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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안보이면 불안하고 전화안받으면 불안하고 옆에 붙어 있어야 그나마 안심이 되는 게 뭘까~요~ -,.-~~ ㅌㅌㅌㅌㅌ
카시미어는 정신이 없었다. 처음 제조창에서 뭔가 이상을 발견했다는 그쪽 책임자의 메시지를 받고 얼마 후 설마하는 마음에 20여명 정도의 길드원들을 그냥 보낸 것이 커다란 실수였다.
“젠장.. 몇 명째지? ”
“9명째입니다.”
한순간의 실수로 치기에는 너무나 큰 손실이었다.
“어..어떻게 우리 도둑들도 못찾는 함정이 있을 수 있지?”
카시미어는 도통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독백했다. 현재 제조창으로 보낸 인원들중 포함된 도둑 클레스는 총 3명이었고, 세명 모두 7계급의 도둑이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침투한 도둑의 활동범위와 트렙의 난이도를 통해 보면 8계급이나 9계급이라는 소리였다. 9계급의 도둑...로그 그랜져나 어쌔신 그랜져... 카시미어는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최후의 상상에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지휘대의 탁자를 부여잡았다.
만약 9계급의 로그 그랜져나 어쌔신 그랜져가 자신들이 없는 틈을 타서 길드 곳곳에 함정을 설치해 놓았다면 어쩌면 한동안은 무기제조창을 쓸수 없게 되버릴 것이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진짜 몸으로 부딪혀서 깨버리는 수 밖에... 하지만 이제 겨우 5계급의 사이토가 설치한 트렙이 7계급에게 발각 당하지 않을리는 없었다.물론 거기에는 사이토가 모르는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트렙 마스터가 생산한 트렙들은 그 질과 살상력이 높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발각되지 않을 확률이 다른 일반 트렙들보다 훨씬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이토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서 단지 자신이 발각되었을 경우 적들의 움직임을 좀 둔화 시키기 위해 설치해 둔 것일 뿐 지금 카시미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부수적인 고민거리까지 만들어 선물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벤트에서 철수하시겠습니까?”
보좌관이 조심스레 묻자 카시미어는 지휘대에 설치된 탁자에서 일어서며 보좌관에게 말했다.
“지금 이 사실을 아는 길드 내 인원이 몇 명이지?”
일단 지금까지 사망자는 9명이었다. 9명... 잘 하면 길드마스터에게 숨기고서 자기 선에서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길드내에 모두에게 알린다면 아리유 전체에 소문이 나 버리는 것은 물론이며 수 많은 동맹관계의 길드들에게 웃음 거리가 될 것이며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엄청난 피해가 되어 자신에게 쏟아질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돌아올 길드 마스터의 질책 또한 그리 환영하고 싶지 않았다.
“저와 카시미어님 그리고 무기제조창내에 장인 40여명과 경비병력 20명, 그리고 투입인원 20명... 아니 11명입니다.”
게임오버 당해버린 9명을 제한 나머지 인원까지 보고를 하자 카시미어는 지금 자신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마왕성과 그 밑으로 돌격하고 있는 아이아스길드의 정예들을 바라보며 뒷 말을 이었다.
“먼저 1진을 제외한 예비병력과 대기병력중 도둑클레스들만을 최대한 간추려서 게이트 스톤을 통해 투입시켜라. 그리고 제조창내에 장인들은 모두 한곳으로 모여서 기습에 방비하라고 해... 아마 적이 노리는 것은 우리 길드의 장인들일 것이다. 또한 현재 아리유 내에서 이번 이벤트에 참가하지 유저들중 혹시 9계급의 유저가 없는지 비밀리에 수소문 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데려와. 모두에게 말해라. 적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장인들이니까 최대한 장인들을 보호하라고!”
“옛!!”
숨도 고르지 않은 채 빠르게 명령을 내린 카시미어는 보좌관이 빠르게 지휘대 밑으로 내려가자 탁자로 고개를 떨구곤 주먹을 불끈 쥐고서 비통한 어조로 말했다.
“젠장... 웬지 오늘 운세가 안좋더니만 괜히 길드마스터자식 말듣고 들어와서 쌩고생이야. 씨바!”
전혀 현실적인 고민일 뿐이었다.
일룬과 일행들은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여 앞으로 전진했다. 자신에게 그저께 5000골드나 꿔갔던 아이아스길드의 낙천주의자이자 도박귀신이었던 친구인 지크가 자신의 조심스러움을 비웃으며 자신있게 앞장서다가 단 10초도 안되서 하얀빛을 내뿜으며 사라져 자신의 금전생활과 함께 게임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현상을 보여주자 그에게는 이곳이 더 이상 길드의 무기제조창으로 보이지 않았다.
“젠장... 카시미어 총관! 으드득...”
자신과 친구들을 아무런 말도 없이 이곳에 보내버린 카시미어를 저주하며 눈을 부라렸지만 이곳으로 오기전 카시미어에게 들은 말로 인해서 메시지도 보내지 못하고 계속 무기제조창을 수색할 뿐이었다.
“우리 목숨보다 길드내에서의 자신의 위치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건가?”
이 곳에 오기전에 단 한마디 일언반구의 조언이라도 있었다면 초반의 9명의 친구들이 몰살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제조창내의 포탈게이트에서 나오자마자 두 친구가 노란 액체를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죽어버리고 또 한녀석은 그 모습에 놀라 벽으로 붙었다가 벽이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 후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몇몇 친구녀석들이 차례 차례 트렙의 밥이 되어서야 나머지 일행들은 더 이상 무기제조창을 예전의 그 안락한 보금자리가 아닌 최상급트렙들이 즐비한 고급던젼이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전진할 뿐이었다.
“일룬.. 스톱! 트렙이다.”
이것 저것 잡생각을 하며 조금씩 전진하던 일룬은 옆에서 나침판을 보고 함정탐색을 하던 친구가 자신을 제지하자 한 발을 떼려던 포즈 그대로 굳어서 그에게 말했다.
“어..어디지?”
앞쪽에... 전면 벽과 바닥이다... 젠장! 어떤 돈이 썩는 놈이..“
물론 아직까지 리얼판타지아의 돈개념이 재대로 잡히지 않은 사이토의 과소비의 또다른 행태의 단 일면이였다. 그렇게 일룬과 그 일행들이 전면에 나타난 함정더미들을 하나 하나 차례대로 해체하며 전진하는 사이 이번 일을 꾸민 사이토는 길드의 재료창고에 앉아서 스크롤에 적힌 마법의 후휴증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오우. 쉣... 잘못하면 내가 쓴 마법에 내가 당할 뻔 했구만.”
양쪽 벽과 뒤쪽의 벽에 박힌 와이어를 회수하며 사이토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선 숨을 골랐다.
“버티는 것도 엄청나게 힘드네. 으... 스테미너가 다 떨어져 버린건가?”
사이토는 가방에서 지도를 꺼내면서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서 이제 서서히 조용해져가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사람 한사람 들어갈만한 블랙홀을 부르는 8서클의 마법이 쓸고 지나간 길드창고의 풍경은 방금전까지 강철잉곳더미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회오리 모양으로 쓸려 있었고 다른 것들에 치여 마지막까지 쓸려들어가지 않은 몇몇개의 재료를 빼고는 거대한 혓바닥이 바닥을 완전히 쓸어버린 것처럼 먼지하나 없어 보였다.
“흐흐... 일단 복수치고는 깔끔하구만. 큭큭..”
계획의 결과물이 꽤 만족스러운지 살짝 미친 듯이 크득거린 사이토는 자신의 결과물을 발견하곤 엄청나게 열받아 할 아이아스 길드의 높은 대가리들을 생각하며 지도를 쓸어보며 혼잣말을 했다.
“룰루루~ 복수는 아직 안끝났다네. 이제 복수 초반이니까 벌써 놀라시면 곤란하지~ 2단계 복수전을 보면 아마 복장이 뒤집어 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