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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83화 (83/324)

83화

<그 혹은 그녀의 사정>

로마이어의 대국민 발표 이후 대한민국은 한차례 발칵 뒤집혔다. 아니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랬다. 대한민국의 위치상, 만에 하나 놈을 퇴치하지 못한다면 중국, 러시아, 일본도 위험에 빠지게 된다.

당장 대한민국만 멸망해도 세계 경제가 도탄에 빠질 지경인데, 다른 곳들은 뭐 말할 필요가 없다. 주식이 빠졌다 들어갔다 미친 듯이 요동치며 그 어떤 사람도 예측할 수 없는 수라장이 되었다.

국내에서 빠져나가려 하는 기업가와 정치가들이 대거로 들통 나는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거시적인 분위기는 이렇고, 로마이어의 입김이 직접 닿는 일리미네이터 업계에서도 한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전까지는 로마이어가 디제스터 퇴치업계의 최대 갑 위치에 있긴 했지만, 그 통제권은 어디까지나 한정적이었다. 같은 B랭크들에게는 명령이 아니라 설득이 필요했고, 기업을 등에 업고 있는 이들의 일을 갈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명목하에 무슨 짓이든 가능하게 되었다.

로마이어는 대국민 토론회 이후 아예 엔체스터 콜로니를 나와 국가의 지원을 받는 단체, '로마이어 디제스터 대비 연합체'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곤 먼저 자신을 포함한 12명, 아니 이제 박찬휘를 제외한 11명의 B랭크 중 8명을 완전히 자기 통제 하에 끌어들였다.

그들에게도 반발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총대를 메겠다고 나서버린 이상 떨치고 나오는 것은 굉장한 페널티로 작용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곤 그 입지를 기반으로 여론을 휘둘러 이분법을 들고 나왔다.

나냐. 영천후냐. 선택해라 영천후에겐 아무것도 없을 테지만!

말할 것도 없이 로마이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키메라 퇴치 때 보인 트란제비야의 능력은 분명 엄청난 것이었다. 레이드의 안정성만 따른다면 당연히 천후를 선택하겠지만….

사회적인 지지를 완전히 등에 업은 이 상황에서 로마이어에게 등을 돌린다는 것은 매국노 소리를 듣기 딱 좋은 악수였다. 지금 그를 거부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너무 명백했기 때문에, 절대다수가 그에게 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로마이어 디제스터 대비 연합체', 약칭 'R.D.C'에는 110인 이상의 일리미네이터가 참가, 소속되어 정식으로 로마이어의 통제를 받게 되었다.

거기에서 빠진 것은 트란제비야. 빌라이어. 엔체스터 콜로니의 C랭크들, 그리고 B랭크의 하연과 키메라 트라이 시 2 공격대에서 천후의 힘을 직접 체감했던 여자 B랭크 해서 10명이 간신히 넘는 인원뿐이었다.

그 외에 나머지는 경급 디제스터 이상의 디제스터를 상대하는 건 아직 무리라고 판단된 진짜 애송이들 정도.

이들에게는 애초에 연합체에 들어오라는 제안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에게는….

일이 똑 끊겼다. 완전히. 에누리없이 똑.

*

"그럼…. 한다."

"선배. 괜찮겠어요? 무리하시지 않는 게…."

"아니다. 그리고…. 너를 믿고 있으니까."

"알겠어요. 그럼. 천천히…."

"으, 응. …으읏! 으으으으으! 하악!"

천후의 자택 지하. 헬스장 안. 나지막한 남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여자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힘이 달리는 것인지, 울음기까지 섞여 있는 그 목소리가 애처롭다.

"아으으으으!"

"선배! 아. 안돼겠다, 이거."

그중 남자, 천후는 강호의 도전을 지켜보고 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 잠까…으으윽!"

"뭐가 잠깐이야! 그만해요!"

강호의 다급한 목소리를 단박에 물리친 천후는….

그녀가 들려고 하다가 실패해서 양 가슴을 압박하고 있던 바벨을 번쩍 들어서 치워주었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짓눌려서 형태가 뭉개지고 있던 양 가슴이 다시 제 모양을 찾고 가쁜 호흡에 맞춰서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아. 하아…. 아직 안될 줄이야."

"갑자기 30kg이나 올리니까 그렇죠. 아직 벤치 140은 무리예요."

천후는 강호가 벤치프레스 1RM 시험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는 그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1RM을 측정할 땐 반드시 옆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특히 이런 고중량을 시험할 때는. 농담이 아니라 잘못하면 바벨에 깔려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윽…. 하지만 천후 넌 200을 치잖나. 나도 이쯤은 되야…."

"신체 조건이 다르잖아요. 선배 체중 60 간신히 넘는데 110이면 엄청난 거예요."

그녀가 여성이란 것과 체형을 고려해보면 이미 110을 친다는 것 자체가 인체의 신비 그 자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녀는 분한 목소리를 냈다.

"으…. 대체 운동을 이렇게 하는데 왜 근육량이 더 늘어나질 않는 건지."

"…….“

그건 천후도 궁금했다. 디제스터 퇴치를 하지 않을 때 그녀의 운동량은 어지간한 태릉선수촌 선수의 일일 운동량을 씹어 먹을 지경이다. 게다가 식사량도 상당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더는 발전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지금 이 몸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듯이.

'보는 입장에선 그게 더 좋지만….'

천후는 슬쩍 강호의 몸매를 훑어보았다가 큼 하고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스포츠 브라와 핫팬츠만 착용한 그녀를 너무 뚫어져라 봤다간 수습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다.

사라만드라 폭룡이 일어나버린단 말이지. 진지한 태도인 강호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그녀의 몸은 여기서 한번 선을 넘어버린다면 정말 여자들이 다이어트 할 때 흔히 걱정하는 근육투성이의 몸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그런 수준의 운동을 하고 있다. 천후는 내심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그렇지 않은지, 숨을 고르다가 천후를 올려보았다. 그의 몸을 한차례 훑어보는 강호의 눈엔 명백하게 부러움이 담겨있었다.

"부럽구나…. 나도 너 같은 몸이면 좋을 텐데."

"음…."

절절하게 진심이 묻어나오는 말에 천후는 웃음으로 곤란한 마음을 숨겼다. 옹호해주자니 자기 마음이 그렇지 않고, 부정하자니 그녀가 화낼 테니 그저 웃어야지, 뭘.

"아. 그런데 괜찮은 거냐? 일이 완전히 막혀버렸던데."

다행히도 입을 다물고 있었더니 그녀가 알아서 화제를 바꿔주었다. 이것도 딱히 웃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천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음. 로마이어가 생각보다 수완이 좋더라고요. 너무 가볍게 봤어요."

로마이어는 R.D.C를 결성한 이후, 사전 적응을 위한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디제스터 퇴치를 전부 해치우고 있었다.

국내의 일리미네이터 대부분을 빨아들인 데다가, 위험한 트라이에는 B랭크 역시 아낌없이 투입하고 있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불만이 나올 틈새가 없다.

이미 국내에선 R.D.C에 소속되지 않고는 일거리를 딸 수가 없었다.

"요 며칠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낼 줄은 솔직히 생각도 못 해서 당황하긴 했는데…. 그래도 당분간은 괜찮아요. 키메라 퇴치로 번 돈이 워낙 많아서. 솔직히 그냥 장사 접어도 평생 먹고 사는 덴 지장 없을 거 같은데."

배분을 워낙 크게 받아서 세금과 이강호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때고도 100억 이상이 들어왔다. 이 정도면 솔직히 기업을 더 운영할 마음을 접어도 상관없을 정도다.

"으음. 그건 그렇다만. 내가 묻는 건 그런 뜻이 아니지 않나?"

약간 힐난이 섞인 목소리에 천후는 살짝 웃었다. 하긴 그렇지.

"뭐….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때가 되면 저쪽에서 알아서 접촉할 거예요. 그때까지는 휴가라고 생각하죠."

"뭔가 믿는 게 있는 거냐?"

강호의 물음에 천후는 쓴웃음을 지었다.

"믿는 거라기보단…. 이건 멸급 디제스터 퇴치 기록들을 좀 훑어보면 누구라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인데…."

"음?"

"멸급 디제스터는 지금까지 A랭크 일리미네이터 없이 퇴치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

"다른 나라엔 그들이 자연스럽게 멤버에 섞여 있어서 간과하기 쉽지만…. 전투 경과를 보면 일목요연하죠. A랭크가 없으면 딜이 너무 부족해요."

"……."

가벼운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R.D.C의 전멸을 예고하고 있었다. 강호의 안색이 대번에 창백해졌다. 하지만 천후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손을 저었다.

"아니 이상한 생각하지 마세요. 로마이어가 바보도 아니니 이건 그도 알고 있을 거예요."

"그, 그런가?"

"그래요. 그러니까 중간에 한 번 거래가 있을 겁니다. 그때를 기다리자고요. 설마 멍청이도 아니고 딜러밖에 없는 공격대로 딜이 안 박히는데 그냥 트라이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군. 음.“

하긴. 당연한 이야기다. 그제야 안심한 강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쓸어내리는 모션을 자기도 모르게 뚫어져라 지켜봤던 천후는 헉 하고 정신을 차리며 외쳤다.

"자,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죠."

"응. 그럴까?"

밝게 대답하는 강호에게 미세한 죄책감을 느낀 천후는 빠른 발걸음으로 1층으로 올라갔다.

*

일이 끊긴 이후, 트란제비야의 사원 모두는 사무실보다는 영천후의 자택으로 모였다. 일단 천후부터가 날씨도 더워 죽겠는데 일도 없는 상황에서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걸 싫어하기도 했고, 강호는 어차피 아침에 운동하러 와서 딱히 돌아갈 이유가 없었다. 다른 건 다 재끼고 에어컨이 훨씬 더 빵빵하기도 하고.

그래서 셀레나도 사무실이 아니라 천후의 집 쪽으로 출퇴근하고 있었는데, 그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하으음. 오늘따라 좀 늘어지는군.”

“좀 주무시던가요.”

“으음. 그럴까….”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강호가 옆으로 툭 쓰러지면서 천후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렸다. 그러다가 정말로 졸린 지 하품을 해대는 게, 옆에서 보면 영락없는 연인 사이로 오해할만한 그림이었다.

그 모습을 반대편 소파에서 바라본 셀레나는 붕어가 빙의된 것 마냥 입을 뻐끔뻐끔 벌렸다.

‘요 근래 집에 드나든단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집에 있는 운동시설을 쓴다고나 들었지, 그 사이에 이렇게 친해졌을 줄은 몰랐다. 아니. 하긴 일할 땐 항상 듀오지. 운동도 같이 하지. 안 친해질 수가 없나?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어처구니가 없어진 셀레나는 어떻게든 표정을 수습하면서 물었다.

“둘이…뭔가 엄청 친해졌네?”

“응? 그런가?”

“뭐. 남자끼리 이 정돈 보통 아니냐?”

아니…. 남고 남학생끼리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스물 넘어서는 서로 무릎이나 베고 그러진 않는데. 셀레나는 그렇게 말하려다가 둘이 너무 태연한 기색이자 차마 말은 더 못하고 그저 이마를 짚었다.

셀레나의 시선이 푸른 도복을 입고 누워있는 자세인데도 툭 튀어나와있는 강호의 흉부로 향했다.

‘으…. 신경 쓰여.’

선후배 이전에 남녀 사이로 보인단 게 문제다. 둘 사이에선 뭔가 그걸 초월한 유대. 인연~같은 게 쌓인 모양인데, 그건 둘 사이에서나 그렇고…. 셀레나에겐 그렇게 보이질 않았다.

때문에 셀레나는 살짝 희주에게 시선을 보내, 아이 콘택트로 그녀를 불렀다. 희주는 순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왜 그러시죠?”

“희주. 둘이 저렇게 시시덕거리고 있는데 괜찮아?”

“…?”

희주는 셀레나의 발언에 오히려 고개를 갸웃했다. 또 저번의 그 발언의 연장인가? 셀레나는 자신이 그녀의 방침에 따르겠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곤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시뻘게졌다. 하지만 희주의 입에선 약간 다른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다.

“보기 좋지 않습니까?”

“응?”

“주인님과 취미가 저렇게까지 통하는 분은 흔치 않습니다. 전…아주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

깜빡깜빡. 그 말에 멍하니 눈만 깜빡인 셀레나는 둘을 다시 보았다.

“선배. 이 차 좀 괜찮아 보이지 않아요?”

“으응? 안 보인다. 보여다오.”

“이거 봐요, 이거.”

“오…. 오오오오……. 끝내주는군….”

“그쵸? 쩔죠?”

천후는 스마트폰에 스포츠카 카탈로그를 띄워놓고는 들여다보면서 군침을 흘렸다. 강호도 흥미가 동했는지 벌떡 일어나 그와 밀착해서 폰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한껏 반짝이는 게 진지하기 짝이 없어서 도저히 뭔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둘 다 남녀라는 의식보다는 정말 취미가 맞아서 눈을 반짝이는 그런 순수한 분위기라, 그런 쪽으로 오해했던 셀레나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지경이다.

“저도 주인님이 흥미를 보이는 것에 관심을 두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식인지라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말 잘 되었습니다.”

“으으음….”

아닌 말이 아니라 천후는 여태까지 한 번도 제대로 있어본 적이 없던 친구가 생긴 것 같은 기분으로 강호를 대하고 있었다.

희주와 셀레나를 상대할 때도 늘 웃으며 대해줬지만, 지금 그가 강호에게 내비치는 웃음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어린아이의 웃음이랄까? 완전히 그렇게만 대할 순 없었지만.

‘…….’

그러다…. 셀레나의 눈이 강호에게로 갔다. 그녀의 눈은 또 다르다. 카탈로그를 보면서도 천후를 살짝살짝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이전 술자리 이후로 저런 기색이 셀레나의 눈에 자주 잡혔다.

‘저거….’

본인은 확실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슬쩍 불안해진 셀레나는 다시 한 번 희주를 떠봤다.

“정말 노리는 거 아니구?”

그 말에 희주의 입가에 아주 어렴풋이. 미소가 맺혔다 사라졌다. 그리고 나온 것은 잦아든 목소리.

“…셀레나.”

“으, 응?”

“제 방침에 따라주신다고 하셨지요…?”

‘엄마야아아아아!’

으스스스. 은근히 물어오는 말에 소름이 다 돋는다. 그제야 확신이 선 셀레나는 양손으로 자기 몸을 끌어안고는 입술을 꼭 물었다.

‘각오를 해야 하나.’

셀레나가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지는 까맣게 모른 채, 천후와 강호는 자동차 토크는 좀 더 진행하고 있었다.

“아. 그런데 선배 저번에 바이크 슈트 입고 오셨던데. 바이크 있어요?”

“응? 아아. 있지.”

“와. 진짜? 뭔데요?”

“아…. 한 번도 안 보여줬던가? 후후. 두가티다.”

“…뭣?”

“두가티 파니갈레.”

“우와! 나중에 한 번 보여줘요!”

“하하. 뭘 그리 부러워하는 거냐?”

“아니 그래도!”

그걸 타고 다니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 줄이야? 그의 눈에서 섬광 같은 빛이 뿜어져 나오자, 강호는 되려 어이가 없어 웃었다.

“그렇게 부러우면 너도 한 대 사면 되지 않나?”

“…어?”

…그러네? 돈 벌어서 대체 뭐 하고 있대? 왜 여태 그 생각을 못 했지? 멍 때리는 탄성을 내지른 살짝 희주 쪽을 바라보았다. 기본적으로 그의 재산관리는 그녀가 하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주었다.

“바이크 정도는…. 어느 걸 사더라도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아, 아녜요. 음. 바이크 말고 차…. 역시 남자는 차지.”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에 희주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입 끝을 끌어올렸다. 희주 본인도 할 말이 없는 이야기지만, 천후는 천후대로 어지간히 개인적인 물욕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자기 생각을 잘 못 떠올린 달까? 이전 첫 월급을 받았을 때도 남을 위한 선물만 엄청 사고 자기 것은 옷 한 벌 사지 않았다.

‘좋은 반응.’

역시 그녀를 가까이 끌어들인 것은 성공이었다. 자연스럽게 주인의 욕구를 끌어냈다. 그녀로선 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10억 이내 차량이라면 상관없습니다. 이 기회에 회사 차량도 따로 구매하는 것이 좋겠군요."

"아. 그랬죠."

슬슬 그 고철도 바꿔야지. 하지만 천후가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잠깐 머릿속 저편으로 미뤄놨던 것을 셀레나가 끄집어내 주었다.

“그런데…. 너 차 사도 면허 없지 않았어?”

“아. 아! 으아아아아!”

그랬다. 그는 무면허였던 것이다. 천후의 입에서 절망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데굴데굴 소파에서 떨어져서 거실 바닥을 굴러다니는 게 이렇게 구슬퍼 보일 수가 없다. 하지만 그때. 그걸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던 이브와 에바가 킥킥 웃으며 말했다.

"오빠 바보 같애."

"면허 없으면 따면 되잖아."

"……."

"1종 보통 정도라면 요즘은 일주일 정도면 취득할 수 있습니다. 노력이 필요합니다만."

어…. 로마이어 씨? 휴가. 땡큐.

============================ 작품 후기 ============================

진지파트 길게 했으니 당분간 좀 설렁설렁.

7월도 다 끝났네요. 일어나서 한편 더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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