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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기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자네 부인이 벼르고 있던데?”
“왜?”
“자네가 빙벽에 간 문제로.”
“뭐? 그럴 리가 없어. 내 아내는 일하러 간 사내에게 화를 내지 않아.”
“내가 말해 줬지. 칸은 아들을 얻은 자네에게 이번 빙벽 수행은 쉬어도 된다고 했다고 했지만, 자네가 굳이 따라간 거라고.”
와이엇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망할 엘프 자식.”
“내 탓을 할 게 아니라, 굳이 빙벽으로 도망쳐서 부인 혼자 아기를 돌보게 한 자신을 탓해야지.”
순간, 와이엇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오웬은 그제야 만족한 듯 말에 올라탔다.
“빨리 가보는 게 좋을걸? 오늘 아침에도 보니, 리안나 얼굴이 심상치가 않던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와이엇이 말에 뛰어오르더니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걸 본 오웬이 웃음을 터트리며 소리쳤다.
“고든 경. 건투를 비네. 살아서 만나세.”
***
“꼭 이래야겠어?”
쉴라가 머리 위에서 쫑알거린다.
“왜 하필 내 방이냐고. 여긴 나만의 방이야. 근데, 왜 냄새나는 늑대 새끼를 내 방에 두냔 말이야.”
“라이칸이 침실에는 두지 말래. 그렇다고 추운 바깥에 둘 순 없잖아.”
“하녀들 방 많잖아. 아니면 빈방에 갖다 놔. 이 탑 안에 방이 얼마나 많은데 왜 내 방으로 가져오냔 말이야.”
캘리는 쉴라를 향해 인상을 썼다.
“넌 마치 이 아기가 무슨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넌 그 늑대 새끼를 인간 아기인 것처럼 대하고 있고.”
쉴라가 지지 않고 대들자 캘리는 턱을 치켜올렸다.
“아기는 다 아기야. 어떤 종족이든 아기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그리고 난 네가 아기를 좋아하는 걸 알아.”
쉴라의 눈이 커졌다.
“이게 무슨, 염소 똥 싸는 소리야? 내가 아기를 좋아한다고?”
“그래. 예전에 수녀원에서 새끼를 낳던 개가 죽자, 남은 새끼를 돼지우리에 갖다 놓자고 제안한 게 너잖아. 새끼 돼지 틈에 몰래 갖다 놓으면 어미 돼지가 자기 새낀 줄 알고 키울 거라고.”
“그거야, 그냥 아이디어였지.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살리려고. 생명이니까.”
“얘도 생명이야. 그리고 너무나 아름답지. 봐.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캘리가 감탄하듯 새끼 늑대를 쳐다보자 쉴라도 별수 없다는 듯 눈길을 내렸다.
“뭐, 특이하게 생기긴 했네.”
“특이? 솔직하게 좀 말해. 얜 정말 특별한 늑대야.”
“아, 그래. 그래. 특별해. 하지만 다이아울프를 개처럼 사람이 키우는 건 말이 안 돼. 늑대, 아니…… 다이아울프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순간, 캘리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얜 다이아울프가 아니라 은빛 늑대야. 근데, 다이아울프는 길들여지지 않는다고?”
“그래. 멍충아. 그리고 은빛 늑대나 다이아울프나, 다 같은 늑대지. 얘도 색만 좀 다르게 생겼다, 뿐이지. 다이아울프처럼 생겼네.”
“다이아울프보다 훨씬 더 큰대. 자라면서 은빛 털도 더 멋지게 나고.”
“늑대는 야생에서 살아야 돼. 장담하건대, 이 앤 몇 개월 안에 자기들 무리가 있는 곳으로 보내야 할걸?”
캘리의 눈빛이 흔들렸다. 만난 지 겨우 두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정이 들어버린 아기를 다시 보내야 한다니,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그래. 보내야 한다면 보내야지. 그래도 그 전까진 정성을 다해 키울래. 네가 도와줘.”
“아, 왜 내가 돕냐고!”
쉴라가 또 소리를 빽 지르자 캘리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조용히 좀 해. 아기가 깨잖아.”
“부인.”
쉴라에게 주의를 주던 그때, 갑자기 묵직한 소리가 날아왔다. 캘리가 고개를 돌리자 라이칸이 문틀에 한쪽 어깨를 기대고 비스듬히 서 있었다. 몸집이 워낙 커서, 문 입구가 꽉 막힌 것 같았다.
그를 본 쉴라는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 캘리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라이칸. 방금 아기에게 우유를 먹였어요. 이 방이 온기가 있고, 혹시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쉴라가 알려줄 테니까 여기가 제일 좋겠어요.”
“그래. 좋군. 근데, 이젠 나도 좀 신경 써줘야 되지 않나?”
라이칸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방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옆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았다. 급하게 만든 요람이지만 모포를 두툼하게 깔고 사방을 천으로 감싸 놓으니 제법 아늑해 보였다. 그 안에서 새끼 늑대가 곤히 잠들어 있는 걸 본 라이칸이 중얼거렸다.
“편안해 보이는군.”
“살겠죠?”
캘리가 묻자 라이칸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보살펴주면.”
“그건 자신 있어요. 내가 하루 종일 붙어서 잘 보살필 거예요.”
그러자 라이칸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빛이 가늘게 좁혀진 걸 보지 못한 캘리는 혼자 신이 나서 말했다.
“이름을 고민해 봤는데, 루센 어때요? 남부에서 쓰는 말 중에 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예요. 이 아이에게 딱 맞는 것 같아요.”
“캘리.”
“응?”
아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그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쪽을 보고 있는 그의 눈과 마주쳤다.
“내가 오판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그녀는 ‘네?’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라이칸이 시큰둥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 녀석을 스리디오나 다른 하녀에게 맡길 걸 그랬어.”
캘리는 눈을 크게 떴다.
“왜요?”
“부인이 이렇게 남편은 안중에도 없이 이 녀석에게 몰두할 줄은 몰랐거든.”
아.
그녀의 얼굴이 발갛게 물이 들었다.
“물론 아니죠. 내 관심의 대부분은 오직 당신뿐인데.”
“그런데 어째서 난 뒷전으로 밀린 기분이지? 와이엇 말로는 이 현상이 꽤 오래갈 거라고 하던데.”
“맙소사. 라이칸. 지금 이 아기에게 질투하는 거예요?”
“몰랐나 본데, 난 독점욕이 꽤 강한 사내야. 그러니까.”
라이칸이 몸을 일으키며 그녀를 동시에 잡아서 품으로 당겨 안았다. 캘리는 그의 단단한 품 안에 갇혀서 미소를 지었다.
“몰랐어요. 당신이 나를 독점하고 싶어 하는 줄은.”
“당연히 독점해야지. 워렌 부인에게는 항상 내가 먼저임과 동시에 유일해야 한다고.”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게 왠지 짜릿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진 캘리는 뒤꿈치를 한껏 치켜들고 그의 턱에 입을 맞췄다.
“걱정 말아요. 내게 남자는 당신뿐이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라이칸이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입술을 내리던 그때였다.
“거 좀. 애정 행위는 본인들 방에 가서 좀 합시다. 애도 있는데.”
쉴라의 불퉁한 목소리에 캘리는 웃음을 터트렸고, 라이칸은 그런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방을 나섰다. 그 뒤로 쉴라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이 늑대 새끼는 내 차지구나.”
***
그가 느리게 밀려들었다. 캘리는 깊은 숨을 길게 내뱉으며 동시에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엉덩이에도 힘이 들어가고 더 깊은 곳의 여린 살들이 일제히 조여들었다.
목덜미에 코를 박고 있던 그가 날카로운 숨을 내뱉는다. 으르렁거리는 짐승 울음 같기도 하고 욕설 같기도 한 거친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가 다시 엉덩이를 빼자 쫀득한 살들이 일제히 달라붙으며 물건을 물고 늘어졌다.
악착같이 들러붙는 붉은 살들을 젖히고 빠져나가던 불기둥이 다시 한번 푸욱, 찌르며 들어왔다.
“아.”
캘리는 본능적으로 허리를 들어서 몸을 활짝 열었다. 질 안쪽 벽들이 끈적하게 달라붙어 남자의 거대한 물건을 에워싸서 압박하며 깊숙이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그 거대한 물건은 완전히 들어오지 못했다. 작은 그녀의 몸이 다칠세라, 한 번에 넣지 못하고 매번 자잘하게 나누어 파고드는 그의 입술에선 거친 신음 소리가 연신 터져 나왔다.
위압감을 줄 정도로 큰 물건에 적응할 때도 됐지만, 매번 그녀의 몸은 버거웠다. 길고 굵은 그의 몸은 베아투름의 중앙 탑을 받치고 있는 기둥만큼이나 웅장하고 거대했다. 작고 여린 그녀의 몸은 매번 그 뜨거운 물건의 사나운 담금질에 적응하고 단련하면서, 매번 더 깊게 그를 빨아 삼키고 있었다.
“어떻게…….”
그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를 뱉어냈다.
“할 때마다 더 좋아지는 거지?”
귓불을 물었다가 혀를 내밀어 핥는 것이 꼭 루센 같았다. 하지만 커다란 손으로 가슴을 잡고 그 위에 우뚝 솟은 돌기를 꼬집고 굴리면서 사람을 미치게 몰아대는 건 전혀 늑대라고 할 수 없었다.
그가 몸을 뺐다. 붉게 일렁이는 입구에 끝만 살짝 걸친 채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움켜잡더니 목덜미에 코를 박고 살 내음을 흠씬 들이켰다.
상실감이 덮쳐왔다. 채워지지 않은 갈망에 몸이 아우성을 쳐댔다. 캘리는 불만을 토해내기라도 하듯 허리를 뒤틀고 손톱으로 단단한 살을 긁었다.
어서 더 깊이 들어오라는 듯, 몸을 들썩였다. 쿡쿡, 웃는 소리가 얄미우면서도 자존심도 상했다. 이런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욕망이 그 모든 것을 앞질렀다.
“라이……칸.”
허전해진 속에서 불길이 일었다. 계속 흘러내리는 물길이 고여서 몸 깊은 곳까지 차오르는데, 그 물속을 가르고 채워줄 뜨겁고 단단한 것이 없었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머리 양옆에 우람한 팔을 대리석 기둥처럼 세우고 내려다본다. 그 눈길이 뜨겁고 짙었다.
캘리는 달뜬 숨을 뱉어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황금빛 머리칼이 하얀 시트 위에 폭포수처럼 펼쳐져 있고 붉게 달아오른 입술과 욕망으로 흐려진 눈, 그리고 베아투름의 거친 바람에 아직 단련되지 않은 여리고 하얀 살결. 그 모든 것을 감탄하며 내려다보고 있는 라이칸.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묵직하게 흘러 내려와 그녀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라이칸은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몸을 슬쩍 세웠다. 붉게 피어서 꽃물을 흘리는 입구를 조준했다.
“아.”
그녀의 몸이 휘었다. 둥근 가슴이 위로 솟구치자 그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혀로 눌러서 세차게 빨아들이는 것과 동시에 몸을 힘껏 밀어 넣었다.
“아아아!”
캘리는 비명을 질렀다. 몸이 두 개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이제 그는 무자비한 폭군이었다.
그가 잘록한 허리를 움켜쥐고 풍만한 엉덩이 안쪽으로 더 깊이, 더 세게 파고들었다.
광폭한 질주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열흘 동안 떨어져 있었던 그리움을 쏟아내기라도 하듯 그는 사정없이 그녀를 소유했다.
아! 아, 아!
그녀의 황홀에 찬 비명 소리가 이어지고 그가 길게 몸을 뺐다가 힘껏 밀려들었다.
가장 깊게, 심장까지 닿을 듯, 깊게 파고든 남자의 몸이 느껴졌다. 내밀하고 깊은 속살과 거대한 불기둥이 한 몸인 듯 붙어버린 것 같았다.
이글거리는 쾌감이 몸 전체로 번져나갔다. 그녀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강렬한 절정을 느끼며 한껏 치솟았다가 아래로 풀썩 꺼졌다. 발가락이 오므라지고 살들이 경련하듯 떨렸다. 그 짜릿한 감각에 그녀는 결국 흐느끼며 눈물을 쏟아냈다.
동시에 그가 짐승처럼 포효하며 진저리를 쳤다. 순간, 몸 안쪽 깊숙한 곳에 뜨거운 물줄기가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눈앞은 흐렸고 몸은 꿀처럼 흘러내리는 듯 녹진했다. 그는 그대로 무너져 내렸지만 그녀의 몸속에서 빠져나가진 않았다.
그가 쏟아낸 정염.
그녀는 그 뜨끈하고 소중한 것이 몸 안을 가득 적시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