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오늘 말고 다음에.”
“다음?”
흥미롭다는 듯 보는 은하를 보며 태건은 기습적으로 그녀의 다리를 쓸었다. 다시 진하게 키스한 태건이 은하를 보며 씩 웃었다.
“나 동정이거든.”
“……어?”
“실수하기 싫어서.”
“그게 무슨, 읏!”
또다시 목덜미를 깨물은 태건이 다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는 은근하고 야릇하게 어루만지며 그녀를 자극했다. 거친 손바닥 면에 여린 살이 눌리고 쓸렸다. 태건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울긋불긋 흥분의 흔적이 드러났다.
“하나씩 다 맛보고 싶어. 그러니까 천천히 하자.”
“읏, 차태건…….”
화려하게 생긴 설은하는 신음 소리만은 가냘팠다. 참고 참다가 겨우 잇새로 새어 나오는 그 소리는, 조용한 것을 선호하는 태건의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아, 차태건, 더…… 아, 아, 좋아…… 읏!”
얕은 쾌감을 느낀 은하의 허리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다급히 무릎을 꿇고 앉은 태건이 쾌감으로 흔들리는 은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광경은 머리가 아찔한 만큼 선정적이었다.
늘씬한 다리에는 군살 하나 없으면서도, 매우 부드러워 보였다.
흐읍, 하아. 다리에 입을 맞춘 태건이 심호흡하듯 크게 숨을 들이쉬자, 은하의 살내음이 폐부 깊숙이 들어찼다. 미치도록 야하고, 몸이 동하는 냄새였다.
은하의 한쪽 다리를 제 어깨 위로 넘긴 태건은 허벅지에 입을 맞추었다. 키스를 하듯 천천히 혀를 놀리는 그의 입질에, 부드러운 살이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게 제대로 된 감상인지도 모르겠지만, 태건은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한 여자를 탐하면서, 그 몸 구석구석을 제 것으로 소유한다는 행위가 그에게는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진중한 감상과는 별개로, 은하를 매만지는 그의 손길은 몹시 본능적이었다. 그 원초적인 몸짓에 은하는 흠칫흠칫 몸을 떨었다.
“아, 차태건…….”
애처롭게 저를 부르는 은하의 신음 소리를 음미하며 태건은 도톰한 살을 이로 살짝 깨물었다. 깜짝 놀란 은하의 몸이 흠칫거린 것도 잠시, 그는 갉작거리던 살을 혀로 빠르게 핥아댔다.
거침없는 그의 행동에 은하가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 아! 잠, 깐…… 아!”
이제 은하의 신음은 간헐적으로 변해 있었다. 허벅지를 꼭 그러잡고 입을 한껏 벌린 태건은 은하의 여린 살을 샅샅이 핥았다. 벌어진 그의 입가에서 타액이 흐르고, 짓이겨진 느낌에 은하의 몸에 경련이 일었다.
“아, 차태건…… 차태건! 나, 지금…… 아! 아아!”
제 머리채를 잡고 허벅지를 달달 떠는 은하의 모습에 태건은 벌떡 일어나 다급히 키스를 했다. 머리채를 잡고 목구멍까지 닿을 듯 깊게 혀를 넣고 입을 맞추며 남은 손으로는 야릇하게 등을 어루만졌다.
“아! 으읍, 아으!”
깊은 쾌감을 느낀 은하의 몸이 온통 팔딱거렸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태건은 저에게도 한계가 왔음을 깨달았다.
“하아, 후우…….”
잔뜩 흥분한 태건이 단단한 몸을 겹쳐 은하를 짓이겼다. 온몸을 자극하는 그의 공격에 잠시 후 은하가 한껏 느끼며 신음을 내질렀다.
“아아, 아, 아!”
더 이상 자극을 감당 못 한 태건이 이윽고 제 욕망을 쏟아냈다.
“으으…… 윽!”
꼭 끌어안으며 여운을 느끼던 태건이, 만족감 어린 표정으로 은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너 처음 맞니?”
기가 막힌다는 듯 보는 은하의 얼굴에 헛웃음이 묻어났다. 태건은 아직도 떨리는 그녀의 몸에 더 밀착하며 속삭였다.
“침대로 갈까.”
밤은 아직 길었다. 구석구석 맛보지 못한 곳은 많았고 안에 쌓여 있는 욕망은 여전히 탁했다.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해.”
설은하는 야했다.
밖으로 나온 설은하는 원피스 안에 챙겨 입었던 슬립을 다시 걸쳐 입었다.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태건은 제 앞으로 온 그녀의 다리를 천천히 쓸었다. 그녀의 야한 몸은 욕실에서의 흥분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조금 더 안으로 가 볼래?”
태건이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고 앉자 은하는 무릎을 세워 태건의 허벅지 옆으로 올라섰다. 완전히 일어서지도 앉지도 않은, 딱 태건을 내려다보기 좋은 상태였다.
“관계를 가질 때 제일 중요한 건 대화야. 어디가 좋은지, 강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여자는 섬세한 동물이거든.”
“뭐 하는 거야?”
“과외. 나 나름 잘나갔던 선생이라서.”
속삭이듯 말하던 그녀가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꼼지락꼼지락 밑에서 움직이는 그녀의 손에 얇은 슬립이 펄럭거렸다.
“난 다정하게 해 주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거칠게 하는 것도 좋아. 욕하는 것도 괜찮아. 흥분되거든.”
스스럼없이 제 욕망을 읊으며 은하는 부지런히 제 손을 움직였다.
“넌? 해 보고 싶은 거 있어? 오랫동안 참아서 생각 많이 해 봤을 거 아냐.”
“글쎄.”
태건은 제 아랫배를 만지는 은하의 손을 지나 허벅지를 세게 움켜쥐었다.
“난 그냥 다 녹여 먹고 싶은데.”
“…….”
“좋자고 하는 짓인데 쌍욕이나 지껄이긴 싫고. 아, 물론 좋아하는 여자가 원하면 해 주겠지만.”
허벅지 살을 만지작거리던 태건의 손이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제 몸을 만지는 은하의 손을 확 잡아 빼 버렸다.
말끔하게 정리된 손톱은 흔한 매니큐어 하나 칠해져 있지 않았다. 태건은 그녀의 손을 입 안 깊숙이 삼켜 버렸다.
태건은 마치 아이스크림이라도 먹는 듯 은하의 손가락을 진하게 핥았다. 슥슥, 슥슥. 느릿하게 왕복하던 손가락 끝이 목구멍까지 닿자, 은하는 살짝 놀라며 제 손을 뺐다. 씩 웃은 태건이 그 손을 붙잡고 혀로 손가락 사이사이를 핥아 냈다.
“너 진짜 장난 아니다. 완전 선수 같은데?”
“운동부였거든. 널리고 널린 게 시청각 자료라서. 이제 앉아.”
태건은 잔뜩 흥분한 몸을 겹쳤다. 완전히 은하의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니건만, 등줄기에서 머리끝까지 쾌감이 내달렸다.
“하아…….”
속에서부터 우러나는 진한 만족감에 태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흥분을 숨기지 않는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지 은하의 입가에도 호선이 그려졌다.
“너 되게 마음에 든다. 몸도 좋고, 솔직하고.”
“다행이네.”
태건의 어깨를 짚은 은하가 몸을 바르작거리며 움직였다. 태건은 그 움직임에 자극받아 당장이라도 거칠게 하고 싶은 충동이 치솟아 올랐다.
“지금 이런 말 하는 거 웃기지만 너 몸이 너무 커. 진짜 단단하고.”
“칭찬이야?”
“응, 나한테는.”
“고마워. 아아……, 씨발. 네 몸 존나 기분 좋다.”
얕게 신음을 흘리며 내뱉은 태건의 말에 은하의 눈이 동그래졌다.
“뭐야, 욕하기 싫다더니.”
“네가 좋아한대서. 근데 진짜 좋은가 보네. 방금 움찔거렸어. 더 해 줄까?”
순간 태건을 내려다보던 은하의 눈빛이 깊어졌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털며 웃음을 흘렸다.
“아니, 넌 하지 마. 안 어울린다.”
“그래?”
“응. 넌 그냥 이렇게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면서…….”
태건의 양손을 맞잡은 은하가 그대로 깍지를 낀 채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좋으면 좋다고, 아, 말하면서……. 후우, 이게 어울리는 거 같아.”
드문드문 끊어지는 은하의 호흡이 지금 그녀가 얼마나 흥분에 차 있는지 알려 주었다.
점점 밭은 숨을 내쉬는 그녀의 모습에 태건의 신경도 바짝 섰다. 몸을 겹칠 때마다 맞닿는 부드러운 몸을 꼭 그러잡고 거칠게 다루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아, 좋아. 너무 좋아. 더 해줘.”
애원하듯 신음하는 은하에 태건은 순식간에 그녀를 눕히고 그대로 거칠게 몸을 겹쳤다. 조금 버거운 듯 은하는 제 아랫입술을 잔뜩 깨물고 있었다.
“아아…….”
태건도 정신을 차리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고 느꼈을 때에는 머리 위로 벼락이 치는 느낌이었다.
“아, 후우.”
“하아, 너무 좋아……. 좀 더 거칠게 해줄래?”
“아, 씹.”
욕을 하고 싶지 않아도 절로 나왔다. 눈이 완전히 돌아 버린 그는 몸을 물렸다가 그대로 다시 거칠게 겹쳐왔다.
그의 거칠고 본능적인 움직임이 미친 듯이 반복됐다. 느릿하고 충족감 넘치는 관계가 끝나고 남은 것은 본능뿐이었다.
“아, 아! 잠, 깐, 아!”
제 몸을 견디는 설은하가 정말 죽도록 야했다. 자신만 바라보는 저 젖은 눈이, 좋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온통 발갛게 물든 몸으로 힘겹게 신음을 삼키는 저 입술이 온통 태건의 이성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아, 차태건, 잠깐, 나 이상해. 아…… 으읏!”
몸이 부르르 떨리고, 깊은 쾌감을 느낀 은하가 몸부림쳤다. 본능적으로 저를 밀어내려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태건은 멈추지 않았다.
“밀어내지 마. 조금만, 조금만 더…….”
“이제 그만……, 이제 해 줘. 차태건!”
더는 태건도 한계였다. 치밀어 오르는 흥분감에 점점 더 강하게 몸을 겹쳤다. 동시에 도드라진 쇄골에 이를 박자 은하의 몸이 덜덜 떨려왔다.
“아! 으, 으…….”
연속으로 찾아온 짙은 쾌감에 은하의 눈빛은 갈피를 못 잡았다. 덜덜 떠는 은하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태건은 다 갈라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좋아……. 진짜 너무 좋아, 설은하, 윽!”
그렇게 전신을 옭아맨 채로 태건은 제 모든 것을 쏟아냈다. 격렬하게 떨리는 은하의 몸이 끊임없이 그를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