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각하. 현재 서울시는 위험합니다. 역시 직접 방문하시는 것은…."
국무총리의 말에 해명진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이 정도의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그는 움직이지 않을 거야."
단호하게 대답하는 그 모습에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존경의 눈으로 그를 보았다. 하지만 그 머릿속에선 표정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 전개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꼭두각시가 왜 말도 안 듣고 움직이는 거야?'
'현직 대통령인 게 이렇게 거슬리다니.'
지난 4년간. 십상시처럼 대통령을 꼭두각시 삼아 나라 전체를 엉망으로 망쳐왔던 주범들은 그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사태를 바라지 않았다. 임기 내에 디제스터 사건 말고도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동안 여당과 정부는 대통령을 완전히 따로 분리된 존재로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유도해왔다.
수많은 재난, 재앙이 있었지만 결국 행정부의 정점인 대통령은 아무런 상처도, 아무런 비난도 직통으로 닿아본 적이 없는 상태로 임기를 마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임기 말기. 드래곤의 등장으로 결국 그를 국가의 대표자가 아니라 개인으로 분리하여 다루려고 했던 전략도 전부 막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지게 되는 사태가 오고 말았다.
게다가 지금 상대해야 하는 이는 그 재앙을 유일하게 극복해낼 수 있다고 점쳐지는 인간. 그와의 정면 대화가 된다. 이것에는 평소처럼 대본이나 메뉴얼이 통하지 않는다. 가장 발생해선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피해갈 수 없었다.
검, 경찰, 최악의 경우 군을 통해서 소환해내 유리하게 세팅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고 싶었지만, 그는 그런 협박이 먹히는 인간이 아니었다. 마법사. 그중에서도 국내 최강의 마법사란다. 무력이 먹힐 상대가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걸어 나오지 않는 이상 끌어낼 수가 없다.
결국 상대의 요구대로 대통령이 직접, 그의 자택에서 회담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 오만하기 짝이 없군. 지가 뭐라고 대통령 각하를 오라 가라 하지?"
"쉿. 조용히 하게. 대문 앞이 아닌가?"
차에서 내려 대문 앞에서 웅성거리던 그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선 마중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문이 열리며 사람 하나가 나왔다.
"마중이 늦어 죄송합니다. 비서인 셀레브리아 로즈 루셀입니다. 집이 좁은 관계로 여섯 분까지만 들어오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문 밖으로 나온 여자는 웨이브 치는 롱 펌 헤어의 금발 여성이었다. 정장에 커피색 스타킹.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그녀를 본 대통령과 의원들은 잠시 싱글거리다가, 그 말의 내용을 듣고서 표정을 굳혔다.
"잠깐. 여섯 명까지라니. 이 분은 국가수반일세. 자네의 주인은 마법사인데 최소한의 호위도 없이 들어가라 이건가?"
"죄송합니다. 집이 좁은 관계로."
"네 이년!"
버럭 하고 성질을 내는 중년에서 노년들의 남자들을 상대로 셀레나는 그저 생글거리며 입을 닫았다. 그 모습에 성질이 난 여럿이 그녀를 밀치려 들었다. 하지만 그것을 비서실장이 제지했다.
"진정하시죠. 지금 저희는 회담을 하러온 거고, 이 여자는 그저 비서가 아니라 그의 애인 중 한 명입니다. 함부로 손을 댔다간…."
"큭…. 저런 어린 양년 따위가…."
혀를 차며 물러나는 이를 바라보며 비서실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다른 하나에 생각이 미쳤다.
'루셀? 루셀이라면?'
순간 눈을 크게 뜬 그는 조용히 대통령의 귀에 뭐라 속삭였다. 입을 다물고 있던 대통령은 움찔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주의하지."
작게 대답한 대통령은 결국 지정한 인원수만큼의 인물을 선별했다.
대통령 본인,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방부 장관. 그리고 국가 일리미네이터 두 명이었다.
"그럼 들어오시죠."
그들을 집안으로 안내한 셀레나는 한 명 한 명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게 모두가 착석하자, 셀레나는 발걸음을 옮겨 하나만 따로 배치된 소파의 좌편에 섰다.
그리고 그즈음이 되어서야, 안방에서 발소리조차 내지 않고 한 명의 사람이 나와 소파 앞에 섰다. 긴 흑발에 인형처럼 흰 피부.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여자였다.
"먼 길을 마다치 않으시고 찾아와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영천후 님을 대신하여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홍희주라고 합니다."
"뭣?!"
국무총리가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대통령과 비서실장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표정이 일그러진 것이 어떤 생각인지는 훤히 보였다. 국무총리가 소리쳤다.
"감히 대통령 각하께서 친히 오셨는데 본인도 아니고 대리인을 세운단 말인가? 그것도 여자를? 괘씸하군. 당장 불러오지 못할까?"
쿵쿵거리는 발걸음으로 그녀에게 접근한 국무총리가 노기를 숨기지 못하고 손을 치켜들었다. 하지만 그때. 국방장관이 외쳤다.
"잠깐! 그만두시오! 그녀에겐, 안되오!"
"무슨 소리요, 지금! 각하께서 모독을 당했는데!"
국무총리가 한마디 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다음 말을 하지 못했다. 국방장관이 여자, 홍희주를 바라보며 겁에 질려 떨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안되오! 너…! 네가 어떻게 남아있는 거지? 분명 전부…!"
"처음 뵙겠습니다. 아니…. 당신은 저를 오랜만에 보는 걸 수도 있겠군요."
"……."
감정 없는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자 국방장관은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것을 보고 가만히 눈을 깜빡이던 희주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국무총리님. 자리에 착석해주시겠습니까?"
"뭐? 이년이-"
"얼마 전의 모종의 사고로 주인님께서 딸처럼 아끼던 아이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때문에 성정이 격해지셔서 직접 여러분을 대면하면 이성을 유지하지 못할 거란 판단하에 대리인으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들은 그들의 표정이 굳었다. 다만 이미 자리에서 일어났던 국무총리만은 더욱 날카롭게 쏘아 물었다.
"그래서 어떻다는 건가? 지금 일국 대통령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겠다는 건가?"
"착석해주시지요…."
가만히. 고개를 돌려 마주 보는 눈동자를 본 국무총리는 몇 걸음 물러났다. 이 대답이 가진 의미를 깨달은 것이다.
"으…!!"
입술을 깨문 국무총리는 결국 다시 자기 자리에 가서 착석했다. 모두가 자리에 앉자, 희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서로에게 있어 긴 대화는 시간 낭비일 뿐이겠지요. 저희의 드래곤 트라이 시 요구조건을 밝히겠습니다."
톤의 변화 없는 그녀의 말은 귓가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덕분에 대통령 측은 조금 전 일촉즉발의 사태가 있었음에도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 희주가 말했다.
"조건은 네 가지입니다. 첫째. 46억 7천만 달러를 요구합니다. 현금 혹은 그에 준하는 가치의 현물, 동산으로 지불해주셨으면 합니다. 둘째. 저희가 요구하는 대상에 대한 소재파악 및 검거입니다. 셋째. 이번, 그리고 향후 국내 디제스터 퇴치 시 세금 면제. 네 번째로는 면책특권 및 특별법 제정입니다. 요구하는 특별법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앞에 드린 자료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뭣?!"
"당신들 제정신인가?!"
그녀의 말을 들은 그들은 눈을 치켜뜨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직 대통령만이 놀란 눈을 하고서 앉아있었지만, 그건 분노보단 경악이 더 커서일 뿐. 감상에 차이는 없었다.
"46억 7천만이면…. 드래곤 등장 이전 환율로 5조 원에 가깝네! 아무리 드래곤이 강력한 디제스터라 한들 들어줄 수 있는 조건이 아니야! 자릿수를 잘못 말한 게 아닌가?"
"아닙니다. 저희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희주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지금 제시한 조건은 여러분이 지금 외국과 논하는 어떤 조건보다도 저렴할 겁니다. 재화로 거래할 수 있는 시점에서 충분히 물러난 것입니다만."
"……!"
그 말에 국무총리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그녀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현재 A랭크 일리미네이터들을 보유한 타국.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은 이미 돈이 아닌 영역의 거래를 제안하고 있었다. 영토. 인적자원을 내놓으라고 대놓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돈으로 거래해주겠다'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엄청나게 저렴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한화로는 지불할 수 없는 건가?"
"현재의 한화가치는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저희에게 지불하기 위해 한국은행에서 발행한다면 더더욱 문제가 되겠지요. 죄송합니다만 한화 지불은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물어보실 것 없습니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게 해선 안 됩니다!"
지금껏 일리미네이터들에게 준 돈이래 봐야, 1년에 총액으로 4,5천억 규모다. 이번 드래곤 사태로 우후죽순으로 나타난 키메라 현상금으로 든 돈만 해도 디제스터 대비 예산이 전부 고갈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46억 달러라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액이었다.
"크게 물러나도 4억 달러 이상은 무리입니다! 지금까지 상례를 생각해야지, 이게 무슨 망발인지! 게다가 면책특권? 개인을 위한 특별법 제정? 퇴치 이후에 국민의 지지가 있을 때 자연적으로 추진되면 모를까 처음부터 거래 대상으로 삼다니 이건!!"
비명에 가까운 주장에 대통령과 비서실장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낼 수 있는 금액은 4억 달러. 거기까지네!"
"이것이 방금 말씀하신 상례에 따른 환산 금액입니다만…. 파급과 경급 사이의 현상금 차이는 평균 50배에서 70배 이상. 그렇다면 멸급도 그렇게 지불되어야 마땅합니다. 여기에 현재 드래곤이 끼친 피해, 앞으로의 피해 예상까지 붙여서 상례에 따라 배수를 붙이면 이 정도가 됩니다."
"읏?!"
"그 외의 조건들은 유일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가적으로 붙인 것입니다. 외국의 요구들에 비하면 아주 상식적인 제안일 거라 판단됩니다만. 그런데도 받아들이지 않으시겠습니까?"
하나하나 설명한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까지 자신들의 습성. 책임을 피하고자 하는 보신의 습성이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영천후가 내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에서 걸어오는 거래와는 전혀 다른, 후려치는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려 하고 있었다. 희주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모양이시군요."
조용히 읊조린 그 말에 국무총리의 눈이 까뒤집어졌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그녀의 뺨을 갈기려 했다. 그때였다.
퍽!
"크헉!"
그녀의 얼굴에 손이 닿기 직전에, 그의 몸이 뒤로 붕 하고 날아가더니 소파에 처박히며 데굴데굴 굴렀다. 거실 벽에 부딪히고 나서야 멈춘 그는 기침을 하면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짓…!"
"당신이야말로 뭔데 감히 내 여자한테 손찌검이지?"
그녀의 옆엔 장신의 남자가 어느샌가 나타나 서 있었다.
*
그 자리에 있던 모두 그를 한눈에 알아봤다. 이미 이 나라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 영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올려보는 희주의 턱을 손으로 매만졌다.
"말을 잘 안 듣는 모양이죠?"
"죄송합니다. 조금 더 시간을 주시면…."
"아니. 이제 됐어요. 제가 이야기하죠"
"네."
고개를 끄덕인 희주는 천후가 소파에 앉자 그 우편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자리에 앉은 천후는 무릎에 팔을 얹고 턱을 받쳤다.
"뭐가 그리 불만인데?"
툭. 던지듯이 내놓은 말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은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처음 여자가 말했던 것은 진실 그 자체였던 것이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의 청년이었지만, 지금 이 자리에선 호랑이 이상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비서실장이 말했다.
"협상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오! 국가가 도탄에 빠졌는데-"
"당신들이야말로 그 국가 도탄을 외화보유액 1.5%로 해결해주겠는데 그것도 아까워서 안 내겠다는 거 아닌가? 그럼 더 할 말 없으니까 내 집에서 꺼져."
단박에 축객령을 내뱉은 천후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에 차여 바닥을 굴렀던 국무총리는 그 모습을 보고서 외쳤다.
"뭘 보고만 있는 건가! 저놈을 제압해!"
그 외침에 경호로 데려왔던 국가 일리미네이터들이 총을 겨누고 입으론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그 순간, 천후가 티 테이블을 발로 밟고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앉은 소파를 뛰어넘었다. 퍽퍽. 단 두 방의 타육음이 들리더니 경호원들이 바닥에 누웠다.
"무, 무슨!"
"꺼지라고. 내 손으로 내보내기 전에…. 아니. 죽여버리기 전에."
목에서 야수처럼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들은 이들은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전 국민의 목숨을 저울대 위에 올리고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로마이어도 똑같은 짓을 했지만, 그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썼다. 하지만 이 남자의 방식은 너무나 러프해서, 쉬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아쉬운 입장인 것을 알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이 나라 국민이라면 어떤 식으로던 반응할 수밖에 없는 말을….
"국가 존망과 국민 목숨을 돈으로 바꾸려 들다니! 자넨 애국심도 없나?"
"……."
그 말에. 천후의 움직임이 딱 멎었다. 그러다… 해명진 대통령이 생각처럼 반응이 나왔다.
최악의 방향으로.
"뭐? 지금 뭐랬어? 애국심? 나보고 애국심이 없냐고? 하. 하하하하하!"
어처구니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한참 배를 잡고 웃던 천후는 그러나 어느 순간 웃음을 딱 멈추곤 그의 바로 앞에 서서 코앞까지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곤 잡아먹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당신 비서실장은 상대할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전혀 보고를 안 하나 보지?"
"무, 무슨 소린가?"
격렬한 반응이 나올 거란 생각은 했지만, 상상을 초월한 반응에 그의 목소리가 작아져 갔다. 정말 모르는 모양이군. 코웃음을 친 천후가 말했다.
"전 말이죠, 대통령 님. 10년 전에 일어난 대참사의 유일한 생존자예요. 마법사란 게 전 세계에 탄로 났던 그때. 당신들이 이 나라 국민인 나를 보호해줄 생각을 안 해서, 괴물처럼 생각해서 유그드라실로 내 신병을 아무 조건 없이 넘긴 이후로…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기나 해?"
"…!"
"무늬도 입구도 없는 독방에 처박혀서, 식단 변화도 없는 밥을 매일 먹으면서, 사람도 아닌 로봇이 내 피를 빨아내서 연구를 했어. 그런데 그런 나보고 애국심이 어쩌고 어째? 나야말로 이 나라에 애국심 따위 없어도 되는 유일한 자격을 가진 인간일걸?"
유그드라실에서 자신에게 잘해줬던 사람들에게는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감사하는 것과 그때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는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유그드라실에서의 삶은 천후에게 있어선 만족스러운 것은 될 수 없었다. 적응했었을 뿐이지.
하지만 해명진 대통령은 천후의 말에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최악의 발언을 입에서 냈다.
"그, 그래도 자네가 거주하는 동안 국가의 보호를…."
"이…!"
콱! 보호란 이야기가 나온 순간, 천후는 더 참지 못하고 그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보호? 보호라고? 이 나라의 군인들이 내 아이들이 탄 차를 쐈는데 보호가 어쩌고 어째?"
"뭐, 뭐라고?"
해명진의 눈이 커졌다. 무의식적으로 국방부 장관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그는 눈을 피했다. 순간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난 실수를 했다는 것도.
"주인님…. 더는…."
"……."
확. 던지듯이 손을 놓은 천후는 몇 걸음이나 물러나고서야 표정을 되돌리고서 차게 내뱉었다.
"기왕 결렬된 김에 조건 하나를 선결로 바꾸죠. 로마이어 엔체스터와 박찬휘를 제 앞에 데려오세요. 그전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 그건!"
"받아들일 생각이 들면 오시죠. 빨리 결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저도 언제까지 이 나라에 있을지 모르겠으니까. 셀레나. 모셔다드려."
"응…."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서로서로를 부축해 영천후의 자택을 빠져나온 그들은 결국 아무런 소득도 얻지 못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해명진 대통령은 잠에서 깨어난 드래곤이 영종도에 상륙해 인천대교를 끊어버렸다는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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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부 비난 의도는 티끌만치도 없습니다. 픽션. 픽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