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87화 (87/169)

102회

“에헤라디아~”

아리유로 향하는 대로를 기분 내키는 대로 달리던 사이토는 어느정도 흔들림이 지겨워지자 이제는 말뒷등에 비스듬이 누워서 주위의 풍경을 구경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에휴.. 걱정하면 나아지리. 언젠가 올테면 오겠지.”

그러나 역시 혼자서 하는 여행이란 매우 따분하고도 지루했기에 지나가는 여행자들이나 케러밴들이 있나 둘러보던 사이토는 곧 포기하곤 끝내 또다시 말 위에서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어휴.. 정말 따분하군. 아! 가이아라도 불러볼까?”

전에 심심하면 한번씩 불러보았지만 현재까지는 별 소식이 없었기에 신경을 끄고 있던 사이토는 밀려오는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나직히 가이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이아~ 나와라~ 놀자~”

솔직히 가이아가 옆에 있어도 기가차서 안나오겠지만 아무리 불러도 가이아가 나타나지 않자 사이토는 곧 가이아 부르기도 포기하고는 차라리 앞으로의 상황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전투법에 대해서 연구해 보았다.

“ 흠.. 역시 문제는 이 이세계의 후드인가..”

얼굴을 숨기기 위해 안면가리개까지 착용한  사이토가 현재 자신의 머리위를 덥고 있는 암록색의 후드를 손을 들어 쓸어보았다.

“일정확률이라..일정확률.. !”

이런 아이템에 일정확률이라는 조건은 현재상태에서는 참으로  난감했다. 차라리 어느 정도의 조건이 충족시켰을 때 자신의 예상대로 스킬이 발동된다면 좀 더 가슴떨리지 않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으련만 공격받던 중 일정 확률이라 하는 건 재수 없으면 칼 맞고 쓰러지고 나서야 발동되어 버릴 수 있기에 그리 믿음이 가는 조건이 아니었다.

“ 그래!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 때는 무작위로 스킬이 튀어나왔지.”

저번 밀레나와의 사건 직후부터 가슴속이 찡해져 올때마다 발동되어버리는 후드의 속성이 생각난 사이토는 다시 한참을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탁 하고 튀겼다.

“아! 마인드 콘트롤..!”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수업중에 있었던 그 고리타분한 명상수업들... 명상수업 중간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준다며 말해준 교수님의 말중에 ‘마인드콘트롤’이 있었다. 자신의 감정상태라던가 현재의 상태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마인드콘트롤을 이용한다면 어쩌면 이 이세계의 후드의 사용이 조금더 편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이토는 자신이 알고 있는 마인드 콘트롤에 대한 재반지식을 알고 있는대로 떠올려 보았다.

“.........에휴.. 쉽게 될 리가 없지.”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어느정도 정신집중까지는 갔지만 당시의 그 슬픈 감정을 다시 똑같은 기분으로 떠올린 다는 건 현재상태로 무리였기에 사이토는 아쉬운 감을 뒤로 하고 다시금 길을 갔다.

저 멀리 아득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지평선으로는 리얼판타지아의 밤을 알리는 붉고 큰 달이 소리없는 어둠과 함께 몰려오자 사이토는 말을 길 한편에 새우고는 야영 준비를 했다.

일단 스티브씨에게 배운대로 안전지대의 설치 및 잠 잘 준비가 끝나자 사이토는 밀레나나 다른 일행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밀레나?]

[아! 사이토오빠..]

[그래.. 별일 없지?]

기다리고 있었던 듯 밀레나가 바로 수신을 해왔고 뒤이어서 몇가지 알아낸 상황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일단 쿰반다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요. 일단은 소문에는 사이토 오빠가 그렇게 잘 알려져 있지도 않고 또 요즘의 PK들에 대한 것들도 그렇게 내세울 만한 것이 아니라서 대단위의 그런 척살령 따위는 없는 것 같아요]

척살령이라는 말에서 그 말의 의미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밀레나가 조금 수척해진 목소리로 말하자 사이토는 잠시 생각을 하곤 말을 이었다.

[그래. 고맙다. 그 쪽도 몸조심하고... 난 내일부터 쿰반다의 경계를 건널테니까 너를 재외한 다른 길드원과는 메시지 교환이 안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네.. 오빠도 몸조심하세요]

끝내 걱정섞인 목소리로 조심할 것을 당부하는 밀레나의 말을 끝으로 메시지교환을 끝낸 사이토는 침낭속으로 몸을 집어넣은 채 앞으로의 있을지도 모르는 전투들을 생각하며 몸의 긴장감을 더한 채 잠이 들었다.

“으흐.. 끄으으음..”

확실히 여관에서의 잠보다는 질이 떨어지는지 혼자 노숙을 한다는 건 몸에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잠시 멍한 눈으로 침낭에서 일어나 얼굴을 두어번 쓸어서 정신을 차린 사이토는 곧 침낭을 다시 꾸리기 위해서 일어났으나 안전지대 바깥에서 뭔가 2마리의 물체가 버벅대고 있자 벨트에서 단검을 뽑아들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시익~ 시이익!”

“식~ 시익!”

사이토가 설치해둔 안전지대에 찰싹 달라붙어서 자신을 향해 손톱을 긁고 있는 아침의 불청객들은 페리톤이라는 되다만 사슴모양의 몬스터였다. 큰 새모양의 몸체에 사슴의 머리와 새의 부리를 지닌 페리톤이 그 날카로운 부리로 하얀 안전지대의 막을 쉴새 없이 긁어대고 있자 사이토는 안전지대가 어느정도나 버티나 구경을 할까 아니면 빨리 없애버리고 가던 길을 재촉할까 숙고하다가 와이어에 연결되어 있는 하르페와 이어드소드를 뽑아들었다.

“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하지만 내 아침 인사운동거리로 낙찰이다.”

안전지대를 해제시킨 사이토는 페리톤이 자신에게 덤벼들자 어제 길가에서 생각해 봤던 공격방법을 실험하기 위해 하르페를 반대쪽으로 던지고선 로그특유의 빠른 스텝으로 페리톤의 옆으로 이동한뒤 회수버튼을 눌렀다.

“쉬쉬쉭!”

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와이어를 회수 한 듯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하자 사이토는 다시 뒤로 빠르게 벗어나며 하르페를 반대쪽으로 회전시키듯이 던졌다.

“좋았어. 돌아와라!”

자신의 신형만을 열심히 쫓고 있는 두 마리의 페리톤의 옆쪽으로 충분히 깊숙이 파고든 사이토가 와이어를 회수하자 하르페는 곡선을 그으며 날아가다가 순간적으로 회수되며 두 페리톤의 가슴과 목부위를 베고 지나갔다.

“흐으.. 40프로 성공이네...”

자신의 예상으로는 하르페가 두 마리의 목을 모두 자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하르페의 날이 그리 좋지 못한지 좀 깊은 상처만을 남기는데 그치자 사이토는 혀를 차며 아리유에 들어가면 좀더 와이어에 어울리는 무기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샤테이엘!!“

페리톤과 대치한 상태에서 다음 공격방법을 준비하던 사이토는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마법이 자신과 두 마리의 페리톤을 감싸자  급작스럽게 뒤돌아 전투자세를 취하며 두 마리의 페리톤과 마법을 시전한 이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곤 외쳤다..

“.....!!”

입은 뻥긋 뻥긋 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사이토는 황당한 기분에 마법을 시전한 자를 재빨리 처리하기 위해 하르페를 던질 자세를 취했지만 맞은 편에 보이는 어리버리해 보이는 성직자차림의 가이아를 보고서는 쓰러져버렸다.

“쿨럭..”

“사...사이토님 괜찮아요?!!”

가이아가 ‘도도도도!’ 뛰어 사이토의 곁으로 다가오자 사이토는 손으로 괜찮다는 표시를 하곤 뒤쪽의 벙어리 페리폰 두 마리를 이어드대거를 이용해서 처치해 버렸다.

“아.. 그럼 이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거야?

가이아가 사이토에게 걸린 “사테니엘”이라는 마법을 풀어주곤 자리에 앉아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주자  사이토는 가이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뇨.. 계속 있을 수는 없구요. 나중에 큰 대형프로젝트같은 것만....”

케릭터화 되었는데도 성격은 별 변화가 없는지  가이아의 말이 자꾸만 짧아지는 것을 느끼며 사이토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차례 한숨을 쉰뒤 가이아에게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어짜피 결론은 엄청 위험하니 나 네 몸지켜줄 자신없다라는 거였지만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던 사이토는 자신의 말이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가이아의 얼굴이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변하기 시작하자 끝맺음에서는 약간 뚱한 표정으로 가이아에게 물었다.

“어때? 좀 위험할 거야.. 그래도 같이 다닐래?”

사이토가 넌지시 묻자 가이아는 상당히 흥미있다는 얼굴로 사이토의 말에 대답했다.

“당연하죠! PK들에게 쫓기는 사이토님을 조... 아무튼 제가 사이토님을 꼭 지켜드릴게요!!”

그 전의 그 조용하고 신비스런 분위기는 어디에 팔아먹었는지 꼬마여자애 버금가는 눈빛으로 다짐하듯이 대답하는 가이아를 바라보며 사이토는 ‘웬지..위험할 듯... ’ 하는  생각을 하며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자~ 출발준비 끝~! 근데 가이아는 말 어디있니?”

사이토가 말에 올라탄 뒤 뒤쪽에서 멀뚱하게 서 있는 가이아에게 물었으나 가이아는 뭔가 이해가 안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말이 꼭 필요한가요?”

참으로 특이한 케이스야.. 리얼판타지아를 관장하는 컴퓨터라면 게임에 대한 제반지식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가이아의 경우는 생초짜보다 더욱 어리버리 하지 않은가!! 이제  그냥 그려려니 하는 사이토였다.

“타..”

타라고 손짓을 하자마자 가이아가 뒷자리에 담싹 앉아 버리자 이번에는 사이토가 고개를 갸우뚱 했다.

“뭔가 이상해..”

“후훗..”

“그 의미심장한 웃음은?”

“아니에요! 내가 언제..”

“그래 그래...”

뭔가 대단한 사실을 부인하는양 강조의 의미까지 덧붙이며 웃음을 부인하는 가이아를 바라보던 사이토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 살펴보았다.

지도에 나와있는 바로는 말의 걸음으로는 꽉 채워서 5일거리였다. 최대한 말을 달려 아리유로 향해야 겠다고 생각하며 사이토는 말의 박차를 가했다.

사이토와 가이아가 떠나고 잠시 후 조금 떨어진 풀숲에서 사이토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던 작은 동물은 자신의 할일이 다 끝난 듯이 풀숲에서 튀어나와 몸에 묻은 나뭇잎들을 떨어버린 뒤 어딘가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잠시후 대로에서 꽤 먼곳에서 말을 쓰다듬고 있는 리츠카의 품속에 나타났다.

“휴~ 구피씨 수고했어요. 자~ 어떤 정보가 있는지 볼까요?”

구피라는 이름을 지닌듯한 강아지를 품에 안으며 릿츠카가 구피의 머리에 손을 대자 푸른 오오라가 구피의 머리와 릿츠카의 손을 감쌌고 잠시 후 구피의 머리에서 손을 뗀 릿츠카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구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흠... 추격자를 눈치챈 건가요. 사이토씨.. 얼굴을 그리 가리시다니. 얼굴정도는 알고 싶었는데..휴 일행과 떨어졌길래 좋아했더니.  새로운 동료는 대제사장급의 신성마법이라... 어디서 그런 동료를 구했는지 일을 힘들게 만드네요.”

사뭇 자신의 앞에 사이토가 있는 듯이 중얼거리던 릿츠카는 구피를 품에 안은채 말에 올라탔다.

“계획변경이군요. 사이토씨..”

작은 미소를 띤채 사이토가 달려간 곳을 바라보던 릿츠카는 서둘러 말의 박차를 가했고 그런 릿츠카의 뒤로는 크고 작은 그림자들이 재빠르게 쫓았다.

“다 왔군. 여기서부터는 노멀존이니까 조금 조심해야 될 거야.”

사이토가 말의 속도를 늦추고서 뒤에 앉은 가이아에게 말하자 가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쥔 화려한 지팡이를 꼬옥 쥐었다.

“ 제가 꼭 사이토씨를 지켜드릴게요.”

사뭇 긴장한 듯이 대꾸하는 가이아의 모습이 조금 우습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을 지켜준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사이토는 가이아를 향해 한마디를 던지고는 아리유로 향하는 가도를 향해 달려나갔다.

“성직자 매뉴얼이나 잘 숙지하길.”

“네?...네.”

그들은 그렇게 이틀을 달리거나 걸으면서 가끔씩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팀웍을 맞춰나갔다. 물론 첫 전투에서도 처음 만날때와 비슷하게 신성마법을 마구 남발하여 사이토를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유저들이 다니는 가도여서 그런지 그리 많은 몬스터가 덤비지 않아 사이토는 가이아에게 충분한 마법연습의 시간을 주었고 몇일이 지나자 가이아는 어느정도 성직자의 포지션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아리유쪽의 초보자존에 도착하는군. 수고했어. 가이아.”

어느덧 필드의 전경이 뿌연 안개가 낀 듯 흐린 날씨로 변하자 사이토는 말을 멈추고는 뒤쪽의 가이아에게 말했다.

“사이토 씨도요.”

그 동안 새로운 경험이 즐거웠는지 많이 밝아진 표정으로 가이아가 대답하자 사이토는 천천히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말을 천천히 출발시켰다. 항상 안개로 뒤덥혀 있는 듯 한낮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숲길은 어두침침했고 나뭇잎과 풀잎들엔 방금 맺힌 듯한 이슬들이 말의 발목을 서서히 적셔갔다. 음침하면서도 당장이라도 나무 뒤에서 고스트한마리가 툭 튀어나올듯한 으스스한 분위기속에 사이토는 가이아에게 물었다.

“가이아..”

“네?”

“혹시 이 부근의 몬스터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을까?”

뭔가 불안한 기분에 사이토가 뒷자리의 가이아에게 묻자 가이아는 조금 굳어진 얼굴로 조용히 대답했다.

“ 저도 말씀해 드리고 싶지만 제 신분상 말씀 드릴 수가 없어요.그건 금지항목이라서요. 죄송해요.”

“아니.. 꼭 그렇게 미안해 할 필요까지는 없고, 나도 미안..”

한 편 그들을 쫓아 쿰반다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미행하던 릿츠카는 사이토에게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나무그늘 아래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현재 저들과 자신의 상태는 자신이 상당히 유리한 상태였다. 이대로 저들이 아리유로 들어가기 전 한번 칠 것인가... 아니면 좀더 지켜보면서 상황파악에 들어갈 것인가로 골몰하던 릿츠카는 잠시 후 자신의 품안에 웅크리고 있는 구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 만사일여 불여튼튼이라.. 일단 전투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아보는것도 좋겠지."

숲 사이 길로 조용히 사라지는 사이토일행을 바라보며 릿츠카는 메시지창을 활성화시키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