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하렘-98화 (98/324)

98화

<트리플 크로스 인카운터>

푸화아아아아악!

황금빛 거체가 떨어진 그 순간, 그 반동으로 거대한 파도가 석모도 해안을 덮쳤다. 사람들이 모두 도망가고 방치되어있는 작은 어선 중 일부가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뒤집어졌다.

그 뒤. 하늘 높이 비산했던 바닷물들이 소나기 되어 다시 쏟아져 내렸다. 그 물난리를 속에서 태원은 입을 앙다물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이딴 거랑 싸워야 한다니."

공격대장의 가면을 쓴 그의 입에서조차 욕지거리가 나왔다. 유그드라실, 군의 분석으로 놈의 크기는 이미 파악이 끝나있었다.

체고, 등허리까지의 높이가 60m, 목에서 꼬리까지 총 길이 240m, 꼬리 길이만 따로 재도 100m가 넘어가고 날개를 펼치면 양옆으로도 200m가 넘어간단 소리는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몸무게가 몇천 톤이네. 전력으로 꼬리를 휘두르면 얼마나 강력하네. 그 모든 정보가 소수점 단위까지 머리에 새겨져 있다.

하지만….

"크르르르…."

눈앞에 떨어져 내려, 꼿꼿이 서서 자신들을 굽어보고 있는 이놈을 직접 바라보니 그것들이 얼마나 부정확한, 숫자뿐인 정보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람의 몸 크기는 놈의 손끝에 달린 손톱만도 못하다. 거대한 아가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을 한꺼번에 집어넣고 삼켜버릴 수 있을 것 같다. 입에 난 거대한 이빨들은 사람이 아니라 건물이라도 으깨 씹어먹을 수 있을 듯하다.

이놈 앞에서 날고 있자면 정말 날파리 하나가 된 기분이다. 어지간한 고층 빌딩 크기를 씹어먹는 크기다.

과연 이 괴물을 인간이 상대할 수 있는 것인가?

과연 쓰러뜨릴 수 있는가?

"…크윽!"

무슨 생각을! 이 생각을 했던 콤마 초가 아깝다. 떨어져 내려온 놈이 아직 방심하며, 느긋이 고개를 들어 굽어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아깝다. 단숨에 자기도 모르게 내려놓고만 공격대장의 얼굴을 되찾은 그는 통신기에 대고 외쳤다.

"현 시간부로 드래곤 레이드를 시작합니다. 전 일리미네이터, 사전 지정된 4인 팀 구성 후, 산개!"

비명에 가까운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 거대함에 경도되어있던 다른 일리미네이터들도 정신을 차리고 명령에 따랐다. 지난 한 달 동안 R.D.C로 활동하며 수많은 키메라 레이드를 거쳤던 최정예 레이드 팀답게 그들은 얼마 걸리지도 않아 드래곤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최초 공격! 전 팀 포인트 맨 체제! 20%로 발사!"

놈의 방어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어느 수준부터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판단한 태원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놈의 주변에서 형형색색의 오오라가 피어오르더니 수많은 빛이 쏘아져 나갔다.

쾅! 콰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드래곤의 몸 전체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인원이 40명이다. 이 정도 수라면 아무리 20% 위력이라도 키메라를 곤죽으로 만들만한 화력이다. 하지만 태원의 표정은 어두웠다.

"손상 경미! 전원 회피! 전원에 방어마법!"

명령이 떨어지자 불바다가 된 덕모도 이곳저곳에서 간신히 몸을 숨기고 있던 보조 팀이 방어마법을 걸어왔다. 그 직후, 40개의 방출마법에 의해 피어올랐던 탁한 연기가 흩어졌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놈이 아가리를 벌리고 소리를 내지르는 것만으로 음파가 공기를 밀어내며 연기를 원형으로 뚫어버린 것이다. 놈은 모든 행동이 폭력이다. 하지만 효과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으…으으…. 도…돌아가야겠어. 이건 미친 짓이야…."

"이딴 레이드 오는 게 아니었는데…!"

통신기를 통해서 공대원들의 주눅 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원 역시 남 말할 때가 아니라, 온몸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당장 저 괴물 앞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누구 좋으라고 이런 사지에 뛰어들었단 말인가? 공격대장 같은 소리 하네.

<드래곤 패턴 분석 완료. 드래곤 로어Dragon roar. 음파가 정신에 간섭하여 공포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공격대 전체를 서포트하고 있는 유그드라실의 AI, 미미르의 음성을 들은 태원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보조티이이이임!!"

더 명령을 짜낼 여유가 없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3개 팀이 전장을 이탈하려 들고 있었다. 다행히 공격팀보다 거리가 있었던 보조팀은 여유가 있었는지 바로 정신 방벽을 걸어왔다.

"헉! 헉!"

보조마법의 효과로 공포는 잦아들었지만, 그에 의해 올라갔던 심장 박동, 눈에 흘렀던 눈물, 떨렸던 몸을 진정시키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덕분에 공격대는 놈의 주변을 배회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하는 것에 그쳐야 했다.

"크르르….크크크…"

그 모습을 바라보며 드래곤이 아가리를 벌리며 소리를 냈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성대를 가진 파충류 계열 생명체임에도, 그 소리는 마치 비웃음으로 들렸다. 하지만 태원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도 전혀 분함이나 호승심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통신기를 통해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정태원 공격대장! 정신차려! 여기서 물러나면 뒤가 없는 거다! 공격대를 통제해!>

외쳐온 것은 로마이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그의 전의가 가장 강했던 것이다. 그는 드래곤 로어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정신 방벽 없이 이겨내고서 자신의 팀을 추슬렀을 정도였다.

'젠장! 당신이 이딴 병신 짓만 안 했어도 된 거였잖아!'

일은 혼자 저질러놓고서 ‘이제부턴 모두의 힘이 필요할 때네’라니. 아주 좆 같은 소리다. 하지만 그가 한 말의 일부는 옳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물러날 순 없었다.

"1~5팀 포인트 맨. 6~10팀 하프 캐스팅. B랭크는 그 사이에 섞여 풀 캐스팅 발사 후 다시 산개."

현재 B랭크들은 각 팀에 한 명씩 섞여서 포착당하지 않게끔 위장하고 있었다. 그것을 발사 후 포착하기 힘든 사이에 큰 거 한 방 날리고 다시 팀 사이에 들어가게 하려는 게 그의 전략이었다.

조금 전 40인 전원의 20% 화력에도 놈의 몸엔 기스 하나 나지 않았다. 놈의 몸을 두르고 있는 황금빛 비늘이 모든 것을 차단했다. 강한 한방이 필요했다.

20명이 죽을 각오를 해서라도.

"크르르르르…!"

로어 이후에도 사냥감들이 다시 날아와 자리를 잡는 것을 본 드래곤은 불쾌한지 낮은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놈은 그러다 지금까지 눕혀놓고 있던 날개를 활짝 펼쳤다. 그 순간 태원이 외쳤다.

"시작!"

번쩍! 40인이 흩어지며 드래곤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5개 팀의 즉시 시전 주문이 놈의 온몸을 두들겨댄다. 하지만 녀석은 그 정도는 안마조차 안된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더니, 그대로 날개를 펄럭이기 시작하다, 치솟아 올랐다.

후웅!

전체 너비 200m의 날개가 날갯짓하자, 어마어마한 난기류가 일어나며 그 범위 안에 있던 일리미네이터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떨어져 나갔다. 고막이 터지고, 세반고리관이 엉망이 되며 평형감각을 잃고, 내장도 진탕이 되어 입에서도 피가 터져 나왔다.

단지 그 영향권 안에 있었을 뿐인데도 팀 하나가 리타이어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 회복마법이 퍼부어지고 있었지만 따라잡지 못한다.

"크롸아아아아아!"

그 사이.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일리미네이터들로선 따라잡을 수 없는 고속으로 공중으로 치솟아오른 놈은 괴성을 내질렀다. 놈은 독수리처럼 원형이 아니라, 호버링, 그러니까 벌새처럼 제자리에서 날고 있다. 날개는 달고 있지만, 수십 초에 한 번 날갯짓할까 말까 한 상태임에도!

생긴 것만 드래곤이지 이쯤 되면 UFO나 파리에 가까운 비행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저 몸으로 저런 게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어차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물리학을 씹어먹는 괴물이 아닌가? 할 수 있다는 것만이 중요했다.

태원은 점점 늘어만 가는 전멸 가능성에 신음하면서도 외쳤다.

"하프 캐스팅 발사!"

꽈릉!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소리보다 빠른 빛이 내달린다. 하지만 용은 그것이 발사되기도 전에 몸을 아래로 기울이더니, 하나의 선으로 변해…. 지상으로 강습했다!

쿠콰아아아아악! 키메라라면 몸통이 상했을 공격을 정면으로, 안면으로 받아내 버리며 천공에서 지상으로 낙하한 놈은 날갯짓에 상처를 입은 팀을 덮쳤다.

푸화아아아악! 놈의 몸이 지상에 닿자, 처음 등장 이상의 파도, 아니 이젠 해일이 얕은 수심의 흙까지 전부 머금고서 석모도를 덮쳤다. 그것에 습격당한 네 명은….

"아…."

미미르가 띄우는 가상 인터페이스의 생명반응을 체크한 태원은 눈을 꾹 감았다. 없다. 없었다. 놈이 떨어져 내린 자리에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운석이 떨어진 것만 같은, 저 바다의 지면을 드러나게 한 강습의 중앙에 있었다면 시체의 육편 하나 건지지 못하리라.

5개팀의 하프 캐스팅을 상처하나 없이 받아내고, 초음속에 가까운 강습을 내리꽂는 200m 이상의 적이라니.

"…젠장!"

통신기 너머로 절망의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로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일리미네이터들이 예감하고 있었다. 그때 한차례 늦은 섬광이 터졌다.

B랭크 8명의 풀 캐스팅. 그것이 놈의 머리에 꽂혔다. 굉음이 터지며 이번엔 C랭크들의 것과는 다르게 놈의 긴 목을 옆으로 누이게 만들며, 머리통에서 피가 솟아나오게 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최초로 유효한 공격이 터지자 공격대원 사이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후욱! 다시금 하늘로. 이번엔 공격대원들과 비슷한 높이로 날아오른 놈이 몸을 뒤틀며 꼬리를 휘두르자 찢어지는 비명이 들렸다.

"으아아아아악!"

놈의 꼬리두께는 이미 면이다. 어지간한 복합상가건물만 한 너비를 가진 그것이 주변을 휩쓴다. 끈임없이 움직이는 날개는 그 자체 움직임에만 얻어맞아도 사람이 아니라 장갑차라도 부술만하다. 내뻗어오는 아가리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니. 아가리?

고…오오오오오….

회피기동을 하던 태원은 주변 기압이 변하는 것을 느끼곤 어렵게 놈의 아가리를 확인해보았다. 그 안에는 예의 빛무리, 브레스가 준비되고 있었다. 유그드라실 AI가 전 공격대원에게 경고해왔다.

<드래곤 브레스. 광역 공격이 옵니다. 모두 대비해주세요.>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듣는 사람 심경은 그렇지 않았다. 뭐? 광역공격이라고? 지금까지 한 건 대체 그럼 뭔데?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히 광역 공격이었는데? 하지만 징징댈 시간은 없었다.

쿠우우우웅!

지상으로 내려앉은 놈의 머리가 하늘 위로 들어 올려졌다. 태원의 목에서 비명이 터졌다.

"보조팀! 방어마법!"

하늘에서 섬광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

레이드가 시작된 지 30분이 지났다. 로마이어는 싸늘한 눈으로 주변 상황을 확인하며 물었다.

"전력은 얼마나 남았나?"

"보조 팀은 1명 사망, 2명이 마력고갈로 리타이어. 전투 팀은 4명 사망, 12명 중상에 의한 리타이어. 현재 보조 팀에서 12명을 끌어온 상태입니다."

콰릉. 꽈르릉! 주변 하늘이 검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몰려들어 번개를 뿌리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여섯 줄기의 용권풍이 치솟아올라 바닷물을 끌어올려 주변 지역에 폭우를 내리게 하고 있었다.

28분이 경과했을 즈음, 그때까지 미친 듯이 날뛰던 드래곤은 주변 날씨를 바꾸더니 행동을 멈추었다. 하지만 공격에는 반응해서 브레스로 대응한다. 결국 소강상태가 되었다.

"사망자가 더 늘진 않아서 다행이군."

"기적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더 싸웠다간 전멸한다. 뒷말을 잇진 않았지만, 모든 이들이 확신하고 있었다. 그 기색을 로마이어도 느꼈다. 자신에 대한 경멸도.

'흥. 멋대로 생각하라지.'

이미 망가진 올백 머리를 쓸어올리다가 그만둔 그는 용권풍과 폭우 너머 언뜻언뜻 내비치는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정녕 나는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란 말인가?'

30분간 싸운 결과가 그렇다고 말하고 있었다. 로마이어의 눈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그럴 순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기회. 지금 여기서 물러난다면….

'아무런 수도 없단 말인가!'

부서져라 주먹을 꽉 쥔 그는 하염없이 놈을 노려보았다. 그때….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놈의 머리가.

"놈의 재생력이 약한 모양이군?"

"유그드라실의 분석으로는 놈의 비늘, 드래곤 스케일Dragon scale의 방어력이 강한만큼 재생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고 합니다."

"그렇군…. 그렇군!"

로마이어의 얼굴이 밝아졌다. 보였다. 이길 수 있는 수가. 그는 몸을 돌려 태원에게 다가왔다.

"공격대장. 전술제안을 하고 싶다."

"…말씀하시죠."

대답이 떨어짐과 동시에 로마이어에게서 말이 쏟아져나왔다. 태원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로마이어의 말이 모두 끝났을 때, 태원은 그에게서 천천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모 아니면 도입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실패한다면이지! 성공하면 되지 않나!"

"차라리 영천후 씨를 데려오는 것이…."

"그럴 시간이 없어! 이미 내륙에서도 교전이 계속되고 있지 않나! 지금 당장 드래곤이 다시 움직일지도 모르는데!"

"……."

틀린 말은 아니었다. 드래곤은 당장 다시 저기서 튀어나올 수 있다. 수를 쓰긴 써야 한다. 하지만…. 태원이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로마이어는 고개를 크게 가로 젓고는 모두를 바라보며 외쳤다.

"부탁이네. 자네들의 목숨. 나에게 주게."

============================ 작품 후기 ============================

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드래곤 레이드 1공격대 구성>

총 60명

공격팀 총 40명(B랭크 8명, C랭크 32명)- 4인씩 10팀 편성. 8개팀에 B랭크가 한명씩 섞여있고, 필요할 때마다 따로 전술적인 행동을 합니다.

보조팀 C랭크 20명

총 60 공격 40 보조 20 손실 0

<드래곤 트라이 시작 후 30분 경과후 구성 변화>

총 41 공격 24 보조 17 손실 19-> 보조팀 12명 공격팀으로 전환.(부상당할 때마다 한 명씩 교체한 것)총 41 공격 36 보조 5 손실 19

인원 손실 내역

사망 5, 마력고갈 2, 중상 12

중상자 유그드라실 치료시 회복 가능

손실자 전원 C랭크

업로드 직후 30분 정도 맛폰으로 확인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오타를 고칩니다. 땡치고 보시는 분들이랑 나중에 보신 분들이랑 문장이나 대사 차이 등이 있는 경우가 좀 있을 거에요.

그외 다른 많은 조언 역시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