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리얼 판타지아 [64 회]사이토라는 노인의 일상 (외전) - 2
“허허... 오늘도 꽤 모았구만”
나는 너무나 오랬동안 한 자리에 있었기에 지루해지는 눈을 애써 부벼 떴다.
“후움.. 슬슬 로그아웃 해야겠구만. 응?“
“이봐! 사이토”
“왜그러나?”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식료품좌판을 펴놓고 손님이 오든 말든 신경쓰지 않고 책보기에만 열중하던 맥스가 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자네.. 도대체 얼마나 벌어들이는건가? 자네는 맨날 나 돈 없어! 돈없어! 하면서 스킬 수련한답시고 딴 늙은이들 속주머니나 뒤져가고 또 아까처럼 꼬마들 가지고 장난쳐서 푼돈 뜯어내면서 사놓은 거라곤 딸랑 그 저택하나에 저번 후드산다고 돈 한번 푼거 말고는 거의 쓰지도 않잖나... 응~ 좀 말해보게.”
맥스가 내 로브자락을 붙잡고 늘어지자 나는 맥스의 손을 유심히 쳐다보며 대답했다.
“알고싶나?”
“그래! 알고싶어!!”
녀석이 늙은 주제에 나에게 달라붙어 칭얼대기 시작했다. 이놈이 지가 무슨 10대인줄아나.. 다 늘그막에 주책바가지에 노망들었다고 따당하고 싶은건가... 나는 더 이상 나의 절친하고 소중한 소매치기성공률 90프로를 달리는 친구녀석이 다른 노인네에게 따당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조용히 맥스에게 말했다.
“자네...”
“그래!!”
“내가 자네 집앞에 매일 돛자리 펴고 앉아서 자네 속주머니를 털거나 아니면 보람찬 하루일이 끝나고 두둑해진 주머니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짓는 자네의 돈주머니를 마음껏 털길 바란다면 내 기꺼이 알려줌세”
“헉!!”
나는 자신의 자리로 황급히 돌아가서 자신의 배낭을 소중히 감싸않는 맥스를 바라보며 은행으로 발걸음을 욺겼다.
“쯧쯔... 녀석 내가 털어달라는 말인가...허허...배낭에 진짜 돈자루를 숨겨놓고 있었구만 ”
뭐... 일단 맥스녀석의 돈이 내돈이고 내돈이 내돈이라고 생각하는 나였기에 은행으로 향하였다.
“찌링~!”
언제 들어도 아름다운 입금되는 소리에 나는 잔고를 확인해보았다.
“84254730 골드라..”
솔직히 나에게 돈이란 별 큰 의미가 아니었다. 단지 다른 늙은이들과의 장난이나 아니면 물건을 사고팔면서 생기는 재미난 일들의 부가적인 것일뿐이지 돈이라는 것은 나에게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물론 나한테 털린 녀석들은 사악영감이라느니 드래곤심줄이라느니 하고 말하지만 내 후덕하고도 강인한 신경에는 하등 걸리는 것이 없기에 살며시 무시해 주고 있었다..
“그럼 가 볼까!!”
점점 붉어져오는 석양을 뒤로 한 채 집이 있는 중앙 분수쪽으로 발걸음을 향하였지만 얼마 못되어 나는 옆 골목사이에서 들리는 미세하고 수상쩍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 자식아!! 내가 알아낸 거라니까!”
“흐흐 .. 혹시 이년 버그NPC 인건가?"
"자식아! 버그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 자! 봐! 가슴만졌는데도 비명도 안지르고 또 경비도 안오잖아. 조용히 처리하자구~!“
뭔가 수상구리한 냄새가 나의 뇌리를 스치자 나는 앞에 있는 묘령의 처녀에게 정신팔려 있는 두 얼간이들의 뒤로 다가가 한 쌍의 카타르를 꺼내서 적절한 위치에 놓은 뒤 조용히 말했다.
“허허..꼬마들아! 뭐 재미난 거라도 있냐?”
“큭큭 조금만 있어보면 흐익!!”
“왜 그래? 제윈!! 헉!!”
내 앞에 있던 두녀석은 고개를 돌리자마자 날카로운 한쌍의 카타르가 자신들의 목 바로앞에서 달랑거리며 자신들의 목덜미를 사랑스럽게 핣아대자 식은땀을 흘리며 굳어버렸다.
“뭐...뭐요!!”
한 녀석이 그래도 간이 좀 큰지 조심스럽게 말을 토하자 나는 ‘반쯤 맛간 백전노장모드’로 안면을 바꾸고 녀석에게 조용히 말해주었다.
“네 놈들에게는 현재 두개의 선택권이 있다. 첫째 내가 카타르로 너희들의 몸을 도화지삼아 추상화를 그리다가 심장이 간만에 외출한번 하고 새롭고 참신한 초보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과 두 번째는 나한테 죽을 때까지 찔린 다음 내가 요즘 새로 개발하고 싶은 고문스킬을 연습하는 더미가 되거나 둘중에 입맛에 맞게 골라봄이 어떨까!!!”
나의 화려한 말빨에 정신이 빠져있던 한녀석이 곧이어 나의 말에 작은 오류를 수정해 주었다. 착한것...
“저.. 원래 그런 종류의 말은.. 세 번째에서 그냥 도망치게 해주는게.. 정상이지 않습니까?”
[녀석 쫄았구만...]
“흐흐... 확실히 그게 정상이지. 아무렴.. 근데 도시 안에서 칼들고 설치는 늙은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아무튼 내가 지금 이 카타르를 들고 있기 버겨워서 자네 목줄기에 잠시 끼워두고 쉬고 싶구만... 뭐 이정도 말했으면 알아 들었으리라 생각하니 긴말 할 필요 없겠지.. 맛 간 늙은이 칼부림하는 꼴 보기 싫으면 얌전히 꺼져라”
두 녀석은 옆에 쓰러진 젊은 처녀를 잠시 아까운 눈으로 쳐다보다가 내가 슬슬 눈을 ‘광인모드’로 바꿔 쏘아보자 그제야 골목 사이로 헐래 벌떡 도망쳤다.
“쯧... 애송이 녀석들이구만.. 날도 없는 칼에 쫄기는..”
나는 날이 없는 카타르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은 뒤 상자더미 위에 옷이 반쯤 풀어 헤쳐진채로 조용히 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표정한 처녀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젊은 처녀.. 이름이 뭔가?”
대답이 없는 멍해 보이는 처자를 바라보며 다시한번 물었다.
“이름없나? 이름!! 이름 몰라?”
다 늙은 나이에 손녀뻘 되는 꼬마아가씨의 이름하나 듣자고 방방뛰는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에 머리를 감싸쥐고 있을 때 백치같이 보이던 처녀가 입을 열었다.
“ 내....이..름은.... 가...이...아......”
“그래!! 이름이 가이아구만! 이름 참 예쁘구만 그래..그건 그렇고 어디사누?!”
“나는..가..이...아.”
한 동안 그 처녀에게 이것 저것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 놈의 가이아밖에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처녀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에잉... 데려가서 밥순이나 시키면서 말공부 시켜야 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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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어질 상당히 무겁고도 슬프기도 한 쳅터를 나가기 위해 예방주사겸 꽤 잼날꺼 같은 거 급조해서 올립니다. 그리고 심심하기도 해서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주인공 시점으로도 한번 써봤습니다. 간만에 써봤는데 어색하지 않았는지요..그럼..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