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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하렘-273화 (273/324)

273화

<황제액?>

어두운 방 안. 보통 사람들이 출퇴근을 시작할 시간은 지났지만, 창문 바로 뒤에 있는 블라인드는 태양빛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 블라인드 커튼이 막아내고 있는 것은 태양빛 뿐만이 아니었다.

“으응…. 하아악! 그, 그만….”

“후욱. 후욱…!”

애원하는 목소리에 들려오는 것은 거친 숨소리. 그리고 거친 움직임이었다.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블라인드 커튼이 미처 다 막지 못한 빛이 희미하게 비추는 방 안의 모습은 난잡하기 그지없었다. 다섯 사람은 충분히 뒹굴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란 크기의 킹사이즈 침대 위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말이다.

마치 조각상처럼 온몸에 단련된 근육을 가진 사내가 나신의 여성을 탐하고 있었다. 양쪽으로 벌린 다리 사이에 확실하게 자리 잡은 짐승은 멈출 줄 모르고 허리를 움직인다.

하지만 그렇게 몸이 뒤섞이고 있는 여성은 하나뿐이 아니었다. 침대에 누워 비음을 치르는 여자 위에 자리 잡은 또 하나의 여자가 비음이 나올 때마다 그녀의 입을 간간이 틀어막는다.

한참 아래쪽을 범하던 남자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위에 있는 여자를 끌어안으며 그 양가슴을 틀어쥐었다.

“아아…!”

활처럼 허리를 꺾은 그녀는 그대로 고개를 뒤로 돌리자, 남자는 그녀의 몸과 입술을 탐하면서도, 허리 아래로는 다른 여자를 범한다. 그 광경을 본 아래쪽의 여자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으응…!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짓이냐?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게….”

“그 아이들이 다 나갔잖아. 선배도 좋아하고 있으면서.”

“좋아하고 있지는….”

“거짓말하지 마. 죄고 있는데?”

남자가 하는 말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마따나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를 죄면서 그의 허리를 양다리로 끌어안고 있었다.

“이, 이건…! 아앙!”

그녀가 뭐라고 더 하기도 전에, 남자는 입술을 혀로 훔치더니 움직임에 더 박차를 가했다. 그녀의 허리를 양손으로 단단히 틀어쥔 그는 거칠게 위에서 아래로 찍어 내렸다.

그때마다 아래쪽에선 까무러치는 비음을 내지르며 감았던 다리로 발버둥을 쳤지만, 남자는 그에 더욱 흥분했는지 그 펄떡대는 양다리의 허벅지를 콱 움켜쥐어 더 찢어 벌리며 그녀의 몸속 깊숙한 곳에 정을 풀었다.

“아읏…. 하악…. 하악….”

몸 안쪽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느낌에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다가 숨을 내쉬며 몸에 힘을 풀었다. 그런 그녀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는데, 완전히 탈진했는지 더는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후우….”

마찬가지로 땀투성이인 남자는 반쯤 풀린 눈으로 멍하니 그렇게 있었다. 그동안 함께 하던 다른 여자 역시 지쳐 쓰러진 여자를 쓰다듬으며 그 옆에 눕고 있었다. 보면 그녀와도 함께 일을 치렀던 흔적이 아직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

그 순간 다시 욕망이 솟는다. 그는 손을 뻗어서 누운 그 여자를 일으켜 세웠다.

“아, 주인님…. 하응….”

입을 맞춘 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곤 말도 없이 그녀의 양다리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허공에 붕 떠버린 그녀는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그의 몸에 감아왔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같이 끌어안으며, 다시 한 번 교합을 시작했다.

“하아앙!”

찌걱찌걱. 음탕한 소리가 방 안 가득히 울렸다. 그 광경을……. 조금 전 그와 함께하고 있던 이들과는 또 다른, 이미 한참 전에 나가떨어져 저쪽에 누워있던 여자가 바라보면서 작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

광란의 시간이 멈춘 것은 점심이 다 되어서였다.

한참을 날뛰던 짐승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여자들을 탐하다가 기절하듯이 쓰러져서는 잠들어있었다. 그동안 몸을 씻고서 방을 나온 여자 중 하나, 셀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후우…. 요즘 더 심해진 것 같지 않아? 어쩜 저렇게……짐승 같지?”

얼굴을 붉히며 하는 이야기에 함께 있었던 여자, 이강호는 어물거리며 답했다.

“아, 아무래도 쌓이게 했던 모양이다. 방학 동안엔 아이들이 계속 집에 있었고, 이런저런 일도 많았으니.”

이 와중에 변호가 튀어나오다니. 셀레나는 잠시 말문이 막히는 기분이었지만,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닌 거 같은데…. 애초에 천후는 조금 텀이 있는 편이었잖아. 그런데 요즘은 그 주기가 훨씬 짧아진 것 같아.”

남자, 영천후는 이미 예전부터 홍희주, 이강호와 함께 셋이서 같은 방을 쓰고 있었지만, 매일같이 일을 치르진 않았다.

보통 짧으면 사흘에서 길면 일주일 이상 텀을 가지고 관계를 가졌다. 그때마다 둘이서 상대하곤 했는데, 요즈음에는 조금 그 패턴이 바뀌었다.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못 참겠다는 듯이 덮쳐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완전히 지쳐 쓰러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제 둘도 모자라서 셋이 상대하기 시작했는데, 거의 사람을 까무러치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설령 쌓였다고 쳐도 이건 좀…….”

“으음…. 본인 말로는 속에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다고 하더군.”

“불? 음…. 그럼 이그네스 때문에? 아. 너무 단순한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신은 못하겠다.”

“으음…. 하여간 곤란하네. …싫진 않지만.”

뭐어. 기껏 여러 애인 중 하나인 몸이다. 홍희주의 지론까진 못 따라가겠지만, 그가 좀 더 욕망을 자신에게 부딪혀오는 걸 셀레나는 싫어하진 않았다. 다만 그로 인해서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지는 면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가보는 거냐?”

“응. 누구 씨가 쓰러져 자는 시간에도 할 일은 생기거든. 요즘 좀 바쁘고.”

셀레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하는 말에 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모세와트 건이 마무리된 지도 두 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정규 공격대와 유그드라실은 널리 퍼진 반 마법사 정서를 수습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그런 분위기가 덜했지만, 대신 엘모세와트의 아이들, 이제는 DS 보호시설의 아이들 관련을 무마하는 것만도 힘들었다.

게다가 큰 고비를 넘은 이후, 유그드라실은 영천후의 위상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게 되었고, 덕분에 정규공격대를 매개 삼아서 텔레포테이션 시스템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상황. 그 모든 뒤치다꺼리를 이 앞의 아가씨가 하고 있으니 바쁘단 말은 절대 엄살이 아니었다.

“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으련만.”

“음~. 친란이 일부 나눠서 하고 있고. 외국 관련은 정규공대에 분할을 하고 있으니까. DS 쪽에도 내가 직속으로 부리는 사람들이 있고. 몸에 무리가 갈 정도는 아니야. …5시간씩 붙잡고 있는 오빠가 있는 상황만 아니면. 밤에만 이러면 참 좋을 텐데.”

누구 씨가 잠들어있는 곳을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미소 지은 셀레나는 손을 흔들고는 문밖을 나섰다. 그녀를 배웅 나갔던 강호는 그러다 살살, 자신의 배로 손을 가져갔다.

“으음….”

얼굴이 붉어졌다.

확실히. 요즘은 조금 과하긴 하다. 이러다 하루 조치를 깜빡하면 덜컥하고 생겨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안 한 건 아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내, 내 주제에 무슨…!”

이제 막 선머슴 티를 벗을까 말까 하는 주제에 아이를 생각하다니.

솔직히 상상도 잘 가지 않았다. 그의 아이를 가지는 것 자체는…싫지 않다. 경제력 문제는 없으리라. 하지만 자신이 그렇다고 제대로 한사람 몫의 부모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자신의 어머니처럼…….

“어머니…라.”

문득 떠오른 과거에 강호는 찬찬히 눈을 내리깔았다. 자신이 먼 옛날 세상을 떠난 그녀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은 아직 터럭도 없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러니 그전까지는…….

“음. 나도 아직 어리군.”

쓰게 웃은 그녀는 검을 찾으러 갔다. 검을 단련하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명쾌해지곤 했으니까.

*

엘모세와트 건이 정리된 지도 두 달이 넘게 지났다.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던 유럽의 정치인 집단은 발각되어서 곤욕을 치렀고, 텔레포테이션 시스템의 제한은 점점 풀려갔다.

반 마법사 정서는 다른 코앞에 닥친 현안들에 밀려 천천히 잊혀갔고, 그동안 잡았던 고위 디제스터 퇴치금으로 DS는 다시 한 번 막대한 재산을 벌어들였다.

그동안 한 학년이 오른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고, 이그네스 역시 같은 학교에 입학했다.

그렇게. 그의 주변은 한동안 평화롭게 굴러가고 있었다. 이제 정말 긍정적인 일만 남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도 그를 기다리는 소소한 사건들은 남아 있었다.

이번에 일어난 일도 그중 하나였다.

“후우.”

일을 마치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셀레나는 침대에 누웠다. 집안에선 이미 그녀를 반쯤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인, 내놓은 자식 취급하고 있어서 가끔 이렇게 집에서 지내면 무슨 일 있었냐며 오히려 걱정하곤 했다.

“나도 그냥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물어볼까?”

이그네스 사건 이후, 저택을 수리하는 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소리를 들은 천후는 아예 새 집을 하나 사버렸다. 이전보다 정원은 좀 더 작지만, 집 전보다 훨씬 넓고 층수도 3층.

비는 방도 있어서 그녀는 애초에 종종 그 집에서 머물곤 했다. 천후가 요즘 저렇게…여자를 밝히는 동안에는 더더욱. 그러다 보니 슬슬 자기 집이 어디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다만 아직 희주한테 말하기 조금 그렇단 말이지.”

아마 물어보면 둘 다 별말 없이 받아들이겠지만, 아직 그녀는 희주에게 말하는 것이 꺼려졌다. 그녀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셀레나가 부모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그럴 맘 들면 말하면 되겠지.”

어차피 급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정리한 셀레나는 눈을 감으면서 마법으로 염동력을 발휘해 불을 끄려 했다. 그런데….

파칵! 생각보다 큰 염동력이 작용해, 불을 끄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전등의 스위치 커버가 깨지면서 떨어져 나갔다.

“어머나?”

그녀는 이런 소소한 염동력은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다. 이제 와서 힘 조절을 실패할 리가 없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깜짝 놀란 셀레나는 부서진 스위치 커버를 치우고는 다시 한 번 염동력을 끌어올려 봤다.

“어라?”

분명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똑같은 감각으로 다뤘던 힘보다 몇 배나 강한 염동력이 작용하고 있었다. 동전 하나를 띄울까 싶은 힘으로 지금은 핸드폰이나 화장품이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표정이 굳은 그녀는 잠드는 것 대신에 컴퓨터를 켰다. 거기서 문서 하나를 꼼꼼하게 살펴본 그녀는 그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

DS에 출근한 그녀는 유그드라실에 통보 이후, 자신의 주 초능력인 탐지 마법을 풀 캐스팅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하나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력 랭크가…올랐어?”

징조조차 없이, 어느 날 갑자기 B랭크가 되어있다니?

그렇지만 마법사의 마력 랭크가 오르는 경우가 없는 일은 아니었다. 드물게나마 보고되어있었고, 그때마다 지금 그녀처럼 전조도 없이 올라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특히 일리미네이터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그걸 ‘복권 맞았다’라고 표현하곤 했다.

그래서 셀레나도 처음엔 그냥 복권 맞았다고 생각하려고 했다.

며칠 후 이강호가 찾아와 많은 일리미네이터 앞에서 물어보기 전까지는…….

“셀레나. 얼마 전에 내 마력 랭크가 오른 것 같다. 뭔가 짐작되는 이유 같은 것 없나?”

“…….”

시선이 자신에게 박히는 것을 보고서 셀레나는 고개를 슬금슬금 돌렸다. 공교롭게도 그곳엔 공격대장들과 함께 직원휴게소에 내려와 차를 마시고 있던 천후가 있었다.

그 순간…. 그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이 또 다른 빛을 띠기 시작했다.

특히 여자들의 눈이….

“응?”

영문을 모르는 천후는 그 서슬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바야흐로 ‘황제액’ 소문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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