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셀레나는 그녀에게 연락을 취한 그 순간부터 어떤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나쁜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다.
“너어! 또!”
“우후후후. 미안하군. 하지만 이렇게 탐나는 인재를 곁에 두고 싶어 하는 건 기업가의 업이 아니겠나?”
기업가의 업 같은 소리하네! 콜렉터의 업이겠지! 셀레나는 눈썹을 치켜뜨고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친란은 그녀의 흉흉한 기세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었다.
“너어! 맨날 사람을 두고 산다산다 하는데 사람은 물건이 아니거든?”
“하지만 계약은 할 수 있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 어느 때나 계약으로 맺어져있다. 이것은 연인이 되는 것이나 결혼 역시 마찬가지. 하물며 스카우트 제의에 있어선 말 그대로 산다란 말이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으…!”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을 텐데, 입 하나는 청산유수다. 그렇게 셀레나의 반박을 물리친 그녀는 마치 홀려버린 것 같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천후를 바라보며, 부채 든 팔을 그를 향해 뻗었다.
“자. 영천후. 엔체스터 콜로니에 오지 않겠나? 셀레나의 회사와는 격이 다른 대우를 해주지.”
모란 그려진 부채로 삿대질을 당한 천후는 멍하니 서서 눈을 껌뻑였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서야 깨달았다. 아아. 이게 그녀가 올 때부터 셀레나가 걱정하던 부분이었나?
‘별걸 다 걱정하네.’
그 부분은 전에 한번 이야기 했었던 거 같은데…. 뭣보다 엔체스터 콜로니 역시 그가 면접을 볼 때 있었던 회사다. CEO인 친란 개인에겐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거기서 일하고 싶냐로 넘어가면 그때 일이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천후는 정중하게 거절의 말을 입에 담았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거절할게요. 어려울 때 거둬줬는데 그걸 외면할 순 없네요.”
“후후. 심지가 곧은 남자로군. 점점 더 마음에 드는걸. 흐음…. 그럼 지금 자네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물어봐도 될까?”
“네? 아…. 세후 1억 5천에 메인 퀘스트 디제스터 퇴치시 건당 인센티브 15%였던가?”
“…….”
여태까지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란의 아미가 그 순간 크게 꿈틀거렸다. 그녀는 내밀었던 부채를 가져와 얼굴의 반을 가리더니, 그 위로 싸늘해진 두 눈만을 드러내고서 셀레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셀레나…. 그의 말이 사실인가?”
“으. 응? 으응….”
“하아….”
부채 너머 한숨을 내쉰 친란은 자박자박 셀레나 앞까지 걸어오더니, 그 앞에 멈춰 서서는 안쓰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셀레나…. 남자에게 의존하고 신뢰 하는 건 여인으로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태도지만…그렇다면 남자의 능력도 확실히 인정해줘야지.”
“읏!”
“지금 이건 어린애가 떼쓰는 걸 저 남자가 아량 있게 받아주는 거나 다름없어.”
친란에 말에 셀레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라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란은 살짝 혀를 찼다.
영천후의 연봉은 C랭크 일리미네이터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그렇게 엄청나게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인센티브 면까지 생각해보면 천후 쪽이 조금 더 좋을 수도 있다. 메인 퀘스트를 항상 혼자 퇴치하거나, 혹은 언제나 포인트 맨 비율을 먹으니까.
하지만 이건…뭐 말할 필요가 없이 앞뒤가 잘못됐다. 그게 되면 C랭크가 아닌 거지. 그럼 C랭크 기준으로 연봉을 주면 안 되지 않은가?
‘이 부분을 그의 서포터조차 아무런 언급을 안했다면….’
평가를 조금 수정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눈길이 슬쩍 희주에게 향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그 생각을 지웠다. 그냥 봐도 나올 이야기가 나왔다는 태도다. 전혀 당황이 느껴지지 않았다.
용인하고 있었다. 무언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뭔지 까지는 아무리 영민한 친란이라도 알아챌 수 없었지만.
그동안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을 잡은 천후는 셀레나를 향해서 쓴웃음을 지었다. 그 의미를 깨달은 셀레나는 얼굴을 확 붉혔다. 친란이 한 이야기 그대로라는 의미지 뭘. 다른 뜻이 있나.
셀레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소리를 빽 질렀다.
“나, 나도 곧 올려주려고 했어! 한두 달만 그러려고 했단 말야!”
“그랬겠지. 하지만 셀레나. 그렇게는 사람을 잡을 수 없어. 회사 사정에 사람을 맞추려고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그가 착하다고 너무 어리광을 부리는 게 아닌가?”
“우….”
“게다가…. 너는 그를 제대로 활용조차 못하고 있군. 뭐…. 정태 오라버니 건이 있으니까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을 테지만…. 그래도 어릴 적 그 영민함이 많이 빛이 바랬군.”
“무, 무슨 소리야?”
셀레나의 되물음에 친란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예 그쪽으로는 의식이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군…. 그녀는 문득 앞으로 나올 대화의 결과가 어떨지 예측해보았다. 몇 가지 전제조건을 걸어 보이도 결과는 하나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주의지만…. 여기선 투자를 해둘까?’
빙긋이 웃은 친란은 다시금 가슴을 쭉 펴고 천후를 마주보며 선언했다.
“제안하지. 우리 엔체스터 콜로니에 들어온다면 메인 퀘스트 디제스터 퇴치금의 85%를 주도록 하지. 어때.”
*
“뭐어?!”
친란의 제안을 들은 셀레나의 입에서 비명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뒤를 연이어 희주와 천후 역시 각각의 반응을 내보였다.
“호오…. 대담한 제안이군요.”
“이…이거 끌리는데?”
천후가 돈에 초탈했네 어쩌네 해도…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수준으로 제안해오면 혹할 수 밖에 없다. 85%라니. 돈 벌 생각이 없나?
그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후후후 하고 웃음지은 친란은 말을 이었다.
“들어오면 나는 당신을 파급 디제스터 처리만을 전문으로 하게 하겠어. C랭크 한명을 더 붙여서 듀오 팀을 운영할 거야. 포인트 맨도 필요 없고, 만약의 경우만 대비하면 되니까 그 사람에겐 10%. 회사가 5%. 나머지가 전부 당신. 어때. 꽤 괜찮은 조건 아닌가? 아. 대신에 연봉은 없네. 사실 필요가 없지.”
꿀꺽. 천후의 목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들은 셀레나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란! 또 내 사원을 빼앗아갈 생각이야?”
“빼앗아가다니. 그렇게 흉흉한 말을. 난 일을 수주 받지 못해서 봉급지불을 못하고 있던 너를 도와줬던 것뿐이야. 애초에 그들을 데려갔던 것 자체가 네가 먼저 부탁해왔던 게 아닌가?”
셀레나의 오빠, 황정태의 사후. 업계에서는 나쁜 소문이 나돌고, 아버지도 일에서 손을 놓은 그 상황에서…셀레나는 열심히 노력했지만 일을 따낼 수 없었다.
당시에 남아있던 3인의 일리미네이터들은 그녀를 믿고서 기다려줬지만, 결국 봉급이 밀리는 시점까지 와버렸다.
그때 친란이 나타났고, 능력 있는 그들을 놀게 놔두고 있다는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던 셀레나는 스스로 부탁해서 그들을 엔체스터 콜로니 쪽으로 보내고 말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조금 뒷이야기가 있는데….
“웃기지마! 그때 일이 막혔던 게 로마이어가 손을 써서 그랬단 거 이제는 다 알거든?!”
“음. 우리 오라비지만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못났군. 그 부분은 대신 사과하지.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선의로 한 행동이었어.”
그렇게 말하며 웃었지만, 셀레나는 그 눈에서 기만과 탐욕을 읽어냈다. 거짓말. 넌 그 사람들을 원했었잖아. 그렇게 눈으로 묻자 친란도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그런 관계였지 않나. 우리들은.
그 눈빛에 셀레나는 아랫입술을 꾹 물었다. 그래. 그랬다. 그녀와는 어릴 적부터 인연이 있었고, 일정부분 신뢰하기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맛있는 것. 멋진 것. 예쁜 것은 다 그녀의 차지였다.
엔체스터 콜로니, 아니 엔체스터 가문의 말예, ‘로자미아 엔체스터’는…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비록 아주 어릴 적부터 친했던 친구의 것이더라도 자기 것으로 해버리는 것이 당연했으니까.
부채 뒤에서 미소 지은 친란은 조금 더 냉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재력이 있어서 쓰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지? 그리고 사실 이렇게 하더라도 손해는 보지 않아. 이득도 없긴 하지만. 방침이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너지. 그렇지 않나?”
“…….”
“로우 리스크 지향도 어느 정도여야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으니 원. 이강호때부터 네 그런 태도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으…! 나, 나는!”
“정태 오라버니 건으로 네가 마음의 상처를 입은 건 요 몇 년 간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겠다. 어느 정도 이해도 하지.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야. 네 손에 있는 패를 싸구려 취급하지 마라.”
“…….”
셀레나의 고개가 아래로 떨궈졌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한 달 동안 그의 능력을 어느 정도 체감했는데도 그에 맞춘 운영방식을 생각해내지 않은 건 분명 그녀 자신의 문제니까.
하지만 그 때였다.
“그쯤 하시죠.”
한참 그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천후는 셀레나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 감촉에 셀레나의 금발이 들썩였지만, 그는 짐짓 느끼지 못한 척 고개를 돌려 친란을 마주보았다.
“절 고용하고 싶으시면 저와 이야기를 하셔야지, 왜 셀레나를 몰아붙이는지 모르겠네요. 트란제비야는 당신 회사처럼 자금이 풍족하지 않아요. 방침 변경을 하는 데만도 시간이 걸리죠. 셀레나의 정신적인 문제도 있었고…. 전 그걸 기다려줄 생각이었습니다.”
“흠. 하지만 그동안 당신에겐 금전적인 손실이 생기잖나?”
“돈이 내 여자 마음보다 중요하진 않은데.”
말이 짧아졌다. 그 대답에 친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이런.’
부채 너머로 친란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식의 유도를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자기 여자가 수모를 입는 걸 싫어하는군. 그게 정당한 발언이라고 해도…. 아니 당연한가?
한편, 천후의 행동을 본 희주의 눈에 살짝 이채가 서렸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졸지에 그에게 안기게 된 셀레나의 얼굴은 귀까지 달아올랐다.
‘얘, 얘가 왜 이래?’
평소엔 개인적인 욕구라곤 거의 안보이다가 갑자기 이러니까 당황스럽다. 하지만 말 자체는…싫지 않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후는 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솔직히 전 돈은 입에 풀칠할 정도만 되면 아무래도 좋아요. 상급 디제스터들과 교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라도 좋습니다. 다만 유그드라실이나 군은…제 자유를 구속하죠. 그래서 뛰쳐나온 거고. 트란제비야에서 지내서 전 지금 만족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과 함께 하면 저는 당신에게 컨트롤 당할 것 같네요. 그러니 거절하겠습니다.”
“흐음.”
천후의 발언에 친란의 눈동자의 광점이 살짝 흔들렸다.
읽혔군.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영민하다. 하지만 정말 굉장한 이유군. 쓰게 웃은 친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거 참. 당해낼 수가 없군. 돈보다 자기 뜻을 우선시 하다니…. 진심으로 그러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하지만 그 의기 높은 모습을 드니 점점 더 마음에 드는군. 아쉽군. 아쉬워. 내 사람이 되어줬으면 했는데.”
“죄송합니다.”
“흐으음….”
친란은 정말로 아쉬운 듯 부채를 접어 입술에 톡톡 두드려댔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눈에 깃들어있는 감정은 욕망에서 잔망스러움으로 변해갔다. 씨익 하고 웃은 그녀는 셀레나에게 고개를 돌렸다.
“별수 없지. 그를 설득할 수 없으면 셀레나 너를 설득할 수밖에.”
“응?”
“트란제비야를 인수하마. 어떠냐?”
“…….”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을 읽은 셀레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져서 입을 벌렸다.
“제정신이야?”
“그럼. 그를 고용할 수 없으면 회사를 사들일 수밖에.”
“으…. 안 돼! 그럴 순 없어!”
“짠순이처럼 구는군. 그럼 이건 어떠냐? 트란제비야에 투자를 하마. 대신 그를 정기적으로 좀 빌려다오.”
“응?”
그 소리에는 셀레나도 혹했는지, 방금 전까지 주눅들어있던 모습은 내다버리고선 눈을 반짝였다. 그 모습에 천후는 헛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살짝 흘겨봤다.
“야…. 너….”
“핫! 아, 아니야. 잠깐. 아주 자암깐 혹한 거뿐이야! 회, 회사 사장대리로서 아주 살짝!”
“…어련하시겠어.”
“하하하!”
맑은 음색으로 웃은 친란은 또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때. 지금까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있던 그녀의 수행원이 다가와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그것을 들은 친란은 혀를 찼다.
“이런…. 아쉽게도 나는 이쯤에서 올라가봐야 할 것 같군. 중요한 일이 생겨버려서. 그럼 영천후. 이후에라도 생각 있으면 꼭 연락해주게. 그리고 내가 자네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꼭 기억해주고. 기다리고 있지.”
그렇게 말하고 천후를 스쳐지나간 친란은 가만히 셀레나의 금발 몇 가닥을 잡았다. 그 덕분에 셀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따라 걸었는데, 그런 그녀의 귓가에 친란이 속삭였다.
“내게 빚진 거다.”
“뭐?”
“그를 컨트롤할 방법을 알려줬잖아?”
“…….”
“후후…. 내 것으로 할 수 없다니, 최대한 곁에서라도 지켜보는 수밖에…. 잊지 마라.”
여운이 남는 목소리를 낸 그녀는 금발을 놓아주고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셀레나는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엘리베이터 안. 최상층 버튼을 누른 수행원이 낮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어떠셨습니까?”
“훌륭한 남자였다. 올곧고, 의기도 높고. 하늘 위를 볼 수 있는 힘을 가졌음에도 발아래 치이는 것도 조심하는 남자. 셀레나가 반할만 해.”
흔치않다. 자신이 정한 뜻. 이상을 위해서 현세의 이득조차 내려놓는 그런 사람은….
영웅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겠고. 정신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던 스페셜.
돈을. 그것도 큰돈을 다루는 친란은 안다. 저런 규격 외가 부르는 파장이 얼마나 크고…위험천만한지를.
그렇기에 저런 경우는 보통….
“박명하지.”
혹은…세상 위를 날게 된다.
한 번 시야에서 놓치면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멀리 날아 가버린다.
어느 쪽이 될지 모르지만, 혹여나 후자라면.
‘거붕은 날기 전에 잡아야지. 그래야 등에라도 타보니까. 멍청한 놈 때문에 대어를 놓쳤군.’
친란은 이미 해고된 전 인사담당자를 떠올리며 혀를 찼다.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하지만 늦었다. 운은 친구가 잡아버렸다.
‘역시 셀레나에게는 인복이 있어.’
어릴 적. 그녀의 곁에는 황정태가 있었다. 그녀의 오빠. 자신이 어린 마음에 사모했던 남자.
그가 떠난 후에는 이강호가 들어왔다. 그녀 역시 이 업계에서 유니크한 특성을 가진 존재.
그 뒤에는 영천후다.
야망에 비해서 턱 없이 굉장한 인선들.
친란은 천천히 아랫입술을 혀로 핥았다.
저 포지션에 내가 있었다면….
‘후후. 아니지…. 나도 참 못났군.’
이런 음습한 생각을 하다니. 친란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허나 그래도 자신에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다니 과연 오랜 세월 알고 지낼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이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띵.
도착음을 신호로 스멀스멀 솟아오르던 감정을 갈무리한 친란은 부채를 접었다.
씨는 뿌렸다. 이 정도만 해도 그들은 충분히 알아서 크겠지. 그게 어디까지 다다를지.
‘기대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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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