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53화 (53/169)

제  목: 리얼 판타지아 [53 회]발렌타인데이 (2) - 1

다음날 아침 학교에 등교한 형민은 전과는 학교의 분위기에 약간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다.

“뭐지? 이 약간 꿀꿀하면서도 뭔가 위화감이 도는 분위기는?”

옆을 지나가는 학생들의 표정을 힐끔 힐끔 쳐다보니 일부는 기대에 어린 빛나는 눈빛, 일부는 포기한듯한... 거기에 여자애들은 뭔가 꾸러미 같은 걸 들고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이 현상에 대한 심오하고 심층적 고찰을 해보려 머리를 굴리던 형민은 곧 “내일 아니니 상관하지 말자”라는 평소 소신을 되뇌이며 교실로 향했다.

“형민아!! 자~ 우정 초콜렛!!”

방금 형민의 옆을 지나간 여인네는 누구인가?

“앗 형민이다!! 자~ 나도 우정초콜렛!!! 미안! 무신경 무반응의 너에게는 우정으로 밖에 대할 수 없는 나를 용서해. 흑흑”

저 여인네는 또 누구인가?

방금 자신에게 우정초콜렛이라는 걸 주고간 여인네들은 분명 내가 알고 지내는 여자친구들일 거라는 것이라고 추측한 형민은 강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에 들어가서도 일부 알듯한 여인네들과 전혀 쌩판 모를듯한 또 매우 매우 일부지만 잘 알고 있는 여인네들에게 우정초콜렛을 선물받은 형민은 한쪽 구석에서 컴퓨터스크린을 부여잡고 우울의 오오라를 뿜고 있는 혜인을 보고서 반갑게 다가갔다.

“헤이!~! 혜인~! 안녕히 주무셨는가!!”

그러자 한동안 우울의 오오라에 쌓여있던 혜인은 고개를 들어 형민과 형민의 가방위에 쌓여있는 웬만한 러브초콜렛의 양을 능가하는 조그마한 우정초코렛들을 번갈아 바라본 뒤 다시금

스크린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으아아!!! 어떤자식은 우정초콜렛도 삼시 세끼분을 걷고 어떤 자식은 러브초콜렛으로 배를 채우고 우아아!!! 발렌타인 미워!~~!

러브초콜렛으로 배를 채우는 놈이라기에 주위를 휘휘 둘러본 형민은 곧 앞쪽에서 큼지막한 초코렛 보따리와 초코렛 상자들을 열어놓고 “아이씨!! 질린다! 질려.. 옛다~ 너 먹어라”하며 주위의 친구들을 사육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름알고 있는 녀석 이 정길을 바라보았다.

“어이!! 자네도 만만치 않구만~! 올~ 그쪽은 우정 만발이군!!”

이쪽을 봤는지 형민을 향해 손을 휘휘 흔든뒤 다시금 친구조련에 들어가는 정길을 바라보다가 곧 뇌리를 강타하는 어떠한 단어에 머릿속이 환해 지는 걸 느꼈다.

“아!!!! 발렌타인 데이!!!”

그러면서 혜미가 어젯밤 핸드메신져로 넌지시 약속을 잡은 연유를 추리해내기 시작했다.

“음... 분명 혜미가 나와 저녁식사를 하자는 건 발렌타인 데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웃음지으며 수업준비를 하는 형민이었다.

그러나 수업시간이 지나고 곧 까먹어가는 형민이었다.(음...건망증 아니면 특별한 천재인가!)

“까악! 까악! 까악!”

이미 2010년에 멸종의 위기를 맞아 이제 천연기념물로 들어간 까마귀가 난데없이 혜미네 정문앞에 앉아 막 형민을 만나기 위해 깔끔하게 차려입고 나오는 혜미를 향해 목이 터져라 울어대고 있었다.

“이...이잇... 멸종되었다는 재수 없는 까마귀가 하필 오늘같은 중대거사날에 집앞에서 울어대다니!!!”

오늘은 치마도 입었으니 행동 조신하게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형민이를 좋아하면서 슬슬 닮아가는지 기억속에서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고 혜미는 자동 현관문을 열어 가장 만만한 혜인 오빠의 거대한 운동화를 들었다.

“이 놈!! 내가 오늘 네놈을 잡고 오늘의 거사를 성공적으로 치루어주마!!”

비장한 각오 한마디를 뱉은 혜미는 이미 은퇴하여 프로야구해설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왕년의 박찬호옹의 투구폼을 그대로 흉내내며 까마귀에게 날렸으나 까마귀는 눈으로“어머 치마속이 보인다! 보여! 하듯이 뛰어올라 간단히 피하곤 유유히 하늘로 날아가려고 했다.

“끼약?!”

그러나 까마귀는 뒤편으로 뻗어있는 정문 창살을 망각한 죄로 직구 130Km로 창살에 원바운드 되어 떨어지는 혜인의 거대 운동화를 피하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마침 지나가는 자동차가 낸 소리....

“꽈지지직!!”

무언가 밟혔는가? 느끼지 못한 자동차는 유유히 사라져 버렸고 그곳에는 이제 마지막 천연기념물이라고 할 수 도 있을 까마귀가 감히 혜미의 거사를 막은 죄로 붉은색 추상화를 그리며 뻗어있었다.

“우잉.. 재수없어.. 재수없어... 뭔가 불안해..

뭔가 오늘 중차대한 오차가 생길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혜미는 백속에 담겨진 초코렛을 툭툭 쳐 보았다.

“음... 음 음... 너무 불안해!!! 안되겠당!! 큰오빠소환!”

여기까지 말하고 집으로 뛰어 들어간 혜미는 아직까지 잠에 취해있는 맏오빠 혜원을 두들겨 깨워서 맏오빠의 유일한 자가용에 태웠다.

“뭐...뭐야!!!”

“오빠!!! 전주대로 빨리 가요!!”

“왜...왜 내가 거길 가야 하는데!!”

이제야 잠이 깬 혜원은 혜미에게 항의하듯 외쳤다.

“오빠가 안가면 그저께 오빠가 어머니 플레티넘카드로 한짓을 어머니께....”

혜미의 협박에 혜원이는 울상을 짓고 차를 출발시켰다.

[어머니! 제가 원한건 귀여운 동생이지 협박마녀가 아니에요!!]

물론 속으로만의 절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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