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화
일리미네이터 레이드의 기본은 고 랭크 마법사를 노출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들이 화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대원 전체 숫자의 비율을 맞춰서 B랭크 1명에 C랭크 4명식으로 팀을 만들어서 화력을 완전히 균등하게 만드는 것이 팀 체재.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일정 타이밍에 B랭크 전원을 따로 모아 움직이게 했다가 팀에 다시 섞는 방식이다.
당연히 후자가 강하지만, 이러면 일정 시간 동안 B랭크가 전부 노출되기 때문에 정말 확실한 타이밍이 아니면 쓰지 못한다.
여기에 A랭크가 들어가면 양상이 조금 더 달라지는데, 화력을 일부러 B랭크 수준까지 낮추고 있다가 결정적일 때 화력을 발휘한다. 그러고 난 직후 전장에서 완전히 없어졌다시피 했다가, 타겟팅이 완전히 풀렸다 싶을 때 귀환하는 게 기본적인 A랭크의 운용방침이었다.
이번 진구지의 공격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여러 팀의 공격에 섞여서 들어간 공격. 그가 한 공격이라는 걸 파악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면 오로치의 공격범위가 너무 넓다는 것이었다.
'크으으윽! 아아아아악!"
그가 완전히 전장 이탈을 하기도 전에, 8개의 머리가 아예 그가 있던 방향만 노려서 불을 내뿜었다. 완전히 면을 지배한 이 화염 공격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도 아니고 머리 8개가 전부 집중된 것은 말이다.
"빌어먹을!"
"진구지 씨!"
불길에 휩싸였다가 간신히 목숨만 건져 지상으로 내려온 진구지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에겐 다행히도 범위를 중시해서 뿜은 브레스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의 몸에는 화염보호 주문이 여러 겹이나 중첩되어 걸려있었던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2~3도 사이를 오가는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보조인력이 치유마법을 퍼부었지만, 애초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 치유마법. 이걸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회피! 회피!"
통신기 너머에서 공격대장이 비명과도 같이 한 가지 소리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가 잠시 리타이어한 동안 레이드는 이제 생존만을 위한 발버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저놈이 다수에게 너무 강하구나…!"
진구지는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중얼거렸다. 2개 팀 포인트맨으로 유도할 수 있는 머리의 수는 고작해야 4개. 나머지 4개는 자유롭게 날뛰면서 온 천지 사방에 불을 뿜어대고 있었다. 덕분에 공격타이밍을 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다고 포인트맨 팀을 더 늘리기도 어려운 것이, 결국 이것도 로테이션. 일정 시간 동안 포인트맨을 맡는 팀을 바꿔가며 상대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디제스터를 근접거리에서 상대하는 건 정신적으로도 지치지만, 비행마법 역시 가장 섬세하게 제어해야 했기 때문에 마력소모가 극심하다. 한 팀이 끝까지 맡았다가는 마력 고갈로 인한 리타이어 인원이 생기고 만다.
그렇다고 보조 팀의 수를 줄이기엔 화염보호마법을 지속적으로 갱신해줄 필요가 있었다. 특성상 잔 부상을 당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테라스를 죽여없앤 게 문제였나…!'
쉬고 있는 동안, 그리고 아마테라스를 정리하면서 죽어 나간 이들이 너무 많았다. 그들이 전부 건재했다면 잡을 수 있는 적이었을 터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최소한 유우마만 살아있었어도!'
그렇다면 적어도 좀 더 여러 번 공격기회를 잡을 수 있을 터였지만…. 그런 후회는 이제 와선 이미 늦었다.
진구지는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격대장. 퇴각한다. 재정비 후 리트라이다."
"네? 하지만…!"
도망치면 이후 오로치가 어떻게 행동할지, 아니 그 전에 여기서 도망칠 수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서! 내 입에서 두 말이 나오게 하지 마라! 이대론 전멸이다!"
화력이 부족했다. 가장 최소조건인 진구지 자신이 너무 큰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은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알겠습니다! 퇴각 준비!"
마지못해 대답한 공격대장은 결국 대원을 하나씩 빠져나가게 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인원손실이 일어났지만, 다행히도 오로치는 그들이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자 쫓아오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린 놈은 후지산 정상으로 다시 걸어 올라가더니, 그 위에 서서 포효했다.
"키웨에에에에에!"
쿠화아아아악! 놈의 입에서 터져 나온 화염이 사방 수 km를 불바다로 바꿨다. 게다가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로치, 하수인 소환.>
"뭣?!"
놀람의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큐브 엘리베이터 강하지점으로 향하던 공격대원들 앞에 익숙한 놈들이 나타났다.
하쿠네. 세 마리가.
"이건?!"
"컁!"
"캬앙, 캬앙!"
여우 울음소리와 함께, 놈들의 몸을 중심으로 던전이 펼쳐졌다. 패퇴하여 뿔뿔이 흩어졌던 그들은 그 덕분에 제대로 인원분배도 하지 못하고 던전에 따로따로 떨어졌다.
"아, 안 돼!"
모두 조금씩 상처 입었고, 마력도 크게 소모되었다. 원랜 더는 싸워선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디제스터는 그들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아아아아악!"
통신기 사이에서 아비규환이 흘러나왔다.
*
전조 단계를 거치며 하쿠네에 완전히 특화되어있었던 일본 일리미네이터들은 어떻게든 3체 동시 등장을 물리치고 헤쳐나왔다. 하지만 그 피해는 너무나 컸다.
본래 25명씩 정확하게 인원수를 맞춰서 던전에 들어가던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10명이 들어간 곳이 있었고, 30명이 넘게 들어간 곳이 있었다. 전자는 증원이 들어오기 전까지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로치 1차 레이드 사망자. B랭크 2명. C랭크 23명. 리타이어 수준 부상자 다수. 100명 가까운 인원을 투입했었단 걸 생각해보면 이것은 치명적인 피해였다.
“이 빌어먹을!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 또라이 새끼!”
이에 이전 아마테라스 멤버들은 마침내 폭발했다. 지금까지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작용한 건 역시 아마테라스 B랭크가 반수 이상 사망해 나타난 화력 부족이었다.
이번 오로치 레이드에 참가했던 B랭크는 총 9명. 오로치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20명에 가까웠던 생각해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유그드라실에서 치료를 받고 내려오자마자 다시 한 번 대립각이 세워졌다.
“자. 이제 만족스럽냐? 너 새끼 죽이고 싶은 사람 다 죽이고 나니 아주 레이드가 잘 돌아가네! 와!”
“입 다물어라. 썩은 내 난다.”
“입 닥칠 건 너야, 이 쓰레기야! 더는 너 같은 새끼랑 같이 뭐 못하겠다. 차라리 DS나 외국 공격대의 통제를 받겠어.”
남자의 말에 다른 일리미네이터들도 은근히 동의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단숨에 인상을 찌푸린 진구지는 손을 허리춤으로 옮겼다.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군.”
“하! 해봐! 해보시지, 또. 어디 그러고도 네 사람이 남아있을 것 같아? 너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스즈키 년이나 붙어있겠지!”
“무, 무슨 그런….”
“네년도 쌍년이잖아. 여태 우리가 몰라서 입 다물고 있었던 줄 알아? 정신 차려, 이 여자야. 지금 이 상황에서도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한테 한마디 했다고 칼부터 뽑으려는 게 사람 새끼로 보이나 보지?”
“…….”
“집어치워. 날 매국노라고 부르든 어쩌든 마음대로 하라고. 난 일단 살아야겠다. 하지만 확신하는데, 이제 우리나라 일리미네이터만으로 저건 못 잡아. 그리고 저 새낀 끝까지 개소리하겠지. 어디 그 개소리에 끝까지 매달려있어 보라고.”
퉤하고 바닥에 침을 뱉은 그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려서 현장을 떠나갔다. 눈치를 보던 다른 이들도 천천히 진구지에게서 멀어져갔다.
이건 이미 라이징 선의 위신, A랭크의 절대적인 필요성 운운할 단계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행동으로 그는 신용 그 자체를 잃었고, 더는 그를 따라야 한단 생각 자체를 못하게 되었다.
“미천한 것들이….”
날 때부터 인간으로서도, 마법사로서도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던 그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하나둘씩 사람들이 그의 곁에서 멀어져가기 시작했다.
당장 내일 2차 레이드를 뛰어도 부족한 판에 기약도 없이 임시 공격대가 해체되어버린 것이다.
그의 곁에는 정말로 스즈키 아야메 하나만이 남아서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가자.”
빠드득. 어금니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이를 간 진구지는 홋카이도 임시 집결지에서 나와 차를 타고서 자신의 별장으로 향했다. 굴욕적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때였다.
“DS만 아니면 돼. 다른 곳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내 존재가 필요할 거다. 이번 레이드에선. 성공하고 나면 최소한으로라도 다시 복구할 수 있어.”
그의 입장에서 우민의 마음, 사람의 감정이란 정말 하잘 것 없는 것이었다. 지금 저렇게 떠나갔지만, 오로치를 퇴치하는데 기여하기만 한다면 거기서 다시 재기할 수 있다고 진구지는 확신했다.
그가 현재 가진 재산, 라이징 선의 기존 장비, 정부 및 유그드라실과 맺어둔 관계, 그리고 결정적으로 경급 레이드를 꾸준히 뛸 수 있는 그의 존재 그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고난의 시기가 넘어가면, 다시금 사람은 돈에 약해지고, 탐욕에 마음이 가게 되면 그의 존재에 들러붙을 이들은 얼마든지 나올 것이다. 하지만 레이드엔 참가해야 한다.
이 이상 비웃음당할 순 없으니까!
한편, 보조석에서 그를 바라보던 스즈키는 조심스레 말해 봤다.
“그러지 말고 한 번 진심으로 도움을 바라면 그 사람들도 돌아올 거예요.”
결국 그는 정상에 오를 요건을 지금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번 오로치 레이드에 실패했지만, 외국 공격대나 일리미네이터들과도 거래만 잘한다면 진구지를 중심으로 2차 레이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구지는 코웃음을 쳤다.
“나보고 그런 쇼를 하라고?”
“쇼가 아니라….”
“쇼로도 할 생각이 없어, 아야메.”
차갑게 내뱉은 진구지는 국도 한가운데에서 차를 세웠다. 그의 눈엔 어느새 냉기가 서려 있었다.
운전석에서 내려 보조석의 문을 연 진구지는 그녀의 팔을 잡고 세게 잡아끌었다.
“꺅!”
갑작스러운 행동에 땅을 구른 스즈키의 눈이 흔들렸다.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본 진구지가 말했다.
“그딴 소리를 할거면 너도 내 옆에서 꺼져. 필요 없으니까.”
“하, 하야토.”
그 소리에 사색이 된 스즈키는 그의 다리라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진구지는 그 손길을 피하며 보조석 문을 닫고는 몸을 돌렸다.
“아니. 됐다. 이제 정말 질렸어. 여기까지 와서 네깟 년은 필요 없지.”
너무 오래 옆에 뒀다. 부서진 장난감은 이제 보는 것만으로도 물린다. 아내라도 된 것처럼 옆에서 쫑알거리기는. 떠나갈 놈들은 다 떠났으니 이제 이것도 그냥 버리는 게 낫겠지.
간단히 그녀에 대한 감상을 정리한 진구지는 그녀에게 아무런 발언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차를 몰고 가버렸다.
“…….”
국도 한가운데에 버려진 아야메는 허망이 주저앉아 차가 저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왜….”
처음으로 나온 것은 그 말이었다.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몇 방울이나 무릎 위로 떨어졌다. 그렇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
고개를 떨구고 있던 그녀가 몸을 일으켰을 때.
더 이상 눈에 눈물은 없었다.
*
오로치의 공격으로 도쿄 시내는 일부가 쑥대밭이 되어 아직 도쿄를 다 빠져나가지 못한 시민들은 전력, 가스, 하수의 공급이 완전히 끊겨 고통받았지만, 진구지는 그들과는 전혀 사정이 달랐다.
그는 일본 곳곳에 자신의 별장을 두고 있었고, 퇴원 이후론 홋카이도의 별장에서 지냈기에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마칠 수 있었다.
방 안을 알몸으로 걸어 다니던 진구지는 그러다 샤워가 끝나면 언제나 준비되어 있던 유카타가 없자 인상을 썼다.
“아야메!”
집안이 다 울리도록 소리를 쳤던 그는 곧 자신이 그녀를 버리고 왔단 걸 기억해냈다.
“불편하군.”
생각해보니 너무 감정이 앞서서 대체할 것도 마련해두지 않고 버렸다. 오로치가 날뛰다 보니 고용인들도 모두 고향으로 돌아가 버린 상황.
혀를 찬 진구지는 옷장을 한참 뒤져서야 원하던 옷을 찾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이런 건 몸종 하나가 있고 없고 차이가 크다. 하지만 진구지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년 성격이라면….”
아니나 다를까.
몇 시간 후. 진구지가 잠에 빠져들려고 했을 즈음에. 벨 소리가 울렸다.
그의 별장은 경비를 서고 있지 않더라도 외부인이 쉬이 출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대문도 아니고, 현관문을 열어달라는 벨 소리가 들릴 정도면 누구인지는 뻔했다.
인터폰 옆 화면에 고개를 숙인 아야메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진구지는 귀찮음을 이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 장난감을 찾을 때까지는 데리고 있어야 하니, 오늘 있었던 일은 풀어줘야 한다.
어차피 어리석은 여자다. 한 번 안아주면 정신 못 차리고 다시 옆에 붙어있겠지.
“왜 이리 늦어.”
문을 열어준 진구지는 자기가 거리에 내던져두고 와놓고도 적반하장으로 그렇게 말을 내뱉었다.
물론 제 딴에는 사람이 돌아다니지도 않던 도로였고, 멸급 디제스터에게 패퇴한 직후이니 마법으로 날아왔더라도 유그드라실은 묵인했을 거라 생각했기에 한 말이었다. 대신 진구지는 이 뒤에 해줄 상냥한 한 마디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입에서 나올 일은 없었다.
“사랑해. 하야토.”
여신과도 같은 미소를 지은 그녀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으니까.
*
“정말 진구지를 칠 겁니까?”
“오늘이 아니면 방법이 없어. 그놈이 살아있는 한 외국 공격대와 교섭도 힘들다.”
한편. 치료 직후 흩어졌던 일리미네이터 중 일부는 진구지의 별장 근처에 와있었다.
진구지는 일본 정부를 완전히 포섭하고 있어서 잘못하면 다시 일본만 2차 레이드를 하거나, 외국 공대 일부를 끌어와 진구지 중심 공격대를 다시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지쳐있는 지금 아예 끝장내버리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
극단적인 이야기였지만 전前 아마테라스 멤버와 진구지에게 강제로 범해졌었던 여자들 일부가 동의해서 이 자리에 왔다.
“평소엔 경비가 삼엄하지만, 오로치 등장 이후로 별장을 지키는 인력이 모두 빠져서 오늘은 진구지 본인과 스즈키밖에 없을 거요. 기습한다면 해치울 수 있습니다.”
“히로후미의 원수를 갚을 수만 있다면…!”
각자의 뜻을 품은 그들은 조심스럽게 별장 안으로 침입해 들어갔다. 하지만 바로 그때였다.
콰콰콰쾅!
커다란 폭음과 함께 별장의 한쪽 벽면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헉! 뭐지?”
“발각됐나?”
“아니야! 아직 건물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왜 집을 부수겠어?”
그나마 냉정한 사람이 하나 섞여 있어 동요는 금세 가라앉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들은 놀란 와중에도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져 내린 거실 벽과 기둥들 사이로 그들의 눈에 사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스즈키 아야메였다.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이 난장판 속에서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당황한 이들은 자신들이 침입자라는 것도 잊고 그녀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진구지는?”
스즈키는 아름답게 웃으며 답했다.
“여기에 있어요.”
그들의 시선이 그녀의 눈이 향하는 곳으로 같이 내려갔다. 그리고 그들은 보았다. 그녀의 무릎 위에……….
“웁!”
“……!!!!”
그날.
일본 일리미네이터들은 오로치 레이드를 실패했고.
진구지 하야토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외부에는 그렇게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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