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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만을 위해 ( -_-.. 물론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기도 귀찮아서 일지도 모르지만) 방송해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마음을 울립니다. (물론 일본어 일색에 한국노래는 한편이지만)... 흠.. 코더형.. 정태형.. 알았어. 이제 팔불출 짓 안할께..-ㅜ..
.....씨~!! 싸릉해요~ >ㅅ< ㅋㅋㅋ..
길드록의 외벽을 뚫고 튀어 나온 사이토는 바닥을 한참 구르고 나서야 땅바닥에 손을 짚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 그 빌어먹을 어쌔신과 몇몇 적들에게 맞은 데미지인지 케릭터창을 열고 확인한 라이프게이지는 거의 절반정도가 줄어 있었고 숨또한 점점 갑갑하게 느껴지는 것이 슬슬 체력의 한계가 오는 듯했다.
“아으! 그냥 포기하고 하지 말아버릴까!”
솔직히 사이토의 성격으로 봐서 일을 여기까지 진행한 것도 대단한 것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아이아스의 호혈지담인 무기제조창에 침투하여 한 바탕 소동을 일으킨 것은 둘째 치고 근 일주일 가량을 계략을 꾸미기 위해 동분서주한 일은 사이토의 성격을 아는 브랜이나 밀레나가 봤다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대 발전인 것이었다.
“쓰. 약속한 것만 아니라면...”
더 이상 위험을 감수하기 싫어졌다. 아니 귀찮아졌다. 라는 게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부근에 매복하고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이들과의 약속도 있었고 또 지금의 상황에서 발을 빼기에도 상당히 난해했기에 사이토는 벨트 뒷편에 끼워져 있는 마지막 스크롤 2장을 꺼내들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쩌리... 내가 벌린 일이니..쩝..!”
“파파파팡!!”
어느새 몇몇의 아이아스길드원들이 사이토가 있는 곳으로 달려오면서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보이는 것은 멈춰서서 수인을 긋고 있는 몇 명의 마법사들... 더 이상 고민같은 것을 하고 있다가는 화살과 마법의 연습상대가 되어 곤죽이 되어 버릴 것이기에 사이토는 2장의 스크롤 중 한 장을 빠르게 찢으며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사이토가 번쩍하는 빛과 함께 사라져버리자 정문옆을 돌아서 황급히 달려오던 수 많은 아이아스 길드원들은 순간 머엉해 져서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으로 허탈한 표정들을 지었지만 잠시 후 한 길드원이 한쪽을 가리키며 크게 외치자 다시금 눈에 불을 켜고 그 쪽을 바라보았다.
“저기 있다!”
“어이~ 여기야 여기!”
얄궂어도 저리 얄궂을 수 있을까? 사이토는 아이아스길드원들이 모인 곳 2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양손에 가운데 손가락을 머금은 채 이쪽으로 팔을 열심히 흔들고 있었다.
“야! 자식들아! 잡을테면 잡아봐라~ 나 잡으면 선착순으로 뽀뽀해주지! 캬캬!”
“크아아악!! 잡아 죽여!”
거의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이성을 잃은 몇몇 길드원이 괴성을 지르며 사이토에게 돌진하자 나머지 길드원들도 이를 갈며 그들의 대열에 합류했고 한참동안 그들을 도발하는 장난을 치던 사이토는 수십명의 인원이 자신에게 불을 켜고 달려오기 시작하자 미세하게 떨려오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면서 뒤로 돌아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쫓아와라!”
사이토는 목적지를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간간히 옆이나 앞쪽으로 떨어지는 화살들이나 빠른 영창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매직미사일들을 앞구르기로 피하거나 또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은 아디만티움으로 된 갑옷 상의로 간신히 받아내면서 필사적으로 도망쳤고 그를 뒤따르는 아이아스길드원들은 요리조리 피하면서 잘도 도망치는 사이토의 행각에 더욱 악이 받쳐서 악착같이 쫓았다.
“옵니다!”
젠티아가 긴장된 어조로 검을 뽑아들자 붉은 보자기의 인물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쪽으로 손짓을 했다. 몇 일전 자신들의 길드를 방문한 의문의 인물의 제안에 속으로 얼마나 유쾌한 상상을 해보며 즐거워 했던가! 저 싸가지라고는 지나가던 강아지 콧물보다도 안보이는 아이아스총길드원들의 위세에 그 동안 얼마나 자존심 상했었던가! 이제 예전의 달콤한 상상은 현실로써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고 지금 자신의 뒤편에서 자신과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을 부하들의 실력또한 그것을 실행하기에 충분했기에 그는 지금 순간을 위하여 메모라이즈 했던 자신의 최강의 공격마법을 캐스팅 할 준비를 하면서 이를 갈았다.
“새끼덜! 자알 만났다!”
붉은 보자기의 인물이 천천히 수인을 맺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보던 젠티아는 반대편 절벽에서 자신들과 같이 매복하고 있을 다른 길드들에게도 메시지를 날려주며 멀리서 죽어라 뛰어오고 있는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거참! 평소의 그 냉막한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게 허둥지둥 하는 모습이 더 어울려 보이십니다. 큭..”
어짜피 자신의 일은 혹시나 계곡의 반대편으로 돌아서 습격할 수 있는 이들로부터 마법사들을 보호하는 것이었기에 차분한 마음으로 사이토가 계곡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렸다.
“다 왔다!!”
을씨년 스러운 붉은 달을 등진 채 보이는 두개의 절벽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작은 길이 보이자 사이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작은 길로 빠르게 뛰어갔다. 2번째 복수의 장의 무대는 이제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져 갔다.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아이아스길드원들은 감정에 휩쓸려 경솔하게도 자신을 쫓아들어오고 있었다. 뭐 자신이 저들처럼 열받은 상태라면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뛰어들었겠지만, 이 번 2차 복수전의 모티브가 된 노인정길드의 킬트길드 습격장면을 목격했던 사이토는 곧 이어 게임오버 당할 아이아스 길드원들에 대해 생기는 약간의 미안함을 간직한 채로 마지막 한 장 남은 스크롤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텔레포트!”
사이토가 또다시 번쩍하는 빛과 함께 사라져 버리자 사이토의 뒤를 쫓아 들어왔던 아이아스길드원들은 추격을 멈추고서 허탈해진 마음으로 주위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뭔가 자신들이 지금 큰 실수를 한 듯한 느낌에 더 이상 전진하기를 멈추고서 슬금슬금 계곡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후 양쪽 계곡 위에서 작은 시동어 소리들과 함께 날아오는 형형 색색의 마법들을 황망히 바라보며 독백처럼 말했다.
“함정..”
“꽈르르르르르릉!!”
아이아스 길드의 마법사들과 그 밖의 채력과 주력이 떨어지는 클레스의 길드원들은 그 빌어먹을 도둑을 잡기 위한 행렬의 뒤편으로 쳐져 있었다. 클레스의 특성으로 인한 체력의 차이는 마법사는 항상 뒤! 전사는 앞!이라는 기본적 전술을 만들어 주었고, 마법사들은 언제나 이 법칙을 준수하고 있었으며 지금 포위된 길드원들 중 후방에 서있는 한 노마법사는 오늘따라 그 사실을 뼈저리게 감사하고 있었다.
“방어 마법을 써라!! 방어 마법을!! 그리고 빨리 위를 공격하란 말야!”
무차별 기습에 혼란에 쌓여있던 아이아스길드원들 중 긴 행렬로 인하여 저 기습공격의 범위에서 벗어난 화려한 복장의 노마법사는 평소의 자신의 클래스의 걸음이 다른 클래스보다 느리다는게 이렇게 자신을 살리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가지고 지금 상황에서 절대 좋아할 수 없고 또 밖으로 표출했다간 동료들에게 그 자리에서 다굴맞아 게임오버되기 쉽상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주변의 동료들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꽈꽈꽈꽝!!”
“트렌스뮤트 락 투 머드!”
아이아스길드원들을 감싸고 있는 절벽으로 대지계 마법이 작렬하자 절벽은 서서히 응집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진흙이 되어 흘러서 아이아스길드원들을 덮기 시작했고 그 뒤로 들려온 주문영창 소리는 자신의 발밑으로 흘러들어오는 진흙들에 허우적거리던 이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체인 라이트닝!”
“디스펠!”
시동어 소리와 함께 광폭한 파괴의 본능을 감춘듯한 체인라이트닝의 빛줄기는 빠른 속도로 아이아스길드원들에게 날아왔지만 길드마법사들도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는지 깔끔한 디스펠로써 자신들이 최강길드의 일원임을 보여주었다.
“쉬쉬쉭!!”
하지만 아이아스 길드원들이 디스펠로 인한 대량의 병력감소를 막은 것을 좋아할 시간도 없이 잠시 후 그들의 얼굴에는 또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크아아악!!”
“으허어억!”
절벽의 좁은 길 사이로 수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 부터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었다. 양쪽 언덕에 숨을 죽이고서 매복해 있던 궁사들은 좁은 절벽길 사이로 주르르 늘어서 있는 마법사 들에게 행렬의 끝에서부터 차례로 화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프로텍트 프롬 노멀 미사일!”
“크아악!!”
몇몇의 마법사는 당황하지 않고 제자리에 멈춰서서 방어마법을 펼쳐 화살의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미처 마법을 시전하지 못하거나 혼란한 상황에서 정신집중을 실패하여 마법이 실패해버린 마법사들은 궁사들의 밥이 되어 차례 차례 쓰러져 갔다.
“크으... 의외로 잘 버티나 보네”
아이아스길드원들이 매복에 걸려 양쪽에서 맹격을 당하는 사이 사이토는 그 곳보다 한참 떨어진 풀숲사이 공터에 얌전히 누워서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외침소리, 마법이 작렬하는 소리등을 감상하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2차 복수전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아마 저 전투에서 아이아스총길드는 꽤 많은 수의 정예 병력을 잃으리라. 또한 그 동안 아이아스길드와 적 상태가 선포되어 음성적으로 그 명맥만을 유지하던 길드들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분분히 일어날 것이다. 상황을 그렇게 만들기도 했고 또 여러 길드들에게 전쟁을 역설한 것도 자신이었기에 사이토는 천천히 3차 복수극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2차 복수극은 단지 3차 복수극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한 방아쇠의 역할일 뿐이다. 아마 전쟁이 격렬해지고 장기화가 되면 될 수록 3차 복수극의 장치들은 그 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다.
“끙..”
사이토는 상체를 일으키면서 하늘의 붉은 달을 잠시 넍을 잃은 듯 쳐다보았다. 이미 3차 복수극의 장치들은 예전 부터 설치 된지 오래였다. 이제 자신이 없다고 해도 장치들은 각각 톱니바퀴처럼 짜맞추어져 쇠사슬이 되어 아이아스길드의 목줄기를 감아 흔들어 댈 것이고 아이아스 길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최종 부수입과 함께 복수의 통쾌함의 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큭큭... 뭐 누가 이기던지 별 상관은 없지만...”
솔직히 아이아스총길드가 이기던 길드연합이 이기던 관심 따위는 없는 사이토였다. 어떤 사회에서 든지 극강의 권력을 휘두르는 개인 또는 단체는 항상 존재하는 법... 그들을 타도한다고 해서 그런 존재들이 그 사회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그들을 타도하고서 그들의 위치에 선다면 내가 바로 그 극강권력의 존재가 되는 것... 권력의 비정함과 더러움 따위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사이토이기에 리얼판타지아의 세력정세나 세력판도 따위는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그의 토론리스트에 넣을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아이아스길드의 지원병력이 도착할 시간이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매복공격하던 타 길드의 머리들도 슬슬 철수할 때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도 이곳에 계속 엉덩이 붙이고 있다가는 괜히 추격의 꼬리표를 붙일 수 있었다.그건 그것대로 이쪽에서 절대 사양이었다.
“후움~ 그럼 슬슬 여관으로 가 볼까! 가이아가 심심해 하겠지. 끙... 그러고 보니 몇일동안 신경도 못 썼네. 쩝... 에휴.. 빨리 여관으로 가서 로그아웃이나 해야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수 많은 잡생각과 망상의 나래들을 손으로 휘휘 저어 없앤 사이토는 저 멀리 실루엣만으로도 거대한 웅장함을 내뿜고 있는 아리유의 거성을 바라보면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해...상황은?”
“ 초기에 투입했던 19명과 나중에 지원되어 그 습격자를 쫓았던 이들 중 69명의 정예가 당했고 전투가 끝난 뒤 부주의하게 움직여 남은 트렙들에 당한 장인이... 13명입니다.”
카시미어는 자신을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몰아넣은 그 의문의 침입자에게 속으로 수 많은 욕을 퍼부으며 길드마스터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면서 피해 보고를 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까지 그렇게 보호하려 했던 길드의 장인들은 전투가 끝났다는 소리에 지하대장간의 문을 열고 나왔다가 문과 문앞에 설치되어 있는 트렙에 걸려서 산산조각 나 버렸다. 길드마스터룸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서 발을 까딱거리던 마스터가 다리를 멈추고서 한숨을 내쉬자 카시미어는 본능적으로 뒤로 몇걸음 물러서서 마스터의 다음 행동을 생각하곤 눈을 질끈 감았다.
“후우..후우..”
그래도 일말의 자제력은 남아있는가... 마스터는 얼굴에 멋들어지게 나 있는 수염을 손으로 틀어쥐고는 심호흡을 하며 다음 행동을 자제하는 멋진 모습을 카시미어에게 보여주어 카시미어에게 잠시간이라도 당금의 피말리는 보고시간에서 긴장감을 늦출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지만 잠시 생각을 하던 길드마스터가 카시미어에게 지나가는 듯이 한마디를 던지자 카시미어는 약간이나마 상승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지옥끝까지 급행열차로 추락해 버리는 기분을 느끼며 눈을 내리 깔았다.
“물적 피해와 습격자의 정체는?”
“....”
“물적 피해와 습격자의 정체!”
길드마스터의 등뒤로 장식된 테페스트리에 빛이 반사되면서 곱게 빗어넘긴 길드마스터의 머리가 사자와 같이 솟아 오르며 가뜩이나 냉막한 중년의 싸늘한 시선이 죽음의 사신이 내뿜는 시선으로 바뀌어 가자 카시미어는 길드마스터의 오른손이 슬슬 등뒤에 꽂힌 화려한 바스타드로 옮겨가는 것을 눈으로 쫓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습격자의 정체는 아직까지 오리무중입니다. 그리고 물적 피해로 재료창고가 ....”
“재료창고가!!”
“창고가...”
“창고가 어떻게 되었냐구!!!”
“스르릉!!”
화려하게 장식된 바스타드소드를 꺼내들고서 살벌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곤 이빨을 갈며 으르렁대는 길드마스터의 추궁에 카시미어는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었다.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길드마스터가 그 정도 이성은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카시미어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털렸습니다. 완전히...”
“완전히?”
“예...”
“하나도 안남고?”
“예... 아주 싹...”
“....”
그 날의 보고사항들이 적힌 보고서를 품에 안고 길드마스터 룸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카시미어의 보좌관은 문고리를 잡고서 약 1센치가량 빼꼼히 열었다가 황급히 다시 닫은 뒤 심호흡을 했다. 그 잠깐 순간의 시간동안 들려오던 비명소리와 고함소리, 흡사 떡을 치는 듯한 타격소리... 기물들이 박살나는 소리까지, 들어가는 순간 자신도 저 상황에서의 피해자의 입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 카시미어의 보좌관은 황급히 길드 마스터의 방에서 멀어져 갔다.
어짜피 지금 자신의 품에 있는 몇 개의 서류들은 그리 급하지 않아보였다. 어제부터 보이기 시작하는 아리유내 시장물가의 이상변동조짐과 이미 예상하고 있던 그 동안 적관계로 있던 길드들의 단합소식들... 카시미어의 보좌관은 서류들을 가슴에 꼬옥 안은 채 종종걸음으로 길드마스터의 방에서 멀어져 갔다. 그 서류들 안에 적혀 있는 아주 사소할 듯 싶은 조사결과 하나가 아이아스총길드에 향후 어떤 영향을 끼칠 지도 모른 채...
“가..가이아! 그거 뭐야?”
“이상한가요?”
사이토는 머리가 아파왔다. 로그 아웃을 위하여 가이아와 머물고 있던 여관으로 돌아온 그는 가이아가 머물고 있는 방의 문을 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얼이 빠져서 약 10분 가량 냉각되어 가만히 서 있다가 자신을 잡아 끄는 손길에 얼떨떨한 기분으로 끌려 들어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 그 의상은?”
“아! 이거요? 이거 저 관리자 언니중 한분이...”
아슬아슬하다고 해야 할까... 가슴쪽에 포인트를 준 듯한 하얕고 투명한 실크로 된듯한 란제리 룩에 치마는 상의와 같은 듯한 천을 여러겹으로 두른 듯 치마 속 다리의 실루엣이 어렴풋이 보이고 하얀 분이라도 묻어 나올 듯한 매끈한 다리에는 끈으로 된 샌들이 무릎까지 올라와 있었다. 문제의 포인트는 다리를 감싼 스타킹과 허리를 이어주는 듯 살짝 살짝 보이는 저 하얀 가터벨트...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백금빛 머리카락을 곱게 빗은 듯이 옆으로 모아서 늘어트린 가이아가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쥐어 짜고 있는 사이토를 지그시 쳐다보자 사이토는 잠시 발광을 멈추고 가이아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도대체 그 관리자라는 여자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사상으로 가이아에게 이런 의상을 입으라고 조언했는지 몰라도 가이아의 유아버젼의 모습을 알고 있는 사이토로써는 도저히 아름답다.. 라던가 섹시하다라는 감정이 생기지가 않았다.
설혹 그런 감정이 생긴다 치더라도, 사이토는 절대로 가이아와 핑크빛 감정을 가지고 싶은 생각이나 스케줄 따위도 없었고, 가이아는 그냥 여동생같은 존재로 있어주었으면 하는 감정이었기에 이와 같은 가이아의 화끈 의상은 오라비와 같은 심정에서 볼때 절대 용납하지 못할 의상이었다.
“가이아...가이아... 가이아! 절대 어울리지 않아. 그냥 본래대로 돌아오렴.”
사이토가 간곡한 어조로 가이아에게 간청하자 가이아는 순간 여러 가지 표정의 얼굴로 바뀌었다가 희미한 웃음을 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 변환..”
하얀 빛무리가 가이아를 감싸고 가이아의 모습이 흡사 홀로그램에 노이즈가 낀 것처럼 흐려지다가 잠시 후 전에 입던 성직자의 의상으로 바뀐 가이아가 나타나자 사이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그녀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가이아! 너에게는 너만의 모습이 있는거야. 그걸 만들어 가는 것 또한 너야. 그리고 아까와 같은 의상은 너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지금 모습이 훨씬 이쁘다구. 혹시나 다음에 또 그 관리자라는 사람이 너에게 이상한 옷을 입히려고 하면 무조건 거부해. 알았지?”
솔직히 조금전의 모습이 상당히 매우 꽤나 엄청나게 아름다웠다는 가슴속으로 수긍하는 사이토였지만, 그런 식의 의상을 입은 가이아를 계속 본다는 것은 가이아를 여자로 보지 않는 사이토에게도 꽤나 곤혹이었기에 사이토는 최대한 가이아에게 주입식 교육으로 절대로 그런 옷을 입지 않을 것을 재차 강조했다.
“네..”
잠시간 가이아에게서 느껴지는 그 슬프디 슬픈 듯한 느낌은 무었일까? 사이토는 방안에 흐르는 어색한 공기에 잠시 말을 끊었다가 화제를 바꿔 볼 요량으로 가이아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 접속시간은 꽤 길었던거 같아. 리얼 판타지아에 들어와서 접속시간으로 경고음 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네. 하하 ... 아무래도 지금 로그아웃해야 할거 같은데. 가이아는 괜찮겠어?”
사이토의 말에 가이아는 골똘하는 듯 표정을 짓다가 곧 입가에 웃음을 띠우며 대답했다.
“저야 별로 상관없어요. 저도 의외로 리얼판타지아에서 할 일이 많거든요. 사이토님이 다시 들어오실 때까지 저도 제 일이나 하고 있을게요. 후훗”
“킁... 그렇지. 그럼 다시 로그인 해서 보자구 가이아”
“네 사이토님”
사이토가 로그아웃을 위하여 옆방으로 옮긴 후 가이아는 상당히 오랬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무표정한 얼굴로 사이토가 앉아있던 의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가이아는 다시금 아까와 같은 슬픈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방안의 공기에 녹아들 듯 사라졌고 가이아가 있던 방안은 적막으로 둘러싸였다.
“흐음... 오래도 했네”
형민은 머리에 썼던 게임용 헬맷을 벗어 놓고 굳은 듯한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어주며 방 한쪽에 걸린 거울로 걸어갔다. 거의 23시간동안 접속해 있었던 탓이었는지 머리는 헬멧에 눌려서 떡이 되어 있었고 과도한 게임시간의 부작용이었는지 눈에는 눈물이 찔끔 찔끔 나오고 있었다.
“끙... 게임으로 폐인소리 듣는 건 별로 달갑지 않은데..”
떡이 된 머리를 손으로 이리저리 쓸어 헝클어트린 형민은 게임접속을 위해서 꺼 놓았던 핸드 메신저의 폴더를 열고서 전원을 켰다.
“삐리리링! 사용자 확인... 서버에 접속합니다. 형민님 앞으로 4건의 화상메시지와 12건의 음성메시지가 도착해 있습니다.”
“ 음. 화상메시지라... 혜미구나. 에.. 나보다 먼저 로그아웃했었나보네. 그리고... 학교 수업 공지 메시지, 부모님, 혜인이 그 외 기타등등 인간들...”
상당한 시간이 흘러 메시지들을 모두 확인한 형민은 방 한쪽에 있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학과관련 소식들을 검색해 보았다.
“보자..보자... 수업 교과는 거의 끝나가고, 끙... 중간 시험 관련 정보가...”
어짜피 학교내의 수업들은 무도나 스포츠계열 수업들 빼고는 모두 온라인 상으로 배우는 것들이 가능했고 또 4학년 수업이라고 해 봤자, 자신이 지망하고 있는 Rogas 마스터 시험과는 꽤나 동떨어진 이론적 수업이었기에 기본 학점만 그럭저럭 이수할 생각을 가지고 있던 형민은 잠시 후 스크린에 뜬 하나의 공지를 발견하고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크... 원한식 교수님. 끝까지 그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시험제도입니까!”
다른 무도계열 수업들이 온라인 상으로 각종 무기술과 무도의 역사에 대한 단답형 시험으로 끝나는 반면 이 과거를 걷고 계시는 듯한 원교수님은 이번 시험도 저번 3학년 때와 같이 학생들간의 대련을 통해서 학점을 준다고 한다. 물론 참가하지 않으면 최악의 점수 ... 2학년때 늦잠 잤다가 시험에 빠져서 F학점을 먹어본 쓰라린 경험이 있는 형민은 시험 날짜를 서둘러 확인한 뒤 접속을 끊어버렸다.
“크으... 원교수님 미워... ”
형민은 의자 등받이로 등을 깊게 묻으며 원교수에 대한 원망을 내뱉었다. 물론 대련시험에 대해 기피하거나 무서운 것은 아니었다. 형민 그 자신도 꽤나 어릴때부터 체술이나 무술쪽에 상당한 관심이 있어서 한때는 밥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무술에 심취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제 작년 2학년 1학기 때의 F학점을 빼고 나머지 학년들중 원교수의 수업에서는 거의 A학점을 놓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험날짜로 정해진 시간은...
“크... 2일 하고 8시간 남았네”
시험의 특성상 길게는 6시간 적게 잡아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것이었기에 다음 리얼판타지아 접속시간을 생각해 보면 자신의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생기는 시간표였다. 하지만 어쩌랴 시험은 시험인 것을...
“혜미는 뭐할려나”
끝내 현실도피의 모습을 보여주는 형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