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얼 판타지아 [42 회]어느 노인의 하루 (외전) - 1
“후우... 헐헐.....드디어 이것도 마스터했구만”
엑셀리아 호수의 한켠 웬 암록색 후드를 입고 머리에는 밀짚모자를 쓴 노인이 허리를 두들기며 일어났다.
“음.... 여신이 잠들었다는 전설을 지닌 엑셀리아호수.. 언제봐도 아름답구만..”
노인은 잠시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는 듯 주위를 바라보다가 곧 바구니 안에 들어있던 물고기들을 호수에 쏟아 버리고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녀석들아! 너희 녀석들도 그동안 수고가 많았다. 이제 낚시도 슬슬 질려가고 원하던 목표도 달성했으니, 후 일 내 손자녀석이 오거들랑 그녀석에게도 잘해주려무나.
호수에 쏟아버리자마자 손살같이 깊은 곳으로 도망쳐 버리는 물고기들이지만 노인은 그런 물고기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뒤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음... 슬슬 빌로아로 .... 엥”
아까부터 포탈앞에서 앉아서 연신 담배를 피던 한 노인이 자신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 건드리자 노인은 잠시 놀라는 듯 하다가 곧 너털 웃음을 짓고는 아무 말없이 가려는 노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자네~ 걸렸네!!”
노인의 한 소리에 어깨를 움찔 한 노인은 멋쩍은 듯 노인을 돌아보며 한 마디 했다.
“에잉!! 어찌 사이토 자네는 소매치기스킬한번 안당하나!! 다른 노인네들 한테는 잘도 훔쳐내면서 허허..”
잠시 그렇게 이야기 나누던 두 노인은 곧 자리에 쭈그려 앉고 서로 담배를 나눠주며 한마디씩 뱉기 시작했다.
“베아누 그 할망구 요즘 안보여...”
사이토라는 노인이 물었다.
“소식 못들었나? 몇일전에 갔다네.... 편한 곳으로..”
“헐헐.. 그렇구만 내 노인정길드에서 서로 소매치기 스킬 올려주기로 약조한 노인네들중에 유일하게 내 손을 피한 임자였는데 끝내 기회한번 더 안주고 가버리는구만”
사이토라는 노인은 담배맛이 씁쓸한지 연신 재만 털다가 꽁초를 주머니에 넣고 일어서며 말했다.
“자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있게”
“뭔가? 말 같으면 들어주고 말 같지 않으면 못들은 걸로 하겠네!”
농담인지 진담인지 말한 노인은 그래도 경청하겠다는 듯
곧 다른 노인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 곧 노인정길드를 탈퇴할 것이야..”
그 말에 순간 놀란 노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우리 길드의 대들보인 자네가! 헐헐.. 어디 참한 할망구가 자기네 길드로 오라고 꼬셨구만. 어느 길드인가! 혹시 저번에 만들어진 장수만세길드인가?”
꼬치 꼬치 캐묻는 노인의 말에 사이토라는 노인은 의미모를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요즘..... 몸상태가 안좋아 지는걸 몸으로 느낀다네... 낮에도 정신이 깜빡 깜빡하고 게임 중에도 가끔 그런 현상을 보여서 애써서 만들던 물건을 망치기도 하고 후... 나도 이제 갈때가 된게 보인다네..”
사이토라는 노인의 말에 찡그렸던 노인은 인상을 풀었지만 얼굴은 꼭 가면과 같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그... 그래서 탈퇴하려는 것인가... 하지만 이유로는 충분하지 않네... 못들은 걸로 하지!!커흠!!”
“아닐세.. 사실 난 지금 유언장을 완성했다네... 거기에다가 이 게임의 모든 물품과 이 케릭터 .. 그리고 내 게임 기계까지 내 손자녀석에게 물려주기로 했다네.. 이미 리얼판타지아사와 이야기는 다 끝났고 말일세... 나는 그 녀석이 이 케릭터로 접속해서 그 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인연에 휘둘리지 않고 재미있게 살아주길 원 할 뿐이네.....단지...그뿐일세..”
고개숙인 밀짚모자 사이로 웃음짓는 사이토라는 노인네의 모습을 바라보며 노인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이늑고 악수를 나눈 두 노인은 한명은 엑셀리온호수로 한명은 포탈 쪽으로 걸어갔다.
“어이!! 자네!”
사이토라는 노인이 엑셀리온으로 향하는 노인네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잠시 굳은 듯 망설이던 노인은 결심을 한 듯 뒤를 돌아보았다.
“뭔가 또!! 가려거든 얼른 가게... 나도 낚시 스킬 올리기 바빠!!”
의외로 화를 내며 대꾸하는 노인을 보면서 사이토라는 노인은 포탈로 발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허허!! 별건 아니고 자네 현금이 너무 많구만. 일단 잘 쓰겠네 허허”
뒤늦게야 자신이 당해버린 걸 깨달은 노인은 곧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포탈속에 사라져가는 사이토라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이친구... 마지막까지 내 마음도 훔쳐가 버리는군...”
노인의 뒷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오늘따라 더욱 눈부시게 빛나는 엑셀리온 호수의 어느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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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감동이 있는 외전 하나 띄워봤습니다.
류시화님의 시를 읽고 나니 웬지 기분이 차분해 지는게
이런 글이 어울릴 것 같아 저를 위해 하나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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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이나서 계속 올리다 보니 급조한 비축분도 금방 바닥나더군요.ㅠㅠ
밤새워 일단 한편 더 올리고 14편 정도를 더 썼습니다. 눈 빠질 듯..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