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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255화 (255/324)

255화

아랍권에서 미국, 유럽의 지상군은 빠져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군사 지원이 끊긴 것은 아니었다.

신의 국가를 막기 위해 미국은 간헐적으로 폭격을 했고, 무인 드론 역시 돌아다니고 있었다. 첩보 기관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의 국가의 의뢰를 받아서 유그드라실 난민 보호소를 습격했던 데스웨도우는 그 자리에서 신의 국가의 일원이라 소리치며 학살을 벌였지만, 이들의 정체는 이미 파악되어 있었다.

신의 국가 측에서도 언제든지 이들을 내칠 준비 수 있게 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정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냥개일 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수염을 무성하게 기른 30대 남자가 모리스… 알자드에게 와서 물었다.

"이번 일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놈들도 바짝 벼르고 있었을 텐데. 우리 소재를 파악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생각에 이번 위장은 허술했다. 게다가 모리스는 대놓고 자신이 마법사임을 어필하며 날뛰어서, 그 행동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신의 국가 내부의 모든 파벌을 구별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던데. 그중에서 우릴 분류해냈다면…."

"아… 앗수르.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나도 다 생각은 해두고 있으니까."

"……."

알자드의 여유로운 태도에도 남자, 앗수르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마법사와 아이들을 잡아다 팔아넘기는 건 여기에선 그리 대수롭지도 않은 일이다. 정말 어떤 조직이라도 하고 있는 짓이라 구별조차 되지 않지만…. 마법을 사용하는 학살자라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무슨 생각인 거지.'

지난 십여 년간 자신들을 이끌어왔던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속내를 파악할 수 없었다. 타인에게 완전한 신용을 보낸다는 건 무의미하지만, 알자드에게만큼 그 논리가 적용되는 인간도 드물었다.

어쩌면. 이번엔 우리를 버리려 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 경각심이 앗수르와 다른 이들을 긴장하게 했다.

피로감에 젖은 남자는 그 기색을 읽었다. 그의 입가엔 웃음이 맴돌았다.

'눈치도 빠른 것들.'

역시 다들 시궁창에서 오래 굴러먹은 놈들이다 보니 분위기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그들을 버리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너무 그렇게 눈에 힘들 주지 마. 오는 놈들은 전부 죽여버리면 그뿐이지. 그걸 위한 힘은 이미 있다."

천막 안에서…. 안광이 떠오른다. 짙은 다크서클 위에 도깨비불과 같은 불길이 튀어나와 허공에서 타올랐다. 그 모습을 본 남자들은 몸을 떨었다.

*

PMC(Private Military Company). 민간군사기업. 하지만 뒤에 콤파니~ 같은 게 붙어있다고 온건하게 생각할 건 아니다. 그들은 진짜 그냥 현세의 용병이었고, 다르게 말하자면 총칼 든 양아치이고 군벌이었다.

그들의 특기는 이권이 걸린 마을에 뜬금없이 등장해 보호해 주겠다며 삥을 뜯는 짓거리였고, 들어주지 않으면 마을에 테러를 일으켜서 요구를 관철한다. 그러고선 그 이권 걸린 사업 자체를 무력으로 꿀꺽.

너무 큰 이권이라 스스로 먹을 수 없다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박쥐 짓으로 최대한 이윤을 뽑아낸다. 하는 짓만 보자면 조직 폭력배와 다를 게 없는 쓰레기 집단이 대부분이었다.

천후는 처음에 이런 자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을 굉장히 꺼렸다. 돈이 들어가면 들어가는 대로 제대로 일하느냐면 그것도 아닌 놈들이 태반이니까.

최대한 단기 결전으로 데스웨도우를 쪼개버리고 알자드에게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시간을 질질 끌면서 돈을 빨아먹을 게 분명한 놈들을 데리고 놈들을 치려면 대체 얼마나 걸릴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백악관에서 있었던 회의에서 발터 대통령은 이것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해주었다.

"사실상 미군의 장비와 인력을 쓰는 대리전용의 단체를 사용하면 됩니다."

"…그런 게 있습니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있었던 전쟁은 우리를 너무나도 타락시켰지요…."

그가 희미하게 보인 웃음에 천후는 입을 다물었다.

전쟁 후반기. 무의미하게 미군 병사들의 목숨이 날아가며 정권이 위태로워지자, 그들은 다른 수를 낸다. 군대이지만 군대가 아닌 자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을 돕는 '기업체'였기에 사람이 죽어도 그들은 미군이 아니며, 그래서 사상자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말하자면 눈 가리고 아웅. 편법이었지만…. 그 편법조차 용인된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 여전히 남아있었다.

"물론 이들을 사용해도 아랍권에서는 지상군 투입과 준하게 받아들일 겁니다만,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죠. 우리 조국을 위해서."

질척질척한 느낌에 천후는 눈을 살짝 가늘게 떴지만, 곧 돌아왔다. 놈들이 신의 국가를 칭하며 사람들을 살해하고, 제멋대로 온 세상에서 마법사를 폭탄 삼아서 날뛰고 있는 이상, 그 역시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했다.

똥 묻은 놈을 때려잡으려면 자기 손에도 똥을 묻힐 수밖에 없는 법. 천후는 결정을 내렸다.

"그 방향으로 하지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어차피 다른 PMC를 고용해봐야 그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이 대가는 꼭 치르지요."

발터는 그저 웃었다. 그것에 대해선 또 다음 기회에 아주 진득하게 말해보자는 제스쳐. 천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빠르게 진행하죠."

*

신의 국가를 상대하는 움직임은 대단히 지지부진했다. 서방 국가의 개입이 없는 것도 문제였지만, 주변국에서도 그들에게 개입하는 것을 피해왔기 때문이다.

대신 시리아-이라크 내의 각 단체들이 카운터 테러리즘을 실행하거나, 각국의 특수부대원들이 요인을 암살하거나, 소수 집결지를 갑자기 타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에…. 이들이 오랜만에 대규모 움직임을 보였다. 평소에는 따로 행동하던 이 단체들이 알음알음 모이더니, 어느 순간 군사 집단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형태가 되었다.

"서방이 움직이는 건가?"

긴장감을 내비친 신의 국가는 전국에 설치던 움직임을 멈추고 마찬가지로 병력을 모으면서 내부를 빠르게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데스웨도우는… 튕겨 나갔다.

그들과 함께할 무리로 인정받지도 못했고, 대신에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도 용납받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외국으로 뜰 수도 없는 상황인지라,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근거지를 요새화하여 공세에 대응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의외의 사태가 일어났다.

쾅! 콰쾅!

이미 여러 번의 폭격을 당해 누더기가 되어버린 저장고가 다시 한 번 불타올랐다. 그 꼴을 보고서 앗수르는 입을 쩍 벌렸다.

"우리가 타겟이군."

놈들의 지상군은 아직 도착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난리가 났다. 데스웨도우 측에서도 요격하려 애썼지만, 그들이 구축할 수 있었던 건 저공 방어망이었지, 고도, 고고도에 대해서는 무력했다.

그렇다고 공중전을 벌인다는 것은 무의미의 극치나 다름없다. 일단 전투기도 없을 뿐 아니라, 있다손 치더라도 활주로를 쓰려면 신의 국가에게 손을 벌려야 했고…. 마지막으로 날려봐야 먹이 이상이 될 수가 없다.

제공권은 완전히 장악당했고, 신의 국가 측에선 목표가 그들이란 것을 눈치채고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러면 남는 결과가 하나밖에 없다.

옥쇄.

아무리 알아주는 군벌이라고 한들, 제대로 나선 미군의 꼭두각시 상대론 무력하기 그지없었다.

"이대로는…. 모리스 님!"

잠시 뿔뿔이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야 했다. 구심점인 모리스가 있는 이상, 아즈라엘이라는 망령에 얽힌 이놈들은 다시 그의 밑에 모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앗수르가 모리스를 찾았을 때.

그는 모리스의 거처에서 형형색색의 오오라를 보았다.

"너무 소란 떨지 마, 앗수르."

콰아아아앙! 쒸우우우우웅!

낮은 목소리와 동시에 폭음이 먼저 울리고, 그 뒤에 날아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 특유의 소리를 알고 있었다. 드론이 발사한 헬파이어 미사일. 그것이 요새 내부로 날아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희생자는 없었다. 빛이 번뜩인다 싶더니 미사일이 공중에서 폭발한 것이다. 놀라서 하늘을 바라보니, 거처에서부터 연결된 오오라를 한몸에 받고 있는 남자가 거기 서서 웃고 있었다.

"후. 이거 참 재미있군."

그렇게 말한 남자의 몸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적어도 앗수르에겐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그의 손엔 날개 한쪽과 내부가 뜯긴 드론이 들려있었다.

미군이 운용하는 무인기가 일반 비행기나 항공모함 함재기보다야 작지만, 그래도 날개폭만 14m가 넘고 무게도 500kg은 되는데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장면은 위화감이 넘쳤다.

"자아. 이러면 되는 거잖아. 공중 쪽이 문제니 이쪽은 우리가 해결해주지."

"……."

알자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거처에서 어린아이들 몇 명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다른 아이들관 다르게 알자드와 오오라가 연결되어있지 않았다.

"포착."

"발사."

짧은 말과 함께 나지막한 영창이 흘러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나 소년의 손에 빛이 머문다 싶더니 그것이 허공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앙! 자주포에서 발사한 포탄처럼 곡선을 그리며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나며 육안으론 잘 보이지도 않던 전투기가 저편으로 추락하는 것이 보였다.

"우오오오!"

"마법사들을 완전히 통제하는 겁니까?"

"이러면 버틸 수 있지!"

많은 데스웨도우 멤버들이 멋모르고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앗수르의 표정은 창백해졌다.

그가 저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종종 사용하고 있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지금 아무리 일시적인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봐야, 그건 어디까지나 알자드의 개인 무력으로 성립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다가 지금 집결하고 있다는 세력과 진짜 싸움이 벌어진다면 그가 과연 모두를 지켜줄 수 있을까?

그가 그런 마음을 먹을 거라곤, 오랜 시간 함께 해왔던 앗수르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준비를 해야겠어.'

그는 마음을 정했다. 아무리 여기서 대단한 싸움을 해봐야,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모든 건 목숨을 부지한 이후에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알자드가 하는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눈엔 죽고 싶어서 목을 내놓고 있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거기까지 어울려줄 의리는 없지.'

그렇게 생각한 앗수르는 몸을 돌려 골목길로 몸을 숨겼다. 하지만 바로 그때.

"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이리 말을 안 듣지? 응?"

"헉…!"

어느새 그의 눈앞에 나타난 알자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다가왔다.

"통수칠 생각인가 본데…. 이러면 안 되지."

"무, 무슨-"

"지금 난 꽤 여러 마법사와 연결되어있어서…. 네 표층 심리가 귀에 그냥 들리거든? 변명은 다 소용이 없어."

"괴, 괴물 같은 놈이…."

"그래. 바로 이런 놈들이 없어서 우리 조국이 망했지."

"그러니 복수라도 하겠단 거요? 그 자리에 없던 놈들 때문에? 그거보단 핵을 갈긴 놈들을 찾았어야지! 아니…. 애초에 모리스. 당신은 아즈라엘이 어떻게 망했던 관심도 없잖아!"

앗수르가 외치는 말에 알자드는 껄껄 웃었다.

"아. 들켰나? 애국심으로 좀 찔리게 해볼랬더니. 맞아. 그딴 데가 어떻게 망했던 내 알 바 아니지. 하지만…. 내 의사를 거역하는 놈은 용서 안 하거든?"

서걱! 알자드가 수평으로 손날을 휘두르자, 앗수르의 목이 깔끔하게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는 그 목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마지막이 될 거. 화려하게 죽어야겠단 내 사소한 바람을 배신하면 안 되지. 네놈이 등을 돌리면 여럿이 같이 도망치니까…."

이제는 눈 아래의 검은 피부가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처럼 초췌한 얼굴을 한 남자는 그대로 시체를 들어서 요새 밖으로 던져버렸다.

거의 포탄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는 그것을 보고, 사람들은 인간의 시체를 연상하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워 오타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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