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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226화 (226/324)

226화

"미쳤군!"

알자드의 발언에 결국 최완이 폭발했다. 천후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동의하고 있었다. 그때.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라즈베리가 황망한 목소리를 냈다.

"알자드. 이게 다 무슨 소리야? 당신 정말로 인신매매를 하고 있었던 거야?"

나름대로 그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던 라즈베리는 그가 부정할 기색조차 없이 자신의 본색을 내보이자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알자드는 외려 웃었다.

"아. 그런 무서운 소리를. 인신매매라니. 입양 메니지먼트라니까. 그저 그 중간중간에 조금 특별한 상품이 포함되어있었을 뿐이지."

"사람을 상품이라고 부르지 마!"

"흐음? 왜 상품이 아니지? 이름표를 달고, 가격을 매기고, 살 사람을 물색해서 흥정을 해서 파는 게 상거래 아닌가? 그럼 상품이지. 말을 아무리 예쁘게 지어내 봐야."

어깨를 으쓱대는 모습에 라즈베리는 할 말을 잃었다. 그와 함께 난민 보호소에서 지내던 시절, 그는 입에 저런 말은 절대 올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생긴 건 음흉하게 생겼어도,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무도 대신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라즈베리는 그에게서 성자 비슷한 것을 보았다.

전쟁에 시달린 아이들을 거둬들였고, 그들에게 상냥하게 말했으며, 의식주와 교육 환경을 제공해주는 빛의 성자.

바로 그래서 라즈베리는 지금껏 그의 난민보호소에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기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도대체-"

"아. 거기까지. 너와 사담을 나눌 시간은 없어. 지금은 좀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그녀가 놀라서 하려는 말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이 빠르게 끊어낸 알자드는 다시 시선을 최완과 영천후에게 옮겼다.

"자. 그럼 다시 묻지요. 당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건 그게 끝이요?"

"금전적인 보상 말고 다른 건 제시할 수 없다."

"아쉽군요. 그럼 결렬입니다. 취미활동을 그렇게 쉽게 접어줄 순 없지."

"……."

순간 최완의 몸에서 은은한 오오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인 마력의 방출. 그것은 그가 여태껏 참아왔던 감정이 한계에 달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지금 이 자리에서 실력행사로라도 너를 저지하겠다."

"휘유."

그걸 보고 휘파람을 한 번 분 남자는 그러다 낄낄 웃었다.

"어디 해보시던가. 내가 병신으로 보이시나? 아무 대책도 없이 당신들을 직접 만나게?"

그의 말마따나…. 그의 아래서 순종적으로 손길을 받고 있던 메이드들의 몸에서도 오오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 둘이 아무리 기를 써봐야 최완에게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음!"

그와 동시에 그들의 오오라가 땅을 통해, 허공을 통해서 알자드에게 모여드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본 최완은 소리 질렀다.

"미친 짓을!"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 난민보호소의 아이들 중 일부가 지금 이 순간 같이 오오라를 피워올리고 있었다. 그것들이 지금 전부 소용돌이처럼 알자드 하나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뜬 최완은 그대로 놈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단순한 공격이 아니라 강화마법이 연계된 지르기.

콰쾅! 쿠르르릉…. 폭음과 함께 건물의 외벽이 터져나가며 건물 밖이 시원하게 드러났다. 이야기 전개가 이렇게 될 걸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밖으로 보이는 다른 건물 옥상에는 무장하고 있던 남자들이 총을 꼬나쥐고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정당방위 성립되나?"

"!"

최완의 주먹을 오른손으로 잡아내 막아낸 알자드는 끌끌 웃었다. 본 공격을 막아내고서 뒤로 흘려진 여파만으로 건물 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본 공격을 막아내 알자드의 방어력은 어느 정도란 말인가?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만 그는 다른 것을 잴 수 있게 해줬다.

"훕!"

콰악! 최완의 주먹을 그대로 꽉 틀어쥔 알자드가 그대로 자기 쪽으로 당겼다. 그러자 최완의 몸이 홱 하고 끌려갔는데, 그 순간 알자드는 라이트 엘보로 정확하게 최완의 턱을 가격했다.

파칵! 경쾌하기까지 한 소리가 나며 팔꿈치가 아예 아래턱을 분쇄해 얼굴에서 떨어져 나가게 했다. 최완의 혀 아래 이빨들까지 전부 뜯겨나가 땅바닥에 처참하게 널브러지고, 입에서는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나왔다.

"컥…!"

순식간에 너무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자 최완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려 했지만, 알자드는 팔꿈치를 휘두른 그 동작에서 바로 그의 몸을 앞으로 밀어 거리를 둠과 동시에 균형을 잃게 했다.

"아저씨!"

저건 위험하다! 본능적으로 경고를 보내며 달려들려 했지만 알자드가 조금 더 빨랐다.

퍽! 퍼벅! 바로 그의 명치와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은 알자드는 그대로 최완을 길게 밀어 차 저쪽으로 날려버렸다.

"큭!"

순식간에 A 랭크 주문을 해제한 영천후는 즉시 최완이 아니라 알자드에게 달려들었다. 어차피 그에게 가봐야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치료는 빠르게 유그드라실에서 받으면 어떻게든 되리라.

'너무 방심해서는!'

본래 최완의 솜씨는 저렇게 쉽게 당할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최초의 공격이 통했을 거라는 확신 때문인지, 그답지 않게 공격을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알자드의 역량이 뛰어나다는 소리도 된다. 판단과 동시에, 아니 그보다도 빨리 레프트 잽이 알자드의 안면으로 날아갔다.

푸…. 콰아앙! 단지 주먹이 허공을 치고 지나갔을 뿐인데 무슨 폭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실제로 충격파가 발생하며 방 안의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노렸던 알자드는 가볍게 그것을 몸을 젖혀 피해내며 손을 뻗어왔다.

"후!"

드잡이질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인지, 옷깃을 잡으려는 기색. 그래플링으로 들어가면 확실히 불리하긴 하다. 하지만 놈의 움직임은 잽을 거둬들이고 다시 내지를 때와 일치하게 오고 있어 피하기 힘들다!

덥썩! 단박에 옷깃이 놈의 손안에 들어갔다. 천후는 순간 놈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직후, 놈의 표정이 일변했다.

천후도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

찌이이이이익! 천이 찢어지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잽이 날아간다. 잡는 힘이, 지르는 힘이 너무 강해서 천후가 입고 있던 옷이 버티질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마주 잡아가는 자세를 취하던 상황에서 이걸 피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푸칵!

간신히 몸을 틀어 턱에 맞는 것은 피해냈지만, 대신 주먹이 놈의 어깨에 꽂혔다. 순간 천후의 주먹이 깔끔하게 알자드의 어깨를 완전히 관통했다 빠져나오며 놈의 팔을 끊어내 버렸다.

"흐억!"

엄청난 피해에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지른 알자드는 표정을 굳히더니 우반신체를 취했다. 그리곤 다시금 손을 뻗어온다.

"칫!"

이번엔 옷깃이나 노리는 손놀림이 아니다. 철저하게 그의 손이나 팔 그 자체를 잡아오려는 움직임에 천후는 그것들을 확실하게 쳐내며 기회를 노렸다. 그러나 서로가 주의를 기울이며 공방을 주고받다 보니 기회가 나오질 않는다.

공격은 오히려 천후가 더 많이 하고 있지만, 장소의 문제가 걸린다. 이미 최완의 최초 공격이나 앞선 공방에 휘말린 메이드들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등 뒤에는 이제 간신히 혼란에서 헤어나와 최완에게 달려간 라즈베리도 있다. 여기서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가는 여러 사람 장사지내기 딱 좋았다.

결국 그렇게 아무 성과 없이 공방을 주고받고 있던 때. 먼저 물러난 것은 알자드였다. 땅에 떨어진 팔을 줍고서 단숨에 무너진 벽면 끄트머리까지 크게 물러난 알자드는 웃으며 말했다.

"후. DS. 명성이 헛것은 아니었군. 그렇지만 나도 여기서 잡힐 순 없지. 사업가 딱지는 떼야겠지만. 이 놀이도 이제 끝이구만."

"놓칠 거 같냐!"

상황이 이렇게 돌변한 이상 이놈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알자드는 여유 있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반대지. 잡을 수 없단 걸 알고서 설득하려고 했던 거 아니었나? 다시 말하지만 나도 병신이라 당신들을 여기까지 끌고 온 게 아니라고."

탓. 가볍게 바닥을 박찬 알자드의 몸이 허공으로 떴다. 그것을 본 천후는 눈매를 사납게 바꾸고 놈에게 날아들었다.

실외로 나가면 이제 거칠 게 없다. 단숨에 제압하면!

"하아아아!'

오른 주먹을 치켜든 그는 최고속으로 알자드에게 날아들며 그것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순간.

"흐으으읍!!"

알자드 역시 허공에서 몸을 꼬더니, 정확하게 천후의 오른 주먹에 자신의 주먹을 마주 질렀다.

일어난 것은 섬광.

터져 나온 것은 굉음.

격돌과 동시에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인근 건물들이 흔들리고, 사람들은 균형을 잡지 못해 넘어졌다. 충돌한 중심점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시력 상실을 겪었고, 귀에선 피가 흐른다.

그리고 그 중앙.

격돌한 주인공들은 서로 몇 미터 정도 튕겨져 나와 버렸다.

하나는 웃고. 하나는 웃지 않는다.

웃고 있는 것은 알자드였다.

"흐. 흐흐흐…. 이 정도군. 확인했다. 자. 그럼 다음에 보지!"

천후는 그를 더 잡지 않았다.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몸이 허공에서 녹아내리듯 사라졌으니까….

맨몸으로 최완과 영천후와 대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뭐 말할 것도 없이 마법의 영향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슨 짓을 해도 놀랍지 않다.

솔직히 서로 불법으로 마법을 남발할 작정만 한다면 연속 텔레포트로 도망치면 잡을 방법이 묘연해진다. 유그드라실 인원들이 합류한다면 추적이 좀 더 쉬워질 수 있겠지만, 알자드는 그들이 내려오기 전에 최소한의 교전만 마치고 자리를 떠버렸다.

'그보다 걱정되는 건….'

천후는 몇 번인가 주먹을 쥐었다 폈다. 마지막 격돌 때, 정면으로 부딪쳤는데도 놈은 별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건 천후도 마찬가지였지만, 서로 그렇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그보다 강력한 강화마법 사용자는 없었다. 지금까진. 공식적으론. 그나마 있다고 한다면 저기 건물 안에서 아직도 누워있는 최완 정도가 있겠지만….

그를 제외하면 없었다. 컨트롤 여부까지 가면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동수를 이뤘다는 것은…. 이후 놈을 다시 찾아내더라도 제압하기 대단히 어려울 거란 뜻이었다.

드르르륵. 티팅. 티티티팅.

그렇게 고심하는 동안 천후의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옥상에 올라가 있던 무장한 이들이 천후를 향해서 총을 발사하고 있었다.

물론 A 랭크 강화마법의 기본 방어력이면 개인 화기 화력 정도론 긁힌 상처도 나지 않지만, 쏘고 있단 그 자체가 중요하다. 총구가 다른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천후가 느낀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알자드에게 모여들었던 묘한 마법적인 기운. 그것들이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비워서일까?

"아니야!"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은 천후는 당장 유그드라실에 연락했다.

"보호소 내의 지배당한 마법사들이 텔레포트로 현장을 이탈하고 있습니다. 혼자 다 막을 수 없어요!"

하늘에서 큐브 엘레베이터가 우박처럼 떨어져 내렸다. 그들은 무장한 남자들을 제압하고 난민들을 보호하며 지배당한 마법사들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늦었고 방해요소가 많아, 원래 예상했던 총수의 1/10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최완과 라즈베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천후는 그 사이 스스로 자신을 치유해 자리에서 일어난 최완을 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셨군요."

천후의 말에 최완은 재생된 턱을 손으로 더듬으며 말했다.

"무사는 개뿔이…. 나 아직도 몸에 구멍 나 있어, 임마. 후우. 빌어먹을. 결국 이 꼴이 나버렸군."

"저런 인물일 줄은 예상 못 했잖아요."

금전의 논리가 통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급습 이전에 교섭을 택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뭐 보니까 급습했어도 좋은 꼴은 못 봤겠군. 차라리 직접 상대하길 잘했어. 직원들 다 죽을 뻔했군. 스펠 쉐어라니. 저런 미친 짓을 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최완이 내놓은 말에 천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라고요? 지금 알자드가 무슨 짓을 한지 알고 있는 겁니까?"

비명과도 같은 말에 최완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슬쩍 시선을 위쪽에 두었다.

“그래.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하자. 아프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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