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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63화 (63/324)

63화

<속삭임>

“…후우.”

그날 밤. 강호가 돌아가고, 해가 완전히 저물어버릴 때까지 천후는 몇 번이나 심호흡을 하면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몸이 뜨겁다.

겨뤄보는 것이 불발되어서인지, 욕구불만에 몸이 달아올라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보통 이런 전투고양은 디제스터 외에는 느껴본 적이 없는데….

하지만 확실히 이강호는 진짜다.

분명 육체적인 여건은 이전과 아무 차이가 없지만…칼 하나 손에 들었다고 말도 안 되는 차이가 생긴 것이다. 희주와 겨루는 것을 보며 천후는 그것을 극명하게 느꼈다.

아쉽다. 너무나.

희주는 침대에 와서까지 홀로 열을 식히려 애쓰는 그를 보면서, 가만히 입가가 움직였다.

아주 작은 호선.

한참을 더 안절부절 못해 눕지 못하던 천후는 조금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한일자에서 정말 아주 조금 올라간 정도이지만…그래도 그의 눈에는 확실하게 보였다.

처음 보았던 날에 비교하자면 희주의 감정표현은 이제 꽤나 풍부해졌다. 아니…어쩌면 애초부터 풍부했는데 이제야 구분이 되기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뭐예요, 희주 씨. 제가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게 그렇게 기뻐요?”

살짝 골이 난 척 하는 목소리를 내보자, 희주의 입가가 아주 약간 더 구부러진다. 눈매도 조금 누그러져서, 이제는 누가 보더라도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아닙니다. 굉장히 즐거워보이셔서…그게 기뻤습니다.”

“즐겁다뇨. 지금 엄청 막 부글부글 끊는데.”

“…계속 웃고 계셨습니다.”

“…….”

사실 그랬다. 유그드라실에서도, 지상사회에 나와서도…. 그와 대등하거나 비슷한 정도의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그는 늘 고독했다.

겉멋이 든 생각이긴 하지만…. 천후는 전 세계에 커밍아웃한 마법사. 프로 격투기 선수가 될 수도 없다. 더 강한 상대와 싸워보고 싶다는 욕심을 디제스터에게서 밖에 충족시킬 수가 없는 것이다.

그건 정말 밥 먹고 무술과 캐스팅 연마만 해온 천후에겐 꽤나 괴로운 이야기였다.

그런데 바로 근처에 이런 사람이 있었다니?

몸이 떨렸다.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었다.

물론 그는 맨손 무술의 고수이고, 강호는 무기술의 고수. 때문에 궁극적인 영역에서는 달라지겠지만….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적어도. 무인武人이라는 측면에서는 한없이 같다.

“마음이 맞는 분을 찾으셔서 다행입니다.”

미소를 머금은 체 나지막이 하는 소리에 천후는 퍼뜩 어떤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희주 씨…. 혹시 일부러 그러신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반문해온다. 천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희주는 가끔…. 아주 가끔이지만 자신에게 내색을 숨기고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었다. 셀레나 때도 그랬고. 그 모든 게 자기 잘되라고 그러는 거 같긴 하지만….

천후는 손을 뻗어서 희주의 오른손을 가져왔다. 그녀의 손아귀는 C랭크 치료마법을 몇 번이나 쏟아 부었는데도 아직 전부 아물지 않았다.

“몸까지 상하게 하면서 그러실 것 없어요…. 오히려 이런 걸 보는 게 더 힘들어요.”

“…….”

희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천후는 더더욱 눈매를 가늘게 하고선 다른 한손을 그녀의 볼가에 가져갔다. 차가운 체온이 손끝에 전해져온다. 그것을 더욱 느끼려는 것인지, 그녀는 아주 살짝 얼굴을 기울여 그의 큰 손에 볼을 가져다댔다.

스륵. 고개를 들어 올려 마주봐오는 눈동자가 아주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작게 벌린 입술이 분홍빛으로 빛난다. 그것에서 시선을 땔 수가 없다.

문득. 그녀의 몸에서 나는 향내를 느꼈다.

저번에 사왔던 그 향수냄새.

…참을 수가 없다.

“음….”

희주는 천후가 갑자기 거칠게 얼굴을 가져와 입을 겹쳐오자 눈이 약간 커졌지만, 곧 그의 목에 팔을 감으며 더욱 그의 행동을 종용했다.

“쯥…. 하아…. 츱….”

볼에 있던 손을 옮겨, 그녀의 뒷목을 자신 쪽으로 누르며 혀를 섞어 나간다. 저항 없이, 오히려 지금껏 긴 시간 기다려왔다는 듯이 긴 혀가 함께 엮여온다. 타액이 타고 들어오며 숨결이 전해져왔다.

뜨겁다.

“후우….”

“…….”

천천히 떨어져 나온 천후의 눈에 욕망이 서렸다. 그것에 희주의 얼굴에 아주 약간의 홍조가 일었다.

긍정적인 방향.

천후는 희주를 보고 있으면 왠지 어는 순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일정 역치를 넘어서면 범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지금도….

완전히 내 것이 되어줬으면 하는 마음이 마구 들끓는다.

그때. 희주는 그런 그의 양 뺨에 손을 가져와, 그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오른손의 감촉이 느껴진다.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 그녀는 통증을 느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 쪽에서 고개를 들어 그의 입술에 입을 겹쳐왔다.

살짝 닿았다가 떨어지고, 다시 닿았다가…이번엔 아랫입술만 가볍게 문다. 마지막으로 닿으며, 그의 양 입술을 자신의 혀로 적혔다. 천후의 얼굴이 놀람으로 물들어있는 것을 보고, 희주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기쁩니다.”

“…….”

“주인님께서…저를 보시고 동하신다는 게….”

그녀는 가만히 손을 뻗어, 천후의 심장 있는 곳에 두었다. 빨라진 맥동이 그대로 전달된다.

“그러니…….”

말은 끊어진다. 하지만 마음은 안다. 천후의 눈이 희번덕댔다. 덜컹. 트리플 베드가 크게 출렁이며, 그녀의 몸을 그가 끌어안았다.

얼굴을 어깨에 가져가, 목덜미를 입으로 거칠게 빨았다. 쁘읍. 쁘읍 하고, 일부러 소리를 내며.

“앗….”

“희주 씨….”

목덜미에 숨결을 불어넣자, 그녀의 몸이 바르르 떨린다.

스르륵. 입고 있던 실크 슬립의 끈이 흘러내리며 양 어깨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을 보고 천후는 더 이상 참지 못해 그녀를 쓰러뜨렸다.

핏발 서 무서운 눈이 된 그를 올려본 희주는, 그러나 오히려 미소 지으며, 양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미소 아래로, 새하얀 나신이 보인다. 그의 손에 꼭 들어오는 두 가슴이 지금 당장 만져달라는 듯이 탱글 거리며 튀어나와있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양 하벅지는 거절 없이 벌려져, 그의 몸을 그 사이에 두기 편하게 해주었다.

이미 폭발할 것처럼 치솟은 흉물은 덕분에 그녀의 배와 배꼽 부근을 압박하며 찔러대고 있었다. 하의의 끄트머리가 칠칠맞게 젖어든 게 느껴진다.

그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그녀는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서 천후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자…단숨에 이성이 날아가 버릴 것 같다. 하지만 간신히 정신줄을 부여잡은 천후는 입을 어물거렸다.

그러다, 언젠가 해야 겠다 마음먹었던 말을 입에 담아보았다.

“희주 씨…. 저와…좀 더 진지해지지 않을래요?”

“무슨 말씀이신지….”

느릿하게 눈꺼풀을 감았다 뜨는 모습에 천후는 갈증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참으며,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저희 아직 젊고…아직 이른, 성급한 이야기인건 알아요. 하지만 저는……. 희주 씨와…. 오래…. 가능하다면 평생…함께 하고 싶어요.”

“…….”

“이런…상황에서 말하는 거 좀 이상하지만….”

어물어물 말한 천후는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다…그녀의 대답이 신경 쓰여 조심스레 그녀의 표정을 확인했다.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희주 씨?”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천후가 놀라 외쳤지만, 희주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그의 불안을 종식시켜주었다.

“…죄송합니다. 너무…기쁜 이야기인지라.”

“그럼…!”

화악. 그의 얼굴에 빛이 서렸다.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미래의 청사진이 완성되는 느낌에 천후는 희열을 느꼈다. 그러나….

“하지만 주인님…. 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싶습니다.”

“시간…이요?”

“…….”

놀란 목소리를 내는 천후를 올려보며, 희주는 천천히 양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감쌌다. 아주 약간의 감정이 들어가 있는 표정. 하지만 천후로선 그것을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아마도 그 누구라도 읽을 수 없었으리라.

“저는…그 부분은 주인님께서 좀 더 많은 분들과 관계를 가지고 나서 결정하셔도 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작게 새어나온 목소리에 천후의 눈이 커졌다.

*

“무…슨?”

천후는 희주가 하는 이야기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셀레나 때 문득 느끼긴 했지만…. 이건 이상하지 않은가?

하지만 희주는 가만히 손을 내려, 그의 어깨를 지나 가슴까지 훑어 내렸다. 온 몸이 오슬오슬 떨려오며, 머릿속이 타들어갈 것 같다.

“주인님께서 누구를 반려로 맞아들이실지…. 그건 조금 더 경험을 가지고 나서 판별하셔도 괜찮은 문제라는 겁니다.”

“아니 그건…. 희주 씨가 있는데 그런…!”

놀라서 외쳤지만, 희주는 천천히 그의 몸을 끌어안아 밀착하게 유도하고서 그의 귓가에 속삭이기 시작했다.

“…주인님께선 너무 자신의 한계를 닫아두고 계십니다.”

“…….”

“어째서…여인을 저 혼자만 두시려하시나요?”

머릿속에 번개가 떨어졌다. 경악한 천후는 상체를 퉁기듯 일으켜 희주를 내려 보았다. 희주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정말로 즐거운 듯이….

“저와 셀레나를 함께 안아주셨던 것…. 싫으셨나요?”

“그건….”

그건 어디까지나 한 때의, 청춘의 불장난으로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닌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천후의 표정과 제스처로 그것은 충분히 희주에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몸을 앞으로 눕혀, 주저 앉아있는 그의 다리 틈 사이로 고개를 가져갔다. 이 와중에도…그녀의 몸과, 제시된 화두에 흥분된 아랫도리는 속옷을 입고 있는데도 빳빳하게 서있었다.

“주인님께선…앞으로 많은 것을 취하실 분…. 거기에서 여인을 뺄 필요는 없습니다…. 한 명의 여자에 만족할 필요도….”

“하지만…. 그건 법으로도 안 되고….”

횡설수설하며 떠올린 법 이야기를 입에 담았지만…. 그녀는 좀 더 직접적이고, 달아올라있는 것을 입에 담으며 말을 마쳤다.

“나라는…이곳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법은 바꾸면 되는 것….”

츠읍…. 쫍…. 쪼옵. 트렁크 사이에 뚫린 통풍구를 통해 노출되어 튀어나온 것을 입에 담아, 느리지만 정성껏, 자극을 극대화 시켜가며 빨아댄다.

“아으…!”

아직 경험이 적은 천후는 그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날아가 버릴 것처럼 끓어올랐다. 그녀가 제시한 논의가 완전히 날아가고, 늘씬하게 뻗은 등과 그 뒤로 보이는 하부만이 눈에 들어왔다.

“…….”

느릿하게 입을 땐 그녀는 천천히 그의 앞에 오도카니 앉았다. 서로 붙어있느라 흘린 땀으로 인해 적셔진 속옷이 몸에 달라붙어, 아름다운 나신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그렇게 앉아,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저 그를 마주보았다.

천후는 순간, 그것이 그녀가 자신에게 던져준 선택의 기로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의 말에 따라준다면…당장 안아도 상관없고. 그렇지 않다면…좀 더 입씨름을 해야 한다고.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행동으로 고하고 있었다.

천후는 머리가 타들어갈 것 같은 와중에도, 아주 잠깐 망설였다. 그러자….

스륵. 아주 차지만은 않은, 다친 오른손을 뻗어…천후의 손을 잡아왔다. 그리고는…그것을 자신의 허벅지 사이로 가져왔다.

질척…. 남자를 바라는 소리.

“…아.”

모르겠다.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놔버린 천후는 그대로 그녀를 아래에 깔아뭉갰다. 이미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그것을 그녀의 살 속에 쑤셔 넣었다.

“아아앙….”

간드러지는 신음소리. 요녀는 허리를 꺾으며, 당장이라도 방사를 종용하듯 안쪽을 조여왔다. 천후는 눈을 시뻘겋게 붉히며, 고개를 숙여 그녀의 젖가슴을 쥐고서 입에 넣고 빨아재꼈다.

“으응! 하아앙!”

그럴 때마다 길고 미끄러지게 빠진 다리가 그의 허리를 세게 감싸왔다. 음탕하게, 자신의 씨앗을 자신의 안이 아닌 다른 곳에는 절대 주지 않겠다는 듯이.

괘씸해서 다른 노는 손을 가져와 그녀의 숲속에 홀로 두드러지게 나와 있는 바위를 어루만져본다. 이미 뜨거워져있던 그것에 손이 닿자, 그녀는 자지러지면서 허리를 떨어댔다.

“꺄아앗! 하앗!”

“쭙…. 쭈우웁. 이게 좋아요? 응?”

“네에. 네에엣…!”

주인님을 외치며 팔을 어지러이 허공에 뿌려대는 것을 본 천후는 입을 때고서는 그녀와 몸을 밀착시켰다. 그제야 그를 끌어안은 희주는 비음을 터트려댔다.

침대 시트가 그녀의 몸에서 튀어나온 것으로 한껏 적셔져 갔다. 참을 수가 없다.

양 허리를 부여잡은 그는 찍어 누르듯 그녀를 탐해갔다. 그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한참 위까지 따라 올라갔다가 내려온다. 그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 땀으로 범벅이 되어가지만, 천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마구 속도를 높였다. 그러다 어느 시점, 한계에 봉착하자 천후는 마지막까지 찔러 넣으며 몸을 떨어댔다.

“으으으윽!”

부웃. 북. 부우웃. 몸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감각에 천후는 쾌감에 떨며 그녀의 다리가 풀어지는 것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허벅지가 경련하는가 싶더니 허리를 감싸고 있던 다리가 풀렸다.

“후우…. 후우….”

천후는 그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관속에 남아있던 것을 쥐어짜내어 그녀의 배와 가슴을 자신의 것으로 마킹해 나갔다. 마치 짐승이 영역표시를 하듯이….

“하아…. 하아….”

그것을 희주는 반쯤 풀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다…. 그가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더듬다가, 다시금 달아올라가는 것을 보고서 얼굴을 붉혔다.

짐승이 다가오지만, 여인은 오히려 팔을 벌려 환영했다.

침실이 비음으로 물들어갔다.

*

“음….”

희주는 정신이 돌아오는 것을 느끼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늦은 밤. 침대 근처에 두었던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

옆자리에서는 천후가 그녀에게 팔베개를 하고 잠들어있었다. 그 얼굴을 보고서야, 희주는 자신이 중간에 잠시 의식이 끊어졌었다는 것을 알았다.

“…….”

그가 안아준 것은 거의 보름만 이었다. 셀레나와 함께 했던 첫 경험 이후 처음. 희주는 문득 자신의 배를 만져보았다. 그가 자신의 흔적을 남겼던 곳. 깨끗하게 지워져있다. 주변을 돌아보니, 휴지통에 티슈와 물티슈 뭉친 것들이 잔뜩 쌓여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의식을 잃은 사이, 이성을 되찾은 그가 닦아내준 모양이었다. 그래도 체향은 어느 정도 남아있지만……. 그것은 싫지 않다.

“상냥하신 분….”

손을 내밀어 얼굴을 쓰다듬는다. 아주 약간 인상을 찌푸릴 뿐, 그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미소가 머문다. 그녀가 옆에 있는 것에 완전히 적응한 기세.

희주는 그가 해준 말을 떠올렸다.

깜빡. 깜빡. 눈이 열렸다 닫히며 얼굴이 달아오른다. 너무나 기쁜 이야기. 하지만….

“…무리입니다.”

스륵. 손을 내려 그를 받아들였던 곳에 닿는다. 아주 약간의 통증.

버겁다. 혼자서는.

정력 이전에…체력적인 차이가 너무 크다. 그의 움직임에 다 따라가지 못해 녹초가 되어버린다.

강호에게서 체력을 기르라느니, 운동을 하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다지만…희주는 그래도 상위 15%에는 여유롭게 들어가는 신체능력을 가졌다. 그래도 그를 상대하기가 버겁다.

그녀의 다른 뜻을 제외하고도…순수하게 성적인 만족을 완전히 채워주지 못했다. 섬기는 몸으로서 죄송스럽기 그지없는 일.

“…….”

잠든 얼굴을 바라본다. 그의 이야기는…옳다. 하지만….

희주는 자신이 지금 하인으로서 주제넘은 행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다.

자신은 유도하고 있었다.

주인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이 되기를.

그것은 괘씸한 일.

하지만….

아주 약간. 욕심이 나버리곤 하는 것이다.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매번 이래서는 죄송스럽다. 혼자 사랑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기쁘지만…. 그래선 주인님이 만족하지 못한다.

다행히도…주인님은 사회적인 상리를 넘어설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사람. 그렇다면….

띠링. 핸드폰의 메시지 소리.

“…셀레나.”

입가에. 홍색 미소가 맺힌다.

플랜을 확인한다. 오차를 생각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스윽…. 그의 품에 좀 더 깊이 파고든다. 남자의 냄새. 사랑하는. 그것이 좋아, 고개를 들어 잠든 그이의 입에 입술을 겹친다. 그 달콤함에 백옥은 희열하며 사죄했다.

아아. 죄송합니다.

저는 당신을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저릿.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잠든 이 얼굴이 좀 더 평온한 것이 될 수 있다면…. 좀 더 만족스러운 것이 될 수 있다면….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피드백 받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죄송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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