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경급 디제스터 퇴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본과의 협상을 제대로 끝내기 위해서 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DS 일동은 비행기를 타고서 일본으로 향했다. 이전 영국 때와는 달리 외교관도 함께하고 있었다.
그 비행시간 동안 천후는 라이징 선에 대한 이야기를 라즈베리에게 들을 수 있었다.
"라이징 선의 교전 기록 같은 건 자주 봐서 알고 있는데, 그 구성원들이 어떤 성향인지 같은 건 내가 잘 몰라. 그러니 좀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어?"
"음…. 네."
라즈베리는 잠시 꺼리는 기색을 보였지만, 곧 직접 만날 상대인 이상 피할 수 없다 생각했는지 입을 열었다.
"라이징 선. 미국에서 월드 리버티가 만들어진 이후 1년이 지나 만들어진, 세계 두 번째 정규공격대입니다. 공격대 마스터는 A랭크 일리미네이터 '진구지 하야토'. 그를 포함한 25명으로 이뤄진 공격대입니다."
아직 한국어로 자세한 설명까지 하긴 힘든 라즈베리였기에, 말은 영어로 변해있었다.
"응. 거기까진 알고 있어. 아. 내가 알기로 라이징 선은 멸급 레이드는 해본 적이 없는 걸로 아는데."
"네. 그때마다 라이징 선 측에서 회피하거나, 거래 대상이 된 국가들이 마지막까지 요구를 수용하지 못해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
"왜 그랬지?"
9건, 이그네스까지 치자면 10건 있었던 멸급 디제스터의 출현. 라이징 선은 6년 전부터 정규 공격대로 활동해왔고, 그 당시 그들의 힘은 세계에서 손으로 꼽히는 것이었을 터였다. 그런데 그들의 요구가 모조리 거부당하다니?
"간단합니다.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라이징 선의 요구는 보통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영토할양. 그리고 일본의 재무장과 동시에 핵무장 동의."
"……."
천후의 입이 딱 하고 벌어졌다.
"멸급 디제스터가 제일 많이 나온 건 당연히 중국이었는데, 중국이 저런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당연하겠지…."
중국 역시 한국 못지않게 일본이라면 이를 간다. 그런 상황에서 저런 요구를 듣는다면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거부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래서 라이징 선은 창단 이래로 경급 디제스터만 상대해왔습니다."
"그런 뒷사정이 있었구만…. 제정신이야? 뭐 그따위야? 일본 정부도 생각이 없네."
피해자 코스프레에 한창이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일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추축국 중 하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요구란 게 있는 법.
뒤가 없는 상황이라도 뒤를 생각해야 하는 게 국제 관계와 정치라는 것이었고, 일본의 요구는 거기에 걸쳐있었다. 하지만 그때. 라즈베리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문제점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응?"
"보통 싸부처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게 일본 정부의 의견이고, 라이징 선이 그걸 밀어주고 있을 뿐이라고."
라즈베리가 힘겹게 말을 잇는 것을 본 천후는 순간 번뜩하고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관통했다.
"…설마?"
"네. 라이징 선이 저걸 요구하고, 일본 정부가 마지못해 제안하는 겁니다."
"……."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벌린 천후는 같이 듣고 있던 셀레나나 레이나드, 태원에게 알고 있었냐는 시선을 보내보았다.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들 황당해 하고 있었다.
"라이징 선은 정부 친화적인 거 아니었어?"
"정부 친화적입니다. 뜻이 일치할 때는."
천후는 잠시 이마를 짚었다. 왠지 앞으로의 일이 굉장히 꼬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 라이징 선 자체가 뭐라고 해야 해? 군국주의자? 그런 부류란 말이야?"
다행히도 그 물음엔 라즈베리의 고개가 양쪽으로 절레절레 움직였다.
"아닙니다. 라이징 선 구성원 자체는 대부분 평범한 일본인입니다. 정치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는 그런 사람들도 아닙니다. 다만…."
"다만?"
"라이징 선의 마스터. 진구지 하야토가 그런 성향의 사람입니다. 그리고 라이징 선의 기본 방침은 모두 그 사람이 정합니다."
"쉣."
천후는 당장 비행기를 돌리고 싶어졌다. 어디 답도 없는 꼴통 같은 놈이랑 대화를 나눌 생각을 하니 당장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찌 되었든 일본에 가면 가장 자주 대면할 사람은 그 하야토인가 하는 놈이 될 게 아닌가?
"라이징 선이라는 이름도 저 사람이 정했고, 라이징 선이 사용하는 마크. 욱일승천기를 쓰자고 한 것도 저 사람입니다. 반발하는 사람들은 모두 공격대에서 쫓겨났습니다."
"……."
"미스터 진구지는 과거 대일본제국의 부활과 대동아 공영권을 진심으로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에선 어떻게든 그를 통제해서 적당한 이득을 보고 싶어 하지만, 워낙 저런 사람이라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본 정부에서 라이징 선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을 리도 없습니다."
"그렇겠지."
그런 정신 나간 놈이라 같이 오기 싫어한 거구나. 천후는 라즈베리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갔다.
'그리고 전에 오갔던 이야길 생각해보면 라즈베리는 그 진구지 어쩌구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였던 거 같던데, 그럼 당연히 더 학을 뗐겠지.'
패트릭이 말했던 ‘미스터 사무라이’가 그라는 것은 천후라도 짐작할 수 있었다. 천후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고마워. 도움 많이 됐다. 일단 최대한 조심할게. 최대한 적게 만나고."
천후가 애국심이라곤 별로 없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놈을 눈앞에서 오래 보면 자기도 모르게 사생결단 내려 할 게 분명했다.
바로 그때.
"네. 아. 그리고 싸부. 사실 하나 더-"
"응?"
"어…."
잠깐 천후를 올려다보던 라즈베리는 그러다 고개를 붕붕 저었다.
"아. 아닙니다."
"왜 그래? 뭐 말하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아닙니다! 아무것도. 헤헤."
"…?"
말하려다가 까먹었나? 한 번 고개를 갸웃한 천후는 그 뒤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정신 나간 인간을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되는구만…."
그래도 기본적인 정보는 얻었으니 도움은 된다. 천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일본에 도착할 때까지 휴식에 들어갔다.
뒷자리로 돌아간 라즈베리가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
일본. 도쿄 국제공항. 하네다 공항이라고도 불리는 곳.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부디 이쪽으로."
비행기에서 내려서자마자 일본 정부가 보낸 안내인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의 뒤를 따르니, 어느새 저편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였다.
총수는 40명쯤 될까? 그중 몇몇은 낯이 익었다. 천후는 그들이 일리미네이터라는 것을 알았다. 자유로운 옷차림의 그들 주변에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정부 쪽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이번 방문 목적은 우리 정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렇죠."
그 이야기에 천후는 씁쓸히 웃었다. 과연 일본 정부도 노력하고 있었다. 듣기 전에는 몰랐겠지만, 최대한 티 안 나게 라이징 선과 분리해서 생각해달라고 소심하게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DS는 기다리고 있던 라이징 선의 멤버가 앞에 섰다. 천후는 그중에서 진구지 하야토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대체 어디서 구했는지 구 일본군 장교복을 입은 남자였다. 목 바로 위에서 얇은 꽁지머리를 길게 내리고 있는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남자.
장교모 아래로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보였다. 애초에 날 때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인상. 눈은 가느다랗고, 코는 아래로 길게 뻗어 있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기다란 칼자루 하나가 달려있었다. 차고 있는 모양새가 익숙한 것이 언제나 저러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키는 170 후반대쯤 될까? 위협적이면서도, 보고 있자면 어딘가 기분 나빠지는 인상의 사내였다. 21세기에 국제공항 한가운데에서 추축국의 군복을 입고 있으니 당연했다.
게다가 그의 뒤에는 라이징 선의 상징이라는 욱일승천기의 깃발을 든 놈이 있어서 그 감상은 더했다.
그 둘이 합치니 시너지가 폭발할 지경이다.
'씨발.'
말로는 들었지만, 단박에 기분이 상한다. 천후는 자기 가슴 속에도 애국심이란 게 있긴 하단 걸 이 순간 처음 깨달았다. 저 꼴을 보니 바로 적대감이 들끓어 올랐다.
'참자. 비즈니스 자리. 비즈니스 자리.'
원래는 일리미네이터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 날아가고, 일본 정부를 통해서만 이야기해야겠단 생각이 굳건해졌다.
천후는 지금 이 자리만 벗어나면 이놈과는 두 번 다시 상종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DS 공격대의 영천후라고 합-"
마음속의 짜증을 간신히 억누르면서 미소를 쥐어짜 낸 천후는 그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으려 했다.
그 순간.
'흥. 죠센진 놈이."
천후는 그의 오른손이 허리춤으로 향하는 것을 본 즉시 크게 뒤로 허리를 꺾었다. 너무 큰 동작인지라 아무리 천후라도 결국엔 버티지 못하고 뒤로 넘어졌다. 그와 동시에….
촤악!
남자의 손에서 뽑혀 나온 일본도가 그의 얼굴에 긴 자상을 남기고 스쳐 지나갔다. 피하지 못했다면 그 자리에서 자상 정도가 아니라 그냥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진심이 담긴 공격.
땅바닥에 주저앉은 천후는 멍하니 상처를 훑었다. 상당히 깊었다. 공항 바닥이 피로 젖었을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내려보던 남자, 진구지 하야토는 냉소 지으며 내뱉었다.
"DS라고 해서 어떤가 봤더니. 역시 춍은 A랭크래 봐야 이 정돈가."
"…허. 허허허."
일본어로 말했지만, 대충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것 같았다. 헛웃음을 낸 천후는 엉덩이를 툭툭 털면서 일어났다.
남자는 천후를 올려보면서 말을 이었다.
"머리가 높다. 어딜 감히 종놈 자손들 주제에 똑바로 서서 마주 보려고 하는 건가?"
"마스터!"
"으악! 누가 좀 말려!"
여기까지 와서야 상황을 파악한 라이징 선 공격대원들이 기겁하며 하야토를 말리려 했지만, 그가 위협으로 뒤로 한 번 칼을 휘두르자 비명을 지르며 아무도 다가오지 못했다. 그건 정부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끼어들지 마라. 이깟 식민지 잡놈이 공격대를 만들었답시고 제국의 위기에 한 손 보탤 기회를 주겠다고? 그것도 돈을 쥐여주면서? 장난하는 건가?"
그의 목소리에는 노기가 실려있었다. 그때까지 볼을 만져보던 천후는 라즈베리에게 말했다.
"저게 지금 뭐라는 거야?"
"싸, 싸부."
"통역해."
"……."
"통역해, 라즈베리. 어서."
한편 천후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 낮은 웃음.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본 라즈베리는 흠칫 놀라 덜덜 떨면서도 하야토의 말을 그대로 통역했다. 그걸 들은 천후는 볼을 짚던 손으로 이마를 쓸어올렸다.
"하. 하하하하. 아, 그래? 그렇게 말했단 말이지?"
"아."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깨달은 셀레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강호는 싸늘한 눈으로 하야토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 순간.
"이…씹새가!"
콰직. 단 한 번 튀어나온 욕설과 함께, 뼈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와 함께 하야토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피보라와 함께.
"크헉!"
정지 상태에서 갑자기 내뻗은 라이트 스트레이트를 피하지 못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균형을 회복한 하야토는 칼을 뽑아들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인영이 있었다.
"이 종놈이!"
"닥쳐!"
휙! 간신히 휘두른 검격. 하지만 천후는 코웃음 치면서 그것을 피해냈다. 어설프다. 이 가까운 거리에서 칼을 휘둘러본 경험은 별로 없나 보지? 저항하는 사람을 상대론 더더욱?
이강호에 비하면 한참 어설프다. 아니 그녀의 조부만도 못하다. 하품이 다 나온다. 감히 이딴 실력으로….
'나한테 시비를 걸어?'
베인 볼이 씰룩이며 살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천후는 상관치 않고 그대로 오른 다리를 뻗었다. 회피와 동시에 날아오는 미들 킥에 하야토는 팔로 가드 하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리의 궤도가 바뀐다.
미들을 노리던 킥이 그대로 위로 올라가며 그의 관자놀이를 후려쳤다. 브라질리언 킥.
"컥…!"
단숨에 정신을 반쯤 잃은 하야토는 본능적으로 마법을 쓰려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마법이?'
"흥."
하야토가 당황하는 기색에 이강호는 코웃음을 쳤다. 입국절차를 밟느라 검은 아직 돌려받지 못했지만, 그게 없더라도 그녀는 진리구현자다. 검을 뽑는단 행동은 어디까지나 방아쇠. 항시 사용을 막기 위해 그녀가 일부러 설정한 장치일 뿐이었다. 원한다면 언제라도 발동할 수 있었다.
그것을 알 리가 없는 하야토는 당황했지만, 천후는 그것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퍼퍽! 완전히 같은 궤도를 그리는 원투가 안면에 적중한다. 단숨에 긴 코가 박살 나며 눈이 뒤집혔다. 하야토의 몸이 땅으로 무너져내렸다.
"일어나, 씨발! 일어나라고!"
하지만 이미 발동이 걸려버린 천후는 그가 기절했건 말건 상관없이 사커킥으로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단숨에 구둣발이 살인 병기가 되어서 그의 머리통을 뒤흔들었다. 그때마다 하야토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놀랍게도 몸이 밀려나지 않는다. 정확히 몸에만 충격이 가도록 조절해서 차고 있었으니까. 다르게 말하자면….
"미스터 DS!! 그만! 하야토가 죽습니다!"
"마스터!!!“
놀란 라이징 선 공격대원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천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머리를 집요하게 걷어찼다. 이미 안면은 완벽하게 박살 나서 입안에 제대로 남아있는 이빨이 없을 지경이었다.
열댓 명이 되는 사람이 몸을 부여잡고 나서야 행동을 멈춘 천후는 그의 몸 앞을 가로막은 일본인 여자를 내려보며 차게 말했다.
"비켜."
"지, 진정하세요! 이러다가 진구지 씨가 죽어요!"
영어로 지껄이니 드디어 말이 통한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천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서?"
"네?"
"그래서 어쩌란 거야. 나도 저 새끼가 휘두른 칼 못 피했으면 죽었거나 크게 다쳤어. 그건 어쩔 거냐?"
"그, 그건.“
"사람한테 칼부림하고 자기는 멀쩡할 줄 알았어? 아니면 지금까진 그랬나 보지?"
여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천후는 자신의 추측이 맞았단 걸 깨달았다. 그의 표정이 더더욱 난폭해졌다.
"아, 그래?"
화악! 단번에 부여잡고 있던 인간들을 떨쳐낸 천후는 그녀를 치워버리곤 다시 한 번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이번엔 워낙 크게, 축구 장거리 슈팅하듯 걷어찬 덕에 그의 몸이 그 자리에서 몇 미터나 주욱 미끄러졌다.
"아!"
"더러운 자식들. 너희하곤 일 같이 못 하겠다."
차게 내뱉은 천후는 같이 얼어붙은 DS 공격대원들 쪽으로 돌아와 말했다.
"돌아가죠."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공격대원들은 감히 그의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때. 일본 정부 인사가 외쳤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일정이 아직 아무것도!"
"일본 정부는 제가 피습당하는 것도 못 지켜놓고, 제가 여기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는 겁니까? 같은 계약조건으로?"
"그, 그런!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없으면?"
그 말에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억지로 그를 일본에 체류시킬 순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막을 테면 막아보시죠. 대신… 그 뒤에 제가 어떻게 행동할진 저도 잘 모르겠군요."
목소리에 묻어있는 노골적인 적개심에 그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천후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렇게.
막 내려앉았던 비행기는 다시금 기수를 돌렸다.
"…망했다."
일본 정부인사는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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