, 현장에 달려간 일리미네이터는 랭크를 가리지 않고 단 한명도 없었다.
당연하다. 누가 죽을 것이 뻔한 레이드에 도중 참가를 하겠는가?
아직까지 레이나드의 공격대에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미 전체적으로 전력은 많이 쇠해있었다. 버티기 위주로 싸우며 교전 시간이 길어지자, 공격대원들의 마력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사망자가 없다 뿐이지, 부상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극히 뛰어난 베테랑인 레이나드나 또 한명의 B랭크는 아직 여력이 남아있었지만 이미 열 명 넘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보조진들의 회복마법은 이 이상 회복대상이 분산되면 한계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미쳤다고 들어가겠는가?
“이래서…나한테까지 이야기가 나온 거군.”
모든 B랭크 일리미네이터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서 돌리고 돌린 것이다. 그 동안 던전 내부의 공격대원들이 생명을 잃어가고 있는 와중인데도.
그들의 생각은 이랬다.
25명의 목숨? 물론 중요하지. 하지만 내 목숨이 더 중요하다.
나도 나서긴 할 것이다. 축차투입 되는 공격대에. 그때는 B랭크 일리미네이터를 더 많이 구성하자. 국내 일리미네이터 총수의 1/5을 잃긴 하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제대로 협조해주마!
이런 이들을 결국 설득해내지 못해, 돌고 돌아 차선책인 영천후에게 이야기가 돌아온 것이다.
“가야겠어.”
더 이상 화면을 지켜보지 못한 천후는 몸을 돌렸다. 그 모습에 셀레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무슨 소리야?! 너 미쳤어? 내가 이 화면을 왜 보여줬는지 모르겠어?”
“…저대로 두면 전멸해.”
“아…!”
그가 현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셀레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등 뒤를 붙잡았다.
“가지 마, 바보야! 지금 저기 가면 죽어!”
“셀레나!”
그 순간, 셀레나는 처음으로 정말로 화가 난 눈을 하고 있는 천후를 볼 수 있었다. 분노만이 아니라 그 속에는 좀 더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었다. 아마도, 실망.
그것을 읽어낸 셀레나는 가슴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유그드라실이 왜 유독 자신에게만은 끈질기게 영천후의 출전을 요구했는지 그 순간 깨달았다.
유그드라실이라고 멍청이가 아니다. 모든 B랭크가 출전을 거부한 상황에서 그에게만 끈질기게 굴 이유가 없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을까? 아니…그런 게 아니다.
유그드라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영천후가 이런 인간임을.
이런―인간으로서의 소중한 무언가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듣기만 한다면, 상황만 파악한다면 반드시 응한다. 그것을 확신했었음이 틀림없다.
셀레나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영천후에 대한 미묘한 감상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현실이 되어 덮쳐오는 것에 어지러움을 느꼈다.
돈에 초탈하다? 자기 목숨보다 다른 사람 안전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말이야 좋지. 하지만 아니다. 이래선 안 되는 거야. 네가 지금 나에게 그런 눈을 하면 안 된다고.
미쳤어. 제정신이 아니야.
보통 사람이라면 이럴 수가 없다. 자기 목숨을 아끼려는 다른 B랭크들이 정상이고, 이 녀석이 미친 거다.
셀레나는 문득 그가 블랙 레오파드를 격퇴했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매도일직선이었던 그녀를 굳이 구해줬던 그때 그를 보며 했던 생각. 그때는 몰랐지만….
이 시점에 와서야 그녀는 그에게서 느낀 안타까움의 정체를 알았다.
그에겐 자기(自己)가 없었다. 아니, 있긴 하지만…디제스터가 얽힌 일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다.
광기마저 느껴질 정도로.
평소에도 걱정했었다. 대체 많은 돈과 좋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데도 넘어가주는 대신 무엇을 요구할지.
그런데 이런 식의 외골수라니.
‘아….’
상식이란 이름의 밑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감각에 셀레나는 몸을 휘청거렸다.
하지만…그것에 쓰러질 수는 없다.
그래. 쓰러질 수는 없어!
그렇기에 그녀는 그의 엄격한, 화가 난, 그리고 인간으로서 실망했다고 말하고 있는 눈을 그대로 마주보았다.
“…가지마. 갈 거면 축차투입 되는 다음 공격대원으로 합류해.”
“그러면 저 사람들 다 죽어! 그리고 공격대가 전멸하면 던전 출입이 일정시간 불가능해져서 다음 공격대를 투입할 때까지 시간이 걸려! 셀레나, 너도 알잖아! 그동안 민간인이 몇 명이나 죽을 거라고 생각해?”
천후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확하고 몸을 돌려 완전히 그녀와 마주서서 자기 가슴을 치며 감정을 쏟아냈다. 하지만 셀레나는 그 말에 더욱 눈매를 세우며 외쳤다.
“웃기지 마! 그래서? 네가 신이야? 네가 저기 간다고 해서 전장 상황이 바뀌진 않아! 얼마나 늦게 전멸하느냐 차이잖아!”
“아니야. 바꿀 수 있어. 적어도 가능성은 생겨. 그렇다면…!”
“가능성…? 가능성?!”
고운 입술을 깨문 그녀는 그를 올려보며 부르르 떨다가, 확하고 그의 명치를 주먹으로 때려버렸다. 생각조차 못한 일이라 천후는 컥 하고 숨을 토해냈지만, 곧 회복하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크게 따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천후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의 볼가엔 어느새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 가능성이라고? 제로에서 30%로 늘어날지도 모르니까, 넌 지금 나한테 나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잠깐 갔다올게라고 말하는 거야? 너 지금 네가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자각은 있어?”
어느새 분노를 내뿜는 것은 천후가 아니라 그녀로 변해있었다. 목이 갈라질 것처럼 째지는 목소리로 타박하며 일갈한다. 그 기세에 순간 천후는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왜? 왜 자기가 죽을지 어떨지 확실하지도 않은 곳에 그렇게 쉽게 거는데? 웃, 웃기지 말란 말야! 갔다가 죽으면 우리 회사는 어떻게 되는데? 나는 어떻게 되는데!”
“셀레나.”
“나, 내 마음은…희주는…어떻게 되는데? 이제야 겨우…. 그런데 나보고 또….”
툭. 툭. 그의 가슴에 셀레나의 주먹이 몇 번이고 박힌다. 하지만 처음의 기세는 이미 사라져서 없다. 작게…두드리는 것으로 바뀐 그것은 울먹이는 목소리에 맞추어서 땅에 떨어지는 물소리를 가린다.
하지만 소리는 감추어도 모습까지 감출 생각은 없었던 걸까? 셀레나는 마지막으로 그의 가슴에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꾸욱 밀어붙이며, 이제는 나지막해진 목소리를 마주보며 내었다.
“또…소중한 사람을…이런 식으로 잃으란 거야?”
“…….”
머릿속이 하얘졌다. 생각이 났다. 그녀의 오빠 이야기가. 경급 디제스터에게 죽은, 정의감이 강했던 남자.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다는.
셀레나로선 떠오르지 않을 수 없으리라. 아니…그렇게 생각한 것은 셀레나 뿐이 아니었던 걸까? 어느새 말없이 희주도 셀레나의 옆에 서서 그를 올려보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천후는 그대로 손을 뻗어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저항은 없었다. 하지만 어깨는 떨리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천후는 사과의 말을 입에 담았다.
“미안. 미안하다…. 쉽게 말해서.”
“미안하면…가지 마.”
“…….”
그의 침묵에 셀레나와 희주의 눈동자가 일순 떨렸다. 깨달은 것이다.
막지 못한다. 그는…갈 거라고.
울어도. 바지를 잡고 빌어도…이것만은 양보해주지 않을 거라고.
그와 동시에 희주는 찬찬히 눈을 감았다. 마음을 굳히는 모양새. 하지만 셀레나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녀는 어깨에 기대고 있는 턱을 아래로 숙이며 울먹였다.
“왜…대체 왜 가려는 건데? 정말로 그것뿐이야? 저 사람들이 다 죽을까봐? 다음 공격대가 투입될 때까지 민간인들이 죽으니까?”
“…그래. 두고 볼 수 없잖아.”
“그럼…그럼 대체 왜 유그드라실에서 내려왔어?! 죽을 때까지 자선사업이나 하지! 그냥 무료로 하지 그래? 콜센터라도 차리지 그랬어!”
“…….”
“왜…내 눈 앞에 나타나서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거야…. 내 말 들어주지도 않을 거면서…. 제 멋대로 굴 거면서!”
천후는 그녀의 울먹임을 들으며, 그것이 그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아니란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근 20일 사이에 얻은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뒷머리에서 허리춤까지…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금발을 한차례 천천히 쓰다듬은 천후는 그녀의 몸이 들썩이는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셀레나. 저 안에는…지나 같은 어린애들이 몇 명이나 있을까?”
“…….”
“난 말이야. 대참사 한 가운데에서 살아 나왔지만…기억이고 나발이고 없으니까, 인생에 의미고 뭐고 없었어. 뭐가 뭔지도 몰랐지. 하지만 그래도 대참사 이후에 디제스터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딱 하나 쭉 생각해왔던 게 있어.”
“…….”
“다시는 이런 지옥이 생겨나면 안 된다고. 대참사 같은, 디제스터 같은 정체 모를 것들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고 죽는 것은 보고 싶지 않다고…. 그러니까 전부 내손으로 없애버리겠다고. 그것만을 위해서 살아왔어. 그래서…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어릴 적 가슴에 새긴 마음가짐을 밝히며 천후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매일같이 꾸는 꿈. 그 날의 꿈. 그 날 이후로 생겨난 괴물 놈들을 이 손으로 전부 없애버린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그것만이 그 날 유일하게 살아남은 내가 죽어간 이들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리라.
그녀에겐 미안하지만…이것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떠안고 가야할, 아주 예전에 결심이 끝난 자신의 길이었다.
과연 그 이야기를 들어서일까? 셀레나는 천천히 그의 품에서 살짝 멀어졌다. 흐르던 눈물은 멎어서 눈에만 몇 방울, 떨어질 듯 맺혀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얼굴로 살짝 웃으며―
“바보네. 그런 생각으로 싸우고 있었던 거야?”
“…어?”
“웃겨. 자기가 무슨 신이야? 보살이니? 죽은 사람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니. 요즘은 유치원생도 그런 소리 안 해.”
“윽…!”
남이 기껏 부끄러움을 참아가면서 속내를 밝혔더니만! 천후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발끈했지만, 그 다음 순간 다시 잦아들 수밖에 없었다.
멀어졌던 셀레나가 다시 다가왔다.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며…분홍빛 입술을 달싹인다.
“널…잡지 못한단 건 알았어. 그렇지만…천후. 그래도 그런 애매한 이유로 싸우지 마.”
“애매하다니―”
반사적으로 반박하던 그의 입술에, 빠르게 그녀의 입이 겹쳤다 떨어졌다. 그녀의 얼굴엔 홍조가 피어있었다.
“차라리…나―아니 우리를 위해서 싸우겠다고 생각해. 많이많이 잡아서, 우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그 홍조 위쪽, 물방울 묻은 눈매가 지어낸 표정은 지금의 천후로선 읽을 수 없었다.
그저…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매어지는, 끌어안고 싶어 견딜 수 없는, 그러면서도 떠나는 자신을 보내 주마고 말하는…그런 표정.
휙. 셀레나가 뒤로 떨어지면서, 희주의 등을 떠밀었다. 희주는 잠시 셀레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한차례 끄덕이곤 마찬가지로 그와 살짝 입을 맞추고 떨어져 나왔다. 가늘게 떨리던 입술의 여운이 남는다. 그 여운 너머, 억지로 지어낸 것이 뻔한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후. 약속해. 반드시 살아 돌아오는 거야. 돌아와서…이 셀레브리아 로즈 루셀을 부자로 만들어주는 거야.”
“믿고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돌아오실 것을.”
어느새 나란히 서서, 그냥 보기에도 떨리고 있는 손을 맞잡은 그 모습에 천후는 깊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맡겨만 둬!”
“그래….”
확답에 미소 지은 셀레나는 이윽고 그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의 등 뒤로 작게…하지만 확실히 귓가에 닿을만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기, 천후….”
“응?”
지금까지 들은 그 어떤 목소리보다도 떨리는 목소리. 하지만 그 세기는 크지 않다. 잔잔하게…여운 있게 떨리는 목소리가, 그의 귀를 지나 심장을 파고들며 속삭인다.
“돌아오면……저번에 하다가 멈췄던 거…계속 하자?”
“…….”
“약속이야…?”
놀라 돌아보니 셀레나가 눈을 맞추지 못하고 희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었다. 시선을 받은 희주는 자신의 가슴 깨에 손을 올리며 찬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은 마치―
‘이거…. 절대 죽을 수 없겠는걸?’
남자로서. 이건 절대 살아 돌아 와야 한다.
천후는 셀레나가 왜 자신이 지금까지 품어왔던 생각이 ‘애매하다’라고 했는지를 절감하면서, 넘쳐흐르는 모티베이션에 몸을 떨었다.
“하아아아아!”
고함소리와 함께, 그의 팔에 문양이 새겨지며 빛난다.
‘배틀 시그널’, 던전의 출입 허가를 묻는 인장. 그와 동시에 던전 경계가 일렁이며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틈이 열렸다.
“그럼. 돈 벌러 가볼까!”
반드시 이긴다. 그리고 반드시 돌아간다!
양 주먹을 굳게 쥔 천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옥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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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밥먹일 준비를 해야지...
추천, 선작,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내일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