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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72화 (72/324)

72화

단숨에 체온이 폭풍처럼 상승했다. 심장박동수가 세차게 늘어나며, 거기서 시작된 혈기가 무협소설 내공 대주천 하듯 중단전을 시작으로 백회를 돌아 임독양맥을 타통하고 세맥까지 뚫는다.

유혹하는 건가?

영천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정상적인 상황, 정상적인 인물이었다면 이건 유혹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너무 뜬금없다. 덕분에 판단이 안 선다. 그냥 술 꼴아서 헛소리하는 건지,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인지.

애초에 워낙 허당끼 있는 인간이니…. 덕분에 천후는 그녀가 점점 더 몸을 밀착해, 이제 입가를 목덜미에 대고 쫍쫍 하고 입을 맞추고 있는 와중에도 조금은 냉철한 이성을 남겨둘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어린아이가 어리광부리듯 목에 입 맞추며 볼을 부벼대던 강호는 조금 뜨거워진 숨을 내뱉었다.

“조금만 있다가 가거라, 은희아….”

“…….”

누구야, 그건. 속으로 외쳐본 천후는 곧 그것이 2차 제안을 했던 카페의 직업여성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린 강호는 천후를 그녀와 오인해서 이러고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냥 술 꼴은 거였어….’

하지만 정말 최악의 술버릇이다. 취했으면 그냥 얌전히 잠이나 잘 것이지…. 사람도 못 알아보는 인사불성이 돼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천후는 어쩌지도 못하고 식은땀을 쭐쭐 흘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그때였다.

“후우…. 붙어있었더니 덥구나….”

등 뒤에 붙어있던 괴물이 중얼거리며 떨어져 나갔다. …그 감각이 사라진 건 좀 아까웠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을 쉰 천후는 그녀를 재워버려야겠단 생각으로 몸을 돌려 마주 보았다.

“선배. 일단 주무세요. 응? 자라고, 제발.”

“으응? 선배가 뭐냐 선배가…. 오빠라고 해야지. 자 따라해 보거라. 오빠아~.”

업소 여성이 낼만한 간드러진 목소리로 뽑아낸 그녀는 실실 웃으며 그의 허벅지를 탁탁 쳤다. 평소에 하는 말과의 갭 때문인지, 아니면 허벅지에 손이 닿아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발딱 반응이 와버린다. 천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하아아…. 그냥 자기엔 덥단 말이다….”

하지만 강호는 그의 머리에서 핏기를 전부 뽑아 빈혈로 죽이려고 작정했는지, 이번엔 슬금슬금 입고 있던 옷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한복 옷고름이란 게 술 취해서는 그렇게 쉽게 찾아 풀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녀는 이것만은 익숙한지 술에 취한 와중에도 금방 풀어내 버렸다.

스르륵.

한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긴 팔 한복이 전부 흘러내린다. 그러자 그 안에는 남성용 와이셔츠 한 장만이 덜렁 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냥 보기에도 질척질척하게 땀에 젖어있어서, 있느니 못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그나마도 그것을 낑낑대며 벗으려 들었다.

“으응…. 끈적댄다…. 이것 좀 벗겨다오…!”

“악! 제발!”

곡선을 그리는 몸에 딱 달라붙은 와이셔츠는 쏙 들어간 배꼽과 만지면 쫀득쫀득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잘 빠진 배까진 쉽게 드러났지만, 그 위의 뭉클뭉클하게 튀어나온 두 언덕에 가로막혀서 위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언덕의 아래턱에 걸려서 마시멜로우 두덩이가 위쪽으로 끌려 올라가는데 그것이 강호의 입가를 가릴 정도다. 평소엔 보일 일 없는 고기만두의 아래쪽 곡선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이 여과 없이 보였다. 당장에라도 그 아래를 움켜쥐고 싶을 정도다.

“음!”

다행히 그런 고민을 불식시켜주겠다는 듯이 그녀는 힘으로 억지로 그것을 뽑아냈다. 동시에 최고점까지 상승해있던 두 개의 말랑거리는 것들은 갑자기 해방되면서 위아래로 요동치며 제자리로 돌아가려 애썼다. 눈앞에서 일어난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천후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그동안 그녀는 하의마저 탈의하더니, 그녀의 모든 옷가지 중 유일하게 여성스러움을 보이는 순면의 흰 팬티마저 아래로 내려버렸다.

“…….”

어둠 속에서 그녀의 나신이 완전히 드러나 버린다. 꼼꼼하게 묶인 댕기 머리는 풀어헤쳐 져서 풍성한 장발을 자랑한다. 그 고운 검은 머리카락이 땀으로 젖은 몸에 몇 가닥씩 달라붙어, 시선을 내 쪽으로 하라 유혹한다.

따라가 보면 어깨에서 시작되는 곡선의 윤무다. 곱게 파인 쇄골을 지나, 이런 곡률이 있어도 되는가 싶은 깊은 계곡이 사람 몸에 튀어 올라 있다. 머리카락을 삼림 삼아 튀어나온 그 굴곡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의심스러운 능선을 지나, 연분홍색 정점에서 부드럽게 굽어 떨어진다.

안쪽으로 다시 깊게도 파고 들어가 보면 그 아래쪽에서 흐르던 한 줄기의 땀이 매끈하게 단련된 복부를 타고 배꼽으로 타고 들어간다. 그쯤에 이르면 잘록한 허리 아래 있는 다시 튀어 오른 둔덕이 보이지 않을 수 없다.

황금 같은 비율로 형성된 높은 골반 아래로는 만져보면 손이 녹아버리지 않을까 싶은 두 미끄러지는 다리가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로…. 아주 작은 규모의 작은 숲과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은 골짜기.

보통은 샘이 조금이라도 드러나 보이기 마련이건만, 그녀의 것은 아직 어린아이처럼 정말로 하나의 선으로 골짜기만이 보였다. 당장 열어 보여서, 그 안쪽에 숨겨진 비경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을 남자에게 부여한다.

“헉….”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뚫어지라 바라보던 천후는 아연실색해서 몸을 뒤로 젖혔다. 그의 눈에 당황과 두려움이 섞였다.

마성의 여자다. 어떻게…이런 몸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일같이 자기를 남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 이건 마치…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안기기 위해 최적화되어있는 몸 같다.

무식하게 큰 게 아니라,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한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흉부가 지금 이 순간에도 호흡과 함께 오르내리며 시각을 사로잡는다. 그 표면과 안쪽에 맺힌 땀방울 하나하나를 전부 혀로 핥아 마시고 싶다.

자기도 모르게 입안의 혀를 굴려본다.

“자…. 은희야. 씻으러 가자꾸나…. 읏.”

그런 천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앞으로 걸어 나오다가 다리가 꼬였다. 덕분에 몸이 앞으로 기울면서, 그의 위에 완전히 쓰러져버렸다.

풍덩….

부드러움의 수영장에 빠진 느낌. 향수 냄새. 그리고 여성의 냄새가 여과 없이 들어왔다. 눈에 핏발이 돋았다.

위험하다. 이건 정말 위험하다.

천후는 문득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처음 그녀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을 때. 외모만 보았을 때 받았던 첫인상.

이상형.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얼굴이 붉어졌었다. 그런 그녀가 나체로 안겨오자 이성이 날아갈 것 같았다.

꾸깃…. 바지의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있는 종이 곽이 찌그러지는 느낌이 났다. 그것을 한 번 자각하자,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써버릴까? 해버릴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않을 수가 없다.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그녀의 몸…. 허리 아래쪽의 굴곡으로 향해갔다. 아무런 저항이 없다. 아니 그녀는 다시 반쯤 정신이 나간 듯이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하아.”

꾸우우욱.

부서져라 주먹을 쥔 천후는 그걸로 방바닥을 몇 번이나 쿵쿵 내려치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눈을 게슴츠레 뜬 강호가 어린아이처럼 헤헤 웃으면서 팔에 목을 감아왔다.

“옳지. 옳지…. 가자꾸나. 씻겨주고만 하고 가거라.”

“…….”

내가 이러다 제명에 못 죽지. 입술을 꾹 깨문 천후는 보살이 된 심정으로 그녀를 부축해 욕실로 들어갔다. 그리곤 온수를 튼 후에 샤워기를 그녀의 손에 쥐여주고는…욕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아…. 은희야. 어딜 가는 게냐? 아아…. 박한 녀석 같으니라구….”

욕실에서 나는 아쉬워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천후는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돌아버릴 것 같다. 이 몇 걸음 걷는 동안 인내심의 한계치를 몇 번이나 확인했는지 모른다. 다행히 그녀는 따라 나올 생각까진 없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샤워기의 물이 몸에 닿아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다행이다….”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조금 정신을 차리겠지. 적어도 자기 목소리 정돈 알아들을 거라고 기대한 천후는 욕실 문에 기대 바닥에 주저앉아 그녀가 샤워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쏴아아아….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그게 몸에 맞고 흘러내리는 소리. 머리를 감는 소리가 귀를 자극하다가…. 이질적인 소리가 하나 섞여 들어왔다.

쿵.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

“…….”

그 뒤. 샤워기가 땅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났다. 물이 사람 몸이 아닌, 벽면이나 바닥에 부딪히는 것 같다고 생각한 천후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설마….”

벌떡 일어난 천후는 황급히 욕실 문을 열었다. 처음에 틀었던 온수는 어느새 그냥 냉수로 바꿔놨는지, 김은 서려 있지 않았다. 덕분에 안쪽은 확실히 보였다.

바닥에 쓰러진 채 고르게 숨을 쉬고 있는 전라의 여성의 모습이.

“아……….”

돌아버리겠다.

진짜로.

*

“후우…. 후우….”

눈이 충혈된 게 가라앉질 않는다. 코에서는 콧김이 거칠게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천후는 그것을 감출 생각도, 기력도 없었다. 지금 이렇게 콧김만 뿜고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으니까.

스윽. 스으윽.

욕실에서 잠들어버린 강호를 한쪽 팔로 끌어안아 일으켜 세운 자세로 만든 천후는 타월로 그녀의 몸을 닦아내고 있었다.

한여름이고, 그녀도 워낙 튼튼하다지만 그래도 이렇게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잠들면 몸 상태가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니까. 하지만 천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물컹….

수건이 흉부에 닿자, 물에 젖어있는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캉대며 손안에 가득 들어왔다. 다 들어차지 않을 정도다. 기대듯이 안겨있는 그녀의 허리에 이미 풀로 달아오른 아랫도리가 닿았다.

“…….”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자. 사람 하나 살린다 생각하자아…. 그렇게 생각하고 잡념을 떨치려 들어도, 자기도 모르게 여러 번 닦아내고 만다. 아니 닦는 정도면 모를까…. 수건 아래로 몇 번인가 주물러대고 말았다.

“음….”

한 번씩 강호가 고개를 들어댈 때마다 천후의 심장은 철렁철렁 내려앉았다. 침을 꿀꺽 삼키고 아래쪽으로 손을 내려서 허벅지 사이로 파고들자, 그녀의 양 허벅지가 아주 작게 파르르 경련하는 것이 손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것에 몰입하여 아주 작게 조성된 검은 공원에 내릴 빗물들을 닦아낸다. 뽀송뽀송하게 솟아오르는 광경에 입에서 숨을 내쉬고 만다. 그렇게 방심해서인가…. 손이 아래쪽으로 타고 내려간다.

“…….”

벌리고 싶다. 벌려버리자. 겨우 2단계로 구성된 의식 구조를 1단에서 차단하는 것은 상당한 고행이었다. 그것을 간신히 실행한 천후는 이를 악물었다. 다행히 가장 어려운 두 곳을 넘기자, 그 뒤로는 작업이었다. 어떻게든 해낼 수 있었다. 엉덩이에 얼굴을 박아 넣을 뻔했지만.

“이 민폐녀 진짜….”

물기를 다 닦아낸 천후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 침대에 내려놓았다. 그녀는 그때까지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 마냥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이젠 돌아가도 되겠지…. 안도의 한숨을 쉰 천후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했는데….

“…….”

어째서일까? 침대에 누워, 이불에 약간 몸을 가린 그 모습을 보자…. 여기까지 와서야 비로소 진정한 욕구가 일어난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의 양 허벅지 사이에 몸을 가져온 뒤였다.

“후우….”

호흡이 가팔라진다. 그의 손이 수전증 걸린 것 마냥 떨리며 자신의 바지 주머니를 뒤졌다. 이미 곽은 구겨져서 3개의 비닐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중 하나를 집어든 천후는 그것을 눈앞에 들고서 강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나빠.”

그렇게 자기 합리화하며 천후는 포장을 뜯었다. 0.03mm 두께의 그것이 주인을 장착을 기다리며 손에 잡혔다.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천후는 그것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허벅지 한쪽을 거칠게 잡았다.

그때….

“어머님….”

낮은 속삭임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천후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리고―

“왜 저를―여자로 낳으셨나요?”

주르륵…. 고운 얼굴 한가운데에, 긴 물길이 생겼다. 그것이 너무나 아름다워…그저 바라보고 만다.

혈기가 가라앉았다.

“…하아.”

한차례 한숨을 길게 뽑아낸 천후는 그 자리에서 물러나 그녀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포장을 뜯기만 하고 아직 빼내진 않은 그것을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는 사무실에서 나왔다.

“큰일 날 뻔 했네….”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온 천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완전히 어두워진 심야의 서울 거리에 녹아들어 갔다.

*

다음날.

천후는 평소처럼 아침에 운동하려다가, 강호에 의해서 집 뒷마당으로 끌려갔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게…. 어, 어젠 미안했다!”

“…….”

미안해해야지. 그 진상을 부리고 미안해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한참을 못 미덥다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던 천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서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 모습에 얼굴색이 아주 잠깐 환해졌던 그녀는 그러나 곧 귀까지 벌게져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그리고 말이다.”

“?”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양손을 꼼지락거리던 그녀는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그…. 어제 일어난 일은…너무 신경 쓰지 마라. 서로 취했었고…. 그, 응. 둘 다 성인이니까…. 내, 내 쪽에서도 잘못한 게 있으니….”

힘겹게 말을 자아낸 그녀의 목소리가 울먹임으로 변해갔다. 그제야 무슨 소린지 깨달은 천후는 펄쩍 뛰었다.

“잠깐만! 무슨 소리예요! 안 했어! 우리 아무것도 안 했다고!”

“으, 응?”

눈물 고인 눈으로 고개를 든 강호의 얼굴이 오늘따라 귀엽다고 생각해버렸다. 덕분에 천후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그…그런 건 강간이잖아요! 사람을 뭐로 보는 거야?!”

“그, 그래? 아니…그치만….”

그 대답에 같이 말을 더듬은 강호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서 보였다. 어제 쓰려다가 포기한 콘돔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 보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소…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너도…남자니까. 나, 나 같은 것을 보고서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었으니….”

“아…. 진짜!”

당황하면서도 사건을 좋게 끝내려고 드는 모습에 천후는 답답함을 금치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수도로 그녀의 정수리를 툭 하고 내리쳤다.

“아읏!”

“안 했어! 안 했다고요! 콘돔이란 건요! 쓰면 늘어나 있다고! 쓰고 버렸으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된다고!”

“지, 진짜냐?”

“유흥업소는 맨날 가면서 왜 그런 걸 몰라! 진짜예요, 진짜! 뭣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보여줘요?!”

그 대답에 강호는 얼굴에 화색을 띠면서 고개를 붕붕 저었다.

식은땀이 다 난다. 이 사람 정말 큰일 낼 사람이네. 애초에 정말 사고 쳤다고 생각하면 괜찮다가 아니라 몰아쳐야 할 거 아닌가? 이렇게 걱정되는 사람이라니?

“아니다. 다행이구나…. 아, 그런데….”

“또 뭐요?”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째릿하고 노려보니 그녀는 움찔움찔 대면서도 물어왔다.

“그럼 이건 왜 굳이 뜯어서 버린 거냐?”

뜨끔. 그 질문엔 천후도 할 말이 궁한지라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바로 아래서 조심스레 물어오는 기색을 이겨낼 수 없었던 천후는 목덜미를 벌겋게 물들이며 솔직하게 답했다.

“하, 하려다가 말았어요. 그렇지만 진짜 안했어요. 정말로! 하여간 그런 줄 아세요!”

더 대화하면 골치 아파질 걸 직감한 천후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달아났다.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강호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서 뜯어진 포장지와 내용물을 내려다보았다.

얼굴이 붉어졌다.

“나 같은 걸 보고서 그럴 생각이 들다니….”

믿을 수가 없다. 나는…남자고. 여자로서는……형편없는데.

“…….”

게다가 참아 내다니. 어제의 자신은…아예 카페에 들어간 이후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니 인사불성 그 자체였음이 틀림없었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분명…. 엉망으로 범해졌어도 기억조차 못 하리라.

그런데도…. 그는 그만뒀다. 남녀 사이에 그렇게 사고를 치는 경우는 흔하디흔한 일인데도 자신을 신경 써주었다. 아니 자신뿐만이 아니리라. 외도外道를 주의한 것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절로 떠오르는 생각이 하나.

“남자답구나…. 정말로.”

쿵. 쿵.

“!”

갑자기 들려온 심장 박동 소리에 강호의 어깨가 떨렸다. 어째서? 왜? 무슨 이유로?

알 수 없었다.

천후의 행동은 후배로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다.

남자인 나를 여자로 보다니. 이런 실례가 따로 없다.

그런데….

“…….”

왤까? 조금. 몸이 뜨거워지는 것은.

붉은 입술의 위아래가 맞닿는다. 시선이 그가 있었던 장소에 머물렀다. 그러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흔들고 만다.

“나는 남자다….”

조용히 되새긴다. 아주 어렸을 적…. 태어난 이후 계속해서 되새겨왔던 그 말.

그래.

나는 남자다.

남자여야만 한다.

아아.

그런데도 왤까….

가슴이…뜨겁다.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드립니다.

내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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