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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48화 (48/324)

48화

<챕터 2. 스타트>

21세기 중국 베이징의 하늘은 늘 희뿌옇다. 스모그와 황사 문제가 도저히 해결이 되질 않는다.

국가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하지 않은가라고 반문해도, 막상 그 정부는 그에 대한 답변을 부정적으로 내놓으니 답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그것을 해결하란 요구를 넌센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긴. 그들의 머릿속에는 스모그 같은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할 것이 산더미 같을 것이다. 주로 사람에 대한 것들이.

그 덕에…세계적인 국제 교통의 허브 중 하나인 베이징 수도 국제공항 인근의 하늘도 희뿌옇다. 2층 터미널로 통하는 버스 안에서 보자면, 이미 코앞까지 도착해있는데도 그 거대한 공항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다.

그 흐릿함 사이로, 좀 더 희뿌연 것이 건물 한 구석에서 나와 섞여서 하늘로 올라오고 있었다.

콰쾅! 폭음이 울리며 그 속에 검은 연기와 불꽃, 그리고 탄내가 섞였다.

“다 죽어라! 죽어!”

한 남자가 공항 2층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폭발음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듯 했다.

그는 한 구석. 중국에서라면 흔히 볼 수 있는 용 모양 조형물 위에 올라가 있었는데, 입에서 뭔가를 읊조리기 시작하자 손에 빛 덩어리가 맺혔다.

“또 쏜다!”

“으아아아악!”

그것을 본 공항 이용객들이 소리를 내지르며 도망가지만, 남자는 웃어대면서 손을 내뻗었다.

번쩍. 직진으로 뻗어나간 빛이 그들 뒤를 따라 쏘아진다. 사람의 달리기로는 도저히 떨쳐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온 그것은 도망가던 이들 중 하나의 등을 뚫고서 지면에 꽂혔다.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 30m이내가 불바다로 변했다.

그 범위 내에 있던 사람들은 그 즉시 불탄 시체가 되어서 땅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흐흐흐흐. 흐하하하하! 진작 이래야했는데! 대체 왜 참았던 거지?!”

남자의 눈동자는 사람이라기보단 짐승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만이 맴돌았다.

죽여라. 부숴라.

평생 동안 사람들에게 상처한 번 입혀본 적 없었던 그였다. 하지만 몰래 마법을 사용해본 그 날부터, 머릿속에서 저 생각들은 멈추질 않았다.

아아. 무슨 일을 하던 마법만 사용하면 간단한데. 모두 끝내버릴 수 있는데.

인간 흉내를 왜 내야하지? 다 죽여 버릴까? 걸리적거려서 도저히 못 참아주겠다.

흉흉한 생각들이 이성을 천천히 좀먹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텼지만, 곧 그것들에 잠식 당해갔다.

그리고. 그는 미쳤다.

“꺄아아악!”

“으아악!”

쾅. 콰쾅! 베이징 공항의 2층은 안 그래도 높다. 하지만 남자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곳에서 사람이 쉽게 기어오르지 못하는 구조물 위에 올라가 빛의 포격을 사람들에게 갈기고 있었다.

워낙에 넓은 공항이다 보니 건물 전체가 무너질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이미 인명피해는 백을 넘었다.

공항 바닥이 피투성이가 되고, 내부에 설치되어있는 각종 구조물들에 육편이 날아가 붙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 참사를 일으키고도 오히려 희열에 찬 듯이 주문을 읊어댔다.

“여기엔 많네?”

처음 발사 위치에서선 더 이상 사람들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도망가자, 공간이동을 통해서 위치를 옮긴 것이다.

이미 공항 방송에서 살인마에 대한 방송을 들은 사람들은 그가 나타나자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 그곳에 출동해있던 소수의 공안들이 이미 발포허가를 받은 권총을 꺼내 그를 쏘았다.

“하하하하. 웃기네.”

그러나 그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역장이 총알을 멈춰 세웠다. 남자는 그들의 반항에 코웃음을 치더니 그들에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 정돈 돼야지.”

피핏! 주문도, 영창도 없이 얇은 빛줄기가 끝에서 뿜어져 나와 공안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즉시시전 주문. 위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있지만, 맨몸의 사람에겐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광인은 그들이 피거품을 일으키며 쓰러지는 걸 배를 잡고 웃으며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정자(亭子)를 설치해놓은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있었지만, 그가 나타난 즉시 몸을 돌려 도망갔다. 하지만 단 한명, 여행 가방에 미련을 두었다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다리가 굳어버린 여성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리 밉상인 외모는 아니다. 남자는 입술을 혀로 핥았다.

“너. 이리와.”

“…….”

여자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것을 본 남자는 고개를 한 번 갸웃하곤, 주문을 읊으며 그녀의 뒤쪽으로 손을 뻗었다.

콰콰쾅! 폭음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심코 뒤를 돌아본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이 육편이 되어 박살나있는 것을 보곤 오들오들 떨었다.

“이리 오라고.”

여자는 더 이상 반항하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갔다. 끌끌하고 웃은 그는 여자가 자기 앞에 멈춰 서자,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양 가슴을 꽉 쥐었다.

“악!”

“시끄러워. 입 안 닥치면 죽인다.”

“……!”

그에게 있어 여자란 그냥 길거리에서 주워다 쓰면 그만인 물건이다. 그렇게 특출하게 예쁜 것도 아니고…얌전히 굴지조차 않는다면 이대로 그냥 허리 위를 날려버리는 게 낫지.

그 한마디로 그의 성향을 파악한 여자는 이제 더 이상 미동조차 못하고 이를 앙 다물었다. 눈을 감고 굴욕을 이겨낼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의지의 발현. 물론 남자는 살려줄 생각이 없었지만…그 꼴을 보는 것 역시 재미인지라 웃으며 더듬어댔다. 저 꼴을 보니 양물이 커진다.

거침없이 바지를 벗은 남자는 여자의 다리를 차서 강제로 무릎을 꿇린 후, 볼가에 그것을 찔러댔다.

“빨아.”

“…으.”

“빨라고. 이 썅년아. 뒈지고 싶냐?”

그녀가 망설임을 보이자, 남자는 금세 난폭해져서 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엄지로 그녀의 감은 양 눈을 터트릴 듯이 압박한다.

“아아악! 할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비명을 내지른 그녀는 작은 입을 애처롭게 허공에 벌렸다. 악마같이 웃은 남자는 눈을 누르는 채로 그녀의 얼굴을 숙여서 안쪽에 쑤셔 박았다.

혀를 지나서 목구멍 안까지 들어가는 감각에 여자가 자기도 모르게 발버둥 치려했지만, 남자는 그녀의 머리를 흔들어대면서 속삭였다.

“이빨 세우면 죽인다. 응?”

“웁…우웁!”

그녀가 어떻게 해볼 여지도 없이 남자는 그녀의 몸을 멋대로 다뤘다. 기분이 좋아지자 남자는 그녀의 눈을 놔주고는 귀 위쪽 머리카락들을 양 쪽 모두 쥐어뜯듯이 움켜쥐고 움직여댔다.

“후웁! 후우웁!”

여자는 아무런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범해져갔다. 입 속에 가득 찬 이물을 어떻게도 다룰 수가 없다. 그의 맘대로 찔러댈 뿐이다.

그녀는 목구멍을 틀어박혀 제대로 호흡조차 하지 못해 입술이 변색되어갔지만, 어차피 도구인 그것의 상태 따위 그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를 타고 올라오는 감각에 몸을 맡기고, 완전히 허리를 밀어넣을 뿐이었다.

“끄으으윽!”

찌걱찌걱하고 남성의 탁액이 그녀의 목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미 호흡이 완전히 막혀있던 상태라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었지만, 남자는 그녀의 사정 따윈 알 바 아니었다.

입 안에 완전히 털어낸 그는 그녀가 입을 아래쪽으로 향하려 들자 난폭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삼켜.”

그러나 간신히 공기와 만난 그녀는 그것을 크게 들이키더니, 자기도 모르게 기침을 해댔다.

“켈록켈록! 케엑! 케엑!”

입 안에 뿌려댔던 것들이 침과 함께 튀어나왔다. 그것을 본 남자는 분노해서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

“이 썅년 이딴 것도 제대로 못하나?”

“꺄약!”

이것 말고는 쓸모도 없는 인간 년이! 경멸을 숨기지 않은 남자는 흥이 식어 그대로 손가락을 그녀에게 뻗었다.

그것이 공안들을 해했던 것과 같은 것임을 깨달은 여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뒈져.”

“……!”

여자는 그 끝에서 빛무리가 맺히는 것을 보고 눈을 꼭 감았다. 하지만 그 때.

“여자를 그런 식으로 다루다니. 쓰레기 같은 놈이군.”

딸랑.

방울 소리와 함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을 폄하하는 소리에 인상을 찌푸린 남자는 손을 거두고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 남자가 여자를 쥐고서 성적 욕망을 푸는 동안, 수많은 공안들이 거리를 유지하고 그를 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들이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공안들과는 달리. 30m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온 단 하나의 인영.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나무로 엮은 넓은 챙의 삿갓이었다. 그것을 쓰고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그림자 진 삿갓 아래를 내려가 보면 이국의 전통복인 것으로 생각되는 푸른 옷이 보였다. 흰색의 두루마기와 푸른 마고자로 이루어진 그것은 일반적인 한복보다 좀 더 움직이기 편하게 개량된, 일종의 도복이었다.

이국의 복장이었지만 한눈에 봐도 현대에 입고 다닐만한 옷이 아니다. 그 해괴함에 남자는 한 번 놀랐지만, 그 아래쪽으로 시선을 내려 보고는 더욱 놀랐다.

그녀의 왼손에 직도에 가까운 환두태도가 들려있었던 것이다. 21세기에 칼이라니? 저 뒤에 공안들이 들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손에서 빔이 나가는 상대에게 칼을 들고 덤비겠다고? 남자는 어이가 없어졌다.

“너 뭐하는 놈이냐?”

“광증에 지배당한 놈과 나눌 말은 없다.”

해괴한 복장의 그는 남자의 눈에서 피어오르는 흉성을 삿갓 아래로 응시하며 그렇게 답했다. 그러면서 빠르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기 시작했다.

“미친 새끼.”

코웃음을 친 남자는 여자에게 겨누었던 손가락을 그쪽으로 옮겼다. 뭘 믿고 저러는지 모르겠는데, 죽으면 정신을 차리겠지. 비웃음을 머금은 남자는 그대로 맺힌 마법을 쏘아냈다.

“…음?”

쏘아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빛무리가 나가지 않는다. 아니 손가락 끝에 맺혀있던 빛 역시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유지했나? 당황한 남자는 다시 즉시시전 주문을 외웠다. 다시금 손가락에 빛이 맺히자 남자의 얼굴에 웃음이 피었지만…그 즉시 빛이 꺼졌다.

“아니?”

남자가 놀라 외치는 동안 도복 입은 이는 여자 쪽에 시선을 주고서 턱짓을 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은 여자는 그렇게 소중하게 여겼던 짐조차 버리고 급하게 남자에게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아? 이 씨발 년이?!”

놀란 남자는 이를 갈면서 영창을 시작했다. 뭔가 잘못됐다. 이럴 리가 없어! 그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최악의 상상을 애써 무시하며 주문 구성을 마쳤다.

“죽어라!”

풀 캐스팅. 마법사가 낼 수 있는 최고 위력의 방출마법이 뛰쳐나갈 터였다. 그의 바람대로 손에 광점이 맺혔다. 남자는 광소를 내뱉으며 그것을 쏘아냈다.

그러나….

“흠!”

어느덧 10미터 거리까지 다가왔던 칼을 든 이는 순식간에 몸을 낮추고 파고들었다.

그 순간. 날아가려던 마법이 허공에서 흩어지며, 대신에 붉은 피가 비산했다.

“억…?!”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지 못한 남자는 자신의 몸을 만져보았다. 몸통이 명치에서 아랫배까지 일직선으로 베여 개복상황이 된 것을 본 그의 얼굴이 경악에 물들었다.

몸을 굽히는 것까진 보았지만 휘두르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눈에 비치지 조차 않았다. 인간의 몸으로 이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진리 구현자?”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자는 그대로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무너졌다. 그러자 포위하고 있던 공안들이 몰려와 그를 체포했다. 그러면서, 등 돌리고 있는 이에게 경외의 시선을 보냈다.

마법사들 중 아주 일부는 광증에 걸리곤 한다.

광증에 사로잡힌 마법사는 사람으로서의 인성을 잃어버리고 날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능과 이성은 그대로 남아있기에, 경우에 따라선 디제스터보다도 훨씬 위험한 존재가 된다.

완전히 돌아버려서 테러에 가깝게 날뛰던 이 작자에게 민간인과 공안이 몇이나 희생당했는가? 저격도 시도해봤지만 방어마법에 몇 번이고 막혔다.

그런데 딱히 아무런 장비도 없이, 마법의 지원조차 없이 칼 한 자루만으로 미쳐버린 마법사를 제압해버리다니?

‘역시 조선국 최강의 메이지 슬레이어…!’

하지만 그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푸른 도복 입은 검사―이강호는 도신에 몇 방울 묻지 조차 않은 피를 허공에 털어내고는 칼집에 집어넣으며 중얼 거렸다.

“또…쓸데없는 것을 베고 말았군.”

그 목소리에는 짙은 공허가 맺혀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선작, 코멘트, 쿠폰 감사드립니다.

여러 말씀들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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