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동안 쫓아다녀 얻은 사랑이라는 말에 주눅들어 버린 사이토를 바라보며 제이드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네녀석이 그 아가씨를 정말 좋아한다면 순수한 네놈의 마음에 그 아가씨가 들어와서 팍 꽂혔다면 아무리 그 아가씨가 너를 싫어한다고 해도 마헬녀석의 반만이라도 그 아가씨를 사랑한다면 그 정도로 물러나는 게 아니다. 네꺼라고 생각되면 어떻게든 쟁취해야지!! 너 사내자식 맞냐!!”
제이드의 초 울트라 박력과 그 동안 자신의 안일함을 탓하는 제이드의 호통에 사이토는 가슴한쪽이 시원해짐을 느끼면서 밀레나에 대한 혼란스런 생각들이 하나 둘씩 정리되는 것을 느끼고는 생기있는 목소리로 힘차게 대답했다.
“맞습니다!!”
"어떻게 할건데!!"
"쟁취할때까지 달라붙겠습니다!!”
"확신할 수 있냐!"
“넵!! 어르신!!”
“에휴... 힘들어요.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 들어가요.”
밀레나는 멀리 마을입구옆에 이실렌이라고 적힌 바위를 바라보며 말에서 내려 언덕길 한쪽가에 지친 몸을 앉혔다. 밀레나가 피곤하다는 듯이 주저앉아서 궁상을 떨기 시작하자 그 옆으로 브랜과 미카엔, 스티브는 비슷한 표정으로 앉아서 밤새도록 자신들을 독촉하여 강행군을 하게 만든 밀레나에 대한 원망의 눈초리를 밀레나에게 쏘아보냈다.
“브랜씨.. 밀레나누나가 현실에서도 저렇습니까?”
미카엔이 자신의 옆에 앉은 브랜에게 넌지시 묻자, 브랜은 잠시 밀레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미카엔에게 조용히 소근댔다.
“에휴.. 내 동생이라지만 오빠들 틈에서만 자라서 보시다시피 성격도 저모양이구.. 남자부려먹...컥!!”
“다 들려.. 오빠!!”
어느새 간만에 꺼내든 솜망치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땅과 키스하고 있는 브랜의 등에 발을 올려놓고 나직히 내뱉는 밀레나의 말속에 살기가 스며있자 한쪽에서 그 모습을 불안에 떨며 바라보던 미카엔과 스티브는 지금 땅에 키스하고 있는 브랜을 모르는 사람인양 외면하며 자신들끼리 귓속말을 했다.
“사이토 형.. 불쌍해..”
“끄덕~끄덕!”
한차례 살기어린 분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언덕의 한켠 바위 뒤로 돌아가 털썩 앉은 밀레나는 또 다시 스며오르는 눈물에 고개를 숙였다.
“오빠.. 정말 보고 싶어..”
사이토는 길드 대장간을 빌려서 와이어에 달 단검과 자신의 손에 맞는 새로운 종류의 단검을 만들기 위해 불투명 사각판에서 새로운 모양의 단검을 선택하여 제조를 시작했다.
“음... 아무래도 걸어서 베는 것이니 만큼 하르페( 반원에 가깝도록 굽어서 상대를 걸어 베는 낫모양의 단검)을 만드는게 낫겠군. 손잡이는좀 길게해서.. 한.. 두개 정도 만들고 만약을 대비해서 이어드대거( 엄지손가락을 폼맬이 두 귀처럼 생겨서 갑옷을 관통할 수 있게 만들어진 양날의 찌르기 단검)형식의 단검도 한자루 정도 만들면 되겠군.”
저번 밀레나에게 선물할 때와 같이 새로운 단검의 제조는 의외로 오래 걸려서 대략 8시간 정도가 걸려서야 두개의 하르페와 한자루의 이어드대거,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서 망고슈의 가드부분 좀더 보완해서 전형적인 패링소드의 형태로 만들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단검의 재료로 강철잉곳만이 쓰이는 줄 알았던 사이토는 불투명사각판에 뜨는 생소한 재료들을 구하기 위해 옆에서 일하던 ‘아르키나’라는 여자드워프 대장장이 마스터에게 자문과 함께 꾸지람을 받아가며 검을 완성시켜야 했다.
“그래 이제 어디로 갈건가?”
“예.. 이번에 어르신의 말씀에서 깨달은 게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빌로아로 가야겠지요.”
사이토가 멋쩍은듯이 대답하자 제이드는 살며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어짜피 빌로아에 있다면 또 볼 수 있겠지. 굳이 작별인사같은 건 하지 말고 다음에 보세”
제이드가 호탕하게 말하자 사이토는 지금 중앙회의실에 둥글게 모여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정길드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동안 많은 것 가르쳐 주신점 감사합니다. 다음번에는 제 여자친구도 함께 데려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이토가 낭랑한 목소리로 경쾌하게 인사를 하자 주위에 모여있던 노인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터트리며 사이토를 배웅했다.
“어이! 샤일런스. 어서 빌로아의 게이트를 만들게!!”
노인정길드의 길드마스터인 델린이 한참을 게이트스톤 꾸러미를 뒤지고 있는 샤일런스에게 보채기 시작하자 샤일런스는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고는 다시 빌로아의 게이트스톤을 찾는데 열중했다.
“이 늙탱아!! 아무리 내가 게이트스톤을 분류해 놓았어도 수십개의 남부 게이트 스톤중에 빌로아꺼 찾는게 얼마나 힘든줄 알아? 좀 기다려봐!”
“아! 거참! 미리 좀 찾아놓지.”
샤일런스가 게이트스톤을 찾는 일이 지연되기 시작하자 델린을 시작으로 수 많은 노인들이 수군대며 헐뜯기 시작하자 샤일런스는 급한 마음에 대충 게이트스톤중 하나를 골라 델린에게 넘겨줬다.
“자!! 받아!!”
샤일런스가 게이트스톤을 하나 꺼내서 델린에게 던져주자 델린은 게이트 스톤을 들고 문을 열었다.
“그럼 나중에 보세.. 사이토군”
“예! 어르신!!”
사이토가 옅은 붉은 색의 마법진에 들어서자 마법진이 발동하면서 사이토는 서서히 사라져갔다. 사이토가 완전히 사라진 뒤 길드원 모두가 해산하면서 샤일런스는 땅에 떨어져있는 게이트스톤을 집어 꾸러미에 넣어두려다가 게이트스톤에 깨알만하게 적힌 한 단어를 보곤 잠시 움찔하고 슬그머니 꾸러미에 게이트스톤을 집어넣었다.
“시엘란이나.. 빌로아나 이틀이면 가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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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미쳤어~~ㅜㅜ;; 비축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