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텔레포트 시스템 도입에 성공한 천후는 일단은 대한민국 상황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 가졌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DS가 국내 경력직 일리미네이터의 절반을 끌고 간 게 된다. 그중에서도 베테랑들은 죄다 빨아먹었다.
그런 상황이니 다른 기업이나 프리랜서들이 고사하지 않는지. 그리고 국내에 일어나는 메인 퀘스트 전부를 DS가 처리하면서 해외에도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은지 등을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큰 문제는 없네. 메인 퀘스트를 전부 우리가 먹고. 서브는 나머지가 전부 먹는 거니까."
결과를 정리해온 셀레나의 보고에 천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는 생각보다 무난하게 나왔다. 베테랑을 다 빨아 먹힌 상황에서 굳이 파급을 자기들이 처리하겠다고 나서는 곳들도 없었고, 서브 퀘스트를 먹던 사람이 50명이나 한 번에 날아가니, 오히려 일에 치여서 힘들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없어서 힘든 사람은 없었다.
대신 업계 전체적으로…. 나름 여유로운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던 게 좀 사라지긴 했다. 한 달에 서브 퀘 5건 하면 아이고 많이 했다~하면서 뒹굴 거리던 이들이 이젠 6,7건 이상은 필수적으로 맡게 되었다. 그래도 그건 그것대로 수입 증가로 이어졌으니 불만이 아주 크게 나오진 않았다.
"메인 잡는 거보단 못 버는 게 사실인데. 이번에 우리가 파급 잡아보면서 삽질하는 거 보면서 그쪽들도 정신 차렸더라."
"그, 그래?"
"그 생각 했던 거 아니었어?"
"…전혀?"
"……."
베테랑을 빨아간 놈들조차 부상자가 뻥뻥 나오는 꼴을 보고, 아! 메인 퀘스트는 힘든 거 였지를 자각하다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하긴. 지금 상황에서 드래곤 사태 경험 있네 거리면서 다른 곳이 나섰다간 단숨에 전멸사태를 여러 번 봤을지도 모른다.
리스크에 대해 기업과 일리미네이터 개개인이 재자각을 했단 건 그나마 다행이지. 천후는 생각을 정리하며 다른 화두를 꺼냈다.
"뭐… 그럼 그쪽은 그렇다 치고. 캐스팅 훈련 쪽은?"
"아. 그거 말인데."
천후의 물음에 셀레나는 살짝 묘한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
“강호 씨가 문제라던데.”
“엉?”
이건 또 예상도 못 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천후가 눈을 깜빡였다. 그 모습에 셀레나도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도 처음 들었을 때 몰랐는데. 강호 씨 캐스팅은 거의 빵점이었대.”
“…….”
생각해보니 강화마법 외에 다른 걸 쓰는 거조차 본 적이 없긴 했다.
“어느 정도 길레.”
“애초부터 5등급이고, 가르쳐도 늘어날 생각을 안 한대. 오히려 방해된다고 데려가 달라던데?”
“엥?”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사태가 요상하게 돌아간다고 느낀 천후는 더더욱 놀란 목소리를 냈다.
*
“어떻게 된 거에요. 선배.”
“아니. 음. 면목이 없다.”
결국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강호를 사무실로 소환한 천후는 그녀를 무릎 위에 올린 채 그녀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리며 추궁했다.
강호 역시 자기가 잘못하고 있는 걸 알긴 하는지 우물쭈물 대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게…. 아무래도 익숙하지가 않아서 말이다.”
“흐으음….”
그녀에게 전해 들은 상황은 이랬다.
다른 사람들에게 진행되는 캐스팅 훈련 내용은 사람이 따돌리기 힘든 정도의 광탄이 쫓아다니게끔 해서, 맞기 싫으면 이동 캐스팅에 성공하란 식의 스파르타로 진행된다.
숙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광탄 속도가 올라가는 바람에 성취를 해도 곧 난이도가 원래도 돌아오는 아주 신 나는 수업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이레귤러가 하나 있었는데….
“버프 없이 죄다 피하셨다며?”
“으, 응…. 아니 어쩌다 보니.”
맞으면 피구공 맞은 것처럼 아픈 공이 따라오자 이 여자는 캐스팅을 버리고 아예 몸을 움직여 피하기 시작했다. 최완이나 수업을 이어받은 레이나드가 탄속을 올려보았지만, 의미가 없었다. 사람이 맞으면 죽을 정도로 속도를 올리지 않는 한 죄다 피해버린 것이다.
할 수 없어서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봤지만….
“특성 발휘해서 다 지웠다고?”
“흐. 흐음.”
“아이고….”
자기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낸 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의 허벅지 살을 살짝 꼬집었다. 단련된 그녀의 다리는 꼬집히자 피부만 간신히 조금 잡혀서 딸려 올라왔다.
“아읏! 무, 무슨….”
“벌이야. 벌.”
저런 식으로 한 번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 캐스팅은 죄다 끊기고, 날아다니던 광탄도 깡그리 다 날아가니 교관도 지친다. 하지만 그녀는 쉬이 익숙해지지 않는지, 광탄 수가 늘어나면 자기도 모르게 진리구현자 특성을 발휘하곤 했다.
그가 분노를 표출하자 강호는 슬쩍 눈치를 보다가 억울하단 듯한 목소리를 냈다.
“그,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위협이 코앞까지 다가오니까! 어쩌다 보니!”
“어련하시겠습니까…. 응?”
“아응!”
말대꾸하는 게 괘씸해서 귓바퀴를 입술로 물고 우물거린 천후는 파르르 떨리는 그 감각을 즐기면서 그녀에 대해서 정리해서 생각해보았다.
강호는 검 하나만 보고 살던 사람이다 보니 마법에 대한 숙련도가 지극히 낮았다. 그나마 강화마법은 그 특성상 한번 걸면 길게 지속되고, 특성이 잠시 발휘되었다손 쳐도 다시 곧 돌아오다 보니 쉽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지, 액티브한 마법을 그때그때 사용하는 것부터 지극히 어려워했다.
“다섯 달이나 같이 일했는데 이걸 왜 몰랐지?”
“그야…. 으…. 별로 쓸 일이 없었잖느냐?”
“끄응.”
그녀를 딱 두고 보면 B랭크라는 것. 탱커 역할이 가능하다는 것. 진리구현자로서의 특성. 이 셋이 눈에 확 들어와서 디테일한 것까지 챙기질 못했다. 사실 그녀나 천후가 전방에서 활약할 때는 추가적인 주문을 더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 것도 사실이었고.
“그래도 최소한 회복계열 정도는 중간중간 외울 수 있을 정도는 돼야지. 앞으론.”
“으…. 꼭 그래야 하나?”
“그래야 해요.”
째릿하고 노려보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쪼그라들었다. 한숨을 푹 내쉰 천후는 그러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됐어요. 그럼 선배는 제가 따로 가르치죠.”
“응?”
“아저씨 방식이 효과가 좋긴 하지만. 뭐 안 되는 사람한텐 별수 없지. 어차피 선배야 항상 같이 있으니까 배울 시간이야 많잖아요.”
과신이 아니라, 캐스팅 관련으론 세상에 그를 따라올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잠자면서도 캐스팅을 하는 게 영천후 였으니까.
사원들이야 하나씩 잡고 가르칠 시간이 없다지만, 애초에 한집에서 같이 사는 강호에게 전수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요는 어차피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니까…. 선배 같은 경우 운동신경으로 몰아붙여 봐야 대부분 극복해버리니 다른 수단을 써야지.”
“응? 무슨…. 앗!”
“채찍과 당근이란 말이지.”
스륵. 허벅지 사이로 손이 파고드는 것을 느낀 강호는 덜덜 떨다가도 그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부드럽게 웃은 천후는 그녀가 입은 바지 윗부분을 문질러댔다. 옷 아래로, 아주 약간 솟아오른 것이 느껴졌다.
“선밴 진짜 야하네….”
“…….”
그 말에 강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녀의 손 역시 아래로 파고 들어가, 천후의 중앙부로 가져갔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그는 그러나 그녀의 손이 완전히 닿기 직전에 그 행동을 막았다.
“아….”
눈빛으로 왜라고 묻는 것이 느껴졌다.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간절한 그 표정에 천후는 가만히 웃으며 그녀의 바지 지퍼를 천천히 내리며 속삭였다.
“안 돼. 말 잘 들을 때까진.”
“그, 그런…. 응!”
그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어느새 젖어든 순면 안쪽으로 손을 쑤셔 넣어 매만지며 말했다.
“오늘 밤에 안방에 들어오고 싶으면…. 제대로 올리고 와야 할걸.”
“아! 그런…!”
이렇게 만들어놓고서 밤까지 참는 것도 힘든데. 그때의 성과까지 보겠다니. 너무하단 표정으로 바라보았지만 천후는 그대로 목덜미를 혀로 탐하며, 손으로 안쪽을 훑었다.
얼마간 몸을 섞으며 알아낸 그녀가 가장 크게 즐거워하는 부위에 손가락이 다다르자, 그녀는 입을 막으며 허리를 역으로 꺾었다.
츳. 츠츳. 츠츠츠츳. 능숙하게 그 안쪽을 조련한 천후는 그녀의 징후를 보다가, 한계 직전까지 달아올랐다 싶자 손을 거두곤 지퍼를 다시 올렸다.
입을 벌리고 덜덜 떨면서 더 탐해달라고 눈으로 말하는 것을 엄하게 거절한 천후는 그녀의 엉덩이를 툭 두드려서 허벅지에서 아예 내려오게 했다.
“너, 너무하다….”
울 것 같은 목소리에 아주 살짝 넘어갈 뻔했지만, 생각해보면 이대로 두는 게 더 귀엽단 생각에 입술을 혀로 핥은 천후는 턱짓으로 앞쪽 소파를 가리켰다. 입을 어물거린 강호는 그러다 아랫입술을 꼭 물었다가, 사무실을 천천히 걸어 다니면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오오….’
아주 느릿느릿하지만, 효과가 있다. 예상 했던 대로.
‘오늘 밤은 통과하겠네;’
암컷의 냄새에 폭발할 것처럼 달아오른 사타구니를 간신히 수습한 천후는 웃음을 흘렸다.
*
그렇게. 한동안은 시작 밑 준비에 시간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업 활동에서 시간이란 곧 돈이다.
파급을 잡아서도 돈이야 벌리지만 DS 입장에선 푼돈.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이 정체되자 안 벌리는 건 아니지만,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본업 자체가 아직 제대로 활성이 안 된 만큼, 디제스터 퇴치 외의 돈벌이에 대한 부분도 아직 진행된 것이 없었다.
예상했던 사태긴 하지만 생각보다 오래가자, 천후는 결단을 하나 내렸다.
“셀레나. 외국 쪽에서 경급 의뢰 하나 따올 수 있겠어?”
“응? 그야 어렵진 않지. 동남아나 중국 쪽에선 항상 힘드니까. 그런데 왜?”
“직원들 월급은 벌어와야지.”
“엑? 아니야. 파급만으로도 그 정돈 다 지급할 수 있는데….”
“그렇긴 한데, 내가 너무 놀잖아. 사람들이 시간 끌면서 앉아있다고 생각할 거 아니야.”
“그렇진 않을 것 같은데….”
“하여간. 잡아달라고. 뭐 이리 토를 많이 다냐, 비서가.”
천후가 귀를 매만지며 그렇게 말하자, 셀레나는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알았어. 그럼…. 일이 생기면 바로 말해줄게.”
일은 그녀의 말대로 금세 생겼다. 인도네시아 쪽에서 나타난 경급 디제스터 퇴치 의뢰였다.
이미 사무실에 군과 디제스터 대비청 직원 하나를 상주시키고 있던 천후는 바로 전하게 시키고선 이강호와 전력분석팀을 챙기고선 유그드라실에 올랐다.
“다른 사람은 데려가지 않아도 괜찮은 거냐?”
“음…. A랭크 통제가 완전해졌으니까요. 솔직히 경급 중에선 절 어쩔 수 있는 놈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하긴.”
애초에 작정하고 자기 재산만 불리자면 그는 그냥 솔로로, 혹은 이강호까지만 챙겨서 일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드래곤을 상대했고, 놈은 도저히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전부터 자료로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상대해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놈이 언제 나타나도 대비할 수 있게끔 되고 싶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어릴 적부터 쭉 꿈꿔왔던 비원이라 불러도 좋을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어차피 하는 김에 그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도 괜찮은 대우를 받게 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만…. 자신이 동료로 삼고자 했던 사람들의 준비가 아직 미흡했다. 드래곤과 상대했을 때 그가 탱킹을 하고 있는데도 4명이나 사망했다. 더는 그런 죽음을 보고 싶진 않았다. 개개인이 좀 더 강해져야 했다.
그러는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사람이 강해지는 데엔 꼭 실전만이 능사는 아니었고.
훈련할 시간을 벌어줄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성장해줬으면 하네요. 모두.”
“응…. 노력하마.”
그 모두에 자신도 들어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한 번 볼에 입을 맞춰준 천후는 다음 순간 번개가 되어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그날. 천후는 혼자서 800억을 벌어왔다. 해외에서 일을 받았기 때문에 두 배의 배수가 적용된 것이다. 기존 정규 공격대가 암묵적으로 형성해놓은 해외 레이드 시의 시세였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천후는 희주를 통해서 한 장의 초대장을 받았다.
‘노블레스 클럽’의 초대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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