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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남자가 순식간에 솟구쳐 오르더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쳐졌다.
쿵! 소리가 나며 남자의 입에서 커억, 피가 튀었다. 라이칸은 멈추지 않았다. 놈에게 다가간 라이칸은 놈의 위에 걸터앉아 망치 같은 주먹으로 몇 번이고 얼굴을 쳐댔다.
“안 돼요!”
캘리는 달려가 라이칸을 끌어안았다. 다시 놈을 향해 내리꽂히던 주먹이 허공에 멈췄다.
캘리는 그의 목을 꽉 안으며 절박하게 말했다.
“물러서.”
라이칸이 손을 떨쳐내려 하자 캘리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몸이 안 좋아요!”
그제야 그가 돌아본다. 붉은 눈빛은 핏대가 서 있고 살기가 느껴졌다.
캘리는 다시 한번 간절하게 말했다.
“날 방으로 데려가줘요.”
라이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일부는 진실이었다. 그녀는 두려웠다.
그가 할리 성 영주의 가족을 죽이면 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라이칸은 공작이니까 의회에 회부돼 즉결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종자 하나 때문에 영주의 혈족을 죽인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게 만들 순 없었다.
“라이칸.”
그녀는 다시 한번 간절하게 그의 팔을 움켜잡았다.
“제발요.”
라이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그가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걷기 시작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엘리오의 눈이 번뜩였다.
저것들이 지금 뭘 하는 것인가.
“종자를 안고 가는 주인이라니.”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내며 이를 갈았다.
“미친 악마 새끼. 그깟 종자 하나 때문에 날 쳐?”
엘리오는 마치 소중한 여자를 안은 듯 빠르게 걸어가는 워렌 공작을 보며 욕설을 뱉어냈다.
***
쿵.
라이칸은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등 뒤로 문을 닫았다. 다소 거친 동작으로 그녀를 내려놓더니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잔뜩 어두워진 라이칸의 얼굴이 그녀를 향했다. 화가 난 기색이었다.
정적이 흘렀다.
“라이칸. 난…….”
“대체!”
마치,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는 것처럼 억눌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캘리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뜬 채 얼어붙었다. 그가 휙, 다가섰다. 일그러진 눈빛이 폭풍우 치는 밤바다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내 말을 어디로 들은 거야?”
“미안해요. 난, 그저…….”
또 한 걸음 다가온다. 그 모습이 너무 위협적이라 캘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난 분명히 말했어. 내 옆을 떠나지 말라고.”
이를 갈듯 뱉어내는 목소리에 날이 서 있었다.
“맞아요. 당신이 옳았어요. 내가 잘못…….”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기나 하는 건가?”
차가운 목소리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낮게 깔렸다.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해 보였다.
할 말이 없었다. 방을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엘리오라는 그놈의 눈빛을 떠올리자 캘리는 질끈 눈을 감았다.
라이칸이 아니었으면 어떤 끔찍한 짓을 당했을지 모른다.
“정말 미안해요.”
갑자기 그가 휙, 손을 뻗어서 그녀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마치, 조금 전 아래층에서 엘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거친 손길이었다.
문득, 겁이 났다. 이렇게 무서운 라이칸은 처음 본다. 그가 나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두려웠다. 사나운 눈빛 때문일 것이다.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것 같은 눈빛이 그녀를 겁먹게 했다.
“라이칸. 진정해요.”
캘리는 어깨를 비틀었다. 하지만 우악스러운 손가락은 가는 어깨를 더 힘껏 파고들었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음습한 속삭임이 흘러나오는 순간, 캘리도 화가 치밀었다.
“알아요. 함부로 돌아다녀선 안 되는 거였는데……. 정말로 그런 놈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녀의 눈에 그렁그렁 물기가 맺히자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빌어먹을.”
와락, 그녀를 끌어안은 그가 속삭였다.
“알긴 뭘 알아.”
그리고 사나운 입술이 덮쳐왔다. 입술을 물어뜯을 것처럼 힘주어 빨아 당겼다.
라이칸은 혀를 깊숙이 쑤셔 넣으며, 동시에 그녀를 번쩍 들어 안았다. 캘리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사납게 휘몰아치는 혀의 속도에 밀려 헐떡였다.
그가 팔을 먼저 짚고 그녀를 침대로 눕혔다. 그러면서도 입술은 떨어지지 않았다. 커다란 손이 가슴을 움켜쥐자 절로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 틈을 파고드는 단단한 열기가 중심을 뜨겁게 압박했다.
하아.
그의 입술이 턱으로, 목덜미로 내려가자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상체가 휘었다. 타액으로 반질거리는 입술은 붉게 부풀어 올라 연신 더운 숨을 몰아냈다.
라이칸이 고개를 들었다. 짙은 눈빛이 평정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었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쥐었다가 이내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위협적이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은.
그의 눈이 짧은 머리칼을 지나 아래로 향했다.
짧은 머리칼이지만 절대 사내아이가 아니었다.
여자의 발갛게 상기된 얼굴과 붉은 입술을 차례로 훑었다. 목을 쥐었던 손을 올려 입술을 매만졌다. 달콤한 숨이 달아올랐다.
그는 참지 못하고 다시 입술을 겹쳤다. 입을 벌려 더 힘차게 혀를 밀어 넣던 그 순간, 언제나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휘둘리던 혀가 선뜻 맞대어 온다.
라이칸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뒷목이 뜨끈해지고 단전 아래에서 참을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다.
손길이 급해졌다. 튜닉을 들추고 바지 끈을 찾아서 끊어버릴 듯 당겼다. 그녀의 바지를 벗겨내고 자신의 바지까지 끌어 내린 라이칸은 하얀 허벅지를 움켜잡았다.
단번에, 힘껏 밀어 넣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낮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이어지는 신음 소리를 입 안으로 삼키며 라이칸은 한 번 더 한껏 밀어 넣었다.
쿵, 쿵, 쿵. 하얀 여자의 몸을 울리며 힘껏 쳐댔다. 작은 여체가 밀려가면 잡아채서 끌고 내려와 다시 파고들었다.
너는 몰라.
라이칸은 이를 악물고 더 빠르게 허리를 놀렸다. 그녀의 몸이 휜다. 파르르, 떨며 여린 팔이 감겨온다.
그런 여자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혀를 내밀었다.
내가 얼마나 겁이 났는지, 너는 몰라.
몸을 뚫을 것처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더 밀어 넣을 것이 없어도, 끝이 끝에 닿아 더 이상 갈 곳이 없어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허리를 들어 안았다. 휘청이며 딸려오는 몸을 자신의 다리 위에 앉히고 끌어안았다. 몇 번이고 출렁이는 몸을 안아서 잡아 앉히다가 홱, 뒤로 돌렸다.
아, 하며 놀라는 그녀의 몸을 다시 붙잡았다. 낯선 자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세우자 놀란 눈이 이쪽을 돌아보며 화악, 떠진다.
라이칸은 그대로 몸을 밀어 넣었다. 동시에 등을 몸을 누르며 얼굴을 잡고 이쪽으로 돌렸다. 입술을 깊게 베어 물고 다시 힘껏 파고들었다.
순간, 그녀의 입술에서 쾌감에 젖은 탄성이 쏟아져 나온다. 파들거리며 떠는 허리를 움켜잡고 다시 한번 쿵! 몸을 부딪쳤다.
너를 잃고서 내가 얼마나…… 두려웠는지 너는 모른다.
공기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완벽하게 맞붙은 하체는 불처럼 뜨거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수없이 그녀의 몸을 점령하고 한껏 채워도 성에 차지 않았다.
다시 그녀를 돌려 안았다. 잠시도 떨어지기 싫어서 몸부터 다시 밀어 넣었다. 덥석, 가슴을 물고 빨아대다가 목덜미에 입술을 대고 거친 호흡을 뱉어냈다.
그렇게 멈췄다. 그녀와 하나가 된 채, 그 뜨거운 감각을 온전히 느끼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녀가 흐린 눈을 떴다. 맑고 아름다운 눈동자가 그를 향하고 있었다.
눈빛이 출렁였다.
너는 모르지. 내가 너를 얼마나…….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치솟았다. 거친 숨을 들이켜며 고개를 내려 입술을 물었다. 동시에 허리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는 너를 잃을 수 없어. 다시는.
너를 내게서 떼어놓으려는 것들은 모조리 다 태워버리고 베어버릴 것이다. 그 누구라도.
라이칸은 다시 그녀의 몸을 거칠게 헤집으며 파고들기 시작했다.
***
그가 변했다.
어젯밤, 엘리오의 일이 있은 후부터 말이 없어졌다.
깊은 생각에 잠길 때가 많았다.
원래도 밝은 남자는 아니었다. 모든 이들이 그를 지옥의 사자라고 부를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그녀에게만은 뜨겁고 다정한 남편이었다. 거짓 신부였다는 걸 들키고 서로에게 마음을 숨겼을 때를 제외하곤 늘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지,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가 변한 건 확실했다.
캘리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방 안에만 있어.’
새벽녘, 밤새 그녀를 안았는데도 전혀 지친 기색도 없이 침대를 벗어난 그가 옷을 입으며 명령을 내렸다. 어찌나 차갑고 단호한지, 감히 뭐라고 말을 걸 수조차 없었다.
쉴라가 그립다. 언제나 과장되고 직설적이었지만 그 애와 얘기를 나누다보면 기분이 풀리곤 했는데…….
잘 있겠지? 무사하겠지?
나는 널 믿어, 쉴라. 언젠간 내게 돌아올 거야. 그렇지?
창밖을 보는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쉴라.”
나직한 한숨과 함께 그 아이를 불렀다. 어디선가 푸드덕, 날갯짓을 하며 거칠게 날아올 것 같은데…… 지금은 그저 조용한 바람만 분다.
다시 긴 한숨이 나왔다.
똑똑, 노크 소리에 캘리는 고개를 돌렸다. 얼른 일어나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문 앞으로 가서 굵은 목소리를 냈다.
“누구시오?”
“접니다. 부인.”
캘리의 눈이 커졌다.
이 목소리는…….
순간,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말리!”
반가운 얼굴을 보고 와락 끌어안았다. 말리가 웃으며 등을 토닥여준다.
“무사하셨군요.”
캘리는 포옹을 풀고 말리를 보았다.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떻게 왔어?”
“펠리키에서 시타를 만나서 함께 왔습니다.”
캘리는 다시 말리를 끌어안았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예. 예. 우선 안으로 들어가시죠. 늙은이가 다리가 아픕니다.”
캘리는 얼른 포옹을 풀고 말리의 손을 잡아서 안으로 당겼다. 재빨리 나무 의자를 가져와 말리를 앉히고 그 앞에 마주 앉았다.
“언덕에서 그렇게 헤어져서 걱정을 많이 했어.”
말리가 웃는다.
“저는 부인 걱정을 했는데요. 물론, 칸과 함께 갔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말리의 얼굴이 흐려지자 캘리는 얼른 물었다.
“왜? 거기서 또 무슨 일이 있었어?”
“아닙니다. 그냥, 쫓는 자들이 있으니 걱정을 한 거죠.”
뭔가 있는 것 같았지만 물어도 대답해 줄 것 같지 않았다. 캘리는 말리의 주름진 손을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와서 정말 좋아. 라이칸은 나더러 방에만 있으라고 하고…….”
“예. 들었습니다. 거의 감금당하신 것 같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