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이드하렘-111화 (111/324)

111화

<드래곤 슬레이어즈>

“세상에…. 저게 뭐야?”

천지가 진동한다. 아스팔트가, 보도블럭이 까뒤집어지고, 건물들이 풍압만으로 부서져 나갔다.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었던 공격대원들은 섬광이 맞부딪히더니 적색 광선이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팔…. 대체 어떤 병신이야? 로마이어 밀어준 건.”

공대원 중 누군가가 멍하니 중얼거린 그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입을 딱 다물었다. 할 말이 없는 말이었으니까. 아니, 하지만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그가 저 정도의 괴물일 거라 생각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장 새로운 하늘이 어쩌네 거렸던 레이나드조차 어린애처럼 입을 쩍 벌리고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지 않은가?

그조차도 드래곤과의 1:1을 할 시간을 잠시만 달라고 했을 때는 그냥 육박전을 생각했지 이런…. 미친 광경은 상상도 못 하고 있었다.

힘 대 힘의 싸움. 산 두 개를 관통하고 30km가 넘는 거리를 일직선으로 뚫어버렸던 드래곤 브레스를 사람의 힘으로 밀어내버리다니?

그 힘의 격돌만으로도 근방 수백 미터가 가루가 되어있을 지경이었다. 상당히 먼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는데도 먼지와 파편을 머금은 바람이 여기까지 불어왔다.

적색 광선, 신위가 훑고 지나간 드래곤은 어깨 위쪽이 완전히 날아가서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누가 감히 저런 광경이 펼쳐질 거란 생각을 했단 말인가?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이 제대로 된 말 한마디 자아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다만, 마음속. 품고 있던 불안감. 두려움. 한 번 패배함으로써 가지고 있었던 상념들이 깨끗하게 날아가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에 채워지는 것이 있다.

그것은―

“공겨어어어어어억!!!”

전의!

“와아아아아아아앗!!!!!”

“돈이 돼라아아아앗!!!”

콤마 1초도 아까운 상황.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환성을 내뱉고만 공대원들은 눈에 생기를 뿜어대며, 순식간에 레이나드의 지시를 따를 것도 없이 지정되어있던 포지션으로 날아갔다.

감정이 고조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지배당하지는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수년간 이 나라를 괴물로부터 지켜온 일리미네이터들의 진면목.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자기들만 신나서 말이야.

놀라서 흘러내린 선글라스를 고쳐 쓴 레이나드가 외쳤다.

“흐! 갑시다! 1,2,3 하프. 4,5 풀! 정면엔 가까이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라져!”

응답이 끝나기도 전에 산개. 허공에서 각자의 오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드래곤의 잘려나간 목 부위에서 근섬유들과 함께 혈육이 터져 나온다 싶더니, 순식간에 그것이 용머리 모양으로 바뀌었다.

긴 목은 날아가 버렸지만, 어깨 바로 위에 머리가 생겨난 것이다. 전체적으로 길쭉한 몸인데 저렇게 머리만 짜리몽땅하게 붙어있으니 웃기긴 하지만, 대가리가 다시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적인 건 틀림없었다.

<패턴 확정. 드래곤은 머리를 잃으면 그 대체품을 즉시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판명.>

미미르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과연. 이것이 드래곤의 특수능력인가. 선글라스 뒤에서 레이나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상당히 성가신 능력이다.

“크르르르르…!”

그동안 자신에게 큰 손해를 입힌 눈앞의 검은 불꽃을 본 드래곤은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자세를 수복했다.

“후…. 아. 연속은 힘들군.”

그동안 신위 발동 후의 후 딜레이에서 벗어난 천후는 다시 한 번 A랭크 강화마법을 몸에 두르고 중얼거렸다.

맘 같아선 놈이 머리통을 회복하는 그 시간 동안 두드려 패고 싶었지만, 신위는 몸에 부담을 많이 주는 기술이었다. 원래는 불가능한 짓거리를 어거지로 성립시키는 거니까. 보통 마법사가 비슷한 짓을 함부로 시도하면 그냥 몸이 풍선처럼 뻥 터져버릴 것이다.

천후는 그것을 광선으로 쏴 재끼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대원 전체에 퍼져있는 패배감을 없애고, 자신의 가치를 완전히 드러내기 위한 것이었다곤 하지만 역시 터무니없는 짓이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질 순 없다!’

화륵…. 자신의 몸이 변형되어 타오르는 검은 불꽃을 살짝 내려다본 천후는 하늘을 수놓는 오오라들을 발견하고서 자세를 잡았다. 지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아낄 때가 아니었다.

다행히도, A랭크 주문을 사용했음에도 머릿속의 노이즈가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신위를 발동시킨 후임에도. 이것이 자신의 마음이 강해져서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 때문인지는 당장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고마울 따름!

“크르르르르르르!”

용이 네발로 땅을 짚으며 천후를 노려보았다. 길어야 할 목이 싹 날아간 상태라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지만, 위험한 적인 것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가 정신을 집중하는 동안, 드래곤은 그대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쿵쿵쿵! 한 번씩 발로 땅을 짚을 때마다 지면이 요동을 친다. 이미 주변이 다 박살 났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재앙이 일어났으리라. 물론 그것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을 마주 보고 있는 천후에게 있어선 재앙 그 자체였다.

이미 이쯤 되니 무슨 고층 아파트 건물 하나가 통째로 달려오는 꼴이다. 사람 하나는 드래곤 입장에선 정말 바퀴벌레 이하였다. 압박감 운운이 아니라 천재지변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후는 웃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저걸 저대로 받아내면 어떻게 될까? 내가 박살 날까 아니면 저놈이 박살 날까? 이 상태로 제정신을 유지해본 적이 없다 보니까,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보니까 판별 자료가 없었다.

아니. 당장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제정신이 아닌가? 하하.

한가롭게 생각하는 사이, 드래곤은 어느새 코앞까지 들이닥쳐 있었다. 몸뚱이가 워낙 크다 보니, 느릿느릿하게 달리는 것 같아도 그 속도가 어마어마하다. 아니 애초에 저런 거구가 달린다는 느낌을 받은 시점에서 글러 먹었다. 대체 얼마만큼의 괴물인 걸까?

그러나. 뭐 그래도.

“정면승부를 더 해줄 필요는 없지!”

팟. 그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정확히 그가 있던 자리에 바디체크를 노리던 드래곤이 엎어지면서 커다란 흙먼지가 일어났다. 드래곤의 몸이 일순 가려질 정도의 먼지. 하지만 허공으로 떠올랐던 천후는 잠시 멈춰 서더니, 그대로 온몸을 사용해 아래로 내리찍었다.

“하아아아아아!”

푸확! 순간 소리보다 빠르게 가속한 전격이 주변에 희뿌옇게 낀 흙먼지를 원형으로 흩어내며 지면에 내리꽂혔다. 터어어어어엉! 보신각종 타종한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드래곤이 괴성을 내질렀다.

“쿠웨에에에에에!”

“크….”

타격계는 잘 안 통하나? 천후는 드래곤의 몸에 부딪히자, 드래곤의 비늘들이 마치 방탄복으로 총탄을 받아내는 것처럼 충격을 몸 전체로 분산시키는 것을 느끼고는 혀를 찼다. 아까 신나서 달려오는 거에 꼴아 박았으면 실컷 폼 잡아놨다가 그 자리에서 죽을 뻔했다.

하지만 이러면 좀 일이 심각해지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통신기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천후! 비켜!”

레이나드의 목소리. 무슨 뜻인지는 뭐 길게 들을 필요도 없었다. 단숨에 그 자리에서 이탈하자, 3개 팀의 하프 캐스팅이 작렬. 그것에 괴로워하는 틈에 2개 팀의 풀 캐스팅이 내리꽂혔다.

“크워어어어어어!”

비명과도 같은 고함이 울려 퍼진다. 드래곤의 특수능력인 드래곤 로어가 발동할 수 있는 외침. 하지만 사전에 정신 방벽 처리를 받은 공격대원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고 드래곤의 상태를 체크하며 재 산개를 하고 있었다.

<드래곤 육체 손실 30% 추정>

손실을 보긴 했나. 다행이군. 레이나드는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1차 레이드의 희생은 컸지만, 그게 완전한 개죽음은 아니었다. 드래곤의 여러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드래곤에게 데미지가 들어가기 시작하는 지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현재 공격대는 영천후, 이강호를 제외한 공격대원 40명을 5개 팀으로 나누고 있었는데, 8인분의 풀 캐스팅부터 드래곤 스케일을 깨고 들어가기 시작할거란 판단을 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 대원 회피 준비.”

미미르의 보고에 레이나드는 연속 공격이 아니라 침착하게 살펴보는 쪽을 선택했다. 영천후야 바로 코앞에서 저렇게 날래게 움직여 다니며 쉽사리 피해 다니고 있지만, 다른 공대원까지 그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캐스팅하는 동안 붙박이 상태가 되는 특성상. 확실히 안전한 팀만 돌릴 필요가 있었다.

“크워어어어어어어!”

아니나 다를까. 드래곤은 순식간에 몸을 일으키더니, 고개를 위로 치켜들고 입을 쫙 벌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놈의 입에 빛의 입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브레스! 강호 씨!”

“네!”

그것을 본 이강호가 빠르게 지상으로 내려와 숨을 고르며 드래곤에 집중했다. 그러자…. 놈의 입에서 모이던 폭력적인 기운이 사라졌다. 순간 드래곤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사이에 이강호는 그 자리에서 이탈했다.

‘해냈다!’

이 진리구현자 특성, 초자연능력 무효화는 컨트롤이 무척 어려운 것이었다. 당장 삼학도에서도 이성을 잃었을 때는 섬에 있던 모든 마법사들의 마법을 전부 캔슬 시켜버리지 않았던가?

키메라 머리에도 쓴 적이 있었지만 그건 시야에 그놈만 있었던 상황이고, 지금은 영천후나 다른 공대원도 눈에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한 것이라 그녀에게 있어서 의미가 컸다.

수년간 이것으로 무진 고생을 했었던 강호는 잠시 속으로 기쁨을 누리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다시 한 번 드래곤이 옆으로 쓰러졌다.

흑색 전격이 놈의 옆구리로 날아와 찍힌 것이다. 공기가 응축되어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강맹한 공격. 하지만 드래곤의 몸엔 구멍이 나지 않고 그저 넘어질 뿐이었다.

“젠장!”

데미지를 쌓고는 있지만, 신체 자체를 날려버리진 못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한발 한발 가하는 충격량이 1개 팀의 풀 캐스팅보다 강력함에도. 개념적으로 ‘타격 공격’에 저항력이 있다고 밖엔 생각할 수가 없었다.

“크르르르…!”

그리고 디제스터는 신체 자체가 날아가는 게 아닌 한, 내장 좀 다쳤다고 못 움직이는 그런 나약한 놈들이 아니다. 이 드래곤은 더더욱.

그것을 확인시켜주겠다는 듯이, 놈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날개를 펼쳤다.

“비행패턴!”

레이나드의 외침과 동시에 일리미네이터들이 산개 범위를 더 넓혔다. 천후 역시 놈에게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놈이 날갯짓했다.

파아아아앙! 마치 물을 손바닥을 내려칠 때 나는 소리가 나며, 놈이 하늘 위로 비상했다. 사전에 보고되어있었지만, 놈의 비행능력은 위험했다. 한 번 날아오른 상태에서 비행하는 속도 자체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최초 상승, 그리고 강습 시의 속도는 일리미네이터들이 반응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때와 캐스팅 시간이 겹치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정태원이 이 점을 빠르게 캐치하여 그 피해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위험한 패턴이란 것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비행, 강습 패턴에 대한 대처법은 두 가지.

소극적인 방법으론 최대한, 전원이 최대한 넓게 흩어져서 대상을 하나로 좁히게 하고 그 한 명이 목숨 걸고 어떻게든 강습을 피하는 것.

1 공격대에서 쓴 대처법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리고 적극적인 방법은….

“하아아아아아!”

아예 강습을 못 하게 하는 것!

지상에서 치솟아 오른 흑색 불길이 놈의 배를 두들기며 그 앞에 섰다. 여전히 몸에 구멍은 뚫리지 않았지만, 타격은 느끼는지 놈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됐다.

“크롸아아아아!”

후웅! 그 순간 놈이 강습대기를 그만두고 그대로 눈앞의 천후를 노렸다. 몸 크기에 비하면 얇은 앞발이 움직이자 무슨 하늘이 뒤덮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범위에서 빠르게 빠져나간 천후는 그대로 놈의 전신에 붙어서 돌아다니다가, 허공을 지나친 놈의 손가락에 몸을 박았다.

뿌가각! 그 순간 놈의 손가락 3대가 관통되면서 떨어져 나갔다. 아무래도 몸통과는 달리 튀어나온 부위들은 완전히 충격을 전신으로 흩을 수 없는 듯했다.

그렇게 놈이 통증에 괴로워하는 잠깐 사이에, 5개 팀의 하프 캐스팅이 날아들어 놈의 등판을 때렸다. 단박에 몸통 중앙에 구멍이 휑하니 뚫리며 몸에서 내장이 흘러나왔다.

‘이길 수 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 생각을 했다. 순조롭다. 이대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놈은 끝장이다!

미미르는 45%의 육체 손실을 보고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휘오오오오오…!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세찬 바람이 몰려들었다. 그것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회오리가 되어서 놈의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여섯 줄기. 동시에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에선 비와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했다.

1 공격대가 30분이 지나서야 본 상황.

레이나드가 외쳤다.

“제 2페이즈 돌입!”

이제부턴 미지의 영역이다.

============================ 작품 후기 ============================

<제 2차 드래곤 레이드 인원 정보>

1공격대

총 52명

공격대장 : 레이나드

특수 : 영천후, 이강호

공격팀 : B랭크 5명, C랭크 35명. 8명씩 5개팀

보조팀 : C랭크 10명

2공격대

총 50명

공격대장 : 정태원

1,2팀 모두 B랭크 2명, C랭크 23명으로 구성

파급 전담

한국 C랭크 10여명, 중국 C랭크 20명선작, 추천, 쿠폰, 코멘트 모두 감사드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