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얼 판타지아 [61 회]기연은 숙성되어 만들어진다(1) - 1
드워프와 채 옷을 다 걸치지도 않은 엘라하를 거의 게임오버까지 패버린뒤 정신을 차린 드레이크는 길드마스터의 전체명령을 사용해서 모든 길드원에게 외쳤다.
“빌로아내의 모든 길드원은 이시각부로 내 다인슬레터를 입었거나 검은 머리의 후드를 뒤집어쓴 도둑자식, 6급이상의 도둑을 샅샅이 뒤져라. 또 고위 마법사가 붙어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하고 빌로아를 뒤집어 엎는 한이 있어도 놈을 찾아 내앞에 끌고와!!!”
형민은 게임용 헬맷을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에 내려놓고 옆에 주저앉았다.게임상에서 사이토가 그 야리꾸리한 방에서 튕겨나오자 곧2층이라는 것을 깨닫고 와이어를 나무에 걸쳐 간신히 중심을 잡아 살았지만 PK길드의 타워에서 꽤 멀리 떨어진 빌로아의 자신의 저택까지 오는데 수십마리의 몬스터의 이목을 피해서 간신히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뭔가 이게 아냐...”
형민은 지금까지의 사이토의 리얼판타지아 안에서의 행적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스틱스의검’ 회원들과의 만남, 가입대결,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퀘스트, 그리고 운영자의 농간에 넘어가 PK길드로 떨어져 버린일들... 아무리 게임을 예비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들어갔다고 하지만 너무 안일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였고, 또 그로인해서 할아버지가 주신 케릭터가 하마터면 삭제 당할 뻔 했다.
“그래!! 좀더 리얼판타지아에 대해 알아보고 게임에 접속하는 게 낫겠어”
형민은 전에 사두었던 ‘리얼판타지아 때려잡기’를 꺼내어 다시한번 읽어보고 또 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자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메일을 통해서 그 재수없는 운영자놈을 신고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지만, 워낙 사용자가 많기도하고 또 바로바로 처리되리라고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기에 일단 이메일을 통해서 신고하고 사태를 관망해 보기로 했다.
“띠리딩~! 띠리디디딩~!”
거의 3시간 동안 리얼판타지아의 배경지식을 읽고 있던 형민은 핸드 메신저의 벨이 울리자 읽던 것을 잠시 멈추고 핸드 메신저를 꺼내들었다.그리고 핸드 메신저의 폴더를 열자 혜미의 심통난 얼굴이 폴더에 떠올랐다.
“오빠! 주점에서 만나기로 해놓고 어떻게 된거야. 메시지도 안받고! ”
“아...미안! 가던중에 조금 사고가 생겨서 그냥 로그아웃해버렸어.”
“사고? 어떤사고?”
“아냐! 혜미야 네가 신경쓸 정도로 큰일은 아니니까 걱정하지마!”
“그럼 안심이구. 아무튼 오빠가 안와서 우리들끼리 퀘스트 수행했어.”
“그래 잘했어.그리고 나도 지금 접속할 테니까 다시 그 주점에서 보자”
“알았어. 아! 그리고 지금 빌로아 분위기가 좀 심상치 않으니 오빠 조심해 듣기에는 PK길드에 도둑이 들어버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도둑케릭터에 대해 뒤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아 오빠도 조심해!!”
혜미의 말에 순간 뜨끔했던 형민은 혜미와 통화가 끊기고서 사태가 의외로 심상치 않음을 짐작했다.
“쳇... 돈 몇푼하고 아이템 몇 개에 쪼잔하게도 구는구만”
어짜피 이름을 밝히지도 않았고 간단한 변장 몇가지만 하면 안 걸릴 자신이 있기에 형민은 다시 리얼판타지아에 접속하기 위해 게임기기쪽으로 다가갔지만 순간 옆 모니터에 떠있는 리얼 판타지아내의 카르마별 등급이 눈에 띄었다.
“응? 어떻게 된거야!!”
아까는 그냥 띄워놓고 책에 열중하느라고 모니터를 소홀히 해서 지나쳤지만 지금 모니터에 뜬 카르마별 등급은 좀 이상했다.
“로그... 필요 카르마.. 52000카르마...라... 분명 사이토는 316550 일텐데...”
로그의 필요 카르마와 현재 카이토의 카르마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데서 의문을 느낀 사이토는 할아버지의 편지 내용을 되새겨 보며 추리해보았다.
[할아버지는 몸이 안좋으셨다. 그래서 다른 유저들과 달리 계급상승보다는 서브스킬에 중점을 두셨다. 그것도 무려 19년동안..카르마의 양은 생활한 양에 비례한다... 그리고 5계급 이후부터는 계급상승을 위해서 도둑케릭터의 중앙신전이 있는 성채도시 데이모스로 가야한다. 빌로아가 거의 최 남단이라면 데이모스는 카모프왕국과 국경을 이루는 성채도시로 최북단이다. 건강상의 문제로 위험하기 때문에 데이모스로 못가셨다. 응? 하지만 게이트스톤이 있지 않은가? 일단 중간경유지인 수도근처까지 다른 이의 게이트스톤을 사용하시고 중간경유 마을은 지나친 뒤 수도에서 다시 게이트 스톤을 이용한다면 10~20일 정도 걸리겠지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럼 못가실 일이 생긴건가? 아냐... 할아버지의 성격을 생각해보자..그래... 맞다!! 계급상승의 필요성을 못느끼셔서 ... 싸우는걸 그리 좋아하시지 않으시는 할아버지는 특별히 계급상승을 할 필요를 못느끼신거야!! 으휴... 할아버지의 귀차니즘 정말 못말린 다니까!!]
결론을 추리해낸 형민은 현재의 상황을 좀더 완화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 또 현재 가장 게임내에서 최소의 노동으로 최고의 가치를 얻을 수 있는것이 사이토의 등급업이라는 것을 깨닫고 급히 카르마 316550 의 등급을 읽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