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96화 (96/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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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금 3일째군요. 뭐냐구요? 밤샜어요..-_-..

음 흠~

“젠장.. 이게 얼마야...”

부지런히 벽을 뚫고 숨어다니며 모종의 작업을 꾸미던 사이토는 이제 슬슬 바닥을 보이는 듯한 가방을 다시 등에 매며 중얼거렸다. 의외로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다른 이에게 걸리지 않은 채 작업을 무사히 끝마쳤지만 대략 6~70개의 트렙을 모두 매설하는 작업은 그로써도 상당히 짜증스러웠다.

“ 다시는 이런 짓 안한다..”

그 동안 이번 계획을 준비하며 틈틈이 만든 각종 트렙들은 그 양이 상당했다. 물론 자신이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트렙들이 아닌 온갖 기기묘묘한 트렙의 종류에 놀라며 한동안 재미있게 찍어내었지만, 트렙을 만들면서 소비한 재료들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하였기에 자신에게 이런 지루하고도 위험한 작업과 소비적 부담의 조건을 재공한 아이아스길드에 대한 미움만이 늘어날 뿐이었다.

“큭큭.. 트렙 마스터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하길...”

다음 작업으로 넘어가기 위해 한손에는 하르페를 들고 다른 한손에는 나침판을 든 사이토는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길드록에 침입하여 현재까지 소비한 시간은 대략 1시간 ... 슬슬 쇼타임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성급히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자신이 목표로 정했던 방이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었기에 조금 느긋하다고 할 정도로 사이토는 조심스레 문으로 접근했다.

사이토가 그 문안으로 스며들어가고 약 10분 후 길드록의 복도를 빠르게 걷고 있는 한 전사가 있었다. 그 전사는 뭔가 급한 일이 있는 듯 지하 대장간으로 향하는 발길이 상당히 다급해 보였다.

“젠장... 무기 수리하러 여기까지 와야 한다니”

전사는 자신의 등에 매여 있는 투헨디드소드를 손으로 쓸며 투덜거렸다. 그의 등에 매고 있는 투헨디드소드는 아이아스길드의 대장장이들이 만들어 낸 마스터제 제품이었다. 아이아스길드의 무기창에서 생산되어 나오는 이 투헨디드소드는 여타 도시안에서 파는 제품들과는 그 파워나 날카로움 내구등이 탁월했지만, 딱 하나의 단점이라면 마스터가 만든 제품은 마스터가 수리하지 않으면 재대로 고쳐질 확률이 적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벤트를 수행하던 중간에 고장난 무기를 들고서 본진으로 후퇴하여 상급자들과 동료들에게 눈칫밥을 먹으며 무기제조창까지 달려온 것이다.

“쳇.. 나라고 하필 그 때 고장 날줄 알았나?”

전사는 투덜거리며 지하대장간으로 들어가는 복도의 마지막 귀퉁이를 돌기 위해 발을 내밀었다.

“철컥!”

“어?”

“츠... 츠파파파파팟!!!”

비명소리도 없었다. 자신의 몸을 타고 빠르게 올라오는 긴 쇠톱날들을 멍청히 쳐다보던 그는 몸을 둘러싼 쇠톱날들이 자신의 손과 발 어깨등을 야금야금 탐식하며 찟고 들어오자 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는 푸르스름한 하얀 빛에 싸여 천천히 사라져 갔다.

“슈..우우우”

잠시 후 전사가 하얀빛을 내뿜으며 사라진 복도는 예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금 싸늘한 정적에 휩싸였다. 이제 아이아스 길드의 모든 무기수리와 제조를 도맡던 고마운 무기제조창은 없었다.  단지 이제는 밟으면 그대로 새 케릭터 제조의 즐거움과 과거  초보시절의 놀았던 몬스터들과 다시 해후시켜 줄  극악의 트렙들이 도사리고 있는 악마의 아가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많기도 많구만...”

한동안 가방을 들고서 바쁘게 이것저것을 쓸어담던 사이토는 자신이 아무리 퍼 넣어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그 수 많은 각종 재료 더미들을 바라보며 넋을 잃었다. 역시 아이아스 길드가 그 튼튼한 전투력을 굳건히 지키며 카마프라하 왕국의 제 1길드로 뽑히는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수 많은 전투를 치름에도 불구하고 60명이나 되는 각종 장인들은 항상 무기나 방어구들의 부족함이 없이 충분히 조달해 주었고 또한 이를 통한 좋은 광산이나 사냥터의 정복은 수 많은 이권들을 남겨주어 아이아스 길드를 살찌우는 것이었다.

“윽! 아깝다. 다 가져가야 하는데”

입맛을 다시면서 손에 든 미스릴덩어리를 아깝다는 듯이 버린 사이토는 이미 꽉 차서 상당히 무거워진 가방을 등에 매며 중얼거렸다. 지금 그의 가방에는 수리나 제조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일반 금속류를 제외한 상당히 값비싼 재료인 미스릴이나, 아디만타이트, 크리스탈 따위로 꽉 차있었고 그가 보조로 가져온 작은 호주머니속에도 아까 운좋게 발견한 리얼판타지아에도 얼마 없다는 오리하르콘 덩어리가 들려 있었다.

남아있는 수 많은 재료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던 사이토는 곧 욕심을 접고서 벨트 뒤편에 끼워놓았던 스크롤 한 장을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8000골드짜리 스크롤이라...”

사이토는 조심스럽게 스크롤을 펴든 다음 가장 많은 양을 자랑하는 강철잉곳 더미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8000골드... 이 스크롤 한장을 구하기 위해 쓰인 돈이었다. 8서클 마법이 적혀있는 초 고급의 스크롤... 사이토는 이것을 구하기 위해서 아리유를 샅샅이 뒤져야 했고 또 워낙 희귀한 마법이 적힌 것을 원했기에 웃돈까지 얹어서 주문제작해야 했다.

“이걸 다 없애야 하다니..”

생각 같아서는 게이트 스톤을 뚫고서 싹 가져가고 싶었지만 이전에 실험해 본 결과 게이트스톤으로는 사람이 아닌 물건들만의 이동은 불가능했다. 사이토는 높이 쌓인 강철 잉곳 더미들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스크롤을 찠어 던지며 시동어를 외치곤 황급히 구석으로 도망쳤다.

“아스트랄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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