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얼판타지아-103화 (10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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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늦었지요.. 엄청 늦고..또 급조한..듯한 느낌도 팍팍 들 겁니다..-_-;

그녀들이 슬금슬금 사이토와 가이아에게 접근하는 사이 사이토는 사설 게시판에서 서성거리는 눈여겨보았던 파티로 다가가 조심스레 파티동행의사를 밝혔지만  파티의 리더로 보이는 자는 사이토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거절을 표했고 사이토와 가이아는 서로 머리를 긁적거리며 뒤돌아섰다.

“이거... 생각보다 힘드네.”

“그러게요.”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온 대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  사이토 자신이 자신과 가이아의 계급을 일반인들에게 밝힌다는 것을  여러 가지 구설수를 만들 수도 있는 점에서 처음부터 그 파티에게 말하지 않았고, 또 그 파티가 바라는 것과 사이토가 바라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계속 찾아봐야겠지?”

“네!”

“저...”

사이토와 가이아가 돌아서려는 찰나 옆쪽에서 조심스럽게 둘을 부르는 듯한 음성이 들려오자 사이토는 자리를 옮겨보려 걸음을 떼다가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신지?”

“아..예? 아! 저...”

왠지 아까전의 그 엽기 발랄한 모습과는 다른 수줍은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뒷말을 잇지 못하는 실키였지만, 그런 실키의  한심한 모습에 한숨을 쉰 유르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실키의 앞으로 걸어 나와서 사이토에게 말했다.

“ 저... 혹시 파티를 구하고 계시는지?”

초면부터 대뜸 사이토 본인인지 묻는다면 자신들을 의심할 수도 있었기에  일단 말을 붙일 요량으로 유르가 사이토에게 묻자 사이토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습니다만, 어쩐 일이신지...”

“네... 저희는 테미시아 길드의 유르와 실키라고 합니다.”

“아...예.”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랑 얘기를 좀...”

일단 말도 붙였고 슬슬 자리를 옮겨서 본격적인 일 이야기를 해보기 위해 사이토에게 의중을 묻던 유르는 갑자기 자신의 메시지 창으로 들려오는 엘리오네스의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유르! 지금 사이토란 자와 이야기 중이니?]

[네]

사이토에게 잠시 양해의 뜻을 구한 유르가 메시지에 대답하자 잠시 대답이 없던 메시지 창으로 침착한 목소리의 엘리오네스가 말했다.

[일단 일 이야기는 꺼내지 마라. 알아보니... 다른 길드들과도 상당히 연관이 많이 있는 자야! 일단 퀘스트 수행이나 길드내의 사소한 일 같은 것으로 화제를 돌려!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께]

[알았어요]

엘리오네스와의 메시지를 끝낸 유르는 앞에 선 사이토를 조심스럽게 올려다봤다. 처음에는 단지 정중히 청한 다음 용건을 말하려 했지만, 이 사이토라는 자가 들리는 정보와는 다르게 다른 길드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을 밝히고서 그에게 부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아직 별 이야기를 꺼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르는 사이토에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금 같이 움직일 파티원들을 구하고 있는데, 혹시 일행이 없으시다면 저희랑 같이 동행하시겠어요?”

유르가 정중하게 묻자 사이토는 잠시 고개를 갸웃한 뒤 가이아를 한번 쳐다보곤 다시 유르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두 분 모두 길드에 소속 되어 계시다면서... ”

사이토가 뭔가 이해가 잘 안된다는 어조로 묻자 유르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사이토에게 말했다.

“헤헤, 저희가 길드에서 왕따를...”

“아, 예...”

급하게 얼버무린다고 말을 했지만 서도 말한 자신도 뭔가 씁쓸한 말이었기에 볼을 긁적이는 유르와 그런 유르와 실키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사이토는 옆쪽에서 셋을 관찰하고 있는 가이아에게 물었다.

“가이아! 괜찮겠어?”

“예!”

가이아가 응낙하자 사이토는 고개를 끄덕인 뒤 유르와 실키에게 정식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저는 7계급 쉐도우 로그인 레인이라 하고 이쪽은 7계급 제사장인 가이아라고 합니다.”

일단 본 클래스를 밝히기에는 아직 믿을만하진 못했기에 클래스를 조금씩 낮추고 가명을 지어서 말해주자 유르와 실키는 고개를 끄덕였고 넷은 함께 근처의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아, 일행이 두 분이 더 계시는군요.”

“예! 조금 있으면 오실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서로 담소를 나누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사이토는 뾰족한 귀를 귀엽게 까딱거리며 음료수를 홀짝이고 있는 유르와 실키에게 다른 두 일행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뭔가를 생각하듯이 말없이 음료를 들이켰고 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유르는 사이토에게 반문했다.

“어떤 문제라도?”

“아, 아닙니다.”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는 사이토였지만 일단 사이토에게 찔리는 것이 있는 유르는 사이토에게 끈질기게 물었고 사이토는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유르의 말에 물음에 대답했다.

“조금 이상해서요. 아무리 이 데이모스가 도시 안에서 PK가 되고 또 그 만큼 험악한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 우리 쪽을 향해서 이렇게 미세하게 계속해서 살기를 보내는 인간들이 있다는 건 저로써는 이해하기 힘드네요.”

“예?!”

놀라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실키와 유르를 쳐다보면서 사이토는 주위를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8계급으로 승급을 한 뒤로 생긴 스킬인 식스센스는 주위의 미세한 살기 즉 공격할 의사가 있는 것들을 감지하고 또 방어나 공격시에 안력을 극대화 시키는 스킬로써 제 3의 눈과도 같은 스킬이었다.

“수상하군요.”

앞쪽에서  조심스럽게 주위를 노려보며 도움을 청하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르와 실키마저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처음에야 자신도 찔리는 것이 있기에 자기를 노리는 자객이려니 했지만, 오랜 시간 느껴본 결과 살기의 목표물은 자신과 가이아가 아닌 이 바로 앞에 있는 두 아가씨 들이었다. 비록 자신의 감지가 틀렸을 수도 있지만, 가이아와 자신의 변장은 완벽했기에 용의자들은 두 아가씨들로만 보였고 일단 도시 안에서 적을 끌고 다니는 앞의 두 아가씨들은 자신으로써는 귀찮은 일을 만들어 줄 애물단지로 보일 뿐이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저희가 관여할 일이 아닌 듯 하군요. 그럼 이만...”

“네?!”

유르는 황당함에 의자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이토와 가이아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자신들을 노리는 적들이 있다고 해도 보통의 남자들은 자신과 같은 어여쁜 여성유저라면 일단은 점수를 따보려고 영웅심을 발휘하기 마련이건만 이 사이토라는 인간은 만면에 귀찮다는 표정을 지은 채 도망치려고 하고 있다. 가뜩이나 온몸에 둘러싼 로브를 더욱 여미면서 상관하기 싫다는 듯 가이아의 손을 이끌고 있는 사이토를 바라보며 유르는 머릿속에서 열이 바짝 오르기 시작했다.

“저 죄송하지만 이 정도는 저희도 처리할 수 있거든요!”

“그렇습니까?”

유르의 당돌한 말에 행동을 멈춘 사이토는 유르를 흥미롭게 쳐다보았고 유르는 옆에 서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실키에게 무언의 고개짓을 한 뒤 양 손의 낀 고양이의 발처럼 생긴 긴 장갑형의 무기를 곧추세우고서 주위를 경계했다.

“디텍트 에빌!”

실키가 짧은 영창과 함께 하늘로 손을 번쩍 들며 시동어를 외치자 까페 주변 곳곳에서 그녀들을 주시하고 있던 몇몇 이들은 몸에 붉은 빛을 띠었고 유르는 당황하고 있는 그들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공격해 들어갔다.

“타아앗!”

“쳇! 들켰다. 쳐라!”

독이 잔뜩 오른 유르가 어정쩡하게 서 있던 두 명을 발톱으로 난도질을 하며 지나가자 곧 이어 그들의 리더인 듯 한 자가 혀를 차며 주위에 외쳤다.

“옙!!”

리더가 소리치자 10~11 명의 정체불명의 인물들이 카페 주위로 모여 들었고 곧 이어 유르와 실키는 그들과 난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비록 그들의 숫자가 많았지만 유르는 그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고양이처럼 할퀴고 지나갔고 실키는 자신을 쫓아오는 이들을 지형지물들과 사람들을 이용해 빠르게 피하면서 캐스팅이 가장 빠른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하지만 클래스의 특성상 빠르게 돌진해 오는 습격자들에게 잠시나마 위험에 빠졌던 실키는 순간 뒤쪽에서 들리는 외침에 반가운 얼굴로 외침이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비켜!"

“엘리오네스 언니!”

준비하고 있었던 듯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인영이 빠르게 돌진하며 실키를 쫓던 습격자들을 시미터로 베어버렸고 그 인영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은 듯 곧바로 유르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 죽음을 가둔~ 핏속에 울부짖는 영혼들~ 디리리링~디링!”

엘리오네스가 가세하여 세 여인이 습격자들과 막상 막하의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어디선가 은은한 하프소리와 함께 독백과도 같은 노래가 조용히 울려퍼지자 몇 몇 습격자들은 머리를 부여잡고 땅에 넘어졌고 그 노래를 연주한 이는 곧 사람들을 헤치고 나타나서 세 여자들에 합류했다.

“이페 언니!”

유르와 실키가 이페에게 반갑게 소리치자 이페는 그녀들의 옆으로 빠르게 다가와 대열에 선 뒤 조용히 말했다.

“칠칠맞지 못하기는 조심했어야지 ”

“죄송해요.”

“일단 이것들 먼저 치우고 보자꾸나.”

“응...”

이페라는 여성이 끼어 가세하자 유르와 실키들은 더욱 용기 백배하여 습격자들에게 대항하기 시작했고 이페와 엘리오네스 그리고 유르와 실키의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완벽한 파티플레이에 얼마 안 있어 습격자들의 리더는 승산이 없음을 판단하고 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도망쳐 버렸다.

“와! 이겼다!”

습격자들이 모두 도망치자 세 언니들 뒤에서 열심히 캐스팅을 하던 실키는 캐스팅을 취소한 뒤 폴짝 폴짝 뛰며 기뻐했고 다른 세 여인들도 각자 무기를 집어넣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지만 그들의 기쁨은 옆에 서서  조용히 묻는 사이토로 인하여 깨져버렸다.

“다 끝났습니까?”

“아! 아...네”

“그럼 저는 이만...”

더 이상 볼 일 없다는 듯 네 여자들에게 작별 인사 한마디 던진 사이토가 획 뒤돌아서서 걸어가기 시작하자 잠시 멍해졌던 여자들 중 이페는 황급히 사이토의 앞으로 뛰어가서 길을 가로막았다.

“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저희랑 이야기를 나누신 후에!”

“아니요. 이야기할 필요 없습니다. 파티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죠.”

냉담하게 거절하며 사이토가 그녀를 지나쳐 가자 이페는 일이 틀어진다는 느낌에 다시금 다급하게 뛰어가서 사이토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니요! 파티가 아니라 저희는 이런 오해를 만들고서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유달리 나에게 집착하지?!”

“예?”

사이토가 팔짱을 끼고 이페를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자 이페는 잠시 멍해졌다가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씁쓸한 눈으로 사이토를 바라보았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뒤 늦게나마 수습해 보려 사이토에게 발뺌했지만 사이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가이아를 손짓으로 불렀다.

“가이아! 일 없다. 가자~”

“네~”

사이토가 손짓하자 가이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팔랑 팔랑 뛰어왔고 사이토는 가이아가 옆으로 답삭 붙자 이페를 힐끔 쳐다본 다음 미련 없이 걸어갔다.

“이..이잇! 사이토씨! 우리 얘기 좀 하죠!”

이페가 사이토의 이름을 외치자 가이아와 함께 걸어가던 사이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호오...”

사이토가 뒤돌아서지 않은 채 한마디 던지자 사이토와 함께 걷던 가이아는 사이토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가 그대로 질려버렸고 그 광경에 뭔가 잘못된 것을 느낀 이페들은 몸을 긴장시켰다.

“그럼,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거네.”

“....”

뒤돌아 선 사이토의 등에서 뭔지 모를 한기가 피어오르고 주위의 공기가 냉각되는 듯한 기분에 이페는 용기를 내어 사이토에게 말했다.

“일단 이야기를 하고서 저희에 대해서 판단하시죠.”

“내가 세상에서 제일 기분 나빠하는 게  뭔 줄 알아?”

이페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사이토가 한자 한자 끊으며 묻자 이페는 긴장한 채 무기를 꺼내들은 동생들은 진정시키고선 사이토에게 물었다.

“뭐지요?”

“귀찮은 것, 짜증나게 하는 것, 두개의 마음을 품고 나한테 다가오는 것들...”

조용히 말을 하며 벨트에서 하르페와 이어드대거를 꺼내 들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각되었고 가이아는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는 사이토의 뒤쪽에 서서 이페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저희를 이 자리에서 모두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그리고 저희에게는 다른 이들도 있습니다.”

“죽일 수 있다면?”

“시험하고 싶다면 시험해 보시길...”

이페의 뜻은 명백했다. 만약 죽이려 한다면 자신들은 최대한 도망칠 것이고 또한 자신들이 당한다면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가 최대한 사이토를 방해하고 또 사이토가 데이모스에 있다는 것을 소문내고 다니리라는 것, 사이토는 전면에서 긴장한 채 자신을 바라보는 이페를 노려보다가 무기들을 허리 칼집에 꽂았다.

“얘기나 들어보지.”

“좋아요.”

어둠이 대지에 내린 데이모스 북쪽의 한 허름한 술집 안 ... 저녁시간을 넘어서서 인지 사람들은 슬슬 주점에 모여 오늘 있었던 퀘스트나 재미있었던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고 또 더러는 새로운 퀘스트나 현재 카모프 왕국의 근황 따위의 이야기 소리로 술집 안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허름하면서도 상당히 넓은 술집의 한쪽 구석은 의외로 매우 조용했으니 , 그 현상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한 테이블을 빽빽하게 채우고 있는 다섯 미녀들과 사이토라고 할 수 있었다. 간간히 사이토의 옆을 은근슬쩍 지나치며 미녀들을 힐끔 거리던 남성 유저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자기 자리로 돌아가  연신 독주를 들이키곤 자기들끼리 신세한탄을 했지만, 정작 그 꽃들로 둘러싸인 주인공의 심기는 그리 탐탁지 않았다.

“싫어!”

“해 주세요!”

아까 전 상황과는 전혀 틀린  등을 꼿꼿이 새운 채 도도한 자세와 매서운 눈길로 자신을 노려보며 말하는 이페의 눈길이 부담스러운 사이토는 눈을 반개한 채 술집 천장의 샹드리에 초의 개수를 새면서 대답했다.

“해 줘요!”

“끄응...”

그 누가 말했던가! 여성과는 절대 말싸움을 하지 말라고... 그 주옥같은 단어를 평소 생활  신조로써 삼고 사는 사이토는 오늘 그 신조를 어기면 어떻게 되는 지 몸으로 체험하며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처음 이 술집 안으로 따라 들어올 때까지 확실히 주도권은 사이토가 가지고 있었다. 일단 부탁하는 이들도 그들이었고 또한 그들도 지은 죄가 조금쯤 있었기에 사이토는 그냥 이야기나 들어볼까 하는 마음에서 그들과의 대화를 허락했지만 그들의 교묘한 언변과 여성특유의 폭넓으면서 전혀 상관없을 듯한 사례를 가지고 그럴듯한 논리로 변신시켜 자신을 압박하는 특유의 스킬은 아무리 사이토가 살기를 뿜고 눈을 부릅뜨고 그녀들을 쳐다본다고 해도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이토는 이 여자들과 별로 상관되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이들은 첫인상부터가 더욱 더 사양하고 싶어지는 여자들이었기에 그녀들의 애절한 호소를 뇌 속에 저장하지 않은 채 반대쪽 귀로 여과 없이 쏟아버리면서 무조건 적인 거절만이 있을 뿐이다.

“ 왜 우리가 말한 퀘스트에 같이 가기 싫다는 거죠? 혹시 무서워서 그러시는 건 아니죠?”

사이토를 도발해 보려는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유르가 말했지만 사이토는 콧방귀를 뀌면서 그 말을 되받아 쳤다.

“흥!,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하지만 지금 내가 그 퀘스트에 가기 싫다는 건  너희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일 뿐이야! 너희라면 뻔뻔스레 협박하면서 같이 퀘스트가자는 인간들을 따라가겠냐?!”

“...”

“저...저는 하플링인데요?”

“.....”

실키가 썰렁한 농담에 잠시 온몸을 마사지하고 지나가는 싸늘함을 침묵으로써 이겨낸 그들은 다시금 서로를 노려보았다. 술집 문설주에 걸린 등불이 술집안의 뿌연 공기에 빛무리를  만들며 테이블 곳곳의 분위기를 더욱 안락하게 만들고 시간이 깊어짐에 따라 고함소리와  문 여닫는 소리로 시끄러웠던 실내는 이제  조용조용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로 채워져 갔지만 싸늘한 냉기가 폴폴 날리는 사이토 주변의 공기는 변할 길이 없었다.

“저 시간 있으시면 저희 파티랑 담소나 함께...”

“꺼져!”

이페들에게 관심이 있었는지 아까부터 이쪽을 힐끔 힐끔 쳐다보던 남성 5인조 파티에서 용기있어 보이는 한 검사가 다가와 엘리오네스에게 말을 걸었지만 엘리오네스의 딱 잘라 버리는 싸늘한 말투에 헛기침을 하면서 슬금슬금 도망치자 그 녀석들을 이용해서 이 귀찮은 난관을 타계해 보려던 사이토는 볼을 긁적이고는 테이블 저쪽 편 5인조 파티에서 방금 전 부킹신청을 하려다가 퇴짜맞은 검사가 친구들에게 밟히는 것을 힐끔 쳐다본 뒤 다시 이페들과의 눈싸움에 들어갔다.

계속되는 침묵 속에 실키와 가이아, 유르는 좀이 쑤셔오는지 슬슬 몸을 꼼지락거리며 이페와 사이토에게 얼른 결론을 낼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엘리오네스라는 여인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열이 받아오는지 옆의 이페를 계속해서 채근하며  상의한 끝에 모종의 결론을 지은 듯한 이페는 앞쪽의 사이토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럼 계약 방식으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흠, 계약이라... 계약조건은?"

“일단 난이도가 난이도이니 만큼 퀘스트 성공 후 합당한 성공 수당을 드리겠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에 얻는 부가 수입도 사이토씨에게 드리지요. 저희는 단지 퀘스트의 결과물인 ‘ 드래곤 아이’만이 필요할 뿐입니다.”

이페의 말에 사이토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알면서도 모르는 채 접근했던 이유는 사이토의 지금 처지가 밖으로 밝혀지기를 꺼려 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접근했을 뿐 다른 뜻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거기에 단지 동료를 살리기 위한 순수한 목적의 퀘스트라고 하지 않는가? 리얼 판타지아 내에서 죽은 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드래곤 아이라는 퀘스트 아이템과 카마프라하 왕국 서쪽 끝의 생명의 신전까지 가야 한다. 이 여자들이 지금 자신에게 원하고 있는 것은 단지 드래곤 아이를 구하는 퀘스트에의 동행뿐이었다. 솔직히 마냥 데이모스에서 적응훈련만 하기에는 슬슬 권태로워 지기도 하고 또 드래곤 아이가 있다는 용의 계곡이라면 꽤나 흥미를 자극하는 것이었기에 사이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페에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아!”

화가 나있던 아까 와는 틀리게 다시 존칭을 사용하며 응낙의 뜻을 표하자 이페를 포함한 다른 여자들은 기쁨의 탄성을 터트렸지만 곧이어 조용히 흘러나오는 사이토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신음을 토했다.

“대신 계약금은 2000골드 성공수당은 1만 골드로 하죠.”

“끙...”

사이토의 말에 신음을 토하며 서로 상의를 하는 듯 둘러 모여서 수군거리는 여인네들을 팔짱을 끼고서 지그시 바라보던 사이토는 상의가 다 끝난 듯 다시금 자기 자리를 찾아 앉는 여인네들을 바라보며 그녀들의 대답을 기다렸다.

“1500골드에 수당은 8000골드 어떠세요?”

“2500골드에 11000골드!”

자고로 장사와 계약에 있어서는 상대를 빠르게 몰아붙이는 것이 요건이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유리한 계약이라면 상대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간결하게 몰아붙이는 것은 예전 할아버지와의 잡담에서 얻은 노하우와 함께 평소 생활에서 자주 애용하는 기술이었기에 사이토는 과감하게 가격을 올려붙였다.

“끙...”

“어떻게 하시렵니까?”

“앞에 것으로 계약 하죠.”

“그러시지요. 그럼 계약 성립이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더 이상 사이토와 줄다리기 하는 것도 질리는 지 이페가 수긍하는 뜻을 표하자 사이토는 고개를 꾸뻑 하면서 다른 여인네들에게 인사를 했고 , 얼떨결에 사이토의 인사를 받은 여인네들은 사이토와 악수를 하면서 ‘결혼하시면 살림 잘하시겠네요.’ 혹은 ‘부인한테 사랑 받으시겠어요’ 따위의 비이냥을 들었지만 그것은 논외로 붙이자.

“그럼 약속한대로 모래 아침 10시에 메시지를 보내겠습니다. 혹시 연락이 없더라도 데이모스 포탈 게이트 앞에서 뵙죠.”

“그러지요.”

이제 한 팀도 됐고 또 더 이상 걸릴 문제도 없었기에 사이토와 그녀들은 한동안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잠시 후 헤어지기 위해 문 앞에 선 이페들은 사이토에게 인사를 했다.

“저에 대해서는 비밀로 해 주실 것은 믿고 있겠습니다.”

“당연하지요. 그럼”

이페와 엘리오네스 그리고 유르와 실키가 각기 손을 흔들고 어둠속의 빠진 도시 각 곳에 밝혀 놓은 등불들을 받으며 길 저편으로 사라지자 사이토는 옆에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는 가이아의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가자!”

“네”

사이토와 헤어진 이페들은 길드 건물로 향하는 어두운 골목길을 간간히 켜져 있는 둥불을 길잡이 삼아 걷고 있었다. 사이토나 가이아와 담소를 나눌 때와는 다르게  조용히 골목을 걷던  이들 중 실키는 침묵을 이기지 못했는지 아니면 이페에게 무언가 불만이 있는지 침묵을 깨며 이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근데 그 사람에게 그렇게 가르쳐 줘도 되요?”

“어쩔 수 없단다. 실키야. 가끔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을 때도 종종 있어.”

자기 자신도 상당히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었는지 한 숨을 내쉬며 독백하듯이 이페가 말하자 유르의 뒤쪽에서 따라오던 엘리오네스는 실키를 질책했다.

“넌 이페 언니의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하니? 그 정도는 우리도 알고 있어.”

“하..하지만...”

“하지만은 없어. 우리 길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둘다 그만!”

실키를 질책하는 엘리오네스를 자중시킨 이페는 가슴에 안고 있는 하프를 꼬옥 쥐며 지금 자신을 따르고 있는 세 동생에게 말했다.

“실키야! 그 사이토라는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엘리오네스 말대로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란다. 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우리로써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하지만 우린 지금 거짓말을 했다고요.”

이페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지 실키는 이페에게 항변했지만 이페는 실키의 어깨를 감싸 앉으며 조용히 실키를 달래주었다.

“미안해. 실키... 너에게 까지 거짓을 강요해서...”

“아니에요. 언니”

이제는 조금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실키가 차분히 대답하자 이페는 다시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사이토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록 거짓을 말했더라도 어쩌면 그도 관련된 일이니 잘 된 것일 지도 모른다고 자위하며 이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최고의 거짓말은 진실일지도.”

그녀들이 지나간  골목사이로 공허하게 울려퍼지는 이페의 조용한 음성은 데이모스의 적막한 밤하늘에 작은 메아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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